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에세이] 양자역학, 경제학, 그리고 진화론 (2)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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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경제학, 그리고 진화론 (1) 에서 이어집니다.

경제학

경제학은 현재 우리가 누리는 번영을 이루는 데 큰 공헌을 한 학문입니다. 경제학의 논리는 지금까지 훌륭하게 기업들을 키워왔고 경제의 규모를 성장시켰습니다. 아담 스미스, 마르크스, 하이에크, 케인즈 등 경제학 거장들의 이름은 우리에게 무척 익숙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경제학’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합니다. 경제학 서적은 알 수 없는 용어와 그래프, 수식으로 가득합니다. 경제학은 우리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우리는 경제학이 전문가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이에 대하여,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 장하준 교수님의 강연 중 발췌한 내용입니다.

장하준의 모두를 위한 경제학 강의 (영국 왕립 예술 협회)

저는 경제학이 일반인에게는 너무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현상인데, 사람들은 모든 일에 뚜렷한 주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라크 전쟁, 동성 결혼, 신은 존재하는지, 지구 온난화, 이런 주제에 대해 여러분은 뚜렷한 주관이 있습니다. 신학 학위를 갖고 있지도 않고, 에너지 경제학 학위를 받았거나, 국제 관계학 학위가 있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유독 경제학은 전문가들의 영역이고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왜 그렇죠? 국제 관계학 학위 없이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분명한 의견이 있다면, 경제학 학위가 없더라도 정부 정책에 대한 분명한 의견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현상은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실제보다 훨씬 어려운 학문으로 느끼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본인이 설명은 해줄 수 있지만 여러분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경제학의 95%는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물론 전문용어나 수학 때문에 어려워 보일 수 있습니다만 너무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면 나머지 5%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면 말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은 무엇이고, 경제학의 윤리적인 바탕은 무엇인지, 여러분이 경제학과 정치학을 분리해서 생각하는지 등 […] 많은 경제학자가 경제학은 과학이고 한 가지 이론만 옳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경제학에는 적어도 아홉 가지 주요 학파가 있고 상세하게 분류하면 숫자는 더 늘어납니다. 학파마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 경제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모든 학파의 이론을 알아야 하는데, 저마다 가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윤리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고 경제 성장의 방법에 대해 각자 다른 이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경제와 정치가 분리가 불가능하다 그런 얘기인데, 그래서 어떤 표현까지 쓰냐면, “Economics is politics”, “경제가 곧 정치다”라는 말까지 씁니다. 아담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가 경제학을 쓸 때, 경제학의 이름이 ‘economics, 경제학’이 아니라, ‘political economy, 정치 경제학’이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정치와 경제의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20세기 신고전파가 득세하면서 이름을 경제학으로 바꾸고, 경제학은 과학이므로 정치 논리나 도덕적, 윤리적 기준은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경제학을 탈정치화된 학문으로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요즘 좌우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치 논리가 경제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그것이 정말 틀린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경제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 자체가 정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19세기에는 노예 매매, 아동 노동 고용, 공해 물질 배출도 허용되었습니다. 그때는 노예 매매와 아동 노동이 경제의 일부였으니까요. 지금, 누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아동 노동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를 합니까? 이는, 경제의 경계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정치적으로 사람들이 이건 안 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바뀐 것입니다. 경제의 경계 자체가 정치에 의해 결정되는데 어떻게 경제 문제에 정치 논리를 개입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입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의 본질은 결국 “내 정치 논리는 경제이니 건드리지 말고, 네 정치 논리는 내가 보기에 정치이니 개입하지 말라”이런 얘기입니다. 굉장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경제가 정치라는 걸 이해하면, 경제 현상이 지진이나 해일처럼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장하준 교수의 말처럼,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을 ‘과학'화하여, 일반인이 경제학에 대하여 토론하지 못하도록 장벽을 쌓았습니다.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면 경제학을 논할 수 없다는 인식을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의 기본 가정은 매우 정치적이고, 도덕적이며 윤리적입니다. 경제학은 과학과 다릅니다. 경제학은 당장 공동체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고,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과학처럼 답을 내릴 수 없다면 모르는 채로 결정을 보류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닙니다. 경제학은 최대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수많은 개인과 다양한 집단의 이해가 걸려 있습니다. 경제학이 과학이 아닌 이데올로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에 대한 토론이 민주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의무라고 말합니다.

