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ay 1&2] 옛날축구로는 완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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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세계화 없이는 세계 무대에서 망신을 당하게 된다.

2018년 6월1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홈팀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5-0으로 완승했다. 이 경기는 러시아가 잘했다기보다는 사우디가 너무 못했다. 사우디는 요즘 축구의 대세인 프레싱과 빌드업이 전혀 되지 않았다. 공격과 수비에서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프레싱과 빌드업 관련글: https://steemit.com/kr/@gugguromedia/d-6-27>

사우디는 세계축구에 전혀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선수는 유럽 리그에서 뛰어본 경험이 거의 없어 외국인 감독을 부지런히 영입하고 있지만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쉽지 않다.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서 선진 시스템을 접해봐야 프레싱과 빌드업 등이 말이 되는데 사우디 선수들은 이를 피부로 와닿게 경험해본 적이 거의 없다. 사우디는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린다고 한다. 말이 안된다. 징계를 받아야 하는 것은 사우디 왕가나 축구협회다.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폐쇄적 사회를 만든 그들의 잘못이 더 크다.

아시아에서는 프레싱과 빌드업이 잘 안 되어도 어차피 지속적으로 잘 되는 팀이 별로 없기 때문에 ‘운이 따르면’ 본선 티켓을 받을 수 있지만 월드컵과 같은 무대에서는 옛날 축구로는 대망신을 당하게 된다.

프레싱과 빌드업이 잘된다는 것은 11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배력이 높아지고 골결정력이 높으면 대량 득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만약 이를 유사한 시스템으로 대적하지 않으면 경기 내내 실점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사우디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러시아와 사우디 전은 마치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대결처럼 보였다.

두 번째날인 2018년 6월15일(한국 기준)에 열렸던 우루과이와 이집트 경기를 보면 우루과이가 경기 내내 프레싱(압박)과 빌드업으로 이집트를 몰아세웠다. 우루과이는 수비진에서는 고딘이, 미드필드진영에서는 벤탕쿠르가, 공격진에서는 수아레스와 카바니가 중심으로 11인이 유기체가 되어 적절한 프레싱과 빌드업으로 이집트를 압박했다.

이에 이집트는 전진 압박으로 대응하지 않고 중원과 수비진영에서의 프레싱과 빌드업을 통한 기습 작전으로 득점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착실히 이행하며 팽팽한 경기를 진행했다.

즉 이집트가 전체 지배력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옛날 축구가 아닌 프레싱과 빌드업으로 맞섰기에 수퍼스타 살라 없이도 비교적 선전하며 0:1로 석패했다. 살라가 있었다면 승리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이란은 같은날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이집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맞서서 자책골 덕분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란도 온전한 선진축구는 아니지만 매년 감독을 교체하는 사우디와는 다르게 포르투갈과 맨유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명장 케이로스에 2001년부터 이란 대표팀을 맡겨 꾸준히 선진 축구를 '이란 상황에 맞게' 심도록 했다.

케이스로는 전진 압박이 아닌 중원과 처진 압박과 빌드업을 통해 다소 지루해보이지만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친다.

무슨 말인가.

월드컵에서 기초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프레싱과 빌드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면 승점을 올리기 어렵고 완패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프레싱과 빌드업은 11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기에 그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그 시스템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 연습을 많이 한 상태여야 한다.

월드컵에서 세트피스로 골을 넣을 수 있지만 세트피스를 펼치려면 프레싱과 빌드업을 통해 지배력을 높이는 게 우선되어야 하는데 대한민국팀이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일단 스웨덴 전은 준비를 많이 했고 스웨덴의 프레싱과 빌드업이 강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승점을 따낼 가능성이 있지만 멕시코와 독일 전은 완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멕시코와 독일은 강력한 프레싱과 빌드업을 잘 실행하는 환경에서 축구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유럽에서 축구하는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기성용' 등이 있지 않은가라고 묻는 팬들이 있을 것이다. 프레싱과 빌드업은 골키퍼를 포함해 11명이 함께 유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곧 무너지게 된다. 한 명의 실수가 시스템을 일제히 무너뜨릴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수비진이 대체로 불안해 프레싱과 빌드업이 잘 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오죽했으면 평가전에서 이청용을 수비수로 내세워보는 실험을 했겠는가.

멕시코와 독일 전에서 완패해도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단 스웨덴 전을 즐기자^^. 그 다음 일은 그 다음에 염려하자. 실력은 부족하지만 그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거꾸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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