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18]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14) – 축구를 통해 본 멕시코

in #kr6 years ago (edited)

멕시코 문화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쁨과 축제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멕시코인들은 자유를 즐긴다.

축구는 멕시코의 이런 정신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준다. 축구는 가난한 지역이든 부유한 지역이든 소외된 지역이든 멕시코인들의 일상생활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기쁨과 축제, 자유를 즐기는 나라 멕시코는 여전히 전 세계 축구계에서 영향력이 있다. 멕시코 팬들은 자국 리그를 즐긴다. 동네축구의 문화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스포츠 문화다.

어떤 이는 축구를 ‘종교적인 축제’로 느끼기도 한다.

20세기 초반에 축구는 잠시 다른 스포츠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미국으로부터 야구와 미식축구가 멕시코 국경지역으로 수입되면서 젊은이들이 축구보다는 미국 스포츠에 빠지는 현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축구는 멕시코 최고의 스포츠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멕시코인들의 60%는 자신이 축구팬들이라고 말한다. 인구 1억1500만명의 나라에서 60%면 6천만 명 이상이 축구팬이라는 말이다.

아즈텍 경기장에서 멕시코 국가대표 경기가 있으면 10만 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열광한다. 아즈텍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에서 멕시코는 패배 기록이 거의 없다.

관심이 높고 열기가 뜨거울 때 일어나는 부정적인 현상도 있는데 아즈텍 경기장을 방문한 외국 선수들과 기자단은 인종차별적 외침과 오물투척을 심심치 않게 경험한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어져 일부 멕시코 팬들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도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쳐 이슈가 된 바 있다.

축구를 워낙 좋아하는 나라이기에 멕시코는 월드컵을 두 차례(1970년과 1986년) 개최 했다. 두 대회 모두 멕시코는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멕시코인들은 국가대항전에서 승리하면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느끼고 패하면 세상이 다 꺼질 듯이 우울함에 빠진다.

잠시 미국 축구 이야기를 해보자.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은 미국국대나 미국 프로축구팀이 아니라 멕시코 국가대표팀인 ‘엘 트리(El Tri)’이다. 엘 트리는 ‘3색’이라는 의미로 멕시코 국기에 있는 3색을 의미한다. 왜 미국에서 가장 있는 팀이 엘 트리일까?

미국 내 주요 축구 팬 중 많은 수가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이다. 이들은 엘 트리가 미국에 뜨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다. 미국 대 멕시코의 경기가 펼쳐지면 미국의 홈경기가 아닌 멕시코 홈경기로 만들어버린다.

TV 중계 시청률도 크게 올라간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도 미국 내 프로리그도 ‘엘트리’ 경기의 시청률을 넘어서지 못한다. 미국 내 스페인어 방송인 ‘텔레문도(Telemundo)’는 따라서 월드컵 중계권을 놓고 FIFA와 별도로 계약을 맺는데 그 액수는 상상을 초월한 6억 달러다. 미국 내 영어 방송 중계권자인 팍스 사가 FIFA와 맺은 중계권료 1억7천500만달러의 3배 이상이다. ‘엘 트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멕시코 국내 리그는 1943년에 10개 프로 클럽이 참가하는 멕시코 리그가 출범 됐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멕시코 인들의 축구 사랑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미국 내 스페인어 방송국들은 ‘엘 트리’ 국가대표 경기는 물론 주말 멕시코 축구 리그 경기를 집중 방송한다.

멕시코리그인 리가MX는 한국, 미국처럼 대기업들이 구단을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구단들은 경기를 통한 영업 이익을 얻기를 원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연봉은 높은 편이고 따라서 멕시코 선수들의 해외 진출 비율은 남미 선수들에 비하면 비교적 낮은 편이다.

멕시코 선수들은 블랑코처럼 볼 컨트롤과 드리블 기술이 뛰어나고 오랜 시간 공을 보유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멕시코 축구는 북미와 남미의 중간에 있는 나라이기에 북미와 남미의 스타일을 조금씩 닮았다. 북미의 피지컬 스타일에 남미의 기술 스타일이 모두 엿보인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멕시코 선수들의 기술은 뛰어남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한국 팬들은 과거 1998년 월드컵에서 개구리 점프로 한국 선수를 제치는 블랑코를 기억할 것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대결하게 되는 멕시코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을 사령탑에 올렸다. 콜롬비아 출신인 오소리오 감독은 ‘치차리토’로 알려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받아 골을 넣을 기회를 얻게 하기 위해 세밀하게 짜여진 작전을 구사한다.

오소리오 감독은 농구 경기에서 잘 짜여진 작전에 의해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착안해 축구에서도 그것이 가능하게 해놓았다. 페널티 박스 안에 공을 넣어줄 때 멕시코의 플레이는 상당히 치밀하다고 보면 된다.

오소리오 감독은 인간의 뇌를 연구해 선수들이 ‘실제 경기상황’을 기억장치에 저장해두도록 한다. 즉 연습을 실전처럼 디자인하는 것이다. 연습은 상당히 세밀해야 하고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연구한 결과물이라는 게 오소리오 감독의 지론이다.

이 세밀한 것을 반복 연습하면서 선수들의 뇌안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게해 패턴 플레이가 잘 되도록 한다는 게 오소리오 감독의 ‘잘 짜여진 작전 플레이’다.

특정 상황에서 스트라이커를 포함한 선수들이 어디로 뛰어가고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에 익숙해지면 이러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소리오 감독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선수들이 창의적으로 알아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기를 원하고 이는 상대팀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짜여진 플레이의 중심에는 ‘치차리토 (작은 완두라는 의미)’가 있다.

에르난데스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골을 잘 넣는 선수다. 그는 공없이 움직이기, 발재간, 공간 획득 능력 등에서 뛰어난 선수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천재적인 골잡이’라는 칭찬을 받은 바 있다. 그는 175cm의 비교적 단신인데도 공중볼 경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움직임이 빠른 선수이기에 멕시코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이미 멕시코 국대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기록되고 있다.

신태용 호가 잘 짜여진 멕시코 축구와 에르난데스의 천재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거꾸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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