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당][맥주 이야기] 맥주의 구성요소 / 홉

in #busy6 years ago

이제 드디어 홉의 이야기를 해 볼게요.

홉이란?


▲ 홉(Hop)

홉(Hop)은 삼과의 식물로 그 꽃봉오리가 맥주에 사용됩니다.


▲ 힐데가르트 폰 빙엔(Hildegard von Bingen)

맥주에 언제부터 홉을 넣게 되었을까요? 확실한 시작은 알 수 없지만, 1150년 빙엔의 힐데가르트 수녀원장이 홉을 맥주에 넣었을 때의 효능에 대해 글을 남긴 것을 시초로 보고 있어요. 참고로, 이 힐데가르트 수녀원장은 엄청난 사람이었습니다. 위키백과에서는 그녀를 수녀, 예술가, 작가, 카운슬러, 언어학자, 자연학자, 과학자, 철학자, 의사, 약초 학자, 시인, 운동가, 예언자, 최초의 여성 작곡가로 정의할 정도지요.

홉 이전에는?

그럼 홉을 넣기 전에는 어떤 걸 사용했을까요? 홉을 넣기 전에는 온갖 약초를 섞은 그루트(Gruyt)라는 향신료를 사용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약초를 섞었기 때문에 조합은 제각각이었지요. 하지만 홉의 효능이 발견된 이후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 이 그루트 아님;;;

홉을 넣는 이유

1. 맥주에 향과 풍미를 주니까...
맥주에 향(Aroma)과 풍미(Flavor)를 줍니다.

2. 그냥 마시기엔 너무 달아서
홉을 왜 넣을까요? 쓴데 말이죠. 그런데 홉이 들어가지 않으면 맥주는 무척이나 달답니다. 발효 중에 맥아의 당분이 알코올이 되더라도 남아 있는 잔당 때문에 몹시 단 음료가 됩니다. 맥콜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 음료는 금방 질려서 많이 마시기 힘들어요. 적당히 쓴맛은 단맛을 상쇄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3. 썩지 않게 해준다!?
방부제인가요? 방부제랍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죠!

향(Aroma) Vs. 풍미(Flavor)

향(아로마)은 단순한 향을 의미하고 풍미란 맛과 향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쉽게 말해 마시기 전에 나는 것을 이라고 하고, 한 모금 마셨을 때 나는 맛과 향을 풍미라고 합니다.

우리의 코는 하나지만 향이 올라오는 통로는 두 군데입니다. 콧구멍이 두 개라서 두 개 아니냐고요?;; 그게 아니라 코에 있는 후각 신경으로 오는 통로는 콧구멍을 통하는 길과, 입에서 목으로 올라와서 코로 돌아 나오는 통로로 두 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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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숨(orthonasal)과 날숨(retronasal) 후각(olfaction)

그런데 말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후각세포는 우리 콧구멍 아주 깊숙한 곳에 있어요. 그래서 코로 킁카킁카 냄새를 맡는 것보다 입에서 목을 타고 넘어오는 음식의 향이 더욱 잘 느껴진다고 해요. 그리고 향은 들숨으로 느껴지는 거고, 풍미는 날숨으로 느껴진답니다. 거기다가 음식의 식감, 맛의 느낌까지 복합적으로 더해져서 음식이 가져다주는 향이 그냥 맡았을 때와 다르게 되지요. 그래서 풍미와 향은 구분 지어 이야기하곤 합니다.

전방위적인 홉의 역할

다시 맥주에 홉을 넣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그래프가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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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에 물을 붓고 끓인 것을 맥즙(Wort)이라고 합니다. 맥즙을 끓일 때 언제 홉을 넣으면 좋은지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끓는 맥즙에 홉을 넣으면 처음 5~8분에 아로마(향)가 나옵니다. 그다음 25분쯤 끓이면 풍미가 우러납니다. 그리고 60분쯤 되면 쓴맛이 올라옵니다.

오래 끓이면 향이나 아로마가 다 날아가고 쓴맛만 남게 되지요. 그래서 홉을 넣는 것은 반대로 적용합니다. 60분을 끓인다고 하면, 쓴맛을 낼 홉을 1차로 끓자마자 넣습니다. 그리고 25분 남았을 때 풍미용 홉을 2차로 넣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5~8분 남았을 때 아로마용 홉을 마저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로마, 풍미, 쓴맛이 모두 어우러진 맥주가 완성됩니다. 그래서 보통은 이렇게 아로마
용 홉, 풍미 용 홉, 비터링(쓴맛) 용 홉을 다른 종류로, 다른 양으로 투하합니다.

최근의 홉은 아로마용, 풍미용, 비터링용이 종류가 다릅니다. 아로마에 최적화된 홉 종류가 있고, 풍미에 최적화된 홉의 종류가 따로 있고, 비터링용에 최적화된 홉의 종이 따로 있습니다. 홉 안에 들어가 있는 성분의 함량이 서로 다릅니다. (성분까지 다루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넘어갑니다.)

물론 비터링 용의 홉을 아로마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해당 성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극히 비효율적이며, 이럴 경우 홉을 때려(?) 넣어야 합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지요.

