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20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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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외계인과인 전쟁 - sf 생존물 입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가는 법 - 20

  • 일본 방위청 본부 -

"청장님! 히로시마 나루토 중좌 부대의 본진이 개활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산악지에서 교전 중인 A조 전체가 본진을 따라 급속히 이동 중입니다."

"개활지라고?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가뜩이나 수세도 불리한데 뻥 뚫린 개활지로 이동한다니? 포위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후쿠오카 지역 요원들 역시 개활지로 나가고 있습니다. 두 부대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 이것들이 쌍으로 미쳤나!.. 맡고 있는 역할이 얼마나 중한지 몰라서 이래? 두 부대에게 즉시 통신 연결해!"

".. 저.. 그게.."

"또 뭐야!?"

"통신이 연결 되지 않습니다. 양 부대에서 의도적으로 수신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다른 오퍼레이터가 끼어들었다.

"청장님.. 전황판을 봐 주십시오!"

"아니!.. 이런 망할!!"

역시나 청장의 생각대로였다.
개활지로 나가 진을 친 육상군을 향해 벌레들이 순식간에 포위망을 펼쳤다.
산지에서 뿐만 아니라 본진에 있던 벌레들까지 급히 뛰어 들었다.
전황이 갑자기 유리해 지자 총 공세를 펼쳐 한방에 육상군을 소탕하려는 의도였다.

본부에서 보기엔 이것은 명백한 지휘실책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통신까지 끊어 놓았다.
지금의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익히 알고 있는 현장 지휘관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멍청한 판단을 내렸는지 알다가다 모를 일이다.
청장은 한숨을 토했다.
한 사람이 아쉬운 이때에 육군을 통으로 잃게 생겼으니 말이다.

"미친놈들! 이게 무슨 삽질이야?! 제정신이야?"

울화에 찬 속 깊은 표호를 끝으로 청장은 이미 패한 듯 의자위로 쓰러졌다.
개활지라니! 개활지라니!!
지휘관의 오판으로 인해 당황하고 있을 병사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 거렸다.
이번 전투를 완벽히 이긴다 해도 최종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전쟁이다.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까지 해서야 어떻게 내일을 기약한단 말인가..
또 한 번 레이더 오퍼레이터가 소리를 지른다.

"청장님! 해군함선에서 지상용 탄도 미사일이 1기가 발사 되었습니다!
목표가.. 그런데 목표가.."

의자위로 몸을 늘어뜨리고 있던 청장이 무슨 일인가 싶어 보고자를 뚱하게 보았다.

"발사된 지상용 탄도 미사일이 히로시마 A군을 목표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뭐?!"

청장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대화를 듣게 된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전황판으로 향했다.
미사일 표시는 정확하게 히로시마의 아군 밀집지로 향하고 있었다.
동그랗게 모여든 아군을 동그랗게 감싼 벌레들..
이것은 흡사 전장위에 과녁을 그려 놓은 것 같았다.

"안 돼! 안 돼!! 어떻게든 미사일을 막아!"

청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타까운 그는 절규하듯 괴성을 내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목표로 쏘아진 탄도미사일을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그저 히로시마 A부대위로 떨어지는 것을 두 눈뜨고 지켜보는 수밖에..

  • 삐빅, TARGET CLEAR -

"미사일 명중! 히로시마 A부대.. 소멸.. 아울러 대부분의 적들도 함께 소멸되었습니다. "

"이런.. 이런 제길!"

청장은 비통함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군과 벌레들의 표시로 덮여있던 전황판이 순식간에 깨끗해져 버린 게 어처구니가 없다.
이로써 아군의 머리위로 미사일을 터뜨린 것이 두 번째였다.
자꾸만 되풀이 되는 비극에 억장이 무너졌다.
핏발이 선 눈에 눈물이 고여 들었다.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일본은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는데...
그런데 어째서 일본군은 자꾸만 아군을 희생시켜 착수를 쌓아야만 하는가..
청장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무력함 때문인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들의 살신성인으로 히로시마지역이 깨끗해 졌지만 본부의 분위기는 초상집이 되어 버렸다.

