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in #kr7 years ago

간밤에 파나마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화려한 고층빌딩 안에 사무실 공실률이 높다. 건물자체가 아예 소송중이다. 그리고 같이 갔다 온 마트안의 광고와 안내 디스플레이상태나 표시물이 정말 대충 걸려있다. 등등의 이야기로 늦게 잠을 잤다.

시차적응과 이런 저런 생각으로 뒤척이다가 일어났다. 밤에는 전혀 몰랐는데 거실에 나가니 창밖이 대충 이렇다.


<친구집 거실 앞 창에서 보이는 엘 또르니요(El Tornillo) 빌딩>

유독 파나마시티는 랜드마크라 할만한 건물 및 빌딩이 많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크류바 아이스바처럼 생긴 모양의 '엘 토르니요(El Tornillo) 빌딩이다. 2011년에 지어진 빌딩이다. 그 당시에는 파나마가 세계 각국에서 들어온 돈을 모아 130억달러(14조7000억여 원) 규모의 대형 공공 공사를 벌였다고 한다. 그래서 연간 GDP 상승률이 2008년 이후 최고를 기록하게 되는데 무려 11.8%였다고 한다.

빌딩 높이는 242.9m(지상 52층)이며 토르니요 빌딩은 2011년 글로벌 건축물 평가사인 엠포리스(Emporis)사가 매년 뽑는 '세계의 10대 고층 건축물'에 수상하는 명예도 얻었다. 지금은 파나마 보험사인 BBA가 쓰는 중이다. 기념품 샵에 가면 저 건물로 된 작은 빌딩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조심해야 한다. 맨위가 뾰족해서 잘 찔린다.

친구는 회사로 출근을 했고 나는 산책을 나왔다. 한껏 멋을 부려 선글라스까지 꼈다. 예상대로 태양은 강렬했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막혀왔다. 실질적으로 파나마의 첫날을 혼자 이렇게 느끼게 되었다.


<해안가 이름모를 야자수>

이름모를 해안가에 산책로 벤치에 앉았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지구 반대편에 있다.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위한 지금의 시간이 아마도 뭔가 부정합한 파나마시티라는 도시와 꽤 어울린다.
어떤 시작을 하든 사람들은 나를 모를 것이다.
어떤 시도를 하든 사람들은 나를 지켜볼 것이다.
모든 일은 정해진 것이 없을 것이다.
벌이는 일들 중 무엇 하나 레고블럭 처럼 껴맞추어지지 못할 것이다.
겉은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속은 공실율이 높은 저 고층빌딩처럼 보일 것이다.

눈앞에 있는 커다란 야자수 나무는 너무 정갈하게 가꾸어 놓아서 정말 비현실적이다.


<파나마시티 산책로>

직장졸업을 하고 여행 온 나에게 앞으로 닥칠 수많은 기회와 실패들이 놓여 있을 것이다. 문득 예전에 노트에 적어놨던 문구가 생각났다.

수없이 많은 개구리에게 입맞춤을 해봐야 그 중에 왕자를 하나 찾아낼 수 있다.
<세그웨이를 만든 (딘카맨)>


[연습과 실전]

"일정 시간이 흐르면"이라고 쓰고" 나이를 먹으면 "이라고 읽는다. 다른 분야의 일이 나의 일과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일종의 원리나 원칙, 일이 해결되어지는 방법들이 비슷할 수 있다.

사회 생활하다보면 아주 쉽게 드는 생각이 있다. 직업을 바꿔볼까? 그래서 정말 찾아봤다. 무엇을 하고 싶을까? 카피라이터가 멋있어 보였다. 카피라이터 아카데미를 찾아서 5개월짜리 코스를 수강해서 들었다. 나름 열심히 5개월 과정을 따라갔다. 그리고는 아주 유익한 결론을 내렸다.

