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정성 원리] 잘못된 통념과 정확한 설명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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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제작해주신 @leesol 님께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훈하니 @hunhani입니다.

오늘은 번외편으로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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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참고서 내용

고등학생들에게 과학고 입시 및 올림피아드 경시 대회 준비를 위한 필독서로 불리는 “하이탑”이라는 참고서를 아시나요? 하이탑 화학, 개념 및 심화 편에서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오류를 범하고 있음에 새삼 놀랐습니다. 수준이 높다고 알려진 하이탑마저 그런데 다른 일반 참고서는 어떨지 가늠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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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정성 원리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역학에서 두 개의 관측 가능한 물리량을 동시에 측정할 때, 두 물리량이 교환 가능한 물리량이 아니라면 관측한 두 물리량 사이의 정확도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원리입니다. 입자를 파동의 중첩으로 표현하는 불확정성 원리는 측정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양자역학의 통계적 해석으로부터 얻어진 근본적인 결과입니다. 다시 말해, 물질(입자 및 파동) 자체가 갖고 있는 물리적인 성질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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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왼쪽 공은 현재의 위치를 알 수 있지만 향후 미래에 어디로 움직일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오른쪽 공은 현재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지만 향후 어느 위치에 놓이게 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물질의 위치와 운동량과 같이 서로 교환 불가능한 물리량을 동시에 측정할 때 언제나 물리적 한계가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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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예시

하이탑에 등장하는 위 예시도 비슷하게 보이긴 합니다. 측정이라 함은 빛이 측정하려는 물체에 맞았다가 튕겨 나오는 빛을 보는 것이고 미립자(전자, 중성자 등)는 빛(광자)가 맞는 순간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물체의 정확한 위치를 절대 알아 낼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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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측정이라는 과정 그 자체에 한계가 불확정성 원리인 것인 마냥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잘못된 설명입니다. 차라리 어떠한 입자도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가질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이 옳습니다. 흔히 불확정성의 원리를 측정의 한계로 왜곡하여 생각합니다. 일반 사람들이 가지는 잘못된 통념이라고 치부하기엔 심지어 참고서에서조차 학생들에게 틀린 내용을 전달하고 있기에 최근 들어 심각한 문제라고 여겨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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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탑에 불확정성 원리가 나온 이유는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의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서 입니다. 러더퍼드는 원자핵 주변을 전자가 원 궤도를 그리며 운동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러더퍼드의 모형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전자가 원운동을 하면 가속을 받기 때문에 빛을 방사해야 되고 에너지를 잃은 전자의 운동 궤도는 점점 줄어들어 언젠가 원자핵과 충돌하여 원자의 형태가 유지 될 수 없게 되고 말지요. 그러나 실제로 원자는 외부의 간섭이 없는 한 원래 상태를 잘 유지합니다. 불확정성 원리가 단순한 측정의 한계와 오류라면 이러한 러더퍼드의 원자구조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즉, 애초에 위치와 속도를 결정할 수 없고 확률적으로 어떤 분포만 가질 뿐 전자는 처음부터 그 위치와 운동량이 결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특정 궤도를 돌거나 가속 받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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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전자로부터 직접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빛이나 다른 입자를 전자와 충돌시키는 측정을 통해서 알아내야만 하고 빛이나 다른 입자를 전자에 충돌시키는 순간,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변화하게 되므로 우리는 현재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알 수 없다는 설명은 불확정성 원리를 쉽게 이해하게 한답시고 그 내용을 완전히 왜곡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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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풍자

불확정성 원리는 기본적으로 측정에 의한 오차, 정밀도와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측정의 한계로 결부 짓는 것은 크나 큰 오류이지요. 아래 그림은 이를 풍자하기 위해 심슨 시리즈에 나왔던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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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동시에 들어 왔는데요.
  • (2) 전자현미경 관측 들어갑니다.
  • (3) 양자 하나 차이로 3번마가 우승했습니다!
  • (4) 이건 무효야! 관측으로 결과가 바뀌어 버렸잖아!

정확한 설명은?

전자를 예를 들어 정확히 설명하자면, 전자의 원래 위치가 정해져 있지만 측정 능력의 한계로 인해 그 위치를 알아낼 수 없다고 말하면 틀린 설명이고, 처음부터 전자는 정확한 위치가 정해져있지 않았다고 말하면 옳은 설명입니다. 실제 불확정성 원리는 '관측의 부정확'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막대기가 풍선을 건드리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막대기가 풍선에 가한 에너지가 0이라 풍선의 운동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막대기가 건드리기 전과 건드린 후의 풍선의 위치는 각각 어떻게 될까요? 풍선의 위치는 주위와 상호작용을 하던 안 하던 상관없이 불확정적이라는 것이 정답입니다. 즉, 풍선의 정확한 위치라는 것이 애초에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우리가 막대기로 풍선을 건드리는 순간 풍선의 위치가 관측되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가 풍선이 여기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풍선을 건드리는 순간 관측으로 확인하는 것이지 건드려서 관측하기 전과 후에 풍선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에 있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이것이 불확정성 원리의 정확한 설명입니다. 덧붙여, 위치라는 물리량만 놓고 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서로 교환 가능하지 않은 물리량(예를 들어 위치와 운동량)을 함께 측정할 때 두 물리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단 것이 핵심이지요. 가령, 위치와 운동량을 함께 측정하려고 하면 한 쪽은 결정하면 다른 한 쪽을 정확히 결정할 수 없단 것을 불확정성 원리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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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불확정성 원리

