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당][맥주 이야기] 맥주의 구성요소 / 부가물과 첨가물

in #busy6 years ago

마지막으로 맥주의 첨가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을 끝으로 구성요소는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첨가물이라고 하면 보통 인위적으로 첨가하는 식품첨가물(감미료, 산미료, 방부제, 색소 등등)을 떠올리겠지만, 그런 건 전통적인 맥주 양조 방식에서는 넣지 않는 것들이니 나중에 필요하면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맥주에 들어가는 첨가물을 영어로는 Adjunct와 Additives로 구분합니다. 둘 다 번역하면 부가물, 첨가물로 유사한 말이 되는데, 저는 Adjunct를 부가물, Additives을 첨가물로 표현하도록 하겠습니다.

부가물(Adjunct) vs. 첨가물(Additives)

부가물과 첨가물을 구분하는 이유는 재료가 맥주 제조에 있어 당분을 공급하기 위해 넣는 것인지를 구분하기 위함입니다. 다시 말해서, 맥주 만들 때 맥아 대신 당을 보충하기 위해서 넣는 재료를 부가물(Adjunct)이라고 하고, 당분보다는 향(Aroma)나 풍미(Flavor)를 위해서 넣는 재료를 첨가물(Additives)이라고 합니다.

부가물(Adjunct)

제가 맥주를 포스팅할 때 스타일을 미국식 부가물 라거(American Adjunct Lager)라고 표시한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말은 어렵지만, 우리가 아는 익숙한 국내/수입 라거들은 미국식 부가물 라거입니다.

버드와이저, 코로나, 밀러, 칭다오, 버드 아이스, 타이거 비어, 에스트렐라 담, 창 비어, 산 미구엘, 슈퍼 복, 카스 프레쉬, 오비 라거, 포엑스, 빅토리아 비터, 하이트 프라임...

어떤가요? 그냥 우리가 맥주라고 떠올리는 맥주, 어린 시절 친구들과 몰래 마시던 맥주가 모두 미국식 부가물 라거죠.

그럼 맥주에 당분을 보충하기 위해 넣는 부가물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탄수화물이 들어 있는 곡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탄수화물이 당으로 바뀌니까요. 대표적인 부가물은 옥수수, 쌀, 보리, 귀리(오트밀)입니다.





▲ 옥수수, 쌀, 보리, 귀리(오트밀)

옥수수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미국식 부가물 라거에 들어갑니다. 미국이 옥수수 재배를 어마어마하게 하거든요. 은 아시아 지역의 라거에 많이 들어갑니다. 칭다오 맥주와 아사히 슈퍼 드라이에 쌀이 들어지요. 아시아는 쌀이 많이 나니까요. 귀리(오트밀)는 스타우트에 많이 들어갑니다. 영국이나 아일랜드 맥주에 흔히 들어갑니다. 그런데 보리도 부가물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보리는 싹튼 보리인 맥아가 아닌, 실제 보리가 들어갑니다. 그것도 맥주 보리가 아닌 쌀보리(6줄 보리)를 넣기도 합니다.

부가물을 넣는 이유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당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실제 이유는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입니다. 비싼 보리 대신 싸고 흔한 곡물을 넣음으로써 생산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지요. 라거 캔맥주 하나에 3~4천 원하면 살 때마다 고민이 들겠지요.

또한, 단가 이외에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가물을 넣을 경우의 장점

1. 도수가 낮아져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
소주도 도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죠. 술은 도수가 낮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마시게 됩니다.

2. 향이나 풍미가 옅어진다.
술을 부담 없이 벌컥벌컥 마실 수 있습니다. 복 맥주나 IPA의 경우 홀짝홀짝 마셔야 하지만, 부가물 라거는 벌컥벌컥 마실 수 있습니다.

3. 드라이해진다.
맥주 안에 잔당이 남지 않아 뒷맛이 개운 해지지요. 청량감이 좋아집니다.

4. 음식 궁합(푸드 페어링)이 쉽습니다.
향이나 풍미가 적으면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술만 마시지는 않죠. 안주를 곁들이게 마련입니다. 이때, 향이나 풍미가 강한 술은 페어링이 참 어렵습니다. 와인도 대표적으로 페어링이 어려운 술이고요.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맵고 짠 음식이 많은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음식과 곁들일 술로 무색무취 무향의 술인 소주나, 밍밍한 라거가 인기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5. 맥주의 품질이 균일해집니다.
원래 맥주가 균일한 품질을 보장하는 술이지만, 부가물이 첨가될수록 공정에 변수가 줄어듭니다. 우리나라 맥주의 장점 중에 하나가 언제 어느 때 생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품질을 보장한다는 점입니다.

