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당][인물] 버드와이저의 아버지, 아돌푸스 부시(Adolphus Busch)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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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와이저만큼이나 미국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있을까요? 버드와이저라는 브랜드를 떠올리면 황야, 카우보이, 슈퍼볼 같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실제로 미국의 3대 기호 식품으로는 말보로, 코카콜라 그리고 버드와이저가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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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버드와이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의외의 인물과 마주하게 됩니다.

아돌푸스 부시(Adolphus Busch, 1839 – 1913)

버드와이저의 창립자는 프로이센 헤세(Hesse) 출신의 독일계인 아돌푸스 부시(Adolphus Busch)입니다. 버드와이저의 첫 번째 반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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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돌푸스 부시(Adolphus Busch, 1839 – 1913)

부시는 1839년 헤세 대공국의 마인츠 (Mainz) 지역의 부유한 양조장 용품 사업자의 22명의 아이 중 21번째로 태어났습니다. 아무리 부유해도 형제가 너무나도 많기에 부시는 자신의 살 길을 개척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1857년, 18세의 어린 나이에 세 형제와 함께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로 이민을 떠납니다. 그 당시 세인트 루이스는 독일 이민자들의 고향이었습니다.


▲ '고생 끝에 창조된'(Born the Hard Way)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2018년 슈퍼볼 광고. 아돌푸스 부시의 이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인트 루이스에 정착한 부시는 여러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다가 남북전쟁의 연합군으로 복무하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 과정에서 약간의 유산을 받게 됩니다. (21번째 까지 유산이 돌아가는 부유함)

유산은 받은 그는 양조 설비 유통회사를 세웁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아버지의 유업을 미국에서 물려받은 겁니다. 그의 유통 회사는 세인트 루이스의 3개 양조장에 양조 설비를 공급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 양조장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에버하르트 앤호이저(Eberhard Anheuser)가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에버하르트 앤호이저(Eberhard Anheuser, 1806-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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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버하르트 앤호이저(Eberhard Anheuser, 1806-1880)

훗날, 앤호이저 부시 사의 공동 창업자가 됩니다. 앤호이저는 원래 비누나 양초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던 독일계 미국인이었습니다. 공동 창업자 또한 독일인이라는 것이 두번 째 반전입니다. 1860년 자신이 채권을 가지고 있던 Bavarian Brewery Company라는 양조장이 망해가자 이를 인수합니다. 그리곤 이름을 Eberhard Anheuser and Company로 바꾸지요. 하지만 양조 사업은 신통치 않았나 봅니다. 맥주 맛이 형편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즈음, 젊은 청년 사업가 아돌푸스 부시를 눈여겨본 앤호이저는 1861년 그의 딸 릴리(Lilly)를 그와 결혼시킵니다.

필스너의 광풍

유럽은 그즈음 필스너의 광풍이 붑니다. 황금빛 라거가 전 유럽을 휩쓸면서 체코는 라거 맥주의 종주국이 됩니다.
필스너의 탄생

맥주 양조 사업이 잘되지 않던 앤하이저, 부시 일가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화를 모색합니다.

버드와이저의 탄생

1876년 아돌푸스 부시의 친구이자 주류 수입업자인 카를 콘래드(Carl Conrad)는 보헤미안 지방을 여행하다가 수도원에서 기가 막힌 맥주를 맛보게 됩니다. 그 맥주가 바로 체스케부데요비체(České Budějovice)라는 체코 지방의 맥주입니다. 체스케부데비요체는 독일어로 부드바이스(Budweis)입니다. 콘래드는 이 맥주의 레시피를 구해왔고, 부시는 Budweiser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이 맥주는 미국 전역에 광풍을 일으키게 됩니다. 상당히 미국적인 브랜드 이미지인 버드와이저가 사실은 체코 맥주가 기원이었다는 것이 세 번째 반전입니다.