"청장님.. 나루토 중좌놈은 싸가지가 없죠? 갈 땐 가더라도 보고를 하고 가야지? 군인으로써 기본이 안됐어..쯔쯔 안 그래요? 흐흐"

"!!"

어느새 본부로 통신을 연결 한 후쿠오카 군의 사쿠라 소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후쿠오카 지상군도 개활지로 나간 상태였다.

"사쿠라! 당장 멈춰! 쓸 때 없는 생각 하지 마!"

"아이고.. 나루토 말 들을 걸 그랬나? 할배가 난리 칠게 뻔하니까 비밀로 하자 그랬는데.. 적중했네! 적중했어.."

"이기는 방법은 다시 찾으면 된다! 무모하게 아군을 희생시키지 말게!"

"청장님은 본부에만 계시니 알리가 없겠죠! 여긴 진짜 지옥입니다. 못 이겨요~ 못 이겨~ 제네들 보기보다 엄청 쌥니다. 이정도 일 줄 알았으며 에프킬라를 꼭 챙겨 오는 건데! 킥킥킥.."

"그럼 일단 후퇴하게! 이건 명령이야! 사쿠라 소장!"

"흐흐.. 죄송하지만 그렇겐 못하겠습니다. 청장님. 저희는 작전에 투입되는 순간부터 이기지 않는 다면 살아 돌아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까요. 뭐.. 돌아가 봤자 방사선 병신 밖에 더 하겠습니까? 그럴 바에는 나라를 위해 멋지게 죽겠습니다.
이번 벌레놈들은 저희가 모조리 안고 갑니다. 그러니 반드시.. 반드시 일본을 구해 주십시오. 청장님!"

"목숨을 아껴라! 사쿠라 소장!! 아직도 네가 해줘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필! 승!"

"너.. 너!!!"

  • 삐빅.. 삑.. -

통신이 끊겼다.
그와 동시에 해군함선에서 발사 된 탄도 미사일이 포물선을 그렸다.
여지없이 방향은 후쿠오카다.
미사일은 오차 없이 목표를 타격했고, 후쿠오카군의 표시 또한 히로시마군들 처럼 증발해 버린다.
무거운 참담함이 본부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하.."

청장은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마음 같아선 통곡이라도 하고 싶지만 보는 눈이 많아 꾸역꾸역 울분을 삼켜야 했다.
까불대지만 언제나 힘이 넘쳤던 나루토 중좌, 때로는 양아친가 싶을 만큼 군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지만 그래도 맡은 일은 완벽에 가깝게 해냈던 사쿠라 소장..
청장은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눈물만 줄줄 흘렸다.
지난날, 여러 가지로 엮이며 군 생활 했었던 두 사람과의 추억이 찰나에 스쳐갔다.

"저.. 청장님.. 청장님.."

통신반 요원이 달려 왔다.
한껏 차분해진 목소리로 청장이 대꾸했다.

"뭔가?"

".. 통신이 연결 돼 있습니다."

"누군데?"

"... 총리.."

"아...진짜 씨발.."

청장은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다.
역시나 산통 깨기 담당이 재대로 제 몫을 해낸다.
한껏 인상을 쓰다가 연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피할 수도 없을테니 말이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기분 나쁜 목소리가 고막을 찌른다.

"청장! 작전상황은 잘 전해 들었네.. 아무 힘없는 육군들을 희생시켜 큰 전과를 올렸다지? 축하하네. 아~주 축하해~"

"말조심 하시오. 총리.. 지금 그런 농담에 대꾸해줄 분위기가 아니오!"

