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의 모습

in Avle 종교 철학 인문학9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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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uarelle no. 319, 1936

봄 비가 오고 있다. 이곳 저곳에서 산수유 꽃 사진이 올라온다. 아파트 현관 입구에도 산수유 꽃이 피었을 터인데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매년 이맘때 즈음 꼭 그 자리에서 반가운 노란 꽃을 보는데 올해는 깜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전 단지 내 나무의 손 모두를 지나치게 싹뚝 짤라버렸다. 가지가 처참하게 잘려나간 나무들을 보자니 한숨만 나와서 아스팔트만 보고 걸었다. 내일 외출할 때 산수유 나무에게 잊지 않고 안부나 전해야겠다.

복숭아나무에 꽃이 만발했지만 하나하나가 다 열매가 되지는 않는다. 푸른 하늘과 흐르는 구름 속에서 꽃은 장미빛 거품처럼 밝게 반짝인다.
 
하루에도 백 번이나 꽃처럼 많은 생각이 피어난다. 피는 대로 두어라. 되는 대로 되라지. 수익은 묻지 마라.
 
놀이도 순결도 꽃이 만발하는 일도 있어야 한다. 그렇잖으면 세상이 살기에 너무 좁아지고 사는 데에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만발한 꽃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하기 보다 지금 사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재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줄이야.


헤세의 마음을 엿보다


시작하며 | 헤세의 연금술 | 뻐꾸기 소리는 배신하지 않는다. | 인내심 놀이 | 노인의 향기 | 50세 헤세의 유머 | 헤세가 죽기 전 날 밤 썼던 시 | 바람 결의 감촉 | 다시 시작하는 가을 몸맞이 | 내몸 아닌 내몸 같은 | 색채보다 감촉 | 닮은 꼴의 헤세와 융 | 방외 화가 두 사람의 풍경화 | 헤세가 사랑한 음악 1 | 헤세 정신의 곳간 | 요즈음 젊은 것들은...과 변화에 발맞추기 | 하리 할러의 꿈을 분석하며 (황야의 이리1) | 헤세의 아니마(황야의 이리2) | 왜 사냐면 웃어야지요(황야의 이리3)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괴로움과 번뇌속의 위안 | 기억의 가치 | 우주는 조바심에 가득차 있다 | 죽음에 관한 단상 | 가면 살이 | 백일홍 쇠퇴기 | 우주는 조바심에 가득차 있다2 | 인욕 바라밀과 쾌락의 줄다리기 | 죽음과 탄생 즐기기 | 부드러운 오기 | 아름다운 이기주의 | 잡생각의 미학과 예술 | 노인이 되어가는 | 노년의 덕목 |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 예배당이 있는 곳 | 인플루언서란? | 기억의 궁전 | 마음 운용의 기술 | 그대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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