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D-1585]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42) – 축구를 통해 본 동유럽(II)steemCreated with 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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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하면 생각나는 인물은 아나톨리 비쇼베츠다. 비쇼베츠는 '88 서울 올림픽 축구에서 소련이 금메달을 땄을 당시 감독이었는데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한국 팀의 감독을 맡아 당해 아시안 게임에 참가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사령탑에 올랐던 비쇼베츠는 가나에 승리해 한국에 올림픽 사상 첫 승리를 안겨줬지만 이어 멕시코에 비기고 이탈리아에 패해 조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을 이룰 수 있었으나 종료 8분을 남겨두고 한 골을 먹는 바람에 1승1무1패로 대회를 마쳤다.

(대한민국 1: 0 가나 (골: 윤정환) 대한민국 0: 0 멕시코, 대한민국 1: 2 이탈리아 (골: 브랑카 2골, 이기형. 한국 후반 37분에 골 허용)

겉으로 보이는 성과는 미미했지만 당시 비쇼베츠는 선수 선발권, 작전권, 코칭 스태프 선임 등 모든 권한을 받아 대한축구협회의 '정치'에서 벗어난 첫 번째 대표팀 감독이었고 꼼꼼한 준비로 축구 팬들 사이에 좋은 평판을 받은 바 있다.

비쇼베츠는 원래 러시아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소련 대표팀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본향은 우크라이나다.

축구와 우크라이나를 연관지을 때 생각나는 두 번째는 유로 2012다. 이 대회를 주최한 우크라이나는 소련으로부터 독립해 살기 좋은 나라가 됐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국민통합에도 이 대회를 잘 활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기대와는 달랐다. 대회 유치를 원했던 우크라이나 도시들이 경쟁에서 밀려나자 불만을 쏟아냈고 심지어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폭탄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좋은 이미지를 심고자 이 대회를 유치했는데 오히려 ‘테러 위험 국가’라는 이미지를 심는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에는 또한 인권 문제가 있었는데 티모셴코 전 총리 석방을 주장한 독일과 프랑스가 대회 보이콧까지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허술안 치안과 인종 차별 문제도 불거져 상처뿐인 영광의 대회가 됐다.

우크라이나는 최고 스타 솁첸코를 앞세워 반전을 기대했지만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축구붐도 일어나지 않았고 막대한 비용 투자로인해 경제가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우크라이나는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고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 축구의 황금기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열렸던 즈음이다. 우크라이나는 월드컵 첫 출전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조별 예선을 2승1패로 통과한 우크라이나는 16강에서 승부차기로 승리해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해당 대회 우승팀이었던 이탈리아에 0:3으로 완패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FIFA 랭킹은 13위로 역대 최고로 높이 올라갔었다.

우크라이나는 역대 FIFA 평균 랭킹이 41위다.

우크라이나는 인종차별 문제로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축구도 발전하기 힘들 전망이다.

벨라루스

벨라루스는 FIFA 랭킹 70위권의 나라다. 아시아에 있으면 가끔 월드컵에도 나가겠지만 유럽에 있는 나라이기에 단 한 번도 월드컵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유로 본선에도 단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축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아이스하키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는 최근 국내 리그의 활성화를 노리면서 부흥을 꾀하고 있다. 벨라루스 프리미어리그의 디나모 브레스트는 아르헨티나의 스타 출신 디에고 마라도나를 회장으로 영입한 것. 마라도나는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후 카페이드 속에서 벨라루스에 입성했다.