"내가 핵을 쐈을 때는 혼자 정의로운 척 노발대발 나대더니.. 겨우 설친 꼴이 이거냐? 네 놈이 정녕 사람이냐? 역겹구나.. 아주 역겨워.. 그래, 이딴 터 무늬 없는 작전이나 쓰려고 무라카네를 쫓아냈다 이거지?"

"이번 작전은 원래 이런 게 아니었소!..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하니.. 고작 잔소리나 늘어놓으려고 통신망을 연결한 거라면 여기까지 합시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 더니.. 가관이구나! 야마토! 좋아, 나도 긴말 하지 않겠네.. 다시 무라카네를 원위치 시켜놔.. 지!금!당!장!"

"일본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그럴 순 없소!"

"뭐시? 네 놈이 쫓겨나고 무라카네가 청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일본군에 아무런 사고도 나지 않았다. 근데 네 놈은 뭐야? 재취임 한지 얼마나 됐다고 육군을 전멸 시켜 놓았냐는 말이다. 나 역시 일본의 존속을 위해 네놈을 반드시 쫓아내야겠다! 어서 무라카네를 데려와! 어서!"

"웃기지도 않는군... 무라카네가 있는 동안 조용했다고? 조용할 수밖에.. 그 놈은 청장 자리에 앉아서 아무것도 안했으니까!"

"손실을 입힐 바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더 훌륭하단 생각은 못하나?"

"말꼬리 잡기나 하려거든 그만 끊지 총리.. 더 이상은 나도 받아주기가 힘들겠어.."

"퍽 하면 상급자의 통신을 먼저 끊으려 드는구만. 막대 먹은 자네와 대화중인 사람이 대일본의 총리란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디 일게 군바리 주제에 감히!.. 나도 자네를 참아주고 있단 걸 명심해주게."

"통신반! 총리와 본부의 통신망을 완전히 차단해 버려! 전쟁 끝날 때 까지 받지 못 받을 것 같으니까!"

"야마토! 헛소리 말고 당장 무라카.."

  • 삐익.. 삑 -

그렇게 총리와의 대화가 끊어졌다.
통신반은 청장의 명령에 따라 총리의 회선 자체를 차단해 버렸다.
동료들에 대한 애도와 총리에 대한 깊은 빡침이 맞물려 청장은 속내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총리 말 맞다나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했다.
총리 같은 작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지 못하도록 더더욱 작전에 만전을 기해야 했다.

마음을 굳게 추스르며, 청장은 한창 진행 중인 전황판의 정보에 다시 집중했다.
이미 죽은 자들에게 연연해서 아직 살아 있는 자들을 나몰라라 할 순 없다.
각 지역의 지휘소를 잃은 B조와 C조에게는 어느 때 보다 본부의 도움이 절실했다.
희생된 아군들을 위해서라도 이 작전은 기필코 성공해야 한다.

"무라카네 다시 데려와!"

"!!"

하지만 전장의 긴박함을 표시 해야 할 전황판 위로 난데없이 총리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그 덕에 지금도 생사의 기로에 놓인 아군들의 상황이 총리영상 뒤로 가려져 버렸다.
깜짝 놀란 청장이 본부요원들을 훑으며 이게 무슨 일인가를 눈으로 물었다.
역시나 총리의 행태에 놀란 통제관이 급하게 대답했다.

"총리님께서 긴급 회신으로 수신하셨습니다."

"내가 다 끊으라고 했잖아!"

"긴급회신은 그럴 수 없습니다. 군부가 무조건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총리직분의 권한입니다.."

"아! 이런.. 미친!"

청장이 버럭 대도 화면에 비췬 총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모습을 통쾌하게 여겼다.

"긴 말 않겠네! 무라카네 대려와~"

"총리! 지금은 작전 중이요! 끝나는 대로 무라카네를 데려올 테니, 어서 수신을 끊으시오!"

"무라카네 대려와~~~"

"아군들이 위험하단 말이오! 나중에 합시다!"

"무라카네 대려와라~~~ 야마토~~~"

"야이 미친 새끼야!! 진짜 제정신이야?!!"

