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12]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20) – 축구를 통해 본 아이슬란드

in #kr6 years ago (edited)

아이슬란드가 축구를 잘하게 된 것은 거의 기적과 같다. 2016년 기준으로 인구가 33만4천 명인 나라이고 연평균 기온이 섭씨 7도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리그 수준도 낮고, 등록 선수도 3만5000명 수준이다. 물론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높은 수치이긴 하다. 하지만 등록 선수가 600만 명이 넘는 독일에 비하면 약 200분의1 정도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커녕 월드컵 예선전에도 참가하지 않았던 적이 5차례나 됐다.

아이슬란드가 어느 순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2014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선전을 펼쳤던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놀라운 성적으로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축구를 하기에는 척박한 아이슬란드 땅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나?

아이슬란드는 우선 추운 날씨를 극복하고자 실내 축구장을 건설했다. 그리고 지도자 양성을 열심히 했다. 좋은 지도자와 좋은 경기장이 있으니 축구 선수들이 급성장했다. 세미 프로리그를 운영했지만 유소년을 잘 키워냈기에 좋은 열매가 맺혔던 것이다. 이 유소년들을 ‘인도어 키즈’로 부른다. 즉 ‘실내경기장 꼬마들’이다.

이런 일은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능했다. 아이슬란드 축구 팬들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관전을 즐기고 심지어 EPL 경기 결과를 놓고 길거리에서 논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국내 시즌은 5월에서 9월까지로 짧지만 축구 팬들은 일년 내내 축구를 즐긴다.

아이슬란드의 특징은 축구를 직접하는 사람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 나이 때부터 전문적인 코치의 지도를 받는다. 6살짜리 꼬마도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기 때문에 등록 축구 선수의 수는 적어도 그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 네덜란드 언론인은 “대부분의 유럽 어린이들은 그정도로 어렸을 때는 아빠나 동네 아저씨의 비전문적인 지도를 받기 마련인데 아이슬란드는 다르다”라고 엄지 손가락을 올려세웠다.

아이슬란드의 성공 비결은 실내경기장과 국민 500명 당 한 명 꼴인 나라 곳곳에 배치된 600명의 전문 코치였던 것이다. 실내 경기장 시설이 좋지도 않고, 인조잔디로 깔려 있지만 접근성이 좋기에 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기에 좋았고 또한 전문 코칭을 받을 수 있기에 더더욱 환경이 최적이었던 것이다.

한국과 같이 축구 인프라가 여전히 척박한 환경의 나라가 배울만한 대목이다.

풋볼리스트의 한준 기자는 아이슬란드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유소년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슬란드가 먼저 주목한 것은 지도자 육성이다. 지도자 육성에 공을 들인 아이슬란드는 2004/2005시즌에 코치를 제외한 축구 감독만 327명이 등록되었는데, 최연소 감독은 만 16세였고, 최고령은 54세였다. 감독의 평균 연령은 32세. 이들 중 36.4%가 UEFA B 라이선스 보유자였다.

아이슬란드는 축구협회차원에서 지도자 교육에 공을 들였다. 이메일 등을 통해 손쉽게 최신 축구 지도 정보를 제공하고, 꾸준히 관리했다. 고령 감독의 경우 아이슬란드축구협회에서 재교육을 진행하고, 어린 지도자들은 UEFA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게 지원했다. 많은 수의 축구 지도자의 지도력이 발전했고, 많은 이들이 일찌감치 축구 지도자로 진로를 결정했다.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아이슬란드는 UEFA A 라이선스를 가진 지도자가 180명, B 라이선스를 보유한 지도자가 600여명으로 늘었다. 인구 500명 당 1명이 UEFA 지도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축구는 ‘굉장히 심각하게 하는 레저 스포츠’로 여겨진다. 즉 프로로서 뛰는 선수는 별로 없지만 아마추어나 세미 프로로 하더라도 진지하게 참여한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골키퍼가 영화 제작자인 나라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할도르손은 자신이 속한 국가대표팀 홍보영상을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

감독 헤이미르 할그림손은 치과의사이다. 아마추어 축구를 취미로 하다가 국가대표 감독까지 됐다. 한국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선수 시절 월드컵에 뛴 경험이 없이 월드컵 감독이 됐다고 욕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이슬란드팀의 감독은 축구를 전문적으로 해본 경험이 없는 인물이다.

할그림손은 자신의 다른 직업인 치과의사직이 좋은 축구 감독이 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은 치과의사를 무서워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것이 선수들과 1대1 대화를 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치과의사는 다양한 고객을 대하면서 빠른 적응을 해야 한다. 축구 선수들을 대할 때도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2014년 월드컵 예선에서 선전했던 아이슬란드는 2016년 기적의 행진을 한 바 있다. UEFA 유로 2016 16강에서 잉글랜드를 누르고 8강에 진출했던 것. 8강에서는 프랑스에 아쉽게 2-5로 패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는 크로아티아, 터키, 핀란드, 코소보 등과 같은 조에 속해 7승1무2패의 놀라운 성적으로 조1위로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아이슬란드는 최소 인구국가 본선행 기록을 가졌던 트리니다드토바고(130만)를 2위로 밀어냈다.

아이슬란드는 축구를 통해 청소년 문화를 바꿔놓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다음은 한겨레 신문의 기사 내용이다.

아이슬란드의 영문판 매체인 <아이슬란드 리뷰>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청소년들의 약물 복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였는데, 1998년 국가 차원에서 동네마다 스포츠센터와 체육관을 짓고 청소년에게 체육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매체는 이후 스포츠 인구가 대폭 늘어났고,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 흡연율, 알코올 중독률 등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ports/soccer/813827.html#csidx2fe5709bcfe1792a5fe0341f80f4723)

아이슬란드 축구의 성장은 단순한 ‘놀람’ 이상의 무엇을 제공했다.

한편, 아이슬란드 젊은이들은 축구를 좋아하면서 다른 나라 청소년처럼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하다. 그래서 글로벌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데 최근 들어 국가적으로 위기가 찾아왔다고 한다. 아이슬란드 고유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33만 명이 조금 넘기 때문에 디지털 세상에서는 이 나라 언어가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고 이에 이 나라 젊은이들은 점점 영어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꾸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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