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25]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6) – 축구를 통해 본 한국인의 의식II

in #kr6 years ago (edited)

스포츠는 인간이 즐기기 위해 만들어낸 놀이 문화의 일종이다. 잠시 놀이와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는 우리가 진정으로 축구를 즐기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관심을 두는지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놀이의 기원부터 알아보자.

네덜란드의 역사 학자 요한 호이징가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명명했는데 이는 곧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피터 버거의 놀이에 대한 분석은 흥미롭다. 그는 "인간은 놀이를 통해 초월적 경험을 하므로 놀이를 한다"고 설명했다.

버거는 "인간이 놀이하는 중의 시계는 현실의 시계와는 다르게 돌아간다"고 하면서 "이것이 바로 인간이 놀이를 통해 초월성을 경험하고자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놀이란 초자연적인 경험을 위한 인간의 내재적인 본성에서 나온 행위의 일종인 것이라는 것이다.

호모 루덴스가 인간을 타고난 놀이꾼으로 지칭한다면 자본주의에 의해 스포츠를 하는 인간으로 길들여진 것을 의미하는 '호모 스포르티우스(Homo Sportius)'라는 명칭은 상당히 흥미롭다. 호모 루덴스의 인간을 자극해 스포츠를 제도적으로 만들었고 그 제도적인 놀이를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을 호모 스포르티우스로 보면 된다.

이 표현은 프랑스의 경제학자 필리프 시노모가 가장 먼저 사용했는데 호모 스포리티우스는 전형적인 자본주의적인 인간인 것이다.

결국, 스포츠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 있는 축구는 즐김과 초월적 경험이 핵심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한국인은 축구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일까. 축구에서 한국인은 호모 루덴스의 성향이 강할까? 아니면 호모 스포리티우스의 환원(reduction)된 성향이 강할까? 아니면 이도저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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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축구가 아니면 많은 한국인은 축구라는 스포츠에 그다지 많이 눈길을 주지 않는다. MBC-TV의 축구 해설가인 서형욱은 스포츠 서울 2004년 11월13일자에 이에 대한 칼럼을 올렸다. 눈에 띄는 글이었다.

“월드컵 환상은 깨졌다. ‘월드컵 16강 진출’이 한국 축구의 희망봉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1승, 16강, 8강, 급기야 4강까지 일궈내며 온 나라가 축구와 붉은색 셔츠로 뒤덮였음에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16강은 물론이고 4강 고지에까지 올랐지만, 결과적으로 축구계의 소득은 미미하다. 일시적인 축구붐과 몇몇 대형 축구 스타를 만들어냈지만, 이것은 축구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월드컵 4강’은 그저 한순간의 꿈이었고 꿈에서 깨어난 지금 우리는 잠들어 있던 시절에는 그나마 기대라도 있었지…하며 텅 빈 스탠드를 목도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으로 축구 유학을 갔을 정도로 축구를 사랑하는 서형욱의 ‘월드컵, 꼭 가야 하나’라는 외침은 어린아이의 투정이 아니라 전문가의 날카로운 지적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축구 자체를 좋아하는 팬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인은 축구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외국팀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기쁨을 누리고 싶어한다. 2002 월드컵 당시 LA 스테이플스 센터라는 실내 경기장에는 무려 2만 명의 한인 동포들이 모여 조국 한국 대표팀을 응원했다. 스테이플스 센터의 주인이자 미국 프로축구리그의 팀인 LA 갤럭시의 구단주인 라이위키씨는 한인들의 이러한 열기를 보고 한국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래서 갤럭시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홍명보다.

2002년 당시만 해도 한국인의 영웅이었던 홍명보 선수가 갤럭시의 홈구장인 홈디포 센터에서 뛰게 되었는데 이 경기장에 한인의 모습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수천 명의 관중동원을 기대했던 (박찬호의 LA 다저스 시절처럼) 갤럭시의 참담한 마케팅 실패였다. 한국인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잘못 판단했다. 다음은 당시 미주 한인 언론의 홍명보 관련 기사다.

