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22]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10) – 축구를 통해 본 독일

in #kr6 years ago (edited)

분데스란 연방을 의미하는 독일어다. 분데스리가의 시즌은 8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에 마무리 지어진다. 분데스리가는 차범근 선수로 인해 잘 알려진 축구 리그다. 차범근이 80년대 맹활약 하면서 한국인들에겐 가장 친숙한 리그가 된 분데스리가는 아들 차두리 마저 레버쿠젠으로 뛴 적이 있고 손흥민으로인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1963년부터 시작된 분데스리가는 80년대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였지만 해외파들을 대거 수입하면서 리그 수준을 끌어 올린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 리그, 세리에 A에 약간 밀리는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최고 수준으로 복귀한 듯하다. 물론 클럽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긴 한데 전반적인 수준은 세계 상위급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모든 스포츠 리그에서 평균 관중 동원수 2위에 빛나는 분데스리가이다. 1위는 미국의 프로미식축구(NFL)로 평균 관중 동원수가 7만 명이 조금 못된다. 분데스리가는 4만1,511명으로 축구 리그 중에선 최다 관중 동원 기록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35,822명으로 3위이다.

이렇게 평균 관중수가 많은 이유는 일단 리그의 수준이 높고 두 번째는 티켓값이 중산층을 겨냥해서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티켓값이 저렴한 이유는 외국의 스타 선수들을 무분별하게 영입해서 구단 살림살이를 어렵게 하지 않고 유스팀에 투자를 많이 하고 선수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에른 뮌헨은 예외적이다. 이 구단은 몸값이 비싼 선수를 영입해서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유일한 구단이다.

분데스리가만의 독특한 규정은 클럽 팬들이 클럽 지분의 51% 이상을 차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 외국 자본이나 어떤 형식의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한다. 이는 축구를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끌려지지 않게 하는 장치다. 분데스리가는 또한 구단에 기업명을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개인이나 법인, 국가가 20년 이상 지원을 했을 경우는 예외적으로 기업명을 쓰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

독일은 스포츠 즐기는 사람을 ‘호모 루덴스’로 보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관련 글: https://steemit.com/kr/@gugguromedia/d-25-6-ii

사람들은 이런 시스템은 리그의 수준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지만 독일 축구는 여전히 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다른 리그처럼 호모 스포르티우스의 인간을 장려하지 않는 나라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분데스리가 선수들은 돈이 아닌 팬들을 위해 뛰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다음은 독일 축구 전문가인 마쿠스 한이 한겨레신문에 쓴 글이다.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은 독일 축구의 상징이다. 선수들도 검약한 독일 팬들의 응원과 후원으로 연봉을 받게 된다는 생각이 강해 온 힘을 다해 뛴다. 손흥민이 비록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해 한국 팬들의 관심이 다소 식었는지는 모르지만, 호펜하임의 김진수나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지동원·홍정호 등이 활약하는 분데스리가는 한국 선수들한테는 여전히 큰 시장이다. 그러나 독일 축구의 매력은 경기의 질이나 열성적인 관중에만 있지 않다. 축구 전문가들은 독일을 월드컵 우승 때문만이 아니라 분데스리가 자체의 시스템 때문에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최고의 경기장과 훈련시설, 철저한 유소년 프로그램, 재정적으로 탄탄한 구단 운영이 그렇다.”

독일 축구의 특징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한 유기적인 조직력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스포츠 둥지에 따르면 독일에 이러한 축구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이런 특징이 생긴 것은) ‘게르만 순혈주의’를 앞세워 독일 대표팀에는 항상 독일출신 선수들만 존재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독일대표팀을 이끌었던 위르겐 클린스만이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려 하자, 많은 이들이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독일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게르만 순혈주의’ 탓에 독일 선수들만 존재했던 대표팀에는 루카스 포돌스키, 제롬 보아텡, 메수트 외질 등 타국 출신 선수들도 독일 대표팀에서 뛰고 있으며, 젊은 선수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주었다.”

축구를 통해 볼 수 있는 독일의 변화이다. 세계화의 추세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독일은 또한 자국리그에서는 열정적으로 응원하지만 국가대표 축구에서는 다른 나라 팬들에 비해 비교적 얌전한 편이다. 독일의 과거 역사 때문에 공공연하게 애국심을 고무시키는 일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도 글로벌주의의 영향을 받았는지 월드컵에서 이전보다 더 요란스럽게 자국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일 팬들도 세계화의 추세에 맞춰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딱 맞는 감독이 부임했는데 바로 뢰브 감독이다.

2014년 독일을 월드컵 챔피언으로 이끈 뢰브는 세계축구를 흡수해서 독일축구에 접목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잉글랜드는 엄청난 템포를 자랑하고, 스페인에서는 유소년 축구에서부터 물흐르듯하는 스타일과 기술이 돋보인다”며 이들의 스타일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를 독일 대표팀의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었다.

'전차군단'의 강한 체력을 앞세워 나아가던 축구에서 빠르면서(잉글랜드) 효율적인 축구(스페인)로 스타일을 바꾸며 독일 스타일을 완성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사실 유로2000 예선 탈락 이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기 시작했다. 당시 독일 내부에서 유스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이후 독일은 '10년 프로젝트'를 세워 2002~2003시즌부터 모든 상위레벨 프로구단이 유스 아카데미를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유스 아카데미가 없는 구단은 상위 리그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현재 활약하는 많은 선수가 당시 강화된 유스 아카데미 출신이다.

독일 축구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해시태그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변화에_적응 #세계화에 부응 #순혈주의 극복 #세계화에 부응하는 뢰브 등용 #유스 아카데미 #내실 운영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은 2연패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토니 크루스, 크리스토퍼 크라머, 외질, 베네딕트 회베데스를 중심으로 한 독일은 토너먼트 경험이 풍부하다.

러시아에서 열렸던 FIFA 컨페더레이션스 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독일은 후배들이 UEFA 유럽 21 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챔피언 자리에 올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섬세한 축구, 변함없이 힘차게 움직이면서 시원시원한 축구를 하는 독일은 이변이 없는 한 러시아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계속]

[거꾸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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