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마트(super 99) 에서 본 <원칙과 유도리의 차이>

in #kr7 years ago (edited)

원래 마트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작은 소비로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대형마트 쇼핑을 선호한다. 친구가 먹을 것도 사가자며 마트에 들렸다 가자고 한다. 그냥 평상시 처럼 마트가는건데 설렌다.

캡처.PNG
<super 99 마트>

간판에 적혀 있는 것처럼 이 마트는 24시간 쉬지 않는다. 규모도 꽤 크고 파나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트이기도 하다. 웬만한건 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유명한 게이샤 커피도 살 수 있다. 게이샤 커피는 후반부에 따로 다루겠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필요한 한식에 필요한 재료들은 근처에 있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에서 구입한다고 한다.


<계산대 전경>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 마트와 비료하면 뭔가 조금 허술해보인다. 이 느낌은 여행내내 따라 다닌다. 계산대 정열이나 배열이 뭔가 어긋나 있고 사용하는 폰트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쓰고 외국 사이트를 봐도 사용하지 않는 특이한 것들을 적용하고 있었다.


<super 99에서 구입한 파나마 맥주>

이것저것 쇼핑하는 와중에 가장 반가운 것은 바로 파나마 맥주였다. 그나라를 여행할 때 항상 필수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것이 그나라 술과 그나라 과일이다. 나중에 더 알게 되었는데 파나마 맥주는 이것말고도 몇가지가 더 있다.

<생각> 원칙과 유도리의 차이

사실은 마트에서 계산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이벤트(?)가 있었다. 친구가 계산하는 것은 친구가 하고 신세를 지는 나의 입장에서 따로 계산할 것이 있었다. 관광객을 증명하기 위해 미리 여권을 복사해둔 것을 들고 갔다. 내가 계산하려고 하자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래서 툭하고 사본을 보여줬다. 그런데 복사본이기 때문에 본인 확인을 할 수 없으니 결제 할 수 없다고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친구가 지난번에는 복사본으로 되지 않았냐며 강하게 어필했으나 자기는 원칙대로 하는 것이라고 안된다는 답변만 했다.

매니저를 불러달라고 해서 사정을 이야기했으나 역시 또한 같은 반응이었다. 보통은 사본만으로 넘어가는데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고 친구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친구가 결제하고 나는 미안한 상태로 돌아서야 했다. 친구는 가다가다 이렇게 원칙을 따진다며 집에 가는 내내 투덜거렸다.

그렇다. 사실 원본을 보여주는게 원칙 일 것이다. 직원도 그 매니저도 그 관광객 대응 매뉴얼에 따라 이야기하고 소비자에게 응했을 뿐이다. 그러나 마트 전체로 보면 일정 부분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문제다. 어떤 기회비용을 날린 모양새가 아닐까?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은 수시로 발생한다. 어떤 마케팅 담당자가 새로운 광고 상품이 나와서 본인 서비스나 제품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기획안을 만들어 팀장에게 보고를 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광고 상품인데 우리 상품과 궁합이 맞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도움이 될 뿐더러 출시한지 얼마 안된 것이라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좋을 것이다 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정말 매출에 도움이 되는가? 근거를 가져오라고 한다. 신규 서비스가 그런 근거가 있을리가 만무하다. 그러면 또 그렇게 되물을 것이다. 네가 책임질 거냐? 더 심하면 니 돈이면 그렇게 허투루 쓰겠느냐? 라고 한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보수적인 성향을 띠게 마련이다. 검증된 것을 좋아하고 의사결정과정에서 시어머니가 참으로 많다. 새로 나오는 광고 서비스 및 상품들의 특성 상 적은 비용으로 이렇게 저렇게 테스트 하지 않으면 정작 마케팅 해야 할 시기에 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이미 효용가치가 떨어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큰 조직일수록 어떤 시도를해서 실패하는 상황을 아주 싫어한다. 책임지기 싫기 때문이다. 그나마 브랜드 매니저(BM)같은 경우에는 자기 예산 한도를 스스로 정할 수 있어 테스트를 하기가 수월한면이 있다. 반면 일반 권한이 한정되어 있는 마케터인 경우는 테스트를 하기 위한 작은 시도들을 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대기업은 예산도 많으니 이것저것 많이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오히려 작은 기업에서 샤브작 샤브작 마케터 본인의 생각대로 마케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수 있다.

마케터 면접 시 그런 질문을 많이 받을 것이다. 해봤는데 더 했으면 하는 마케팅이나 캠페인은? 또는 하고 싶었던 마케팅 캠페인은? 이다. 이 질문에 그 사람의 역량과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앞에 있는 사람들은 웬만한건 다 해봤을 것이다. 잘 모르는 이야기를 어설피 꺼냈다가는 그대로 본인의 본전이 들어난다. 거기서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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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보다는 유도리를 선호하는 1인이죠.ㅎ

사...사실.. 저...저도... (" )( ")

누구나 원칙이 중요하다고 알지만, 유도리를 받고 싶은맘은 다 같지 않을까요?? ㅎㅎ

맞아요. 그래도 원칙은 원칙이니 ㅋㅋㅋ 암튼 저 마트에서 저는 돈을 안내고 친구가 냈다는 것이 팩트입니다. 흠흠

원칙은 따르고 보는 입장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 원칙이 마음에 안들어 제가 이용 안하면 어차피 손해는 그들 몫이고, 그들 입장에서는 그들의 원칙을 안따르는 저라는 고객은 안팔면 그만이니깐 니 손해다라고 생각하겠지요.

원칙은 이유가 있으니 그 원칙인 것이고 따라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 원칙이라는 것도 타당하고 합리적인 예외적인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상살이가 모두 원칙대로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하니 그런 부분에서는 타당하고 합리적인 예외적인 옵션으로 커버해야겠지요.

저는 상호보완적으로 상황마다 원칙을 따르며 지키는 경우가 있고 융통성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융통성을 선호할 때 상대가 원칙으로 바리케이트를 치면 답답해하면서 첫 문장에 썼던 생각을 하곤 합니다. ^^;

이렇게 변화가 심한 세상에서 그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ㅋ

그러게요. 저런 상황에서 굳이 여권 원본 확인이 필요했나 싶습니다. 제 기준에서 저런 상황이라면 예외적인 옵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매하려는 물품 중에 술이 포함되어 그랬을까요? 그렇다면... 원칙을 고수한 이유가 @hyunwungjae님이 어마어마한 동안이라서 신분 확인을 위해서 여권 원본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

ㄷㄷㄷㄷㄷ 그럴리가요.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실제로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되게 동안으로 보잖아요~ ^^

아.... 묘하게 설득당합니다. ㅋㅋ

납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마일~~ ^^

원칙을 토대로한 약간의 유도리가 삶을 편하게 할때가 많지요~
맥주 맛이 기대됩니다.

맥주는 우리나라 것보다 훨씬 싸고 맛났습니다. ㅋ

기승전 마케팅.. ㄷㄷㄷ 그래서 파나마 맥주는 맛나나며.. ㄷㄷ

맥주는 우리나라 것보다 훨씬 싸고 맛났습니다. ㅋ(2), 아.... 직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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