"최근 LA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LA 갤럭시 구단은 야심 차게 홍명보를 영입한 것만큼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구단이 홍명보를 영입한 것은 LA의 상당수의 한인이 새로 개장된 홈 디포 센터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주된 이유였지만 실제 홈경기장에는 한인들이 거의 찾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갤럭시 구단의 단장은 “솔직히 조금은 실망스럽다. 예상보다 한인 사회의 축구 열기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상과는 달리 홈 경기에는 한인 팬들이 거의 찾고 있지는 않지만, 원정경기에서는 오히려 관중 동원 효과를 누렸다는 것이 갤럭시 관계자의 설명. 실제 뉴욕 원정 당시 약 7천 명의 한인 팬들이 몰려들어 축구 관계자들은 많이 놀랐다고 한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한국 대 터키전 당시 미국 서부 시간으로 새벽 4시에도 붉은 유니폼을 입은 1만 8,000여 한국 교민들이 스테이플스 센터를 가득 채운 채 대형 TV 화면을 보며 열광적으로 응원했던 것을 지켜보며 한인 홍보 효과를 기대했던 갤럭시 구단은 매 경기 500명도 되지 않는 한인 관중 수에 실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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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팬들은 세계 최고의 무대가 아닌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만약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가 세계적인 무대였다면 한인 팬들은 홈디포센터로 몰려들었을 것이다. 최고가 아니면 관심이 줄어드는 이런 분위기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강준만 교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올림픽 시상식에서 은메달 받고서도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선수는 한국인밖에 없다. 이것 하나로 다 정리가 된다. 이런 현실이 시사하듯이, 한국의 ‘최고 병’, ‘최대 병’, '최초 병’이 조만간 치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그간 많은 걸 이루었지만 아직도 한국인의 자부심 또는 자존감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의 지적 후에 올림픽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않아도 칭찬을 받는 일이 많았다. 심지어 메달을 받지 않았어도 박수를 받는 일이 잦아졌다. 긍정적인 변화다. 경기 자체를 즐기는 호모 루덴스의 회복이 조금은 이뤄졌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데 모두가 몰두해 있다는 강준만 교수의 지적은 옳아 보인다. 호모 루덴스로 잠시 넓어진 듯했다가 호모 스포리티우스로 좁혀짐(환원)이 반복된다.

국내 최고는 왠지 성이 차지 않는다. K-리그를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이 호모 루덴스를 호모 스포리티우스로 환원(reduction)시키는 주요 역할을 한다. 한국 언론의 축구 관련 기사는 온통 결과 중심주의다. 결과 중심주의에 관해 축구 분석가인 최형준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떤 분야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사람은 항상 결과를 먼저 보게 된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축구를 잘 모르면 '이겼나 졌나'에 만 관심을 두게 마련이다.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만은 아니지만 축구 자체에 오랫동안 관심을 뒀던 팬이라면 이제는 그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축구를 볼 때 꼭 봐야 할 공식 같은 것이 있다. 축구를 관전할 때 4가지를 순서대로 봐야 하는데 다음과 같다.

▶1순위: 압박축구 ▶2순위: 팀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고 있나 ▶3순위: 승패 및 응원 ▶4순위: 천운(天運).

독자들의 마음에 와닿는 팀은 한국이니 한국을 예로 들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은 2006 독일 월드컵이 열리기 전 최종 평가전인 가나전에서 경기 내용은 좋았지만, 결과(1-3 패배)가 좋지 않아 언론의 집중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가나전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경기 내용이었다. 가나전을 1~4순위의 내용으로 살펴본다.

1순위로 생각해야 할 것은 압박축구라고 했다. 한국은 과연 압박을 잘했나? 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져서 때로는 중원 압박이 느슨해지는 현상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압박(pressing, 압박)이 잘된 편이었다.

체력 회복이 되면 느슨해지는 빈도가 줄어들어 압박이 전체적으로 잘 된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중요한 것은 한국 선수들이 압박의 중요성을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1:1 대결에서 밀리면 압박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1순위 공식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는 어느 정도 축구의 기초가 다져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순위로 봐야 할 것은 과연 감독이 팀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고 있느냐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일단 히딩크와 비슷한 점이 많이 있었다. 기술적인 면과 세계 축구의 이해도 면에서는 손색이 없는 지도자였다. 그래서 제1순위의 질문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답변을 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아드보카트가 히딩크보다 준비시간이 부족했고 일정관리를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고 정점에 이르게 했느냐인데 이는 본선에서 토고전을 보면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아쉬운 점은 러시아 프로구단과의 계약설인데 이는 한국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됐다. 유럽 선수라면 개의치 않고 넘어갈 일이지만 한국적인 정서에서는 선수의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이는 한국 선수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예라고 할 수 있다.

