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많이 달랐던 한/중/일 "내시(內侍)" 제도로 3국 문화 이해해보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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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외로 "내시"에 관해 많이 모르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내시"라 하면 어릴 때부터 "거세"된 후 왕과 왕실을 바로 지근거리에서 따르는 일을 하는 남성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한중일의 서로 많이 달랐던 내시 제도를 비교해보면 자연스레 동북아 3국의 문화적 사상적 차이를 각자의 생각대로 짐작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중국: 음경/고환 모두 거세, 권한은 상대적으로 높았음


중국 내시의 특징은

우선 음경과 고환을 모두 거세했다는 것입니다.

잔인하죠. 초기에는 개가 물어뜯도록 하는 원시적 방법도 사용했었으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위적으로 거세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거세자 중 상당 비중의 어린 남성이 이를 못 견디고 사망했습니다. 그 비중이 무려 1/4~1/3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한, 음경과 고환을 모두 거세하기에 요실금과 비슷한 증상을 대부분 겪게 되어 여름에도 두툼한 솜바지를 많이 입었다고 하네요.

또한 3국 중 권한이 그래도 가장 강했습니다.

땅덩이가 워낙 커 통제도 어렵고 군신 간 신뢰 유지도 쉽지 않았을 터, 늘 왕 근처에서 보좌하는 내시들은 왕이 그들을 어떻게 여기는가에 따라 때때로 꽤 큰 힘을 행사한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소위 "환관"정치라고도 일컬어지며 "십상시"의 일화는 유명합니다.

지도에서 보듯 중국은 땅이 참 넓고 북방의 유목민 풍습과 남방의 정착민 풍습이 섞여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먹고 살기는 어려운데 인구는 넘치고, 사상적으로는 유교 기반의 가부장적 질서가 강했습니다.

따라서 기근과 넘치는 인구 속에서 차라리 내시가 되려는 자도 흔했고, 가부장적 질서에 따라 궁의 살림살이를 궁녀 등 여성들에게 다 맡기지 않고 남성인 내시를 통해 통제하려 했던 측면도 엿보입니다.

명대 이후에는 내시 수요가 폭발하면서 최대 10만명 선까지 늘렸다고 하는데요.

안타깝게도 이런 이유로 명과 청 시절에는 조선에서 내시를 조공 목록에 두었고 최대 수천명의 조선인들이 명과 청의 내시로 가게 된 적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조공으로 바쳐진 조선 출신 내시 중에 "정동"이라는 이는, 내시 최고 벼슬인 태감에 올라 조선에 사신으로 "금의환향"하여 조선의 고관대작들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사신으로 왔을 당시, 자신의 고향을 "현"에서 "군"으로 승격시키고 돌아갈 정도로 힘이 셌습니다.


2) 한국: 고려/조선 달라, 고환만 거세, 권한 적고 결혼 가능


① 고려 초/중기: 내시는 명문가 출신 엘리트 집단

고려 초/중기에 내시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내시가 아니었습니다.

명문가에서 교육받은 자제들 중에 선발되어 왕을 보좌하는 일종의 비서실 개념이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내시 출신 중에 재상도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거세된" 이미지를 가진 내시는 "내료" 또는 "환관"이라고 불리었으며 수요도 많지 않아서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자연 거세된 이들 위주로 꾸리고 있었습니다.


② 고려말기 ~ 조선 : 중국 제도를 흡수, 큰 틀은 중국식이나 한국화

그러다가 말기에 이르러 원나라에게 간섭을 받으면서 중국식 내시 문화를 채택하게 되는데요. 기존의 엘리트 집단 형태의 내시는 사라지고, 환관으로서의 내시 제도로 바뀌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인위적인 거세를 하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내시가 조공 목록에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보다는 잔인하지 않았습니다. 거세의 정도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인간적이었다고는 차마 말하기 힘드네요. 하지만 음경을 두고, 주로 고환만 잘라냈다고 합니다. 무슨 차이냐면, 성생활 자체는 어느정도는 가능하게 두고 생식기능만 없앤 것입니다.

왕실의 핏줄이 뒤바뀔 가능성만을 막은 것이죠.

또한 본인의 거세 의사를 3번 물어서 당차게 예스를 외치는 사람에게만 내시 채용 절차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애매한 사람들은 제외했다고 전해지네요.

따라서 조선 시대의 내시는 마음 먹으면 결혼도 가능했고, 양자 입양을 통해 가정을 구성할 수도 잇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양자는 다시 내시로 키워졌습니다.

이를 통해 조선은 중국에서 내시 제도가 가진 소위 "환관 정치" 우려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가정이 있는 내시는 음경/고환 모두 거세되어 가정을 꾸릴 수 없던 중국 내시와 비교해 권력욕을 줄여주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내시 수급이 유도되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또한 문제없이 근무하여 35세 이상이 되면 퇴직할 수도 있었으며, 특히 노인이 된 경우에는 일부 지방의 소소한 관리가 되기도 하는 등 최소한의 예우는 해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의 내시는 큰 권한이 없었고 따라서 국가를 흔들 정도의 환관정치를 한 인물도 없습니다.

쿠데타의 와중에 왕 대신 칼 맞고 죽은 "안도치"의 충성스런 내시 일화가 그나마 유명합니다.

참고로 한국과 중국에서 거세된 음경 또는 고환은 절여서 항아리에 보관했다가 내시가 죽을 때 다시 붙여서 장례를 치르도록 해주었고, 퇴직시에는 돌려받을 수도 있었다고 하네요.


3) 일본 : ????? 내시 제도 없었음.


드라마에서 일본 내시를 본 분 계신가요?^^

일본은 신기하게도 인위적 거세를 통한 내시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리적/사상적 여건 차이로 한중의 내시 제도가 전파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지만,

일본의 왕은 대체로 신격화되어 상징적 권위가 높았을 뿐, 실권은 막부에서 가지고 있었기에 왕이 내시 제도를 두지 않은 측면도 있는 것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듯 합니다.

왕의 권위를 인정해주고, 막부는 주로 권력만 챙겼기에 굳이 왕이 내시를 둘 필요가 없었던 측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들은 누가 보좌했을까요? 내시 대신 여인들의 보좌를 받았습니다. 자연히 권한도 낮았겠지요.

일본이 내시 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점은 사상적/지리적/정치구조적 등 여러 면에서 다양한 이유를 상상해보게 되네요.


주말이라 좀 가벼운 역사 주제를 다뤄보았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과거 유사한 주제의 글>

등려군 "월량대표아적심"으로, 나라마다 같은 듯 다른 악기 소리로 그곳을 이해해보기.

<덜 알려진 흥미로운 역사 연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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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공부하며 주말 아침 시작합니다^^
내시를 수출하다니
고려전기에는 정관수술수준이었네요 ^^

네. 조금 풀어주는게(?) 사실 왕한테도 좀 더 좋지 않을까 싶긴 해요.
일본에 내시가 없었던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좀 더 찾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raah님 편한 주말 보내세요^^

절대 내시 이야기라서 이렇게 흥미롭게 집중해서 글을 읽은 게 아닙니다요;;;;

중국의 초기 거세방법이 너무나 끔찍하네요 ㅠㅠ 고려초기 내시가 엘리트 집단이였군요. 몰랐던 사실 많이 배워갑니다.

네 재밌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흥미로운 주제라 더 꼼꼼히 읽게 됩니다~ ㅎㅎㅎ

네 더 나가면 19금 내용인 것 같습니다 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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