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당][시음기]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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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 성에서 마셨던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여행지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은 평생의 기억으로 갑니다.
일례로 Sakara Gold라는 이집트 맥주가 있습니다. 냉정하게 따진다면 이 맥주는 CASS급의 맥주입니다. 스타일도 같고요. 하지만 그 술 구하기 어려운 무슬림 국가에서 더운 날 땀 삐질삐질 나서 너무나도 갈증 날 때 이 맥주를 마셨다면 이 맥주는 인생 맥주가 됩니다.

음식과 음료는 어디서, 어느 때, 어느 상황에, 누구와 마셨는지 그 상황이 사실은 제일 중요합니다. 저는 체코 여행 때 프라하 성에서 마신 필스너 우르켈이 제일 기억에 납니다.

밀코(Mlíko)

필스너 우르켈을 찬양(?) 하기에 앞서 디스를 우선 해보겠습니다. 어느 수제 맥주집에 갔는데 맥주가 이렇게 나온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뭐 따위 가게가 다 있어! 하면서 문을 박차고 나가겠죠. 우리나라에서 후배가 거품 가득 따르면 따스한 다독임죽빵이 날아올 수 있습니다. "선배님! 거품의 부드러움을 느껴보시라고 일부러 거품을 많이 드린 겁니다."라고 아무리 변명을 해봐도 우리나라에서는 선배를 납득시킬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맥주 거품은 혐오의 대상입니다. 거품이 맥주의 꽃이라는 건 다들 동감하지만 왜 이리도 거품을 싫어하는지는 참 미스터리 합니다. 거품을 많이 따르면 맥주도 못 따른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체코에서는 좀 다릅니다. 어찌나 거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지, 거품만 마시는 서빙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이 사진인데요. 밀코(Mlíko)라고 합니다. 우유처럼 부드러운 거품을 느껴보라는 것이지요. 마셔보면 알겠지만 거품밖에 없습니다. 참 우리가 보기엔 괴랄(?)한 서빙 방식입니다.

2014년 이태원에 필스너 우르켈 팝업 스토어가 생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 매장에서 밀코를 판매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무도 주문을 하지 않자, 일반 맥주를 하나 받으면 1+1으로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죠.

체코에 가시면 딱 한 번만 드셔 보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목숨을 보전하는 팁을 드리자면, 맥주 거품을 왕창 따랐을 때는 "선배님! 체코 맥주 중에 필스너 우르켈이라고 있는데 거기에 밀코라는 방식이 있습니다..." 로 운을 떼어 위기를 모면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츠 홉(Saaz hop)

필스너 우르켈에 사용하는 홉입니다. 사츠(Saaz) 홉은 체코의 도시 자텍(Žatec)에서 유래된 홉입니다.

홉은 맥주에 있어 맛(Aroma)과 향(Flavor)을 내는데 필요한 중요한 재료입니다. 다른 라거와는 달리 필스너 우르켈은 상당히 쓴데, 이 사츠 홉이 다른 홉에 비해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노블 홉(Noble Hop)

홉에 왕후장상의 홉이 따로 있겠습니까만은 사츠 홉에는 Noble hop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고귀한 홉이라는 의미지만, 꼭 고귀한 것만은 아니고 고품질 또는 맥주 만들기 적합한 홉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노블 홉은 5가지 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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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텔프뤼(Hallertauer Mittelfrüh) : 독일 할러타우 지역
  2. 슈팔트(Spalter Spalt) : 독일 슈팔트 지역
  3. 테트낭(Tettnanger Tettnang) : 독일 테트낭 지역
  4. 사츠(Czech Saaz) : 체코의 자텍(Žatec) 지역
  5. 헤르스부르크(Hersbrucker Hersbruck) : 독일 헤르스부르크 지역

유일하게 사츠만 체코 산입니다. 체코의 자랑이죠. 우리나라 맥주 가운데 한정판으로 사츠 홉을 쓴 맥주가 있었는데... 홉만 좋아도 안된다는 멋진 사례를 남겨 주었습니다.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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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게도 머그잔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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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전용잔 가운데 가장 깨지기 쉬운 잔입니다.

거품이 매우 풍성합니다. 강한 탄산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빛깔은 황금색 필스너의 정석입니다.
향이 참 라거치고 향긋합니다.
맛은 보기보다 매우 씁니다. 쌉싸래한 맛입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입안의 느끼함을 깔끔히 날려줘서 피자나 파스타, 타파스 같은 음식에 매우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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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함은 여름에 마시기 제격입니다.
목 넘김은 매우 깔끔합니다.
4캔 만원에 오리지널 필스너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대단한 행운입니다.