버드와이저의 성공 요인

버드와이저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물론 맥주 맛이 맛있어야 하겠지만 부시의 획기적인 사업 전략과 마케팅 전략이 없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레시피를 구해오다.
버드와이저의 레시피를 구해온 건 콘래드였습니다만, 이를 구현한 건 부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레시피를 완성하다.
미국의 보리는 여섯 줄 보리입니다. 맥주를 만들기 적합하지 않은 여섯 줄 보리를 가지고 맥주를 완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옥수수 전분을 넣은 미국식 부가물 맥주(American Adjunct Lager) 공식이 탄생하게 됩니다.

맥주의 구성요소 / 보리

미국식 부가물 맥주는 위의 포스팅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값이 싸고, 가볍게 마시기 좋은 대중적인 맥주이며 이는 맥주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해 줍니다. 맥주의 저변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병에 담아 맥주를 판매하다.
이 시절에 맥주를 마시려면 바에 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맥주를 판매하는 것은 양조장에서 만들어 바에 납품하고 사람들은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미국에 가정용 냉장고가 보급되고 유리병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부시는 1876년부터 맥주를 병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유리병의 가격이 이 당시에는 유리병 제조 비용이 무척이나 비쌌으며, 공병 회수가 이러한 사업의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얼리어댑터 같은 시도에 큰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냉장 유통을 시작하다.
냉장 유통은 콜드 체인이라고 해서 변질이 쉬운 농축 수산물을 유통하기 위해서 유통 전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물류 체계입니다. 이런 콜드 체인을 가능케 하려면, 냉장 설비와 냉장 시설을 갖춘 운반 차량이 필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유에 콜드 체인을 적용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맥주는 콜드 체인이 아닌 상온 트럭에 실어서 옮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걸 맥주에 처음 적용합니다. 물론 완전한 콜드 체인은 아니지만, 맥주 운송을 위한 전용 기차를 편성하고, 각 지역마다 얼음 창고를 세워 콜드 체인 시스템을 만들어 냅니다. 이를 기반으로 소유한 미국 전역의 호텔에 신선한 맥주를 공급합니다.

금주령을 비껴가다.
아시다시피 이후 1920년부터 1933년은 미국에 금주령이 내린 금주의 시대입니다. 이 기간 동안 모든 양조장은 전멸하다시피 했습니다. 이때 버드와이저는 무알콜 맥주를 만들며 근근이 버텨 갑니다. 위스키 고도수라서 무알콜을 만들기 힘들지만, 맥주는 위스키에 비해 쉽습니다. 또한, 아이스크림, 진저 에일, 콘 시럽 등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갑니다. 금주령이 끝나자, 살아남은 양조장이 거의 없어진 대신, 이는 곧 버드와이저에게 큰 기회가 됩니다. 금주령이 끝나는 시기에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양조회사는 버드와이저가 유일하게 됩니다.

마케팅에 올인하다.
버드와이저는 마케팅에 참 많은 투자를 합니다. 1953년 아돌푸스 부시의 손자인 거시 부시는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를 사들였죠. 경기장을 버드와이저 광고판으로 도배했고, 이 당시 TV로 시청하던 모든 시청자들이 이 광고를 목격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버드와이저는 애국심 마케팅,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미국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매해 1억 명 이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미국 미식축구(NFL) 플레이오프 결승전 슈퍼볼은 어떤 광고가 나올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30초짜리 광고가 53억 원가량하지요. 어떤 브랜드가 가장 핫한가를 겨루는 또 다른 시합입니다. 이 슈퍼볼 광고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버드와이저 광고입니다. 매해 슈퍼볼 광고를 하며 미국의 소비자,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소비자에게 버드와이저라는 브랜드 가치를 심고 있습니다. 포브스 선정 2017년 브랜드 가치 22위입니다.