"무라카네 대려와라~~~ 야마토~~~ 나도 장난 하는 거 아니다~~~~"

"이런! 씨발 새끼야!!!!"

"무라카네 대려와~~~"

"하... 알겠소! 어서 화면부터 끊으시오! 지금 당장 무라카네에게 이 자리를 넘기겠소!"

"히히히.. 이제야 서열정리가 되나 보구만. 진작 그럴 것이지... 네 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내 아래야! 내 개들 중 한마리라고~ 알겠어? 다시는 주인한테 버릇없이 짓지 않도록 조심하게! 그리고 무라카네는 한 시간 안에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무슨 뜻인지 알겠지? 청장. 그렇지 않으면 밤새도록 본부 요원들이 내 얼굴을 보게 될 거야."

"알겠소! 어서 화면을 끊으시오!"

"챗! 끊으라니까 더 끊기 싫네..히히히히"

그때 였다.

-쾅! 콰광! 두두두두두두-

어디선가 폭발음과 총소리가 들려 왔다.
화면안의 총리도, 화면을 지켜보는 본부 요원들도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본부 주변을 cctv로 감시하던 헌병은 본부 내부나 외부에서 나는 소란이 아니라고 알려 주었다.
그와 동시에 피 칠갑을 한 검은 슈트의 남자가 총리의 방으로 튀어 들어오는 것이 화면에 잡혔다.

"총리님! 어서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어서 떠날 준비를.."

"무슨 일인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외계인들 입니다.. 녀석들이 벙커 안으로 쳐들어 왔습니다."

"!!"

심하게 흔들리는 화면 너머로 당황한 총리가 허둥지둥 자리를 뜨려했다.
총소리는 더욱 커지고 폭발음도 잦아졌다.
청장은 즉시 보안요원들을 불렀다.
총리가 숨어있는 벙커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총리님의 벙커를 방어하는 시스템은 지금도 정상 작동 중이며, 한 번도 가동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외계인의 침입 흔적도 잡히지 않습니다."

"아니, 그럼 저건 대체 무슨 일이야?"

총리의 벙커는 지하 깊숙한 곳에 마련되어 있다.
지상으로 연결된 출입구 외에는 마땅한 침투 경로도 없는데다, 그 마저도 최신식 방어기제가 첩첩히 갖춰져 있어 조용히 침투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했다.
더군다나 감시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작동 되면 모든 기록이 본부로 자동 전송 되었다.
하지만 난리가 난 벙커의 상황이 스크린에 적나라하게 비춰지는 이때에도 보안요원들의 말처럼 아무런 방어기제의 수신 자료가 없다.
고장 나거나 전파교란, 해킹문제도 아니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미궁에 빠진 본부의 스크린으로 사마귀벌레가 총리실로 튀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슈트의 남자는 권총을 쏘며 저항했지만 순식간에 동강이 나버렸고, 총리는 살려달란 말만 연신 외치다 고기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피 바닥이 된 벙커내부..그러다 화면이 틱 나가버렸다.

  • NO SIGNAL -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빨리 VIP 상황 파악해봐!"

이때 긴급 통신이 또 들어온다.
고대하던 B,C조의 통신 이었다.

"청장님! 녀석들의 본진에 성공적으로 침투 했습니다.“

“그래! 잘 했네! 특이점은? 특이점은 있나?”

“녀석들은 땅굴을 파고 있습니다!"

"땅굴?!"

"보십시오!"

화면이 돌아갔다.
죽은 풍뎅이 아래로 깊이를 가늠키 힘든 거대 구멍이 뚫려있었다.
빛 하나 없이 시커멓기만 한 구덩이는 마치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았다.
지름이 족히 100미터는 넘어 보인다.

그리고 죽은 풍뎅이를 뜯어 먹고 자라나는 다수의 애벌레들도 화면에 잡혔다.
이것이 외계인들이 일주일 만에 병력을 자체 충당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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