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향기
그런 순간들, 생성과 소멸의 자연 과정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우리의 정체를 드러내는 그런 순간들의 경험은 느닷없이 와서 몇 초 혹은 몇 분을 머물고 그러면 우리 고령자에게는 기나긴 인생과 세월 동안 경험했던 기쁨과 아픔, 사랑과 깨달음, 우정, 사랑, 책, 음악, 여행, 일들이, 마치 신이 풍경 하나, 나무 한 그루, 얼굴 하나, 꽃 한 송이로 우리에게 모든 존재와 현상의 의미와 가치를 보여주는 이때의 짦은 순간에 도달하기 위한 긴 우회로에 불과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도 젊었을 때는 아마 피어나는 꽃, 구름의 행진, 천둥 번개의 순간을 더 격렬하고 강렬하게 경험했을 터이다. 인생의 해석
고령기 헤세의 에세이 중 한토막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은연중에 떠올랐던 생각 그러나 안개처럼 모호해서 신경쓰지 않았던 그러다가 지나가버렸고 잊혀졌던 그 무엇을 또렷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짚어주는 것 같아서 좋다. 이 구절을 여러 번 곱씹어 읽었다. 사람이 병이 들어서 괴로움이라는 분노가 사라질 때즈음이 되면 그것이 일상화 되고 체념하게 되면서부터 받아들이는 습관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리고는 생각을 즐기게 된다.
40대 초의 어느 날이었다. 어제까지 또렷하게 읽었던 책의 문장 속 글자들이 갑자기 흐릿한 듯 약간 부서지게 보이면서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는 무엇때문일까? 불편을 느꼈고 그게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때맞추어 찾아오는 노안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제는 눈의 피로감을 자주 느끼고 그러려니 체험한다. 무엇이든 불편과 결핍을 경험하게 되면 그것을 보상하듯 생각도 많아지게 된다. 그렇지만 헤세처럼 사색한다면 불편함을 초래하는 늙음과 병고가 불청객만은 아닐 것이다. 헤세는 늙어가면서 이 당연한 손님들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지 말자는 논조의 글을 자주 남겼다.
생성과 소멸의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면 평등하다.
이때의 짦은 순간에 도달하기 위한 긴 우회로에 불과했던 것처럼 보인다.
헤세의 마음을 엿보다
시작하며 | 헤세의 연금술 | 뻐꾸기 소리는 배신하지 않는다. | 인내심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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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노년이란 외로움이지요
올드스톤님은 외롭지 않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