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머물고 싶었던 빼다시(Pedasi)(3)
<빼다시 마을광장>
사진으로 표현이 많이 되지 않았다. 아담한 광장은 이 동네 사람들의 소중한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광장 인테리어는 수수하지만 소개팅하는 첫날 처럼 로맨틱하다.
마을 광장에서 간단히 맥주 한캔을 하고 있을 때 다른 무리가 방송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손에는 캐스터네츠를 들고 걸으면서 짝짝거렸고, 머리에는 괴물 형상의 커다란 탈을 쓰고 마을 광장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Diablicos 탈을 쓴 마을 청년들(1)>
<Diablicos 탈을 쓴 마을 청년들(2)>
일종의 후크송 느낌이다. 그래서 여행내내 이 리듬이 귀에서 멤돌았다. 의외로 중독성이 강하다.
아까 기념품샵에서 저 괴물 탈을 팔고 있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기가 작은 것이 없어 기념품으로 사고 싶었는데 살 수 없었다. 제대로된 Diablicos Sucios 마스크는 약 $900.00에서 $1,000.00 정도 된다.
마을 광장 한켠에는 동화에서 나올 법한 아담한 성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빼다시는 작은 마을인데 뭔가 가지런하고 꾸밈이 적지만 충분히 매력을 발산한다.
<빼다시 성당 외부>
<빼다시 성당 내부>
원래는 성당 외부 라인에 조명이 켜켜이 켜져 있어서 위의 사진보다 더 이쁘게 나왔는데 아쉽게도 여유부리며 감상하다 성당 조명을 끄는 시간이 왔는지 후다닥 꺼지기 시작해서 겨우 저 장면만 남겨 놓게 되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에서 히말라야에서 사진작가 션 오코넬(숀펜)은 “눈표범은 유령을 부른다는 전설이 있다”고 “아직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집중하지 않으면 눈표범을 놓치고 말거라고 월터(벤 스틸러)에게 말한다. 그 때 눈표범이 나타난다. 그런데 션은 사진을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러자 월터가 언제 찍을거냐고 물어본다. 션 오코넬은 대답한다.
가끔 안찍을때도 있어. 정말 멋진 순간에 이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 그냥 이 순간에 머물고 싶어. 바로 이 순간
나도 그 순간 머물러 있었나보다.
<마을광장의 연인들>
서서히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 아직 저녁 8시도 안되었는데 말이다. 남자 둘이서 있을 만한 장소도 없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아이스크림가게가 보였다.
<빼다시 아이스크림가게>
우연이 겹치고 겹쳐서 자주 나타나면 운명이 된다. 단지 태평양에서 참치낚시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방문한 빼다시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이벤트들이 이번 여행의 풍미를 더하고 있었다.
마치 이 아이스크림가게는 오늘 하루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가볍게 하나씩 아이스크림을 물고 선물같은 하루를 돌아보았다.
<하늘의 무수한 빼다시 별들>
사진으로 표현이 안되었다. 그러고 보면 현대의 문명의 이기들은 아직 더 발전해야 한다. 핸드폰 카메라는 이 광경을 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기억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별의 개수가 늘어나고 이미 나타난 별들은 그 빛의 크기가 더 커져 간다.
그래서 한참을 고개를 젖히고 있었다. 어디 평상이라도 있었으면 그대로 눕고 싶을 정도로 내 눈은 별들을 담아내지 못했다. 마치 IMAX영화관에서 그 큰 스크린을 좌에서 우로 휘휘 둘러보는 것처럼 하늘을 둘러봤다. 지금까지 본 하늘을 재정의하는 시간이었다.
<빼다시 도마뱀>
아쉬운 마음을 한가득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래된 친구처럼 도마뱀 한마리가 마중을 나왔다. 이 녀석은 빛을 찾아 숙소 천장에 붙어 있었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보니 한마리가 아니었다.
여기저기 작은 도마뱀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역시 가치는 희소성에 있었다. 여러마리가 나타나니 금새 흥미가 반감되었다. 도마뱀들아 안녕? 난 내일 참치낚시를 해야 해서 일찍 잔다. 바이!!
<빼다시 동네에서>
차안에서 들은 이번 여행 주제가는 빅뱅의 “에라 모르겠다”
이번 자동차 여행에서 친구의 취향을 무시하고 내 폰에 있는 음악을 주구장창 차에서 틀었다. 그러다 흘러나온 빅뱅의 “에라모르겠다” 이다. 이 음악을 가장 많이 들었다.
가사 내용은 그렇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민하지 말고 바로 고백하라고, 맨정신에 못하겠다면 바텐더에게 독한 술 한잔 달라해서 먹고 고백하라는 내용이다. 모든 노래들이 그렇듯이 나에게 의미가 되는 노래는 그 자신만의 노래가 된다.
아주 개인적인 사연으로 개인적인 어느 한 사건이나 어느 시점에 머물거나 심지어 어느 한 향기로 기억속에 남게 된다.
이 노래 후렴구의 “에라 모르겠다” 라는 노랫말은 회사를 졸업하는 이 시점에서 나중에 가장 기억될 음악이 될 것 같다.
통장에 돈을 잘 꼽힐까? 지속적인 경제 활동은 영위할 수 있을까? 화초같은 회사의 모든 혜택들 없이 하나하나 내 손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주위의 시선은 어떡하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소개하지? 등등 아마도 그런 것에 대답은 잘 할 것이다. 그것도 웃으면서 잘 대답할 것이다.
어느덧 해는 넘어가고 에어컨에 지친 내 손은 자동차의 창을 내리고 있다. 친구는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없이 운전 중이고 난 쿨한 척 노래부른다.
“화섭아 이 노래 요새 내가 제일 좋아 하는 노래야. 에라 모르겠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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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네요 사직서까지 던지고 떠나는 여행이라...
거기까지만 멋있을 수 있습니다. ㅋㅋ
와...다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던걸 실천하시는 @hyunwungjae님 정말 멋있으세요...♡
많이 생각하시고 고민하셨겠죠???ㅠㅠㅠ
하...정말 직장인들의 로망을 이루셨네요!!
하하하 멋있으려고 한건 아닌데 나름의미가 있습니다 ^^
중남미는 보통 이국적인게 아니네요 ㅋㅋ
얼마전에 일박이일에 나온 쿠바도 인상 깊었는데 말이죠 ^^
쿠바 좋죠 저도 꼭 가고 싶어요 ^^
계속 보다보니 파나마도 꽤 괜찮은 여행지 같네요. ^^
낯설음의 강도가 멀어서 그런지 좀 다르긴 한 것 같습니다. ㅎㅎ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이게 릴레이 포스팅이군요? ㅎㅎ 잘 보고 왔습니다. 오늘도 방문 감사드립니다. 짱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