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소년 추방史] #18 내일 일

in #stimcity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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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내일 일





순례길의 가장 큰 도시 레온이 최근의 코로나 재확산으로 봉쇄됐다. 순례자들도 그와 관련한 정보들을 주고받느라 바쁘다.



"얼마 동안 봉쇄래?"

"2주라던데?"

"우리가 언제 레온에 들어가지?"

"2주 뒤에."

"그럼 뭘 걱정해?"

"어라? 그러네?"



이런 대화를 주고받다가 나는 순례길 둘째 날 일기예보를 보고 절망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론세스바예스에서의 날씨 어플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비가 계속 내릴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는 푸엔테에서부터 그쳤고 나는 사흘 연속 화창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걷고 있다. 날씨 어플이 틀린 게 아니라 내가 계속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것도 전국 날씨가 똑같은 나라에서 살아온 정주 생활자의 관성일까?



내일 일은 알 수 없다. 세상이든, 나든, 아니면 둘 다든, 가만히 멈춰서 있는 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일의 일은 내일 걱정하면 된다. 우리가 걱정할 건 사랑하는 타인이거나, 걱정하고 있는 자기 자신이다.





_ written by 영화평론가 최광희 / @twentycentury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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