이공계가 아니라도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내용은 일상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확정성 원리가 관념적으로 어렵게 느껴지기에 일반적으로 야구공을 예로 들어 측정의 한계처럼 설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그러나 불확정성 원리는 측정의 한계가 결코 아님을, 물질 자체의 물리적 한계임을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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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 본문에서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 본문을 작성하는데 있어 위키피디아 내용을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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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말하면 지금 우리가 고정 위치에 놓인 탁자가 이 위치에 존재할 확률이 100%가 아니고 99.99999999~% 겠네요.

위치를 관측하는 순간 결정되는 것이지만 쉽게 받아들이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ㅎㅎ 하지만 위치를 단독적으로 관측한다면 확률 100%도 가능합니다. 서로 교환 가능하지 않은 물리량(예를 들어 위치와 운동량)을 함께 측정할 때 두 물리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단 것이 정확한 설명이겠지요.

불확실성, 가능성, 통계의 0.00001 과 99.99999 라는 내용은 알면 알수록,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더 미궁인듯 합니다~ ^^. 의미 있는 포스팅에 감사 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

통계적으로 0.00001% 혹은 99.99999 % 이 곳에 있다라는 것보다, 위치와 운동량을 함께 측정하려고 하면 한 쪽은 결정하면 다른 한 쪽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보다 정확하답니다. 즉, 서로 교환 가능하지 않은 물리량(예를 들어 위치와 운동량)을 함께 측정할 때 두 물리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단 것이 것이지요.

@hunhani님 포스팅은 너무 전문적이여서 올라올때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을 정도네요~~
하지만 항상 볼때마다 너무 어렵다는건 함정!!!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글을 읽어보니 재미있네요~
과학은 아직 우리 인간이 알지못하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지구도 혹은 태양계도 혹은 은하도 그냥 전자같은것에 불과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을 어릴때부터 해보았는데 그럴수도 있겠죠?ㅋㅋ
그럼 오늘하루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어려운 내용을 아무리 쉽고 재밌게 설명하려 해도 한계가 있나 봅니다 ㅎㅎ 그래도 꾸준히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아주 작은 원자도 큰 우주처럼 반대로 큰 우주가 아주 작은 원자처럼 동작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론에 불과하고 저로선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혹시 모르지요 정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명확한 정리 감사합니다ㅎㅎ 햇갈리기 쉬운 부분이네요

교과서 혹은 참고서에서조차 오류를 범하니까요 ㅎㅎ

경주마의 비유를 보면서 정말 작은 단위까지 알게 되면 얼마나 세상이 달라보일지 생각해보았습니다. ㅎ

경주마 비유가 불확정성 원리를 측정의 오류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관념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지만요 ㅎㅎ

이건 정말이라면 학계단위로 수정해야할거 같은데요. 다음 출판부터는 교정하기로 합의를 본다던지....

이해를 쉽게 한답시고 오류를 범하고 미묘하게 틀린 내용을 접할 때면 어디부터 접근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훈하니님도 대단하고 이 글에 댓글을 작성하시는 분들도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훈하니님과 윤님의 글을 읽으며 초등학교 때 과학공부 열심히 할걸 후회하고 있답니다......................

@yoon 님의 글이야말로 정말 이해하기 쉽고 재밌어서 저도 항상 그렇게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먹는데 어느 순간 제 스타일대로 써버리고 말더라구요 ㅎㅎ 반대로 전 어릴 때 미술공부 열심히 할 걸 후회한답니다. 연구 내용을 발표할 때 미술적 감각도 상당히 중요하더라구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불확정성 원리를 막연하게 관측의 부정확으로 이해하고 있었네요. 명확하게 설명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교과서 혹은 참고서도 틀리는데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것 같습니다 ㅎㅎ 이해를 도와드려 뿌듯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측정의 한계로 인한 불안정성이 아니라
물질 자체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잘 정리하셨습니다 ㅎㅎ 서로 교환 가능하지 않은 물리량(예를 들어 위치와 운동량)을 함께 측정할 때 두 물리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라고 이해하시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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