또한, 아로마, 풍미, 비터링 모두 뛰어난 홉도 있습니다. 이러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홉은 하나의 종류만으로도 맥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맥주를 싱글 홉(Single Hop) 맥주라고 합니다.


▲ 미겔러(Mikkeller) 싱글 홉 시리즈 맥주

투입하는 홉의 양은 일반적인 맥주보다는 많이 들어갑니다만, 하나하나의 홉 향을 비교하기에는 싱글 홉 맥주만 한 게 없습니다.

풍미에 대한 보충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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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fivebladesbrewing

이 그림은 홉 종류별로 어떤 풍미가 있는지를 나타낸 도표입니다. HERBAL(허브의 풍미가 나는), CITRUS(오렌지 맛), FRUITY(과일 맛), FLORAL(꽃 향), SPICY(매콤한 맛, 후추 맛, 정향 맛, 얼얼한 맛, 알싸한 맛, 뭐든 강렬한 맛;), EVERGREEN(상콤한 풍미), EARTHY(흙 맛, 송이버섯 향, 트러플 향) 참 신기한 표현이 많지요?

향은 그 가짓수가 적은데, 풍미는 맛과 합쳐지니 되게 다양합니다. 어떤 맛이다라는 게 사람마다 느끼는 범위나 강도가 달라서 참 다양하고도 어렵습니다. 저도 시음 포스팅을 하면서 여러 가지 표현을 써보려고 하는데, 잘 표현이 안되네요.

방부효과

홉에는 쓴맛, 풍미, 향이에외도 중요한 효과가 있습니다. 바로 방부효과인데요. 맥주를 상하지 않게 해준답니다.

곧 포스팅을 할 텐데, 맥주 스타일 중에 IPA(인디언 페일 에일)이라는 엄청나게 쓴 맥주가 있습니다.


▲ Brewdog의 PUNK IPA

19세기 인도를 식민 지배하에 두고 있던 영국은 식민지인 인도로부터 많은 물자를 빼오곤 했어요. 하지만 영국에서 인도로 가는 배는 텅텅 비어 갈 뿐이었죠. 뭐라도 하나 팔아야 하는 영국으로써는 에일 맥주를 실어 보냈지만 적도를 두 번이나 지나는 긴 항해에 에일 맥주가 상하기 일쑤였습니다. 또한, 더운 인도에서 맥주는 쉽게 상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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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도를 두 번 지나는 코스, 적도를 지날 때마다 맥주 통은 끓어 오릅니다.

머리를 쓰던 끝에 잘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방부 효과가 있는 홉을 대량으로 첨가한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개발하게 된 것이지요. 이 시기의 IPA에는 물 100리터 당 1.2KG의 홉을 넣었다고 하네요. 막말로 들이부은 거지요. 일반 맥주의 6~7배나 되는 양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가 나중에 영국 내수 시장에도 풀리면서 인도식 옅은 에일이라는 뜻으로 IPA(India pale ale)라 불리게 됩니다. 그래서 사실 IPA는 인도 맥주가 아니라 영국 맥주입니다.

홉의 형태

물론 예전에는 홉을 말려서(hop leaf)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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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린 홉(leaf hop)

하지만, 말린 홉은 맥즙에 잘 우러나지 않고 동동 뜨기 때문에 수율이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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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렛 홉(pellet hop)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말린 잎을 갈아 뭉친 펠렛이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이 펠렛을 사용하면 맥즙에 잘 풀어지지요.

다만 홉을 넣지 않고 홉 추출물(hop extract)이라고 해서 홉에서 쓴 성분만 엑기스(진액)로 뽑아 넣는 맥주도 있습니다. 매운맛을 위해 고추를 넣는 것 대신 캡사이신을 넣는 것과 비슷합니다. 홉 추출물이라고 해서 딱히 나쁜 성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양조 시 간편하고 적은 양으로 효율적으로 양조할 수 있어서 요새 많이 선호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맥주 성분에 홉 추출물이라고 표기되어 있어도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 홉 추출물(hop extract)
▶ 출처 : http://www.bertusbrewery.com/2012/11/bulk-hop-extract.html

다음 편에는 구성요소 시리즈의 마지막인 효모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청동 거울을 구해서 좀 닦고 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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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런 좋은글 감사합니다
리스팀 팔로우 1$ 보팅 하고 갑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 합니다~

어쩐지 점점 알수록 더 어려워지네요 +_+ 하지만 너무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ㅎㅎ 꿀잼이에용

구성요소가 어려운 내용이 많지만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구성요소 부분이 맥주에 있어서는 뼈대가 되는 부분이라 다루지 않고는 다른 내용을 풀어갈 수가 없어서요~ 다음에 효모랑 첨가/부가물까지만 다루면 이번 시리즈도 끝입니다~ 그 다음에는 좀 더 쉬운 내용이 될 꺼에요~! 바짝 따라와 주세요 ㅋㅋ

잘 봤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 맥주죠

술을 잘 못하시나봐요? 그렇다면 맥주입니다! ㅋㅋ

잘 읽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언제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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