[신경 과학] 신경 가소성 : 내가 나를 보는 방식

in #kr6 years ago (edited)

먼저 이 글은 @ngans의 글 Neural Plasticity: Shaping How We View Ourselves 를 번역한 것이며, @ngans에게 그의 모든 글에 대한 번역을 허락 받았음을 밝혀둡니다.

@ngans의 글은 신경과학의 정보와 함께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던져줍니다. 저도 익숙한 분야가 아니라서, 함께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종종 @ngans의 글 중 유익한 글을 골라 KR 커뮤니티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가소성이란 외력에 의해 형태가 변한 물체가 외력이 없어져도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지 않는 물질의 성질을 일컫습니다. 즉, 신경 가소성이란 외부 자극에 의해 신경의 상태가 변하고 그것이 유지되는 성질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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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 가소성은 세포가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적응 메커니즘입니다. 여러분의 뇌세포가 가진 이러한 특성은 매우 동적이고 모듈화된 회로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시간이라는 직선을 따라 삶을 경험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하나의 개체이자 변하지 않는 실체로서 느끼지만, 우리의 육신과 정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여러분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상당히 다른 개수, 다른 조직, 다른 방향, 다른 상태를 가집니다. 여러분은 지금 여러분 인생에서, 유일한 환경적 상황과 유일한 심리적 관점으로 이루어진, 유일한 순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같은 강에 두번 발을 들여놓을 수는 없다. 같은 강이 아니고, 그도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 헤라클레이토스

  매순간은 본질적으로 구별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유지됩니다. 우리가 오직 현재의 순간만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생각할 능력이 있습니다. 이는 미래나 과거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능력과는 다릅니다. 미래나 과거를 개념화하고 묘사하는 것은 현재의 경험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경험은, 돌 위의 파도처럼, 우리를 형성하고, 기억과 신체에 변화를 남깁니다.

  시간을 개념화하고, 기억을 통해 우리 자신의 일반화된 "이미지"를 형성하는 이러한 능력은 성격이라는 개념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사회 심리학이 어떤 사건과 심리학의 상호 작용을 연구한다면, 성격 심리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상호 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지속적인 특성을 연구합니다. 한 사람의 성격은 그 사람의 행동으로 정의되며, 그 사람의 행동은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의 개별 특성들을 만들어 냅니다. 성격은 나를 나 자신으로 존재하도록 해주며, 특정 환경과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지 말해 줍니다. 행동 경제학을 탄생시킨 다니엘 카너만(Daniel Kahneman)은, 우리가 가진 각 성격과 정체성이 현재의 "경험하는 자아"와 과거의 "기억하는 자아"가 만든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만일 우리의 "경험하는 자아"가 우리의 기억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면, 우리는 우리 기억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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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기억을 형성하고, 행동 양식을 보여 주며, 우리가 경험하는 각 순간을 우리의 성격으로 통합하는 것일까요? 이러한 행동과 심리적 특성은 생물학적 사실에 기초를 두며, 더 나아가 분자 단위에 그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장기강화(Long Term Potentiation, LTP)와 장기억압(Long Term Depression, LTD)은 시냅스 가소성의 한 방식으로서, 시냅스 전 뉴런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자극이 입력된 후, 동일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시냅스 후 뉴런의 전위가 이전보다 더 커지거나(LTP) 더 작아지는(LTD) 현상을 말합니다. 장기강화와 장기억압은 경험과 지각이 어떻게 유기체의 지속적인 신경 변화를 유발하는지를 설명하는 기본 토대입니다. 그리고 습관화, 학습, 기억, 행동 적응과 같은 과정에 따르는 필수적인 현상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뇌의 모든 부위에서 일어나지만, 연구자들이 장기강화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은 해마를 연구하여 얻은 것들입니다. 해마는 대뇌 변연계의 일부이며, 뇌의 기억 통합 기관입니다. 또한 공간 탐색 및 반응 억제에 광범위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해마는 신경 발생이 성인기에 이르러서도 잘 유지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기관입니다. 해마의 CA1, CA3, EC(내후각 피질), 치아이랑 영역이 관여하는 글루타민염성(glutamatergic) 경로는 장기강화와 장기억압 연구의 주요 관심 대상입니다. 이 같은 연구들 중 대부분은 경련성 자극(tetanus) 기법을 사용합니다. 이는 EC 및 CA3 영역에 반복적으로 고주파 자극을 가하여, CA1 영역에서 단일 펄스의 흥분성시냅스후전위(EPSP)를 발생시키고, 장기강화를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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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스템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 수용체는 NMDA와 AMPA 글루탐산 수용체입니다. 이들 수용체의 활성은 시냅스 후의 Na+와 K+ 투과성을 증가시킵니다. 또한 충분한 NMDA 수용체의 활성은 수용체의 전위의존성 통로로 Mg2+이온을 방출하도록 하여 Ca2+투과성을 증가시킵니다. 충분히 높은 전위가 형성되어 통로가 열리고 시냅스 후 뉴런으로 칼슘 이온이 유입되면, 2차 신호 전달 경로가 활성되고, 이는 CREB 단백질(및 관련된 유전자들)의 전사를 유발하여 뉴로트리핀을 생성하고, 단백질을 인산화시키며, 키나아제를 활성화시킵니다. 이러한 2 차 신호 전달 경로는 (장기강화에서) 시냅스 후 뉴런의 구조 변화를 유도합니다. NMDA 수용체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효율 증가를 위해 시냅스 구조를 최적화하며, 심지어 시냅스 생성을 유도합니다.

