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소년 추천사

in #stimcity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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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여행 중인 20세기소년을 만났습니다. 그는 어리둥절해 하며 여긴 왜 이렇게 됐냐고 탄식을 내쉬었습니다.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배척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에 분개하는 것이 오히려 미개한 것으로 매도되는 세상에 어떻게 살고 있냐고 마법사에게 물었습니다.



30세기에서 온 마법사는 그에게, '글쎄요? 우리는 어쩌다 이런 시공간을 선택한 걸까요?' 반문하고 자조했습니다. 어쩌면 여기가 지옥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음과 마음을 나눌 수 없고,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말, 해야 되는 말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작가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할까요?



20세기소년은 심지어 평론가입니다. 그는 영화를 보고 평론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비판적이며 삐딱한 시선을 무기로 삼아야 하는 업입니다.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것은 그의 당연한 업적 태도일 것입니다.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영화 같은 세상은 오히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그것에 대해 날카로운 관점, 다른 생각을 유지하는 것은 업과 삶을 일치시키는 평론가의 자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업에 충실했습니다. 업과 삶의 일관성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많은 질타와 매도가 쏟아졌습니다. 스크린 밖 세상에서 벌어진 일에 그는 매우 당황하고 슬펐습니다. 그는 관종이라 놀림받고 부적응아로 매도되며 우리 사회에서 추방되어 버렸습니다. 지난 정권에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받았는데, 그 정권을 타도하며 등장한 새로운 정권에서는 심지어 시민들의 블랙리스트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시민들은 어떤 이들일까요? 왜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20세기소년에게 블랙을 먹여야 했던 걸까요?



그는 결국 이 사회로부터 도망치듯 추방되어 대륙의 끝까지 물러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그가 선 땅마다 봉쇄령, 추방령을 내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누구입니까? 몰이해와 무례함, 소통 거절, 일방향성으로 무장한 21세기의 조폭 시민들이 아닙니까?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발설했다는 이유만으로 경계를 긋고 귀를 닫으며 내쫓으려 드는 이들과 우리는 어떻게 화합할 수 있을까요?



20세기소년은 판단자가 아닙니다. 그는 영향력은 있을지 모르나 아무런 권력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가 가진 것은 '다른 생각' 뿐입니다. 그리고 합合하자고, 너는 정正하고 나는 반反하니, 우리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고 논쟁하고 설득하여 합合하자고 외쳤을 뿐입니다. 그래야 공동체이고 그래야 사회이니까. 그래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테니 우리는 합하자고, 그러려면 너의 이야기도 하고 나의 이야기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를 한 것입니다.



그 호소가 모두에게서 일언지하에 차단당하고 도망치듯 내쫓겨 대륙을 떠돌다, 결국 삶의 가장 밑바닥으로 밀쳐진 채 쓰러지려 드는 그에게 춘자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당신의 말을 하셔요. 당신의 말을 세상에 내놓을게요. 우리가 당신과 정-반-합하겠습니다. [스팀시티]로 오셔요.



우리는 20세기소년과 '다른 생각'을 가졌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충분히 그의 '다른 생각'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다른 생각'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가 정正인지 반反인지, 우리가 정正인지 반反인지, 우리는 서로 정正인지 반反인지 누구도 모르고 아무도 모릅니다. 말할 기회를 서로에게 주지 않았으니까요. 탈중앙화의 기치를 내걸고 시작된 이 공간에서, 검열과 차단에서 자유롭다는 이 블록체인에서, 영원히 박제됨으로써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이 공간의 특성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는 자신의 '다른 생각'을 말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20세기소년 최광희의 '다른 생각'. 그러나 여전히 조국을, 자신이 나고 자란 공동체를 사랑하는 그의 무례한 제국 추방기, <20세기소년 추방사>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어쩌면 삶이란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를 벗어나는 여정일 것이다. 벗어났다가 돌아오는 게 삶이다. 스톡홀름의 가을도 깊어져 나무의 잎새가 다 떨어졌다. 이제 조국의 낙엽을 밟고 싶다.'

_ 영화평론가 최광희 / @twentycentury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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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아직 충분히 그의 '다른 생각'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다른 생각'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여기 지금 조용한 각자도생 무법천지의 땅, 스팀잇이 다른 생각을 들을 가장 좋은 시공간일지도 모르겠어요. 다음 이야기 궁금해져요!

안녕하세요 stimcity-lits님

랜덤 보팅!!

소소하게 보팅하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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