진화론

진화론은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처음 제기된 생물학의 혁명입니다. 양자역학이 물리학의 혁명이었듯 말입니다. 진화론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복제, 변이, 선택이라는 세 단계를 거치며 한 종이 다른 종으로 변해 간다고 말합니다. 또한 단순한 단백질 분자가 현재의 인류로까지 발전했다고 합니다. 처음 진화론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이 같은 내용은 꽤 충격적이었지만, 지금은 생물학의 정설로서 '진화론'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진화 생물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바람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앞선 두 학문에 비추어 진화론의 논쟁이 참 이상하다고 느낍니다. 그것은 제가 양자역학의 설명을 마치고 드린 “양자역학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이 굉장히 어색한 표현인 반면, 진화론은 “믿느냐”라는 질문이 성립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과학이론은 일반인이 믿고 말고 할 대상 아닙니다. 아무도 양자역학이 상식에 어긋난다고 따져 묻고 대체할 가설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분명 ‘경제학'도 사람들이 ‘과학’으로 생각해 토론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진화론 논쟁에 이상한 점이 느껴지십니까?
장하준 교수님의 표현을 빌려 대구를 맞춰 보자면,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전자기학, 천문학 이런 주제에 대해 여러분은 아무런 의견이 없습니다. 물리학 학위를 갖고 있지도 않고, 전자공학 학위를 받았거나, 천문학 학위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독 진화론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자신의 견해가 있다고 말합니다. 왜 그렇죠? 물리학 학위 없이 양자역학에 도전할 수 없다면, 진화생물학의 학위가 없이 진화론에 도전할 수 없어야 합니다.

진화론 논쟁은, 경제학자가 ‘정치’인 경제학을 ‘과학'화 시킨 것처럼, 종교인이 ‘과학’인 진화론을 ‘정치'화 시킨 결과물입니다. 최근에는 ‘창조론’이라는 단어 대신 과학처럼 보이도록 ‘지적설계론’이라는 단어를 사용 한다던지, “진화론을 일부 인정하지만~”으로 시작하며 마치 합리적인 중재자처럼 견해를 밝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은 종교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항변하면서 말입니다. 그들은 진화론이 비상식적이어서, 학자들 사이에 말이 달라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서 믿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과학이란 전문 지식 없이 ‘상식’을 기준으로 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양자역학이 너무 작은 공간에 대한 기술인 탓에 ‘비상식적’인 것처럼, 진화론은 너무 긴 시간에 대한 기술인 탓에 ‘비상식적’입니다. 누구도 진화가 일어나는 시간을 산 사람은 없습니다. 당연히 비상식적입니다. 또한 과학자 간에 견해가 일치하지 않고, 내용이 바뀌고, 불완전한 것도 다른 모든 과학이론이 마찬가지입니다. 유독 그러한 이유로 믿지 못하겠다는 과학 이론은 진화론 밖에 없습니다. 결국 진화론 논쟁은 종교가 만든 ‘정치'화 된 구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당사자는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종교인들이 만든 덫에 빠져 ‘진화론’을 마치 상식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인 양 믿게 된 것입니다.

만일 진화론을 비판하고 대안이론을 제안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두 가지 중 하나는 선행되어야 합니다. 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논문을 게재하거나, 진화론이 과학이론이 아닌 이유를 밝혀 내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대안이라는 것은 잘해야 공상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전자가 후자에 비해 훨씬 쉬워 보입니다.