부가물을 넣을 경우의 단점

단점은 없나요? 있습니다. 맥주가 밍밍해진다는 겁니다. 맥주는 보리 향이 구수하게 나야하는데, 보리를 덜 넣으니 보리 향이 구수하게 날 리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맥주가 밍밍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 맥주 스타일의 대부분이 미국식 부가물 라거이기 때문입니다. 밍밍한 맥주가 싫다면 뒷면 첨가물 표기에 쌀, 옥수수가 적혀 있는 맥주를 피하면 됩니다.

첨가물(Additives)

맥주 순수령을 보면 맥주에 물, 보리, 홉 (그리고 효모) 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독일의 이야기고요. 독일 이외의 지역, 특히 벨기에에서는 각종 첨가물을 넣고 맥주를 만듭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다양한 맥주가 만들어지고 있지요.

부가물과 달리 첨가물은 맥주에 독특한 향과 풍미를 불어넣기 위해 넣습니다. 대표적인 첨가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고수는 쌀국수에 들어가는 향풀로 호불호가 갈리는 재료지요. 그래서 그런지 맥주에 들어간다면 놀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고수 씨앗(coriander seed)은 향풀만큼 향이 강하지 않고 레몬 향과 가까운 산뜻한 향이 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호가든에 고수 씨앗이 들어갑니다.


오렌지 껍질(Orange peel)은 시트러스 한 향을 위해서 넣는 첨가물이고요. 호가든 같은 벨기에식 밀맥주(Witbier)나 시트러스 한 향이 강조되는 페일 에일에 많이 넣습니다.


초콜릿은 스타우트에 많이 들어가고요. 초콜릿을 넣은 스타우트는 초콜릿 스타우트라고 부릅니다.


커피도 로스팅 한 맛을 내기 위해 스타우트에 들어가고 이 또한 커피 스타우트라고 부릅니다. 어차피 끓이는 과정 중에 들어가서 초콜릿 향은 많이 날아가지만, 커피는 향이 많이 남게 되어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건포도는 캘리포니아가 유명하죠. 캘리포니아 출신 맥주 중에 건포도를 넣은 맥주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리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고, 건포도의 향이 잘 나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체리는 와인향이 나는 맥주나 랑비크(Lambic)의 텁텁한 맛을 감추기 위해서 많이 사용됩니다. 개인적으로 건포도, 체리 같은 과일 첨가물은 잘못 만들었다가는 감기약 같은 맛이 나기 일쑤라서 저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세종(saison) 같은 에일은 꽃향기를 증폭시키기 위해서 라벤더백합같은 진짜 꽃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강은 진저 비어(Ginger Beer) 류에 많이 들어갑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마시면 효과가 있으려나요?

부가물과 첨가물

한 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네요.

부가물은 맥아를 적게 넣고, 그로 인해 적어진 당분을 대체하기 위해 넣는 것, 첨가물은 그냥 만들기는 심심하니까 이것저것 넣어 보는 것.

맥주 순수령을 21세기에도 지켜내던 독일에서는 부가물이나 첨가물을 넣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있습니다. 맥주에 장난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맥주의 깊은 맛을 살려내고 유지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다양성과 재미를 잃어버렸지요.

벨기에는 맥주에 넣으면 좋은 것들을 많이 발굴해 냈기에 더욱 다양한 맥주를 만들어 내었지요. 현재는 미국이 크래프트 비어 씬에서는 독보적인데요. 미국은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마이크로 브루어리들이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넣을 수 없는 부가물과 첨가물을 넣어 맥주를 만들어 냈고, "어? 신기한데 다신 먹지 말아야지..." 급의 재미있는 맥주들도 많이 만들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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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맛 맥주, 밸러스트 포인트 인드라 쿠닌드라(Ballast Point Indra Kunindra) 라마스떼~! 커민이 들어가 있어 비위가 약한 사람은 구토할 수 있습니다.

맛있는 맥주도 자주 먹으면 질리게 마련입니다. 부가물과 첨가물이 들어간 맥주는 맥주를 골라 마실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큽니다.

앞으로 어떤 첨가물과 부가물을 넣은 맥주가 나올까요? 우리나라도 최근에 다시 자가 양조 열풍이 일고 있는데요. 저는 우리나라에 맞는 첨가물 맥주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주 감귤 +깻잎 밀맥주라든가, 조청 스타우트라든가, 청양고추 IPA 같은 맥주가 나오면 먹어보고 싶네요.

이 글을 끝으로 맥주의 구성요소 포스팅을 마치도록 할게요. 다음부터는 맥주의 스타일에 대해서 다루어 볼 예정입니다. 우린 에일과 라거의 차이를 배웠잖아요? 이제 에일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라거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라거도 아니고 에일 아닌 맥주는 뭐가 있는지, 밀맥주 중에 헤페 바이젠과 Witbier의 차이가 뭔지, 와인 같은 맥주의 정체는 뭔지, 샴페인 같은 맥주는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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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othy.kim 님이 제공해 주신 캘리그래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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