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얀's 에세이] 당신에게 자유란 무엇인가요?

in #kr-pen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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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자기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 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어요."


 매일 아침 거울 속의 나와 대면할 때마다 뒤통수에 숨어 있는 누군가가 단호하게 말합니다. 환청같이 매번 들리는 말인데, 이 말은 너무나 강력해서 어느 순간부터 내 삶에서 꼭 지켜야할 제1 명령어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할 것이 없다면 나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라고 가정해보는 순간 이미 자유를 맛보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직 나 자신을 기쁘게 할 마법으로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전 생애를 채울 수 있다면? 비를 맞거나 별을 보면서. 바람 속을 달리면서.

 그러고 보니 속옷까지 비를 맞았던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나타나엘이여, 비를 받아들이자."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때 소나기를 맞으면서 2시간 가량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기분 좋게 비를 맞았는데, 사람들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습니다. 그 때의 제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어떤 학생이 지상의 양식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읽고 무척 감동한 나머지 독서실을 뛰쳐 나왔다는 것을, 그리고 중년이 된 후에도 밀밭을 볼 때마다 어린왕자를 떠올리는 여우처럼 비가 올 때마다 그 기쁨을 다시 음미하곤 한다는 것을 영원히 모르겠지요. 그 때부터 전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력이란 말은 참 무거운 말입니다. 여기엔 기쁨이 0.0001퍼센트도 없습니다. 채점판을 가진 대상이 항상 대기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노력을 절대로 하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자유로운 마음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계좌의 잔고를 쳐다보는 대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명의 도시로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걸 배우는 기쁨을 선택하게 합니다. 저에게 자유는 한 순간 타올랐다가 꺼지는 열정이 아니라 정해놓은 시간에 출발하는 아침산책같은 것입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숲 전체를 보는 동시에 셀 수 없이 많은 나무잎들을 스치는 빛과 비와 바람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혹은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자유란 무엇인가요? 오늘밤 궁금해집니다.






보얀's 에세이


쓴다는 것은 시냅스를 연결하는 것
관계의 견고함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집사의 편지
베니스에서 얻은 자유
첫사랑
데미안을 만나는 시간
파리에서 해 볼 6가지
요리하는 즐거움
시를 읽는 시간
당신에게 쓰는 편지
로레인 루츠가 가르쳐 준 것
질문 속의 답
페드로씨
없는 날
핸드픽을 그만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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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자유란 그냥 무작정 떠날수 있는 용기입니다

맞아요. 용기는 늘 자유를 가져다 줍니다.

글쎄요.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네요. ^^
저에게 지금의 자유란... 뭔가를 집중하거나 하고싶은걸 맘껏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 ?! 너무 일차원적 이네요.;;

라나님께 자유는 시간이군요! 라나님께 좀 더 많은 시간이 생기셨으면 좋겠어요^^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오치님도 멋진 한 주 되시길!

레보얀트 님의 글을 읽으니 마치 키위나라에 서식하던 제 친구를 보는것 같군요 ^^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죠. 저랑 맨날 철학과 인생에 대한 논의하곤 했는데 요즘은 호주나라로 건너가는 통에 영 그리워 집니다

aruka님에게서도 자유의 냄새가 퐁퐁 나는 것 같습니다^^ 방문해주셔서 기뻐요.

자유가 없을 때 더 자유를 갈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별로 생각해본 적 없는 걸 보니, 나름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다 원하지 않는 걸 해야하는 순간이 오면 떠오르게 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ㅎㅎ

지금 자유로우시다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네요^^
원치 않는걸 하기 전에 원하는 것만 집중하면 원치 않는걸 해야할 순간이 점점 줄어들 것 같아요.

'오늘'이란 오! 늘(항상 늘이다)의 뜻이다
多夕 유영모

저도 제 자신이 제일 기뻐할 일을 하고 싶어요!
다행히 스팀잇에서는 제 맘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그것또한 자유인거 같습니다 :-)

경아님 말씀 듣고보니, 스티밋 또한 자유군요.
저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글쓰는 자유로운 공간.^^

리스팀만 해두고 댓글을 못달았네요ㅎㅎㅎ
보안님 덕에 한국 가면 구하고 싶은 책이 한 권 더 늘었습니다ㅎㅎ
『지상의 양식』이란 책인가요?^^

조르바님, 리스팀 감사합니다^^
네. 맞아요. 작가가 아마 앙드레 지드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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