마치며

저는 진화론 논쟁 자체에 잘못된 점이 있고, 그 원인으로 종교를 지목하였습니다만, 이것이 무작정 종교를 비판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저는 이 진화론 논쟁을 시대가 남긴 자연스러운 유물 정도로 생각합니다. 인류는 지난 역사의 대부분을 철학과 과학, 종교가 분리 되지 않은 채 살아 왔습니다. 철학자가 과학자였고, 신학자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하고 종교 재판에 회부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데카르트가 관성의 법칙을 주장할 때 그 원인을 신의 권능에서 찾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나간다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물에게 칭찬을 해주면 예쁜 결정을 맺는다는 주장을 믿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시대가 변하여 과학이 철학이나 종교와 분리되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간 것입니다. 다만 ‘과학’의 짧은 역사 탓에, 아직 ‘과학’이란 무엇인지 대중의 인식이 부족한 상태일 뿐입니다. 앞으로 과학과 과학이 아닌 것의 구분이 명확해 질수록, 진화론 논쟁과 같이 바람직하지 못한 논쟁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다섯 줄 요약

가만보니 글을 읽기에 바쁜 분들이 많아 보여 요약해 봅니다.

  1. 진화론 논증의 내용이 아니라, 진화론 논쟁 자체에 의문이 생김
  2. 양자역학 설명은 페이크. 이 어렵고 말도 안되는 학문에 일반인은 아무도 논쟁하지 않음
  3. 경제학은 '정치'임에도 '과학'화 되어 일반인이 논쟁하지 않음
  4. 진화론은 '과학'임에도 '정치'화 되어 일반인이 논쟁함
  5. '과학'의 짧은 역사 탓에 아직 과학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부족하여 일어난 현상으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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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생각합니다.
진화생물학자가 아니면 진화론에 견해가 없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조리사 자격증이 없으면 '넌 왜 밥을 이모양으로 했냐'라고 말할 수 없어야 한다는 것과 같으니까요.
이는 마치 보건 관련 자격증이 없으면 '음식이 상했네'라는 견해를 말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또한
생물학자면 '당신 내 엄마 맞아? 유전자검사 해보자'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저는 엄마가 '내가 널 낳았어'라는 말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생물학자 입장에서 유전자검사를 해보고 '음, 엄마 맞네.'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내가 내 엄마를 엄마라고 믿는 것에 대해 '너는 너무 비과학적이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은 진화론과 이런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먼저 '요리'라는 것은 사람의 취향이 많이 작용하는 영역이고, 과학이 아닙니다. 그리고 음식이 상했다는 것은 충분히 오감을 통해서 알수 있는 상식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요.
또 누가 누구의 자식인지는 단순 사건에 대한 진위 여부입니다. 생물학자가 그런 사실 관계에 어떠한 이론을 세운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친자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생물학자가 아니라 양자역학을 하는 물리학자일 것입니다. 모든 것을 확률이라고 이야기하거든요. 관측해보기 전까지 알수 없다는게 양자역학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양자역학이 잘못되었다고 반박하지 않지요?

더구나 유전자 검사라는 것은 과학 이론을 적용한 공학적 사례이지, 과학이론은 아닙니다. 경찰관이 과학 수사한다고 지문따고 혈흔 분석한다고 해서, 경찰관이 과학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가 어떠한 이론을 만든 것도 아닙니다.

과학 이론은 자연이 돌아가는 원리를 밝히고자 하는 학문아니겠습니까? 앞서 제시해주신 예들은 과학이 밝히고자 하는 목적 대상이 아닙니다. 진화론도 누군가의 취향을 묻는게 아니라, 지금 드러난 증거들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명백한 과학입니다.

제가 글에서 말하고 싶은것은 그 점에 있습니다. @naha 님께서 말씀하신 예시들처럼 일반적인 상식에서 토론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첨단을 달리는 과학에서 전문가들끼리 토론하는 영역이 있는데, 진화론은 후자의 영역에 있다라는 것입니다. @naha 님께서는 전자의 영역에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구요.

하지만 진화의 역사는 우리가 오감으로 인지할 수 있는 시간 범위 밖에 있어 상식으로 논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 결과에 따라, 진화론은 유전학을 비롯하여 고고학에서 밝히는 증거와 모든 면에서 정합적으로 맞아 떨어집니다. 만약 진화론을 부정하려면 생물학 전체를 부정해야 할 겁니다. 우리가 DNA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DNA가 복사되지만 그 중에 일정 비율로 오류가 발생하여 후손들에게 전해지는 사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분류한 계통과 화석증거들이 맞아떨어지는 사실들에 대해 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하지만, 전문지식없는 사람들이 너무 쉽고 당당하게 진화론을 반박합니다.

