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10]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22) – 축구를 통해 본 옛 유고연방

in #kr6 years ago (edited)

유고슬라비아는 내전을 통해 처음에는 5개국 그리고 종국에는 7개국으로 분리되었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세르비아-몬테네그로가 5개국이고 여기서 몬테네그로가 세르비아에서 떨어져나가 6개국이 됐고 코소보가 마지막 독립을 한 7번째 나라가 됐다.

이 7개국을 유고슬라비아의 큰 그림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연방 해체의 과정에서 3개국의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본선과 예선)에 출전한 선수가 있다. 바로 데얀 스탄코비치다.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유고슬라비아 대표 팀으로 출전, 유고의 16강 진출을 도왔다. 그리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대표 팀으로 출전했다. 그는 이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세르비아 대표로 참가했다.

만약 유고슬라비아가 내전을 통해 분리되지 않았더라면 유고는 어쩌면 세계 최강의 축구 국가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워낙 다른 인종이 모여서 살았기에 계속 연방국가를 이루며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7개국 중 슬로베니아는 원래는 오스트리아 왕국의 일부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 유고연방에 통합됐다. 크로아티아 역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했지만 슬로베니아와 같은 시기에 통합됐다.

7개국은 과거 어떻게 통합되어 연방국가를 이뤘을까?

공산혁명가 요시프 티토가 강력한 소련의 지원을 받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을 수립했다. 유고연방국가로 세워지면서 이 연방은 동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공산 국가로 발전했다.

그런데 1980년대 티토가 사망한 후 분열 조짐이 보였고 소련 연방이 무너지는 상황이 되면서 공산진영에 균열이 생겼다. 결국 1991년부터 내전이 발생했고 유고 6개국의 독립이 일어났다. 이후 내전이 아닌 국가간의 전쟁이 1999년까지 이어졌다.

유고연방은 세르비아주의를 표방하는 밀로셰비치가 1987년 대통령이 된 후 ‘인종 청소’로 잔인한 민간인 학살을 이어가면서 적과의 동침 분위기가 됐다. 특히 세르비아계와 크로아티아계는 원수가 되었다. 세르비아와 보스니아의 관계도 비슷했다.

내전으로 10만 명이 숨졌고 230만명의 난민이 생겼다. 보스니아 여성 2만 명이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내전 끝에 결국 5-6개국 그리고 차후 7개국으로 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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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 속에서 축구는 이들에게 시름을 잊게 해주는 그 무엇이었다. 특히 크로아티아의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독립 후 첫 출전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다보르 슈케르를 앞세운 크로아티아는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슈케르는 6골을 넣어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월드컵 축구에서의 성공은 크로아티아 국민들에게 용기를 줬을뿐만 아니라 크로아티아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데 결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었다. 당시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대회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던 날 10만 명의 크로아티아 시민이 이들을 맞으러 거리로 나갔다고 한다.

크로아티아가 축구에서 성공을 거둔 여러 이유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어려움 중에도 유소년 축구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수도인 자그레브에만 90개 이상의 클럽 산하 유소년 축구팀이 있고 지도자의 일자리도 많아 어린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크로아티아의 인구는 400만 명이 조금 넘지만 유소년 선수 등록 수는 한국에 비해 9-10배 정도 더 많다. 이런 이유로 크로아티아 출신의 좋은 선수들이 계속 탄생할뿐만 아니라 좋은 지도자도 다수 배출되어 다른 나라 지도자로 계약을 맺고 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또한 크로아티아 국내 리그가 꽤 단단히 운영되고 있다. 자그레브 더비의 열기는 굉장히 뜨겁다. NK 디나모 자그레브와 GNK 자그레브의 대결은 꽤 유명한 편이다.

크로아티아 현역 선수 중에는 루카 모드리치가 가장 유명한 선수다. 모드리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로 창의적 플레이와 볼터치, 드리블, 패스, 활동량, 민첩성, 전술 이해도 등이 모두 최고 수준인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다. 지네딘 지단의 후계자로 불린다.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 유소년 클럽 출신이다. 크로아티는 모드리치를 앞세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세르비아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월드컵 진출을 이룬 세르비아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르비아의 네마냐 마티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중원을 책임지며 세르비아의 영광 재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선수다.

발칸반도의 두 강국이자 원수지간인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같은 A조에 속해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크로아티아는 조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아이슬란드를 누르고 본선행 티켓을 받았다. 세르비아는 조 3위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세르비아는 2018 월드컵 예선에서는 아일랜드, 웨일스, 오스트리아, 조지아, 몰도바와 같은 조에 속해 6승3무1패를 기록해, 조 1위로 러시아행 티켓을 거머줬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과 친선경기를 가졌던 보스니아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예선에 참가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018년 월드컵에서는 1차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다. 보스니아는 전쟁을 통해 유럽 최빈국이 됐기 때문에 축구를 발전시킬 상황이 되지 못했다. 이 나라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1800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보스니아가 비교적 높은 레벨을 유지하는 것은 최고 인기의 스포츠가 축구이고 어린이들이 동네축구를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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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는 내전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독립국이었다. 독립국 중 가장 먼저 유럽 연합(EU)에 가입했고 1인당 국민총생산이 2만2933달러로 구 공산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여전히 크로아티아와 영토 분쟁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평화를 유지하며 나라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축구계에도 전달돼 슬로베니아는 2002 한일월드컵과 2010남아공 월드컵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잉글랜드, 슬로바키아, 스코틀랜드, 리투아니아, 몰타와 한조에 속했던 슬로베니아는 4승3무3패를 기록하며 4위에 머물러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마케도니아는 독립 후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무장봉기를 일으켜 유혈사태가 일어났고 이것이 나라 발전에 큰 저해요인이 됐다. 당연히 경제 발전도 이뤄지지 않아 1인당 국민총생산은 2300달러다. 축구의 수준도 낮은 편이다. 마케도니아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스페인, 이탈리아, 알바니아, 이스라엘, 리히텐슈타인과 한 조에 속해 3승2무5패의 성적으로 5위에 머물러 탈락했다. 마케도니아는 그러나 이탈리아에 2-3, 스페인에 1-2로 패하는 등 선전해 나라의 정치, 경제가 안정되면 축구계에서 강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몬테네그로는 유고 연방이 해체되었을 당시 세르비아와 함께 연방을 구성해 세르비아-몬테네그로라는 나라를 구성했지만 코소보 문제로인해 2006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했다. 몬테네그로는 1인당 GNP 6700달러의 열악한 경제상황에도 축구에서는 강세를 보였다.

한때 FIFA 랭킹 199위였던 몬테네그로는 2011년에는 16위까지 치솟아 오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18 러시아 지역 예선에서 폴란드, 덴마크, 루마니아,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과 같은 조에 속했던 몬테네그로는 5승1무4패로 비교적 선전하며 3위에 올랐다. 몬테네그로는 덴마크를 1:0으로 누르기도 했다. 몬테네그로는 마지막 경기에서 폴란드를 눌렀으면 플레이오프 티켓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2-4로 아깝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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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독립을 인정받은 코소보는 UEFA와 FIFA의 가입을 계속 거절 당하다가 2016년 가입 승인을 받고 각종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코소보는 2017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 출전,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터키, 핀란드 등과의 대결에서 1무9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거꾸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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