기업으로서의 성장

1879년 앤호이저(장인)와 부시(사위)의 이름을 따서 시작한 앤호이저 부시(Anheuser-Busch) 양조장은 2008년 인베브사와 합병하여 AB인베브(AB-InBev)라는 초 거대 공룡 기업으로 탄생합니다. 물론 인베브에 합병되기는 했지만 미국인의 정서를 고려하여 AB를 먼저 쓰게 됩니다.

A : 앤호이저(Anheuser)의 약자입니다.
B : 부시(Busch)의 약자입니다.
in : 스텔라 아르투아로 유명한 Interbrew라는 벨기에 맥주회사의 약자입니다.
Bev : Ambev라는 브라질 맥주 회사의 약자입니다.

AB인베브는 현재 세계 맥주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OB맥주도 2001년 인베브에 합병되어 현재 AB인베브 소속입니다.

마치며

독일인 이민자가 독일인 장인과 함께 세운 맥주회사가 체코 맥주를 흉내 내어 전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를 만들다.

부시와 버드와이저의 역사를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이민자의 노고, 설움, 그리고 극복하는 스토리에 미국에서 그토록 부르짖던 개척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트럼프 정권에서 내세우는 반이민 정책에 대해 버드와이저는 자신의 기원이 독일인 이민자였다는 사실을 1억 명이 시청하는 슈퍼볼 광고로 드러냅니다.

현대의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브랜드에 담겨있는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존중하고 가치를 소비하는 것, 이것이 현대의 브랜드 가치를 소비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버드와이저는 우리에게 크나 큰 브랜드 가치를 선사합니다.

단순한 음료가 아닌, 즐길 수 있는 것, 스포츠와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는 맥주, 버드와이저의 마리아주(음식 궁합)는 음식이 아니라 스포츠인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으신가요? 버드와이저와 함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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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othy.kim 님이 제공해 주신 캘리그래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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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좋아하는 버드와이저라, 반가와서 님의 글을 처음 읽게 됐습니다. 나머지. 맥주 이야기도 팔로우하고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팔로우합니다~!

버드와이져를 이제좀더 잘알고마실수 있게되었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버드와이저에 관해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었군요! :) 재밌게 읽은 감사의 표시로 보팅과 팔로잉 누르고 갑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 합니다~

와 이렇게 좋은 블로그가 팔로우하고 갑니다.

반가워요. 팔로우 합니다. ㅋ

이 블로그보고 오늘 술약속 잡았네요
핑계인가? ㅎ 수고하세요

ㅋㅋㅋ 살짝(?)만 드세요. 날씨가 좋네요.

매가당님 오랜만이에요!! 맥주 마실 때 마다 생각나곤 합니당 ㅋㅋ

독일인이 체코스타일로 만든 미국 맥주네요! 어디가서 아는척하기 좋은 지식 +1 됐습니당ㅋㅋ 슈퍼볼 광고 영상 넋놓고 봤어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분위기의 영상이라 영화화됐으면 좋겠단 생각하며.. +_+

맥아당님 게시물은 퀄리티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하고 또 엄청난 정성을 들인 글인게 누가봐도 한 눈에 보일거에요!! 그러므로 리스팀!!

그리구요

팔로우 이벤트 참여되셔서 풀보팅&감사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 D

엇 이벤트 감사합니다!
저도 다른 분들에게 댓글을 달아보면 참 장문으로 댓글을 다는 것은 어지간한 정성이 아니면 힘든 것 같은데 이렇게나 장문의 댓글을 달아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ㅋ

유명한 인물들은 영화화되곤하는데 패션 쪽 같이 뭔가 화려한 직업이 아니다보니 맥주 쪽은 영화화가 잘 되지 않나봅니다. ㅋ

사실 글은 며칠에 한번 올리곤 하지만 임시 저장을 통해 매일 쓰고는 있답니다. 앞으로도 꾸준글 올릴테니 많이 읽어 주세요.=)

단순하게 개운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역사가 있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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