사실 진화론이 상식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나, 물리학 만큼은 아닙니다. 같은 생물학인 유전학도 어렵지만 사람들은 "오~"하고 받아들이지 싸우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과학이 좀더 대중화되어서 사람들이 어느정도 지식을 갖고, 이제 막 새로이 등장한 증거와 가설에 대해서 토론했으면 좋겠습니다만, 현대 과학은 너무 일반상식에서 멀어져 버렸습니다. 진화론 논쟁은 미분적분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계속 3+4=7이 맞냐고 따지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과학은 침대... 가 아니기에... 너무 어렵죠. ㅠㅠ

사람은 내가 배운 것, 내가 아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분야에서 경력이 20년이야. 내가 가장 잘 알아.'
'내가 이 공부만 50년을 했어. 논문만 수백개야.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지.'

그런데... 과거엔 옳다고 생각했던 것도 과학이 발전하며 오류였다고 판정되고 있어요.
지금 옳다고 판정됐다 하더라도, 수백년 수천년 후에 과학이 더 발전하면,
마치 과거 천동설을 주장했던 사람처럼 우리 모두가 천동설을 주장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21세기에 살았던 사람들은 말이야, ㅇㅇ이라고 믿었어. 그런데 31세기에 사는 우리는 그때보다 더 과학이 발전해서 그게 틀렸다는 걸 증명했지.' 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A라고 생각해. B라는 소수의견과 C라는 의견도 있지. 판단은 네가 하면 되는 거야. 정답은 신(?)만 아니까. 오늘은 맞고 내일은 틀릴 수 있거든.'

말씀하신 것처럼 진화론은 연구하기 매우매우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각 과학자들의 주장을 대부분 그냥 수용합니다. 진화론자의 주장도 수용, 창조론자의 주장도 수용. 누가 맞는지는 우리의 과학 수준으론 알 수 없는 거니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그렇고 실제로 연구 중인 과학자들도 아마 진화론이 틀렸다는 증거가 나오면 바로 폐기할 것입니다. 과학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사실'과학'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정의하는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과학'은 무엇이고 '과학적'이란 무엇이며 '유사과학'이란 무엇인지 한번 글을 써볼까 하는데, 아직 엄두가 안나서 계획만 하고 있습니다.

그냥 일단은 진화론도 제대로 된 과학이 맞으니 좀 믿어달라 말씀 드리는 겁니다ㅎㅎㅎ

"진화론 논쟁은 종교가 만든 정치화된 구도"
=> 정답입니다.

진화론의 문제가 좀 부족한게 많다는 것인데
사실 너무 DNA에 치중한 점이 있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RNA 입니다.
후성유전학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죠.

하여간 정말 글 너무 잘 쓰시네요^^

헛... 후성유전도 글감 리스트에 올라있는데, 말씀에서 조예가 느껴집니다. 아울러 계속되는 칭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리즈 잘 읽었습니다 :)

말씀하신대로 진화론은 '과학'임에도 '정치'화 되어 여러 문제가 발생한 대표적인 분야같습니다.

다만, 사회적 수요가 큰 분야인만큼 과학인체로 내버려 두기도 힘든 분야이기도 합니다.

경제학이 어떤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당장 요구되는 정책적 필요에 의해 '죽이되든 밥이되든' 견해를 내놓아야 하는 것처럼요.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스토리가 필요하거든요. 그 스토리로부터 자기 삶의 의미를 구축하고 살아냅니다. 종교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그 세계관이 요청하는 선한 삶을 살아내면서 행복을 찾을 것이고, 디킨즈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유전자, 혹은 문화적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 노력을 할 것입니다. 실존주의자처럼 알수없는 세계에 '오직 던져졌을 뿐' 이라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안에서 자기 존재 의미를 찾기위해 부단히 움직이겠죠.

