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D-1588]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41) – 축구를 통해 본 동유럽(I)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edited)

동유럽은 유럽의 동부 지역인데 냉전 시대의 동구권과 거의 동의어로 쓰인다. 동유럽 축구를 2회로 나눠소개한다.

폴란드 (이전에 소개했음) https://steemit.com/kr/@gugguromedia/d-day-35

헝가리

헝가리는 한국 축구팬에게 아픈 기억을 준 나라다. 헝가리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9:0으로 한국을 완파했다. 당시 20:0이 예상됐는데 9:0 승리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32연승을 달리던 헝가리는 결승에서 서독에 패했는데 당시 서독의 우승은 ‘베른의 기적’으로 불렸다.

헝가리는 의외의 패배를 당했고 서독의 이 우승은 2차 세계 대전 후에 패전국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됐다.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헝가리는 1964년 도쿄 올림픽과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고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따내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후 헝가리 축구는 점점 약해졌다. 1986년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헝가리는 마치 동네북처럼 됐다. 1998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유고슬라비아에 7:1로 완패했고, 2014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네덜란드에 8:1로 완전히 무너졌다. 2018년 월드컵 예선에서는 FIFA랭킹 200위인 안도라에 1:0으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헝가리는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를 했는데 왜 지금은 FIFA 랭킹 50위권을 멤돌고 있는 것일까.

공산주의 치하에서 헝가리는 모든 자원을 끌어모아 국민의 이목을 국가대표 축구에 집중시켰다. 헝가리인들은 1950년대 당시 온통 축구에 집중했고 국가대표팀 경기가 라디오를 통해 중계되는 날에는 거리가 텅텅 빌 정도였다.

당시 헝가리 선수들의 수입은 평범했지만 온나라가 영웅 대접을 해주고 공산 체제하에서 지지를 받았기에 축구에 몰두했고 엄청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헝가리 축구는 1956년 10월 바르샤바 조약 기구의 탱그 부대의 침공에 이은 핵심 선수들의 망명으로 몰락하기 시작했다. 나라가 폐허가 된 데에다 스타들의 망명으로 헝가리 축구는 회복할 수 없었다.

체코

체코에서 축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체코는 동유럽의 축구 강호로 인정받는 나라다. FIFA 랭킹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최근 순위에서 많이 떨어지긴 했다. 2018년 7월 현재 체코는 FIFA 랭킹 46위다.

체코는 원래 체코슬로바키아였는데 1992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분리됐다. 분리 전 체코슬로바키아는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우승, 1938년 프랑스 월드컵 8강, 1962년 칠레 월드컵 준우승 등의 화려한 성적을 낸 바 있다.

체코는 분리 후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나간 것이 유일한 본선 진출이다. 체코는 월드컵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UEFA 유럽축구선수권에서는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1996년 대회에서 준우승, 2004년 대회에서 4강, 2012년 대회에서 8강에 올랐던 것.

2005년 FIFA 랭킹 2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던 체코는 그러나 이후 새로운 황금세대는 없었다. 유로 2004 당시 얀 콜레르, 밀란 바로시, 파벨 네드베드 3인방을 앞세운 체코는 자국 축구 역사상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3인방이 이끈 체코는 2001년 히딩크가 이끌었던 한국에 5:0으로 완승한 기록이 있다.

체코는 사회전반의 부정부패에 영향을 받은 축구계의 문제, 국내 리그의 인기 급감 등으로 이후 암흑기를 맞았다. 체코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독일 (10전전승), 북아일랜드(6승1무3패)에 이어 3위에 그쳐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4승3무3패).

슬로바키아

슬로바키아는 2018년 7월16일 현재 FIFA 랭킹 28위의 비교적 상위랭커이지만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네덜란드(17위), 웨일스(18위), 오스트리아(26위)에 이어 상위랭커로서 러시아 월드컵에 못 나간 팀 순위 4위다. 슬로바키아는 2014년 이후 줄곧 20위권을 유지했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6승4패로, 8승2무의 잉글랜드에 이어 2위에 올랐지만,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다. 승점이 너무 낮아 2위팀들 중 최하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슬로바키아는 체코슬로바키에서 분리된 후 1998년부터 월드컵에 나섰는데 계속 예선 탈락을 하다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첫 출전해 16강에 진출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슬로바키아는 이탈리아, 파라과이, 뉴질랜드에 한 조에 속했는데 1승1무1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을 이뤘다. 특히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탈리아에 3:2로 승리한 경기는 그야말로 ‘스릴러’였다. 이탈리아는 이 경기에서 패해 무승으로 탈락했다.

