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의 매직스쿨 다이어리] 귀여운 요괴들의 천방지축 철학노트
이것저것 쓰고 싶은 글은 많은 데 정작 노트북을 붙잡기는 겁나는(?)... "머리"는 쓰고자 하나 "목관절"과 "어깨"와 "허리"는 쓰기를 거부하는 나날입니다.ㅋ 시험 출제, 과제 체크, 수업 준비와 강의에 일상적인 상담이 겹치고... 오늘은 특히 동아리 활동이 있는 날인데 학교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심한 몸살로 결석을 해서 합주 대타까지 뛰었네요. ㅠㅠ
(다행히 전세계가 다 아는 오아시스 곡이라 대충 코드 쳐 주고 중간 중간 들어가는 솔로는 메이저 펜타토닉으로 어영부영 때웠습니다 ㅎㅎ)
어쨌거나 점심시간에 밴드반 녀석들의 재롱 섞인(모두 남학생입니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탓에 아침부터 퇴근까지 단 한 순간도 쉬지 못한 옹골찬 하루였습니다. ㅋㅋ
평가 기간은 내일까지지만 오늘 시험을 마지막으로 제 담당의 시험은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죠. 체크해야 할 리포트와 과제물이 제 연구실 한 켠에 그득~쌓여 있습니다. (차마 그 끔찍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어요. ㅠㅠ) 그리고 다음 주엔 성적처리를 해야하고...
연구실에 찾아온 남학생 두 녀석이 과제물 더미를 보며 지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이러더군요...
"쌤~ 이번 학기는 체크하실 과제물이 더 많아진 거 같아요~"
"뭔 소리야. 저번 학기 때도 이렇게 많았어~"
"그래? 우와~ 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그래 고맙다...ㅠㅠ)
과제 체크도 일이라 마냥 즐거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루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철학 노트> 체크하기인데요.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노트에 정리해서 제출하는 것이 전통적인(?) 철학 수업의 과제...
"강의 내용의 기록"이 아닌 "생각의 정리"가 목적인 만큼, 아이들이 수업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재미에 그것을 통해 역으로 제 강의를 스스로 돌아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까지 누릴 수 있죠.
게다가 최근 몇년 동안은 매 학기 두 번씩 노트를 체크할 때마다 한 컷씩 사진을 찍어서 보관도 할 겸, 부모님들께도 보여드릴 겸, 학교 블로그에 올려드리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생각이 신입생때부터 매 학기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보람까지 누리게 된답니다. 큰 학교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작은 독립학교 선생님만의 특권이죠.
자 그럼, 우리 학교 꼬마 철학자들의 철학 노트를 지금부터 감상해 보실까요? 꼼꼼히 들여다 보시면 꽤나 쏠쏠한 재미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이 최종 마감이니 몇 권의 노트가 더 쌓이겠지요. ㅠㅠ 요즘처럼 체력이 딸릴 때면 가끔씩 이유 모를 "허허로움"이 몰려들 때가 있지만, 밴드반 남학생들의 징그러운 재롱, 고민 상담을 끝낸 여학생이 건네는 꿈틀이 젤리 하나, 철학 공책에 적혀 있는 "미셸 푸고", 이데올로기적 "국가의 장치" 같은 귀여운 오탈자(?), 시험 답안지 한 켠에 알록달록하게 적혀 있는 노골적인 사랑고백(쌤~ 사랑해요~)에 불끈 힘을 냅니다. 으이구~ 이 귀여운 요괴들~!!!
이 글은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학교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표절 방지 치타봇이 댓글을 달더라도 그러려니 하시길... 그리고 생각해보니, 노트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아이들에게 있는 만큼 이 글에 대한 저자 보상은 아이들과 나누는게 옳을 듯하네요. 저자 보상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기념 삼아 예쁜 노트나 단어장 한 권 씩 돌리든 해야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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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댓글을 달면 안돼는데..
술을 많이 먹어서요.