이런 이유로, 저는 진화론에 대해 모두가 견해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넌 생물학을 모르니깐 조용히 해'라고 말하기엔 진화론을 해석하는 방식은 우리의 삶에 너무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비전문가들의 견해가 세계관을 형성하고, 정치적 힘을 갖게 되는 현상은 필연적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생물학자들이 (제한적이지만) 공헌할 수 있는 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창조론자들이 비과학적 주장을 펼치고, 그 주장을 정책에 도입하려고 할 때, 과학자들은 그들의 근거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창조론 논리를 반박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세계관을 굳힌 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힘들겠지만, 자신의 세계관을 일반화할수 없는 이유를 이해하기 되면, 자기 주장을 정책화하려는 고집은 한풀 꺾이지 않을까요. 아마도, 생물학자는 물리학자와 경제학자 중간 어딘가에 놓인 임무를 수행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글에서 인용하신 최재천 교수님께서 사회적 현상에 대해 여러 의견을 제안하시는 것처럼요.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
다음 글들도 쭉 따라서 읽어가겠습니다.

옳으신 지적입니다. 하지만 세계관을 형성한다라는 이유라면 물리학도 생물학과 마찬가지로 가장 선봉에 서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과거 지동설때에도 그랬고, 관성이 신의 권능에 의해 부여된다고 믿던 시대가 그랬습니다. 물리학은 뉴튼 이후로 신을 그 분야에서 끌어내리는 데에 성공했을 뿐입니다.그리고 현재의 양자역학도 그것이 갖는 불확정성의 논리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고 어떤한 주장에까지도 이릅니다. 결정론적 세계관과 비결정론적 세계관, 이들은 상대론과 양자론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부딪히게되는 하나의 '운명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물리학이야말로 세계관을 형성하는 사회적 수요가 큰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물리학에서 사람들이 가져오는 세계관은 과학자가 제시하는 어느정도의 개연성 내에서 이루어집니다. 여전히 지구는 평평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세계관을 관철시키는 사람과,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세상에 전자라는게 어디있냐 휴대폰은 신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도, "물리학에 모두가 견해를 가질수 밖에 없지"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반면에 진화생물학에서는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저는 이렇게 물리학과 생물학의 비대칭적인 면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물학에는 최소한의 과학적 개연성을 갖추지 않은채, 주장만이 존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 개인이 어떠한 견해를 갖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물리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사상의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같은 견해는 결코 과학이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영역을 침범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의 견해와 싸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도킨스 같은 생물학자들에게 살해 협박 편지를 보내지도 않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실제로 바라는 것은, 다른 댓글에도 썼지만, 과학에 대해서 '모르면 입다물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학이 좀더 대중화되어서 사람들이 어느정도 지식을 갖고, 이제 막 새로이 등장한 증거와 가설들 사이에서 대화를 나누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말씀하신 일반 사람들의 견해라는 것이 21세기적 지식위에 기반해야 건설적인 대화가 되지 않겠습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제가 쓰는 과학 에세이도, 어떤 과학적 사실에서 제 의견을 덧대고 있는 형식이 많습니다. 저도 비전공자로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최근의 종예외주의는 생물학자들의 견해와 이론들에서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을 끌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창조론자와 다른 것이 있다면, 저는 제 견해를 형성하기 위해 최근의 인용수가 많은 논문을 검색해보고, 읽고 이해하고 견해를 수정하고 논리를 세워보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입니다. 모쪼록 생물학자들이 그 말씀하신 임무를 다하여 뉴튼이 했던 것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신을 끌어내릴 수 있도록 바랄 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과학'의 역사가 길어지고 그것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확장된다하여도 진화론은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바와 같이 진화론 논쟁은 종교가 만든 정치화된 구도이며, 이것은 (어찌보면) 종교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과학의 역사가 종교의 역사만큼이나 길어지는 시점쯤에나 이런 논쟁이 멈추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래 음모론이 흥미를 끈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오랫동안 논쟁이 지속될 듯합니다. 얼토당토 않는 소리로 취급되는 지구평평설도 아직 잔존 세력이 남아 있으니 말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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