1, 2순위에 대한 평가는 이성적인 것으로 자신이 진정한 축구 애호가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를 볼 때 꼭 가져야 할 평가의 우선순위다. 1순위와 2순위를 잘했는데도 졌다면 그것이야말로 '아쉬운 패배'가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잘하고도 졌다'고 말할 수 있다.

축구를 다루는 언론 기자들은 이것을 건너뛰고 제3순위로 넘어갈 때가 너무 많다. 제1, 2순위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면서 이기기를 바라며 응원을 하는 것이 바로 제3순위다. 열심히 응원하는 것은 바로 제3순위에 해당하고 이는 이성이 아닌 감성이다. 한국 언론은 그런데 이성을 뒤로 제쳐놓고 감성만 자극하는데 이는 최근 가나전이 끝난 후 확연히 드러났다. 감성만 자극하는 평가는 한국 선수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제1, 2, 3요소가 모두 나타날 때 관전자로서 호모 루덴스로 복귀할 수 있다.

마지막인 제4순위는 천운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기도했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나. 종교를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하늘의 운을 바랐던 사람들이 많았다. 선수들이 잘 싸워서 20번 슛을 했는데 5번은 골대를 맞았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천운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응원하면서 이 4가지 공식을 기억해두고 보자. 축구 보는 감각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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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Shunsuke Nakamura taking a free kick, during Japan's world cup qualifier against Bahrain on June 22, 2008 /Author: Neier

최형준 분석가의 말은 단순히 축구를 보는 눈의 업그레이드 차원을 넘어서 호모 루덴스가 되는 방법인데 한국 언론은 끊임없이 호모 스포리티우스로 환원되도록 팬들을 자극한다.

한국 언론의 결과주의적인 평가는 2006년, 2010년, 2014년 월드컵 본선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 그리고 프랑스전에서 한국은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지만,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좋은 부분만 유난히 강조했다.

추켜세우는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동아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인 정희준은 한국 언론이 축구를 단순히 즐기는 차원에서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만들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자본과 미디어가 오직 월드컵만 살포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불 꺼진 사회(black-out-society)'가 될 위기에 처했다. 영어의 'black out'은 정전, 소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일시적인 의식의 상실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군사적 개념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는 본격적 미사일 공격에 앞서 먼저 핵 공격으로 적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는 교란 전술이다. 5일 시작된 한미FTA 협상은 초고속으로 진행될 것이다. 월드컵은 한국사회를 '블랙 아웃'시킬 것인가. 월드컵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의식을 상실하고 방어 신경이 무력화된 우리는 과연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인 이훈은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축구 응원과 애국을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 같다며 ‘애국자’가 축구 응원을 할 수 있지만, 축구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애국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의 주장을 좀 더 들어보자.

“치우침이 나타난 광적인 현상은 우리 사회를 흥분의 상태로 몰아넣으며 비이성적 비약의 결과를 낳는다. 거리에서 응원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정열적 응원’을 하는 것이 일본 식민 상황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우리의 역사적 정서와 동일시되면서 ‘애국적 행동’과 혼돈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본질을 왜곡하거나 비약하는 것은 늘 문제를 일으킨다. 현실의 문제를 망각시키거나 극단적 애국과 국수주의를 반영하여 사회의 건전한 이성을 마비시킨다.”

제3순위에 해당하는 감성을 자극하는 일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성을 고려하지 않고 감성에만 집중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신나게 즐기는 한국인을 욕할 수는 없다. 신명 나게 노는 것은 한국인의 중요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신명 나는 놀이를 이용해 한몫 챙기겠다는 심산, 한 자리 차지하겠다는 심보는 경계해야 한다. 호모 스포리티우스를 많이 양산해 돈을 챙기려는 심보 말이다.

