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고통

in #avle-pool25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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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bstabend, 1918

수묵화 같은 풍경화인데 이 그림이 참 좋다. 가을 저녁이란다. 그런데 나는 겨울의 오후로 느껴진다.

아직 노년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곳 저곳 불편함이 생기기 시작할 나이에 접어들고 있다면 바쁘고 긴장된 삶에서 멀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졌다면 그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손가락을 구부릴 수 있는 날엔 시를 쓰는 일로 시간이 간다. 그러다 혹 괜찮은 시구를 찾으면 세상이, 관절염이, 통증이 아무 문제도 안된다. 어떤 날엔 쓸 수가 없어 뼈마다 속 깊숙이 줄기차게 늘어나 슬슬 기어 나오는 것에 귀를 대고 엿듣는다. 그건 죽음이지만 우린 그걸 관절염이라고 부른다. 난 그놈이 질색이다. 종종 우린 싸우며 나뒹굴기도 한다. 그러나 이따금 깨닫는다. 그놈이 고약해서 내게 덤비는 건 아니라고. 그놈의 임무는 구원이고 나는 흔쾌히 한 구간 만큼은 따라가 준다. 우리가 완전히 화해를 하고 합의를 보게 되면 그놈을 관절염이라고, 죽음이라고 더는 부르지 않으리라. 영원한 어머니로서 그놈을 인식하리라. 그의 부름을 사랑이라고, 나는야 그 아기라고,
 
관절염

몸에서 느껴지는 불편함(괴로움)은 고통과 같은 것은 아니다. 고통에 불편함을 더해서 일을 더 크게 만들어갈뿐이다.


헤세의 마음을 엿보다


시작하며 | 헤세의 연금술 | 뻐꾸기 소리는 배신하지 않는다. | 인내심 놀이 | 노인의 향기 | 50세 헤세의 유머 | 헤세가 죽기 전 날 밤 썼던 시 | 바람 결의 감촉 | 다시 시작하는 가을 몸맞이 | 내몸 아닌 내몸 같은 | 색채보다 감촉 | 닮은 꼴의 헤세와 융 | 방외 화가 두 사람의 풍경화 | 헤세가 사랑한 음악 1 | 헤세 정신의 곳간 | 요즈음 젊은 것들은...과 변화에 발맞추기 | 하리 할러의 꿈을 분석하며 (황야의 이리1) | 헤세의 아니마(황야의 이리2) | 왜 사냐면 웃어야지요(황야의 이리3)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괴로움과 번뇌속의 위안 | 기억의 가치 | 우주는 조바심에 가득차 있다 | 죽음에 관한 단상 | 가면 살이 | 백일홍 쇠퇴기 | 우주는 조바심에 가득차 있다2 | 인욕 바라밀과 쾌락의 줄다리기 | 죽음과 탄생 즐기기 | 부드러운 오기 | 아름다운 이기주의 | 잡생각의 미학과 예술 | 노인이 되어가는 | 노년의 덕목 |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 예배당이 있는 곳 | 인플루언서란? | 기억의 궁전 | 마음 운용의 기술 | 그대로의 모습 | 그래도 은밀히 우리는 갈망한다.| 모두가 꽃 다운 일생이어야 함을 | 행복 | 흉몽(凶夢) | 익숙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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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맞는 말씀 이세요
바쁘고 긴장된 삶에서 조금은 멀어지면 좋을텐데
현실은 점점 더 바쁘고 흑 흑 ...
몸은 바쁘더라도 마음의 여유는 조금씩 가지고 가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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