  장기강화와 기억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장기강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중단시키고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그 연구의 결과는, 유전자 조작, 단백질 합성 억제제, 수용체 길항제를 통해 기억의 응고화 또는 재응고화를 약화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음을 밝혀 냈습니다. 즉, 이러한 개입을 통해 시냅스 후 뉴런으로 들어가는 Ca2+의 흐름을 막아, 최근의 경험 또는 다시 떠오르는 사건에 대한 장기강화 또는 장기억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AP5, 에탄올, DXM, 케타민, 프로프라놀롤과 같은 NMDA 수용체의 길항제는 이 같은 특성에 관하여 광범위하게 연구되어 왔으며, 공포를 제거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밝혀졌습니다. 선행 연구에서는, 쥐들을 충격을 동반하는 공포스러운 환경에 두었음에도, 기억 응고화 과정동안 NMDA 길항제를 투여함으로써, 쥐들이 경직 반응(쥐가 공포를 느낄 때 나타내는 행동)을 나타내지 않도록 만들 수 있음을 보인 바 있습니다(Burgos-Robles 외, 2007). 이러한 약물들은, 단일 사건에 대한 기억 응고화를 방지함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인지 장애에 대한 치료제로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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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약물들을 이용하여, 공포증(Davis, M., 2011), 우울증(Dang, Y.H. et al., 2014),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치료하는 유망한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시게토 야마모토 외(Shigeto Yamamoto et al., 2008)는 다음과 같이, 쥐 모델에서 D-사이클로세린과 관련된 희망적인 연구 성과를 2007년 네이처지에 실었습니다. "행동 분석에 따르면, 단일 지속적 스트레스(Single Prolonged Stress, SPS)는 PTSD에 적절한 동물 실험 모델이며, DCS(D-사이클로세린)는 PTSD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DCS가 공포 제거에 기계적으로 관여하는 것과는 별개로, 해마 가소성을 역전시켜 NMDA의 보상변형을 역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연구 이후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를 위한 케타민 내지 다른 NMDA 길항제의 용법에 관한 새로운 연구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수용체 길항제 및 단백질 합성 억제제와 같은 약물이 제공하는 지식 외에도, NMDA 수용체의 기능을 저해하는 질병을 검사함으로써 NMDA 수용체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잔나 카할란은 그녀의 저서 "브레인 온 파이어"에서 그녀가 앓았던 희귀병 "NMDA 자가면역성 뇌염"의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NMDA 자가면역성 뇌염"이란 환자의 항체가 NMDA의 하부 조직인 NR1을 공격하면서 나타나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그녀는 심각한 기억 상실, 성격의 변화, 환각, 감정의 기복, 발작을 경험했으며, 자신이 다시 아이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말합니다. 장기강화와 장기억압 작용을 위한 수용체들은 명백히 우리의 성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학적 요소입니다. 장기강화가 없다면, 우리는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모든 능력들, 배우고, 자신을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는 능력 모두를 잃고 말 것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혹시 있다면 @ngan에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Reference

