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28]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3) – 축구를 통해 본 남미
유럽 축구가 점점 남미 축구를 닮아갈 때 남미 축구는 유럽 축구를 도입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남미 축구의 대세는 '기술의 축구'였다. 환경과 시스템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미는 시스템을 강조하는 지역이 아니었다.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지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에서도 개인의 능력이 중시됐다. 알아서 잘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것이 시스템이 됐다. 남미 선수들은 더운 기후 때문에 축구를 할 때 유럽처럼 경기내내 끊임없이 뛰어다닐 수가 없다. 따라서 남미 선수들은 느린 스타일을 유지할 수밖에 없고 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볼키핑 능력과 짧은 패스 능력이 뛰어나야 했다.
물론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남미 선수들이 대거 유럽 클럽으로 스카우트되면서 유럽 축구가 자연스럽게 남미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남미는 '기술의 축구'가 빠지면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다.
유럽이 '선이 굵은 축구'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축구'를 적절하게 조화시켰다고 하면 남미는 '아기자기한 축구'를 중심으로 '선이 굵은 축구'를 조금씩 보탰다. 실제 브라질은 24년 동안 월드컵 우승 가뭄에 시달리다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유럽의 조직과 힘을 접목하면서 챔피언 자리로 복귀한 바 있다.
Date: 20 August 2016, 20:46:30 / Source: http://agenciabrasil.ebc.com.br/rio-2016/foto/2016-08/brasil-conquista-primeiro-ouro-olimpico-nos-penaltis / Author Fernando Frazão/Agência Brasil
남미 축구의 다른 강점은 바로 강한 체력이다. 보통 기술의 축구를 구사하면 체력이 약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버리지만 브라질이 중심된 남미 축구는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화끈한 공격이 핵심이다. 수비 축구를 하는 듯하면서도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 최종 수비 지역으로 침투해 골문을 가르는 것이 남미 축구다.
브라질 현지에서 축구 연수를 한 한국 청소년 대표팀의 박성화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이 삼바 스타일의 길거리 기술축구를 구사한다고 단순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브라질은 이미 유럽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체력이 있다. 브라질 선수들의 신기에 가까운 볼 다루는 능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조직력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브라질 축구는 '기술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조직력과 체력이 보태어졌다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는 비엘사 감독의 등장 이후 유럽화됐다. 아르헨티나 축구를 생각하면 마라도나의 화려한 개인기를 떠올리지만 꽤 오래전부터 강력한 조직력에 의한 축구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남미 축구는 그러나 완전한 변화를 이루지 못했음을 2014년 월드컵에서 경험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변혁의 필요성을 더욱 느낄 수밖에 없는 월드컵이었다. 브라질이 4강전에서 독일에 1-7의 충격패를 당했던 것. '미네이랑의 비극'이라고 부르는 언론도 있었다. '에이스' 네이마르가 8강 콜롬비아전에서 허리를 다쳐 이탈했고 1-7이라는 비참한 패배를 당했다. 브라질 축구, 혹은 남미 축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Date: 1 September 2016, 18:52 / Source: selccion 3 mav / Author: Agencia de Noticias ANDES
브라질은 이후 국내파 티테(치치) 감독이 부임하고 승승장구했다.
스포TV의 유현태 기자는 티테(치치) 감독 부임 이후의 브라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브라질은 전술에 짜임새가 생기면서 더욱 무서워졌다. 먼저 공격을 펼칠 때 '오프 더 볼'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직접 공을 잡아두고 드리블을 시도하지 않고 공간으로 침투하면서 공을 받는 시도가 많아졌다. 침투가 날카로우니 수비수들이 흔들린다. 공을 받는 움직임이 좋아지자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도 살아났다. 패스가 날카로워지니 드리블 돌파에도 힘이 실렸다. 공격 전술이 자리잡자 개인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여건도 더 편해졌다.”
브라질 축구의 전술이 좋아졌고 시스템이 향상됐다. 이전처럼 기술과 체력에만 의존하는 축구는 세계 무대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음을 티테(치치) 감독은 너무나 잘 알았다.
티테(치치) 감독은 축구 철학면에서도 세계화의 추세를 따르는 지도자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에 내가 기여할 수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투명성, 민주화, 탁월성 및 현대성을 적용하는 것이다.”
남미축구를 대표하는 브라질이 변했다. 세계화의 흐름에 브라질의 기술축구, 삼바축구만으로 버텨내지 못했고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티테의 리더십이 브라질과 남미 대륙 전체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월드컵은 단순히 축구 월드컵 그 이상의 관심이 모아지는 월드컵이다. [거꾸로미디어]
[연재물 다시 읽기]
[러시아 월드컵 D-30]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1) – 축구를 통해 본 미국의 문화충돌 https://steemit.com/kr/@gugguromedia/d-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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