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의 작은 생각] '정의의 화신'이어야 할 14인... 님들의 침묵에 침을 뱉는다
justice. '정의'란 뜻입니다. 우리나라엔 14명의 '정의들'이 있습니다. '대법관'이라는 촌스런 이름을 갖고 있죠. '큰' 법관이라니... 뭐랄까, 과대망상증 환자들 같지 않습니까?
여하튼, 대법관 중 13명은 재판에 참여하고 1명(행정처장)은 법원의 살림살이를 도맡아서 하는데요. 이 13인의 '정의들'이 할 일이 너무 많답니다. 1년에 4만여 건, 1인당 3천 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한다니 많긴 많네요.
그 많은 일을 어떻게 처리하냐고요? 방법은 있죠. 수강 인원이 많아 채점해야할 리포트가 산더미처럼 쌓일 때 교수님들이 쓰는 방법과 같습니다. '조교'들에게 채점을 맡기는 거죠. 대법원에는 수십 명의 '재판연구관'들이 있는데 이 분들이 바로 '정의의 조교'가 되어 대법관들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떠맡습니다.
게다가, 1인당 3천 건이라고는 하지만 절반 이상은 채점조차 되지 않습니다. '심리불속행'이라는 장치가 있어서 조교들이 쓰윽 보고 '꺼리'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합니다. 이런 특례법을 만들면서 양심은 있는지 형사사건은 예외로 두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민사, 가사, 행정 소송의 상고 신청은 대부분 이 조교들에 의해 퇴짜를 맞는다고 보면 됩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원심의 법률 해석이 부당하고 억울해서 다시 한번 대법관들에게 판단을 구하는 것이 상고 아닙니까? 그런데 법에 규정된 심리불속행(어려워라~) 요건을 보면 '상고 이유가 원심 판결이 부당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면 기각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직 잘 모르시겠다구요? 법률 용어가 쓸데없이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사실 단순한데요.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없고 병원장이 채용한 인턴이 문간에서 몇 가지 물어보고는 당신은 배가 아픈게 아니라며 퇴짜를 놓는 것과 똑같습니다. 환자가 너무 많다, 의사가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알고 지내는 재판연구관이 많을 수록 유능한 변호사가 됩니다. 전관예우가 창궐하는 더러운 토양이 되는 거죠. 이런 제도를 두고 합헌이라고 결정한 헌법재판소는 또 뭐 하는 곳인지...
양승태 치하의 대법원도 이런 상황에 낯이 간지러웠는지 '상고법원'이라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대법원 말고 별도의 법원을 만들어서 사건의 경중에 따라 '시시한' 상고심은 상고법원 판사들이, '중대한' 상고심은 현행처럼 대법관들이 처리하겠다는 겁니다.
그럴 듯하게 들리나요? 낚이신 겁니다. 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그 밖의 법관은 대법원장이 임명합니다. 상고법원의 판사는 대법관이 아니므로 대법원장이 임명하겠죠. 결국 상고법원 주장은, 명칭과 직제만 다를 뿐, 현재의 재판연구관 즉 '조교'들만 따로 모아 놓은 법원을 만들겠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늘 왜 이 아이가 왔는 줄 아느냐. 나는 혼자이기 때문이다.” - 이 분도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입니다. 어메이징 하죠?
그러나, 조교는 조교일 뿐이고, 인턴은 인턴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상고심이라는 사법부 최고, 최후의 판단은 어디까지나 대법관의 몫이어야 합니다. 대법관을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대법관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이므로 '국민의 대표들'과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의해 선임되도록 한 것입니다.
