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 녹취록 29. 다시 월남으로, 망할 뻔한 현대를 살리다.

중앙정보부로 들어가자마자 기조실장 강창성이 선배님 오셨습니까 하고 반갑게 맞이했다. 강창성은 이대용이 부연대장할 때 대대장이었다. 중앙정보부가 이대용을 부른 것은 간첩사건이 아니었다. 중앙정보부에서 외무부로 파견되어 있는 최석신 공사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사람이 문제가 있다는 보고가 올라와서 박정희 대통령이 그를 해임시키고 이대용을 보내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이대용은 손사래를 치면서 안한다고 했다. 군인으로 전투지휘관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월남에서 무관을 한 것은 돈이 없고 배가고파서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자신의 주특기가 1542 전투지휘관이니 지휘관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CIA이고 CIC고 모두 싫다고 했다. 본인이 싫으면 싫은 거니 각하에게 이야기 하라고 했다.

그러자 강창성은 각하께서 선배님이 티우대통령과 친하다고 그 사람이 가야한다고 해서 직접 말씀 했다고 말했다. 당시 월남에서 현대가 곤경에 처해있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사람은 이대용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외무부로 소속을 바꾸면 전역을 해야 해서 중앙정보부 소속으로 외무부로 파견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면 군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이대용은 현역준장 신분으로 중앙정보부 공사가 되어 월남으로 갔다. 그때가 1968년이었다. 이대용은 월남에 부임하자 마자 티우 대통령 관저를 무상 출입할 수 있었다. 티우 대통령의 경호실장이 티우의 6촌 처남이었다. 원래는 티우가 대령때 전속부관이었으나 대통령이 되면서 경호실장이 되었던 것이다. 그의 이름은 난 반 티엣(Nhan Van Tiet)이었다. 이대용은 대통령 궁 뒷문으로 들어가서 야! 띠엣! 하고 소리지르면서 들어가면 티엣이 예 써 ! 하고 경례를 하고 나왔다. 그럼 너희 매형 만나러 왔다. 그러면 통과시켰다. 무상 출입이었다.

월남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현대가 막대한 벌금을 내고 철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던 것이다. 당시 정주영을 위시한 현대 직원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을 군용기로 모두 빼돌렸던 것이다. 유죄로 선고받았기 때문에 그동안 수익의 3배를 벌금으로 내야하는 상황이었다. 현대가 월남에 부어 놓은 돈도 상당했다. 만일 현대가 월남에서 그냥 철수한다면 그냥 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대용은 티우를 만났다. 티우의 반응은 차가웠다. 현대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몇번을 찾아가서 다음과 같이 설명을 했다. 지금 전세계는 미국의 닉슨, 월남의 티우, 대만의 장개석 그리고 한국의 박정희가 반공의 전선에 서 있다. 그래서 이런 국가들 끼리는 서로 이해를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만일 현대가 번 것 몇배를 물어주고 하면 박정희 대통령도 다음 선거에서 매우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누가 찍어 주겠느냐고 했다. 월남에게 한국도 매우 중요한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티우는 태도가 조금 누그러졌다. 어떠한 방법이 있냐고 이대용에게 물어왔다. 이대용은 현대가 망해서 간 것으로 하고 지금 현대가 하고 있는 사업을 다른 회사가 사간 것으로 하자고 했다. 당시 현대의 자산은 모두 몰수 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면 몰수 되어 있는 현대의 자산도 모두 다 풀어줄 수 있다고 했다.

티우는 법무부 장관을 불러서 한참을 논의하더니 다시 이대용에게 와서 설명을 했다. 현대가 이름을 바꾸어서 다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정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는 본사 앞의 문방구 점이름으로 다시 회사를 하나 만들어서 다시 사업을 계속했다. 현대는 철수를 하는 것으로 했기 때문에 정주영은 내내 월남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

월남 세무서와 경찰서에서는 몰수 딱지를 떼면서 회사가 바뀌었다는데 왜 사람들은 그대로 있지 ? 라고 의심스러워했다. 현대직원들은 새로운 회사에서 자신들을 그대로 고용했다고 얼버 무렸다.

나중에 이대용이 일시 귀국했을 때 정주영은 이대용의 호텔에 찾아와 아무말 없이 말그대로 거액의 수표를 던지고 도망가렸다. 이대용은 그 수표를 그대로 중앙정보부로 보내 버렸다. 아마도 정주영은 이대용이 그 수표를 그대로 꿀꺽할 것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월남에서 풀려나 귀국해서 정주영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정주영은 이대용을 모른 척 했다. 아마도 정주영은 이대용을 그렇고 그런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대용은 씁쓸했다. 그는 돈보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더 가치있게 생각하는 사내였다.

녹취록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Sort:  

현대에 이런 스토리가 있었네요.
이대용님이 현대의 은인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오늘도 편안한 밤되세요:]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5
JST 0.028
BTC 59820.46
ETH 2409.96
USDT 1.00
SBD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