음~~ 어느 학교인지 우리 애들(아들,딸) 보내고 싶네요.
생각에 크기를 키워주고 싶습니다.
큰 생각을 하는 아이, 넓게, 멀리 보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습니다. 이것도 제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지요.
선생님 아이들이 부럽네요.
우리 애들 더 사랑해 줘야 겠네요.
더크게 넓게 길게 생각하고 볼 수 있도록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큰 생각, 넓고 멀리 보는 안목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어찌 욕심이겠습니까?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아이들을 그렇게 "키운다"는 마음보다는 "함께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바를 "구해준다"보다는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함께 구한다"는 마음을 가지신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큰 사랑을 갖고 계시는 만큼 바라시는 바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왜 그런 좋은 방법을 잊고 있었는지?
참 그래요..
우리조직 아침마다 외치는 구호중에 "함께"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만든 구호인데..
조직에는 10년 가까이 강조한 걸 가족들에게는
생각을 못했네요.
"함께한다" , "함께 구한다" 행동으로 옮기는 아빠 되겠습니다.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아주 운이 좋네요. 좋은 선생님을 여기서 뵙게되어서요.
앞으로 좋은 말씀 많이 부탁드립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저에 스팀잇 4번째 팬입니다.
자주 찿아뵐게요
다 아실만한 내용으로 괜시리 외람된 말씀 드리는 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너른 마음으로 받아들여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아드님 따님은 훌륭한 아빠를 둔 행운아들인 것 같습니다. 며칠 후면 5월이네요. 내내 행복한 봄날이시길 바랍니다~ㅎㅎ
외람되다니요
아닙니다. 겸손하시기는 역시좋은 선생님.선생님! 많은 사람들이 어떤 말을 들으면 대부분 다 알고 있다고 합니다.
듣고나서 ..보고나서. . 나도 그런거 다 알아??? 흔한 경우입니다.
실제 알고 있는데로 하고 있지 않다면 알고 있는게 아니죠.
익숙하고 친숙하지 않다면 모르는 거랑 동일한 거죠. 이렇게 생각합니다.
넛지( nudge) 아시죠. 선생님게서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강력한 훌륭한 넛지를 선물주셧습니다. 완전~~ 고맙습니다.
5월가정에 달 주신 넛지 잘 실천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노트 내용이 왠지 무척 정감이 가네요^^
귀엽죠? ^^
아름다운 나눔의 쌤이시군요. 인기가 많으실것 같아요. 철학노트 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근데 모드 글씨가 이뻐요. ㅎ 과제라고는 하지만 아이들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모습이 진정한 스승님이신것 같네요!
그놈의 인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면 체력이 바닥 난다는...ㅋㅋ 과분한 찬사에 감사 드립니다만, 들여다보려고 해서 보는게 아니라 적은 수의 아이들과 알콩달콩 부대끼다 보면 안 보려해도 다 보인답니다. 그럴려고 작은 학교를 열었으니 요즘 애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로 제 업보죠.^^
아이들의 노트 내용들이 참 귀엽네요. 저는 참 악필이라 제가 적은 내용을 제가 못알아본다는 (...)
철학서를 한 두 권정도 쥐어주면 그것도 나름 공부일 것 같기는 한데, 우선은 핵심 줄기를 파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듯 합니다. 주요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철학이라, 여기에 삶의 이파리가 붙기를 기대해봅니다 :)
봄 학기 철학 수업은 "주제가 있는 철학"이라 저자가 주제 별로 여기저기서 끌어다 쓴 개념들에 대해 수업 시간에 해설을 곁들이다 보니 노트가 저런 모양새(?)입니다. 가을 학기 철학 수업 때는 철학 사조별로 사고의 틀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니 모양새가 또 달라지겠지요. 매년, 매학기 다른 교재로 수업을 하니 입학부터 졸업까지 이런 식의 변주를 4년간 거치면, 대학에 가서 최소한 "철학이 밥먹여주냐"는 소리는 안 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를 해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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