환자가 많아 의사들이 과로사할 지경이라면 의사를 더 채용하면 됩니다. 대법관의 숫자를 늘리면 된다는 거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의 대법관 정원은 14명이고 그나마 심리에 참여하는 인원은 13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스페인은 86명, 프랑스는 115명, 독일의 경우 128명이나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단순한 해법을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들이 굳이(!) 피해 가면서, 재판연구관, 상고법원 따위의 꼼수를 고집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자는 대법관의 숫자가 많아지면 법률 해석의 통일성이 저해된다는 주장을 펴지만, 이 주장은 역으로 현재의 재판연구관 혹은 상고법원 판사의 손에 맡겨지는 재판의 경우 통일성을 포기해도 된다는 의미이므로 넌센스에 가깝습니다.
'정의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의 대법관 13인.
참고로 노회찬 의원실에서 작년에 밝힌 바에 따르면 고위 법관의 80퍼센트가 재판연구관 출신입니다. 양승태 치하에서 그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이른바 사법 관료화의 핵심 고리였던 셈입니다. 말 잘 듣는 지방법원 판사를 재판연구관으로 채용, 대법원에서 길들이고 이 중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고위직을 임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전체 사법부를 휘어잡는 효과를 누렸던 겁니다.
상고 법원 역시 본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갖지만, 재판 연구관 제도와 달리 법적, 제도적 근거가 더욱 확실하다는 점에서 그토록 집요하게, 그토록 비굴하리 만큼 절실하게 추진했던 것입니다. 우병우를 비롯한 청와대 민정 입장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멋대로 움직이는 조종간으로 더할 나위 없었겠지요.
저는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지렛대 삼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권력 남용에 비난의 초점을 맞추는데 동의하지만, 소수에게만 허락된 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몇몇(?) 대법관들의 탐욕 또한 못지 않다고 봅니다.
대법관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나누어야 할 파이의 몫은 더욱 작아집니다. 이 파이의 이름은 '전관예우'. 그리고 '전관'의 힘은 재판정에서 경륜과 지혜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전화와 카톡을 통해 학맥과 인맥으로 발휘되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양승태의 어제 골목 성명은 20년 전 이 분의 모습과 묘하게 겹칩니다. 닮고 싶었던 걸까요?
어제 골목 성명을 마친 양승태는 ‘대법원 판결로 고속철도(KTX)에서 해고된 승무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대꾸했다고 합니다.
“어떤 재판이건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결론을 낸 것을 자꾸 견강부회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나랏님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 뭣도 모르는 X들은 입 닥치라'는 뜻이겠지요. 법원의 독립, 법관의 독립, 사법부의 독립은 주권자인 국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그 분께 따로 환기시킬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그건 그가 대법원장까지 역임한 법률가라서가 아닙니다. 우리 '국민'보다는 저들의 '나라'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 '싸구려 확신범'이라는 점에서 시간 낭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고, 자신들에게 보장된 현재와 미래의 황금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힘없고 빽없는 민초들의 나무 밥그릇을 서슴없이 짓밟는데 동참한 '그때 그 님들'은 왜 침묵하고 있을까? 법관은 판결문으로만 말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 침묵의 이유가 그러한 소신 때문이라면 그 알량한 법복부터 '탈의'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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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인간들은 확신법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게 아닙니다.
그래서 '싸구려 확신범'이라고 강조부호까지...^^ '사이비 확신범'으로 바꿀까요? ㅎ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오매불망
나라를 위해서...
네, 오매불망, 저들의 나라를 위해서...^^
나랏일 하는 분들 자식도 억울한 일들을 많이 당해봐야 되요 ㅡㅡㅋ
그 분들 자식들은 억울할 일 당할 일도 적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수 제한이 걸려있는 직들이 거기에 맞게 제한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 여러 분야에서 문제네요... @홍보해
@eversloth 님,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어디다 드려야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댓글 주셨네요. 덕분에 이번에 평판지수 55에 도달해서 뉴비 딱지 뗐습니다.^^ 가입 초기 대역폭 때문에 고생할 때 저도 모르게 임대를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명성도 55 축하드립니다! 주말 얼마 안 남았네요. 즐겁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법은 참 멀리 있어요.
멀리 있고 사람에 따라 거리도 다르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