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16]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16) – 축구를 통해 본 이란
[남자로 변장해 축구 경기장을 찾은 두 이란 여성]
이란에서 축구는 이란 사회와 문화가 그 어느나라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자디 국립경기장은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이다. 이 경기장에 10만 명이 운집해 축구를 응원하면 그 열기가 정말로 뜨겁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10만 명 중에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이란에 여성 축구 팬이 없을까? 그런 것은 아니다. 이란에도 여성 축구팬이 상당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경기장에서 남자 축구 경기를 관전하지 못한다.
이란 여성은 왜 남자 축구 경기를 관람하지 못할까?
이에 답하기 앞서 이란 사회에서 여성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란의 대졸자 취업률을 보면 여성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중동 국가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가장 높은 사회가 이란이라고 한다. 의사, 약사, 변호사, 엔지니어 등으로 일하는 이란 여성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 여성은 스포츠 경기장에 갈 수 없고, 대중들 앞에서 노래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취해진 조치다.
최근엔 이란 국회의원 일부가 여성의 스포츠 관람 허용을 공론화했지만 그다지 지지를 받지 못했다.
다시 질문을 해본다.
이란 여성은 왜 남자가 경기하는 축구경기장에 갈 수 없을까?
이는 이슬람 교리를 적용한 결과다. 첫 번째 이유는 여성이 남성 선수의 노출된 몸을 보면 안 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남성 관중의 성적 욕설과 위협에서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1987년까지 여성이 남성 축구 경기를 TV에서도 관전할 수 없게 한 바 있는데 이같은 법령은 이후 허용법령이 내려져 풀렸다.
많은 이란 여성은 그러한 이러한 이슬람 율법의 보호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일부 여성들은 남성으로 위장해 경기장을 찾기도 한다. 또한 부분적인 관전 허용 기록도 있는데, 2005년 독일월드컵 예선에서는 여자 축구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붉은악마 응원단 중 40명의 여성이 아자디 스타디움에 입장한 것도 여성 출입이 허용된 예외적인 경우다. 영화 ‘오프사이드’는 이런 정부의 여성 차별, 스포츠 관전 차별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이후 이란은 조금씩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압둘라미드 아흐마디 전 체육부 장관은 2015년 “여성들의 경기장 입장을 위한 법률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지난 2017년에는 이란의 스타 축구선수이자 대표팀 주장인 마수드 쇼자이에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여성이 온전히 자유롭게 축구장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이란 사회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해결되는 날이 될 것이다.
이란인들은 주로 금요일 저녁에 축구를 즐긴다. 테헤란 시에만 10개의 축구 스타디움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스포츠다. 이란 소년들은 주로 여름에 열린 장소에서 축구를 하는데 여자 아이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축구를 할 수 없다.
이란에 축구가 전파된 것은 19세기 후반이었고 영국계 회사 엔지니어들과 항해사들이 이란에서 축구를 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3년 전국 규모의 리그가 시작되었는데 1978년 이슬람 혁명으로인해 중단됐다. 이 혁명의 지도자인 호메이니는 축구를 싫어해 이란에서 완전히 없애려고 했으나 그의 측근들이 강력히 말려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10년 후에 리그가 재개됐다.
[테헤란 더비 관련 보도 내용]
축구는 이란의 최고 인기 스포츠가 됐고 2000-2001 시즌에 최초의 프로 축구인 이란프리미어 리그 (IPL)가 창설됐다. 이란의 인구 중 70%가 축구팬이 됐다. 그리고 FIFA에서 선정한 세계 축구리그 10대 더비 매치를 주최하기에 이르렀다. 소위 말하는 ‘테헤란 더비’가 그것인데 테헤란이 연고지이며 아자디 스타디움을 홈경기장으로 쓰는 에스테그할과 페르세폴리스 FC가 맞붙는 대결은 세계적인 더비가 된 것이다.
국내 리그의 인기에 힘입어 이란은 대체로 아시아 축구 최강 자리에 있었다. 월드컵 진출횟수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상위권이고 아시안컵에서는 늘 우승후보로 떠오른다.
이란은 1978 년 월드컵에 출전, 1무2패를 기록했다. 1980 년대에는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고 1990년이나 1994년에 월드컵 진출해 실패했지만 좋은 선수들이 계속 배출되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마침내 출전을 이뤘다.
이란은 2006년, 2014년, 2018년 월드컵에 진출하면서 세계무대에 자주 모습을 보였다.
이란은 유럽에 좀 더 가까운 축구를 한다고 평가된다. 이란은 특히 2011년 4월부터 지휘봉을 잡은 포르투갈 출신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영향으로 큰 변화를 경험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빈틈없는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역습으로 골을 넣는 방식을 선호하는 감독이다. 이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훌륭한 경기내용을 보여준 바 있다.
이란은 침대축구로 유명하다. 침대축구란 옷깃만 스쳐도 마치 크게 다친 것처럼 넘어져서 오랜 시간을 끄는 축구인데 카타르, 바레인, 이라크, 이란이 비신사적인 축구로 유명하다. 침대축구는 케이로스 감독이 부임한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왜 침대축구를 할까? 동아일보의 신진우 기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중동에서만 유독 침대축구가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의 기질에서 원인을 찾았다. “중동 사람들은 남 눈치를 별로 안 본다. 자기표현도 강하다. 그래서 상대 선수나 관중이 아무리 비난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같은 대학 오명근 아랍어과 교수는 “오래전부터 중동은 상업이 중심이 됐던 지역”이라며 “장사의 핵심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창출하는 건데 그러다 보니 축구에서도 과정보다 승패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http://news.donga.com/Sports/3/05/20110114/33951023/1#csidx170f10a9234ea3bbee3931ec936ae78)
침대축구는 이란인들의 기질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랜 역사를 통해 생존전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란 축구는 정치, 종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이고 이라크, 바레인과 함께 수니파 국가와 대립각을 세운다. 수니파 국가는 사우디, 시리아, 이집트, 레바논 등이다.
이러한 라이벌 관계는 축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여성 차별 및 제한을 풀면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도모하고 있기에 이에 자극 받은 이란도 비슷한 길을 걷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란은 사회적으로 여성들에게 꽤 많이 개방을 했는데 축구 경기장의 출입구를 여성에게도 개방할 것으로 보인다.
[자한바크시의 2018년 활약상]
이란의 현재 축구 스타는 네덜란드 1부리그인 에레디비지에서 득점왕에 오른 알리레자 자한바크시(AZ 알크마르)다. 25세인 자한바크시는 올시즌 네덜란드 1부리그에서 21골을 넣어 유럽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른 몇 안 되는 아시아 선수로 기록됐다. 자한바크시는 어시스트도 12개를 기록해 리그 2위에 올랐다. 자한바크시는 이란의 미래이고 2018년 월드컵에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아시아 선수다.
또다른 이란의 스타는 러시아 리그에서 뛰고 있는 사르다르 아즈문(루빈 카잔)이다. 1995년생인 아즈문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 14경기에 출전해 11골을 기록하며 이란의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아즈문의 골결정적인 정평이 나있다.
이란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와 한 조에 있다. ‘죽음의 조’로 불리는 이 그룹에서 의외로 이란이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의외로 많다.
[거꾸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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