호모 루덴스로서 축구를 즐기게 도와줘야지 호모 스포리티우스만 되도록 환원시키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축구스타 차범근은 중앙일보 한 칼럼에서 방송과 신문에 대해 따끔한 말을 했다. 그는 “방송이나 신문은 이제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역할을 조금씩 바꿔야 한다. 냉정하게 우리를 볼 수 있는 객관성도 심어줘야 한다. 많이 알지 않고는 그들에게 축구를 쉽게 이해시킬 수 없다.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 2순위를 팬들에게 잘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차범근은 이어 “국민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분석을 했다고 해서 한 해설위원이 그다음 날로 마이크를 놓아야 하는 일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감성주의, 상업주의에 끌려가는 언론의 문제를 꼬집었다.

연세대 영상대학원의 윤태진 교수도 중앙일보가 마련한 문화 비평가 대담에서 “붉은색으로 도배된 TV 편성표를 보라. 뉴스까지 월드컵 특집으로 편성표에 찍혀 나오는 것은 코미디다. 16강에 진출했다면 1년 평균 수익의 절반 이상을 중계 광고료로 얻었을 것이다.”라며 월드컵을 상업주의 논리로 풀어나간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호모 스포리티우스의 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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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Young people watching the 2002 World Cup in Seoul, South Korea /Date: 23 May 2012 / Author: Whoisgalt

돈을 벌겠다는 것 그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칠 때 사회는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아래에 소개되는 내용은 필자가 모 언론에 기고한 글이다. 그러나 데스크가 의견을 달리해 지면에 실리지는 못했다.

“1984년 LA 올림픽 당시의 일이다. 필자의 지인은 당시 올림픽 주경기장 앞에서 T-셔츠와 기념품을 팔아 한 달 동안 수십만 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그의 경제활동을 욕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는 축제를 통해 돈을 번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게 그거인 것 같은데 축제를 '통해' 돈을 버는 것과 축제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방송사로부터 월드컵 중계권료를 받는 것은 축제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지만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중계권료를 받아내는 것은 축제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

월드컵 보너스를 받는 선수들은 축제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지만 월드컵 수당이 나오지 않는다고 대회 시작 며칠 전에 훈련을 거부하는 것은 축제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행위다. 토고 정부가 FIFA로부터 월드컵 배당금을 받는 것은 축제를 통해 돈을 버는 일이지만 배당금을 선수들에게 나눠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축제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의도다.

붉은악마 응원단이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홍보를 해주는 것은 축제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 순수한 축제가 돈 잔치에 희생된다는 비난이 들끓자 붉은악마 측은 "다음부터는 기업의 스폰서를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축제에 돈이 개입되면 순수함을 잃는다는 것을 붉은악마 관계자들은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또한, 월드컵 경기에 입장료를 받는 것은 축제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지만 입장료를 부담스럽게 올리는 것은 축제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

독일의 한 축구 전문가는 "입장료가 워낙 비싸 블루칼라 시민들이 경기장에 오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훌리건이 경기장에 출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쓴웃음을 짓게 한 바 있다.

선수들이 월드컵 포상금을 받는 것은 축제를 통해 돈을 버는 일이지만 이를 대단한 일인 양 대서특필하는 언론의 보도는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축제를 현금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축제 이용 마인드'를 갖게 한다. 이런 기사는 단신으로 처리하는 것이 축제를 존중하는 자세다.

한국 언론은 연일 월드컵 보도로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이는 축제를 통해 돈을 벌려는 건전한 경제활동이지만 축구 소식을 신문이나 방송 전체에 도배하려는 것은 축제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것이다. 한국 3대 종합 일간지 웹사이트의 초기화면 상단 자리가 연일 월드컵 보도 기사로 도배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한국의 모 개그맨은 '뉴스는 뉴스다워야 뉴스지'라는 유행어로 인기를 끌었다. 이를 패러디해보면 다음과 같다. '축제는 축제다워야 축제지'" (기사 작성 일자 2006년 6월 14일)

축구는 한국인에게 진정한 놀이일까?

축구에서 한국인은 호모 스포리티우스의 성향이 강하게 보이고 호모 루덴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축구 자체를 즐기는 호모 루덴스의 성향을 보이는 소수의 무리들이 있다. 어찌 보면 그들 때문에 축구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거꾸로미디어]

[연재물 다시 읽기]

[러시아 월드컵 D-30]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1) – 축구를 통해 본 미국의 문화충돌 https://steemit.com/kr/@gugguromedia/d-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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