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소년 추방史] #03 근대 정신

in #stimcity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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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근대 정신





네이버에 따르면 프랑스의 어제 하루 확진자가(작성시점 기준) 2만 명이 넘었다. 한국 같으면 모든 상점을 폐쇄하거나 난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여기 사람들은 그냥 일상을 살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거리 까페의 사람들은 앉자마자 마스크를 벗어재낀다. 프랑스인들은 코로나를 모르는 걸까? 아니다. 안다. 다만 그들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지 않았을 뿐이다. 마스크를 쓰고 안 쓰고는 캠페인의 힘이 아닌 자발성에 의해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의 행동을 규정하는 건 객관적인 위험도가 아니라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위험이 두려운 게 아니라 위험이 내게 닥쳤을 때 치러야 할 평판의 추락이 더 두려운 사회도 있다. 한국이 그런 사회다.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려 죽을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확진자가 되어 직장에 민폐를 끼지게 될까 훨씬 더 두려워한다. 확진자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주홍글씨를 받은 사람을 뜻하게 된다. 국가는 그런 사회를 지배하려고 노력한다.



코로나는 국가주의 강화를 노리는 정치 권력에게 절호의 기회다. 미국산 소고기는 이명박의 국가주의를 약화시켰지만 코로나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작동한 것과 다르되 같은 방식으로 문재인의 국가주의를 강화시켰다. 그 덕분에 좌파든 우파든 여전히 국가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나라도 한국이다.



한국의 의사들이 기득권 투쟁을 하는 동안 프랑스 의사 협회는 얼마 전 성명을 냈다. 놀랍게도 그들은 국가를 향해 코로나를 빙자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가에 앞서 사회가 있고 개인이 있다는 근대 정신의 확인이다. 여기 있는 동안 한국과 프랑스의 차이를 탐문해볼 생각이다.





_ written by 영화평론가 최광희 / @twentycentury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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