“아! 나는 카피라이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구나”

그 때 선생님은 “힘좋고 오래가는 로케트 배터리”카피를 만든 최카피 선생님이었다. 5개월 동안 선생님에게 못한다고 혼난 기억만 난다. 그런데 재미난 건 그 이후에 소셜미디어 업무 비중이 많이 늘어나면서 짧은 글을 쓸 기회가 많아 진 것이다. 짧은 글을 구성할 때는 여러가지 원칙과 상황들을 잘 접목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수강하기 전과 후가 차이가 많이 났다. 소셜미디어에 어울리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뽑는 과정이 카피라이터 과정에서 배웠던 것들과 꽤 유사하다. 지금까지도 꽤 잘 써먹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난 사실은 카피라이터가 사양직업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광고 업계 시장이 성장하지 않으면서 신입 카피라이터를 더 이상 뽑지 않는 구조로 이미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케이스]

3년 정도 테니스를 코치에게 레슨 받고 있다. 주로 주말에 레슨을 받는데, 시간이 흘러서 이제 어느정도 기초적인 게임을 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상대적으로 게임을 하는 횟수나 시간이 적다보니 아직 게임은 익숙하지 않다.

최근에 같은 테니스장 다른 회원들과 연습게임을 했다. 막상 게임에 들어가면 평소 레슨 받을 때와는 사뭇 다른 이상한 현상 몇가지가 나타난다.

공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
서브가 아주 느리게 들어간다.
모든 준비자세나 운동자세가 어리숙하다.

원인은 심리적인 것이었다. 실전에 들어가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이다. 3년동안 레슨을 받아 익혀온 것들이 거의 적용이 안된다. 반복해서 몸에 익혀진 것들이 반사신경을 통해서 나의 생각과 상관없이 바로 반응해서 게임에 적용되어야 하나 쉽지 않다. 스트로크 자세를 생각하거나 서브가 안되던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연습게임도 실전이다. 연습 게임 도중에 코치가 이렇게, 저렇게 정말 코칭을 해주지만 크게 도움은 안된다. 그동안의 내 연습결과가 고스라니 테니스 코트 스코어판에 새겨진다.

일도 마찬가지이다. 학교가 레슨을 받는거라고 생각하면 필드에 나와 현업에서 부딛히는 수많은 일들에 적용되는 것은 일부분 뿐이다. 예를 들면 라켓을 구매하고 테니스장 레슨 등록하는 정도? 물론 아카데믹한 일련의 활동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실력은 실전에서 나온다.

무거운 말이다. 아마도 나의 파나마 여행도 그런 연장선일 것이다.
전설의 핵주먹 복서 마이크 타이슨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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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항해사는 바람과 파도를 이용해 더 멀리 나아간다'
멋진 항해되시길 바랍니다!!^^

일단 유능해야 할텐데요. 바람과 파도가 거셉니다. ^^;

또다시 찾아온 불금!! 힘내세요!!곧 주말이에요!

맨 밑의 녹색글씨들은 지금까지 올린 글의 목록 같은데 어떻게 하는건가요?

*[ 제목 ] ( 링크 ) 형식으로 올린 거에요
수작업으로요 ㅋㅋ

또 찾아오신 바이러스님 도 화이야 !!!

이제 시작이시니 젊은이라는 이름하나로도 큰힘이 될 수 있을것 같아요. 세상사는게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기에 많은 도전과
경험을 해 보는게 좋을 듯 합니다.
"바보들은 늘 생각만 한다"라는 책을 읽어 보셨는지요?
생각했으면 바로 실천을 해야 합니다.ㅎㅎ
팔로우하고 갑니다^^

책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고맙습니다 ^^

제목이 너무나 매력적이네요. 타이슨의 말을 저렇게 번역해 놓으니 더더욱 와닿습니다.ㅋㅋㅋ 그런데 회사에 묶여 있으면 오히려 더 많은 선택이 어려울 수 있잖아요. 지금이 더욱 많은 것을 채워나갈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 재취업도전자로서...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선택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후.... 얼마나 더 처맞아야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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