  • Burgos-Robles, Anthony, et al. "Consolidation of fear extinction requires NMDA receptor dependent bursting in the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Neuron 53.6 (2007): 871-880.
  • Cahalan, S. (2012). Brain on Fire: My Month of Madness. New York: Simon and Schuster.
  • Dang, Y. H., Ma, X. C., Zhang, J. C., Ren, Q., Wu, J., Gao, C. G., & Hashimoto, K. (2014). Targeting of NMDA receptors in the treatment of major depression. Current pharmaceutical design, 20(32), 5151-5159.
  • Davis, Michael. "NMDA receptors and fear extinction: implications for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Dialogues Clin Neurosci 13.4 (2011): 463-74.
  • Eichenbaum, H. (2011). The Cognitive Neuroscience of Memory: An Introduction (2nd ed.). Boston, MA: Oxford University Press.
  • Kahneman, D. (2010). The riddle of experience vs. memory. TED2010. WEB LINK.
  • Yamamoto, S., Morinobu, S., Fuchikami, M., Kurata, A., Kozuru, T., & Yamawaki, S. (2008). Effects of single prolonged stress and D-cycloserine on contextual fear extinction and hippocampal NMDA receptor expression in a rat model of PTSD. Neuropsychopharmacology, 33(9), 2108-2116.

*나는 바로 이 순간에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변하지만, 나를 나로서 인식할 수 있는 연속성은 신경가소성에 따른 장기강화와 장기억압의 작용 덕분이로군요. 이것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1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정말 다른 내가 되어 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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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I have posted the translated version here. Let me know if there are any issues!

어렵지만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제가 전문적인 지식이 더 많았으면 이해가 수월했을텐데 ㅠㅠ

번역을 진짜 쉽게 해보려고 했는데, 내용이 그냥 어렵더라구요ㅎㅎㅎ

도입부에서 철학적인내용인가했는데 그걸 과학적인 작용으로 보는내용이었네요

맞습니다ㅎㅎ 다음 번역할 글에 필요한 내용이라 올렸습니다. 그래도 나라는 자아가 신경가소성 작용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은 기분을 묘하게 만듭니다ㅎㅎ

과학계의 이런 사실 발견들을 확인할수록,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불멸의 나, 어떤 영혼 같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맞습니다. 점점 사람이 물질 단위의 기작으로 환원될수록, 사람은 결국 단백질 기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뒤늦었지만 잘 봤습니다. 흥미진진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연재하는 종 예외주의를 마무리하면, 바로 신경과학 글 몇개를 더 번역할 생각입니다.

뇌과학적 시각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시 되는 것은 이 분들이 철저하게 유물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인지가? 궁금하네요.

물질로서 정신을 제어할수 있다?

라는 논조같은데.... 즉, 뇌에 대한 기제를 파악하고 원인을 찾으면 정신도 조절할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집니다. 불교에서는 물질과 정신을 따로 보지않고 통으로 보고 있거든요. 이분법적인 시각접근으로는 해결할수 없다고보는 입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아마 이 글의 글쓴이도 저와 비슷한 생각일것 같은데, 말씀하신 것과 비슷합니다. 일종의 환원주의의 입장입니다. 글쓴이의 다른 글에서도 비슷한 논조를 읽을 수 있구요. 그런 글들을 제 지금 연재가 끝나는대로 더 번역해 올릴 생각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제가 지금 불교의 아비담마/유식론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특히 인식과정에 대한 요소들은 참 재미있거든요. 아무튼 님과 다양한 얘기를 나눌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것도 여쭤볼수 있겠네요.

Ps. 참고로 저도 사실은 공학전공이었지요. 저는 주로 고분자 합성을 많이 했습니다.

특이하신 이력이로군요! 저도 법학전공으로 한번 대학을 졸업한 적이 있는데, 묘한 동질감이 있네요ㅎㅎ

와... 진짜 좋은 글이에요.
요즘 인간의 뇌와, 뇌 인지공학에 대한 관심이 많거든요.
이렇게 좋은 글을 번역해 올려 주시다니... 능력자이십니다. 감사해요!

이 친구 글을 번역하려고 대기중인게 몇개 더 있는데, 일단 제 연재를 끝내고 계속 번역하려 합니다.

이렇게 스팀에 있는 세계인들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어 주시니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외국인들도 kr스팀을 번역하며 교류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통역앱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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