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29]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2) – 축구를 통해 본 유럽중심주의 변화

in #kr6 years ago (edited)

유럽의 축구를 보면 어느 정도 사회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누군가 '유럽의 축구 스타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답을 할 수 있을까?

유럽 축구하면 떠오르는 것은 돈 그리고 힘과 조직력이다. ‘유럽 축구는 곧 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유럽의 정치, 사회, 문화에 퍼진 분위기와 유사하다. 유럽은 산업화가 태동하고 발달함에 따라 부를 소유한 자들을 철저히 보호함과 동시에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통해 보편주의적 민주적 권리를 강화하는 독특한 정치구조를 가진 지역이다. 따라서 유럽에서 축구를 통해 거부가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부를 갖고 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하는 것도 동시에 강조한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유럽 선수들은 엄청난 몸값을 받으면서도 ‘비교적’ 조직을 중시한다. 유럽 축구가 개인 기술보다는 조직력으로 승부를 거는 이유다. 이는 유럽 대륙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 개인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돌출 행동보다는 '틀' 안에서 개인의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유럽 사회의 분위기와 비슷한 것이다.

탄탄한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유럽은 축구 필드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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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Euro2004 Opening Ceremony / Date 24: June 2006 / Source Own work by Joaocastro. Transferred from en.wikipedia. / Author Joaocastro (Joao Castro) at en.wikipedia

유럽 축구는 선이 굵은 축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이 굵은 축구'란 힘과 스피드 그리고 높이를 이용해 긴 패스로 수비 진영을 위협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독일, 영국 등이 대표적인 '선 굵은 축구'를 하는 나라다.

'선이 굵은 축구'의 반대말은 아마 '아기자기한 축구'일 것이다. 유럽 국가 중 남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아기자기한 축구를 한다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유럽은 '선이 굵은 축구' '힘과 조직력으로 하는 축구'만 강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수년 전부터 힘과 기술을 통합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추구했는데 이는 전 세계로 불고 있는 '세계화 추세'와 맞물려있다.

기술의 축구를 배우기 위해 남미 출신의 지도자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유럽 축구는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레알 마드리드 단장이었던 호르헤 발다노는 "20년 전에는 라틴 아메리카의 축구가 기술과 재주에 연루되어 있는 반면, 잉글랜드 축구는 조직력, 스피드, 투쟁심 등에 연루되어 있다고 말하기가 매우 용이했다. 그러나 텔레비전 중계와 선수 이적에 따라 이 모든 경향들은 한데 조합되고 있다"고 유럽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유소년들을 주로 담당한 브라질 출신의 프란시스코 필료도 "지금 유럽 축구는 브라질, 잉글랜드, 아프리카의 특성들을 조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고난 천성과 체격 그리고 사회적인 분위기에 기반을 둔 '선이 굵은 축구'는 여전히 유럽 축구의 대세다. 큰 그림은 '선이 굵은 축구'이고 밑그림을 새롭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예외주의 중심으로 가다가 글로벌주의에 영향을 받아 변하는 것과 비슷한 추세다. 유럽은 오랜 시간 유럽 중심주의에 영향을 받았다. 즉, 유럽은 문명적으로 진보되었기에 다른 지역을 문명화시킴으로 인류의 진보와 발전을 주도한다고 믿기에 축구에서도 그런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변화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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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4 FIFA World Cup qualification (UEFA), Group C: Germany national football team at 11. September 2012 before the match against the Austrian national football team (2:1) in the Ernst-Happel-Stadion in Vienna / Date: 11 September 2012 / Author: Steindy (talk) 00:33, 12 September 2012 (UTC)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나라가 있는데 바로 독일이다. 독일 축구의 부흥을 이끈 뢰프 감독은 독일 축구에 남미 스타일의 축구를 가미해 세계 축구의 대세를 이끌었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이에 대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축구가 ‘여성적인 티키타카’라면 독일식 축구는 ‘남성적인 티키타카’다. 독일은 상대 문전까지 갔을 때도 거기서 결정을 지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티키타카는 스페인에서 주로 쓰이지만 엄밀히 말해 남미 스타일의 축구다.

축구에서도 글로벌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6년, 2010년, 2014년 월드컵 우승팀의 면모를 보라.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은 글로벌화를 받아들인 나라들이었다.

필자는 글로벌주의를 무조건 다 받아들이는 것의 예찬자는 아니지만 세계화에 등을 돌리면 뒤떨어지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유럽 축구를 보면서 사회 분위기에 걸맞은 선이 굵은 축구를 했지만 세계화의 물결에 맞춰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유럽 중심주의와 글로벌주의의 맞대결은 미국의 예외주의와 글로벌주의의 맞대결 못지 않게 관심을 끈다. 이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계속]

[거꾸로 미디어]

[연재물 다시 읽기]

[러시아 월드컵 D-30]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1) – 축구를 통해 본 미국의 문화충돌https://steemit.com/kr/@gugguromedia/d-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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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보고가여!! 이번 한국 월드컵 유럽 강호들
재끼고16강 과연?? 갈수 있을련지 ㅋㅋㅋ

반갑습니다~ 16강 힘들지 않을까요? ㅎ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축구 하는 것과 보는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또다른 관점에서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 좋은 정보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저도 곧 관심 글을 포스팅하며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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