마라도나의 입성과 비슷한 시기에 UEFA는 2018년 벨라루스의 ‘풀뿌리 축구 활동’을 개발에 나섰다. 이 ‘풀뿌리 활동’은 벨라루스 축구의 양적, 질적 성장을 꾀하는 1년 프로젝트다. 벨라루스 이밖에 도시 곳곳에 축구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어린이들이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선 벨라루스의 축구는 10년쯤 후에는 실효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벨라루스 축구하면 연관지을 수 있는 일화가 있는데 바로 벨라루스의 나멘 스타디움이 유대인들의 묘지 위에 세워진 것이다. 소련 통치를 받았던 벨라루스는 1953년 14,000명이 묻혀 있는 유대인 묘지에 14,000명 수용의 축구장을 만들어 후대에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출처: Soccer Stories: Anecdotes, Oddities, Lore, and Amazing Feats)

벨라루스에서는 80만 명의 유대인이 나치에 의해 죽임을 당한 바 있다.

에스토니아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중에서 그나마 가장 축구를 잘하는 나라다. FIFA 랭킹은 90위권. 인구수가 131만 명으로 수원시 인구보다 조금 더 많은 나라다.

에스토니아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유로 2012에 선전하며 파란을 일으킬 뻔했다. 당시 이탈리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북아일랜드, 페로제도와 한 조에 속했던 에스토니아는 조 2위로 최초의 본선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아일랜드에 아깝게 패했다.

당시 ‘절반의 성공’으로 에스토니아는 FIFA 랭킹 47위까지 치솟아 올랐다.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발틱 3국은 FIFA에 1920년대에 가입하고 발틱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열정이 높은 나라였지만 소련에 귀속하게 되면서 국제 무대와는 거리가 먼 나라가 됐고 선수들은 줄곧 소련팀의 일원으로 국제 대회에 모습을 보였다.

소련은 통치 기간에 에스토니아가 독립적으로 축구를 하지 못하게 했다. 이유는 국가주의가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일제 치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축구는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

라트비아

라트비아가 FIFA 랭킹에서 가장 높이 올라갔던 때는 2009년으로 45위였다. 그러나 이후로 계속 추락했고 2015년 이후에는 100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래도 발틱 국가 중에서 유로 본선에 출전한 유일한 국가가 라트비아다. 라트비아는 유로 2004에 플레이오프에서 터키를 누르고 본선에 진출했다. 당시 터키의 한 신문은 라트비아에 당한 충격 패배에 대해 ‘월드컵 3위에서 제3세계로’라는 다소 히스테리컬 제목을 달기도 했다. 라트비아에서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라트비아도 독립의 기간이었던 1920년대와 30년대에 축구가 활발한 나라였다. 하지만 소련 연방에 흡수된 후에 라트비아 축구는 암흑기를 맞았다.

리투아니아

농구는 엄청나게 잘하는 나라이지만 축구는 FIFA 랭킹 100위권 안팎이다. 2017년에는 149위까지 떨어진 바 있다.

월드컵 본선과 유로 본선에 단 한 번도 출전한 적이 없다.

하지만 가끔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선전해 충격을 던져준 적이 있었다. 유로 2004에서 독일과 1:1로 비겼고, 스코틀랜드전에서 승리를 거뒀던 리투아니아는 유로 2008에서는 이탈리아전에서 1:1 무승부를 이끌고 루마니아에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리투아니아에서 축구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한다. 국내 리그와 국대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최대 규모 축구경기장은 9,180명만 수용하는 아담한 크기다. 축구 팬들은 따라서 TV에서 EPL 보기를 즐기고 월드컵과 유럽선수권 보기를 좋아한다.

리투아니아는 축구 인기가 낮지만 과격 그룹인 ‘울트라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울트라스는 폭력적인 팬들로 국제 대회가 열리면 외국 팬들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몰도바

유럽 최빈국 중의 하나다. 루마니아와 거의 동질국이라고도 할 수 있고 한때 통일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였다. FIFA에 속한 211개국 중에 2018년 7월 현재 순위는 175위다. 2007년에는 57위까지 뛰어오른 적이 있지만 2014년 이후에는 줄곧 추락했다.

월드컵과 유로 본선에 단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 몰도바의 1인당 GDP는 4973달러다. 이는 아프리카의 콩고 공화국보다도 낮은 수치다.

[거꾸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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