스타일: 체코 필스너(Czech Pilsner) 또는 보헤미안 필스너
분류 : 하면 발효(Lager)
도수 : 4.40%
가격 :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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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만원 맥주에서 늘 후순위로 밀렸던 필스너 우르켈인데 다음번엔 도전해봐야겠네요 ㅋ 저는 4개 만원에는 늘 Heineken, Grolsch에 손이 먼저 가더라고요. 마트에서 살 때는 Estrella Damm도 무척 좋아합니다! 다음번엔 이들 맥주에 대한 시음&평가도 부탁드려요!

하이네켄과 그롤쉬도 참 좋은 맥주에요. 네덜란드 맥주 좋아하시는군요. 에스트렐라 담도 조만간 포스팅할게요. 스페인은 참 맥주 불모지인데 이 맥주 괜찮죠. 기대해 주세요~

옙!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저의 4캔은 보통 필스너,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기네스를 고정하고 나머지 하나를 기분에 따라 결정합니다. 크로넨버그 블랑이나 새로나온 맥주나... 그롤쉬는 종종 선택하지만 코젤은 딱히 선호하지 않구요

신이 '네 인생에서 하나의 맥주만 마실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느냐?'라고 묻는다면, 결국 필스너우르켈입니다, 저에겐ㅎㅎ

나름 여러 맥주를 마셔 보았고 감탄한 순간들도 많았지만, 돌고 돌아 결국 가장 맛있는 클래식! 필스너 우르켈만한 게 또 없는 것 같습니다. 구수함, 쌉쌀함, 특징적인 꿀 향기, 조금 세면서도 적절한 탄산, 부드러운 거품의 감촉 등이 캬 역시 오리지날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엇! 제가 며칠째 생각하던 주제에요. 깜짝놀랐네요... 제 인생에서 하나의 맥주만 마실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느냐? 라는 질문이죠. 그렇지 않아도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사실은 필스너 우르켈은 아닙니다.;;; 물론 필스너 우르켈도 참 좋아하고 많이 마셨지만요.

쌉싸래한 맛을 좋아하지만 필스너 우르켈은 조금 과한 부분이 있어서 데일리 비어로는 밀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조만간 제가 가장 많이 마신 그 맥주를 포스팅할 게요.

맥주에 거품이 없으면 전 별로던데요? ㅋㅋ

좋은 자세이십니다! 전문적으로 맥주에는 1인치 두께의 거품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전 콜라도 거품을 좋아합니다 ㅋㅋ

콜라는 몸에 해로워요~ 조금만 드세요~ 건강한 순수 보리 음료~ 맥주를 드시기 바랍니다. ㅋ

맥주는 다음날 너무 힘들어서요 콜라는 힘들지 않는데 말이죠 ㅋㅋ

제 사랑 필스너..!! ㅋㅋㅋ
묵직한 전용 머그잔은 제가 프라하에서 직접 공수해왔을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가방에 넣고 들고오느라 진땀 뺏네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체코 맥주는 스타로프라멘 입니당!ㅎㅎ)

거품....맥주 거품은 생명이죠!
요즘 한국도 크래프트 비어집 생기고...일반 기성제품들도 상향 평준화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거품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길 ㅠ
반쯤 맥주 따라내고, 남은 것은 막 흔들어서 거품 낸 다음 컵에 따라 마시는 행복이란....생각만 해도 좋네요!!

ㅎㅎㅎ 스타로프라멘! 프라하의 맥주지요. 머그잔 가지고 오시느라 힘드셨겠네요. 근데 머그잔이 두꺼워서 깨질 걱정은 없으셨을 거에요. 전 저 얇은 고블릿 잔을 직거래하기 위해 왕복 4시간을 달렸지요. 저런 깨지기 쉬운 잔은 택배 거래도 안됩니다. =)

수건으로 동동싸매고, 완충제 넣어서 백팩에 메고 가져왔습니다ㅋㅋ 2개나 가져오는데...부피와 무게가 상당해서 고생 좀 했어요 ^^; 007을 방불케하는 수준이었죠. 그래도 넘 좋습니다!

그러고보니 얇은 잔도 만만찮은 노력을 들여야 가져올 수 있겠군요. 우리의 소중한 잔들..! 핳

그래도 뿌듯하셨겠어요. 다음에는 맥주로 채울 수 있는 수집욕구에 대해서도 다루어 보겠습니다. ㅋ

짱짱맨은 스티밋이 좋아요^^ 즐거운 스티밋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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