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소년 추방史] #01 안갯속의 여행자

in #stimcity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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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안갯속의 여행자





유럽에서 책을 쓴다. 이 책은 여행기이되 실용적 목적의 여행 가이드가 아니다. 한 지역에 비자 없이 최대치로 머물러서 얻게 될 은혜로움을 찬양하는 책도 아니다. 떠나와서, 어쩌면 다시 돌아가게 될지 또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될지 모르는 여행자의 심리적 족적이 될 것이다. 나는 그 과정에서 인식론적 지평을 넓히려고 노력할 것이고, 나중에 독자들에게도 인문학적 차원의 여행 방식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다니엘 부어스틴이 쓴 ‘이미지’라는 책은 여행이 관광이 된 산업적 과정을 서술한다. 책에 따르면 사람의 여행은 원래 고생길이었는데 관광 산업이 집의 편안함을 관광지까지 가지고 가는 패키지 상품을 개발했다. 여행은 원래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안락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장받기 위하여 떠난 길까지 안락하게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여행지의 일상은 관광객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이미지’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진짜가 아닌 이미지.



그게 사람들의 원래적 욕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다시 고생을 자처하는 여행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너무 편해 사진 몇 장 말고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여행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다.



이미지가 아닌 진짜로 진입하기 위해 90일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러나 적어도 갔다 왔다는 자족 이상의 것을 얻기엔 충분한 시간이라고 믿는다.



여행의 초입에 나는 어떤 길을 갈 것이며, 또 어떤 책을 쓰게 될지 헤아려 보지만 모든 것은 안갯속이다. 안갯속. 그리하여 내 여행이 진짜 시작된 것이다.





_ written by 영화평론가 최광희 / @twentycentury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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