슬로바키아 최고의 스타는 마렉 함식이다. 116골로 SSC 나폴리(이탈리아 리그) 역사상 최다골을 기록한 선수인 함식은 ‘나는 머리에 바를 왁스 살 정도의 돈만 있으면 된다’는 말로 엄청난 인기를 모은 선수다. 디에고 마라도나의 나폴리 최다골 기록을 경신한 함식은 자신에 대한 이적 루머가 돌 때마다 ‘쿨’하게 대처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함식은 슬로바키아의 박지성 정도로 보면 된다.

루마니아

루마니아 축구는 1990년대가 황금기였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6강, 1994년 미국 월드컵 8강,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을 기록하며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당시 루마니아 축구의 스타는 게오르게 하지였다. 하지는 3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맹활약을 펼치며 조국 루마니아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는 ‘발칸의 마라도나’로 불렸고 루마니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지금까지 기록되고 있다. 그는 유럽 최고의 스타 50인 팬투표에서 28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20세기 위대한 축구 선수 100인 명단에는 25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루마니아 축구에서 하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이름이다.

루마니아는 90년대에는 FIFA 랭킹 7위까지 오른 적이 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는 조금씩 추락했고 2010년과 2011년에는 56위까지 곤두박질쳤다.

다른 동구권 나라처럼 루마니아에서 축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축구를 하는 어린이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TV에서 축구 중계를 보는 게 일상적인 일이다.

루마니아는 90년대에 소위 ‘지키는 축구’로 재미를 봤기에 그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키는 축구’란 일단 수비축구를 하면서 역습으로 득점을 노리는 축구인데 이는 수퍼스타 하지가 있었을 때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루마니아는 유로 2000에서는 포백에 스위퍼까지 두며 8강까지 진출했다.

그런 축구가 성공을 거둔 것은 당시에는 꿀맛과 같았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 루마니아 축구는 이후 회생하지 못했다. 그런 축구로는 더는 세계 축구에서 명함초자 내밀 수 없게 됐다.

루마니아 축구의 몰락은 하지가 2002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된 때부터였다고 한다. ‘지키는 축구’에 익숙한 하지는 비슷한 축구를 구사했고 그와 같은 수퍼스타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그런 스타일은 더는 통하지 않았다. 하지는 또한 불 같은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과 부딪혔다.

불가리아

불가리아도 루마니아와 비슷한 시기에 축구 부흥이 있었다. 불가리아는 60년대와 70년대에 월드컵 본선에 4차례 진출했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16강, 그리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무려 4강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1994년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쓰는 데 중심 인물이 있었다. 루마니아에 하지가 있었다면, 불가리아에는 스토이치코프가 있었다. 불가리아 선수로는 역사상 첫 발롱도르 수상자인 스토이치코프는 미국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골든슈까지 수상했고 바로 그해에 발롱도르상까지 받았다. FC 바르셀로나에서 스타로 각광을 받았던 스토이치코프는 미국 월드컵에서의 인연 덕분에 현역생활 뒷부분에는 시카고와 워싱턴DC에서 축구 선수로서 활동했다.

불가리아 축구가 21세기 들어 힘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 축구가 불법 도박, 돈세탁, 승부조작, 탈세와 연관되어 무려 15명의 축구 클럽 구단주가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츠계 리더들이 부패하면 해당 스포츠는 멍이 들게 되고 성장판이 막히게 된다.

[거꾸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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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동유럽 팀들의 하락세가 뚜렷했는데 크로아티아가 체면 살렸네요. 체코 잘할때는 정말 무서운 팀이었는데, 네드베드 형같은 선수가 또 낭올라나 모르겠네요

크로아티아 이번에 정말 대단했습니다~ 맞습니다... 대체로 하락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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