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19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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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외계인과인 전쟁 - sf 생존물 입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가는 법 - 19

"우리 일본군에게는 물러설 땅도 없고 시간도 없다! 화력도 밀리는데다 정보력까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데 녀석들은 보란 듯이 이 땅에서 흉계까지 벌여 대고 있다! 이것을 한시바삐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군은 반격은커녕 제대로 된 기회조차 잃고 말 것이다. 우리에게 다른 길은 없다.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난국을 타개하겠다.
작전지침 하달!
육상 자위대는 특공대를 조직하라! 단, 반드시 자원자 위주로 인원을 추려 낼 것! 튼튼한 모루 역할을 맡아 줘야 할 육상군에겐 순수한 애국심이 생명이다. 만약 자원자가 없다면 이것으로 일본은 끝이다. 하지만 나는 육군을 믿는다! A,B,C 세 조로 편성 하되 사람이 가장 많은 A조는 전면에서 적군을 끌어들여 싸운다. 이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최대한 적들을 유인하고 시간을 벌도록! 그 틈에 B, C조는 본진에 기습 침투하여 적의 목적을 파악한다. 특히, 만약을 대비한 C조는 소수정예의 특전사로 구성, 가장 빠른 기동력에 중점 두고 편성 할 것!
항공자위대는 A조의 공중지원을 맡는 동시에 B, C조의 특수요청도 최대한 지원하라.
해군은 육상자위대의 인원이 모자랄 경우를 대비해 예비 조를 편성하라! 그와 동시에 함정 폭격도 지원하라!
작전은 해가 있는 동안 히로시마, 후쿠오카 두 지역에서 동시 감행한다. 야습은 피한다.
어차피 밤은 벌레들에게만 유리 할 뿐 일테니 말이다."

야마토 청장의 작전이 각 군에 하달되자 무라카네 집권 내내 무기력하기만 했던 자위군들이 왕성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작전 또한 무모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딱히 방책이 없는 일본군이기에, 벌레들의 의도 파악부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청장의 의지에 동조했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다.
작전의 서두처럼 일본군은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벌레들이 또렷한 움직임을 보였더라면 방위청은 그에 맞는 대응책을 고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풍뎅이의 시체 아래 틀어 박혀 깨작깨작 시간만 흘려댈 뿐이다.

그러니 안달이 나는 것은 인간이다.
일본군은 다시 한 번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다.
넋 놓고 구경만 하기도 지친다.
처음 벌레들과의 응전 했을 때처럼 한 번 더 화끈하게 싸움을 걸어 볼 요량이었다.

다행히 육상자위대 곳곳에서는 신분을 넘나든 자원자들이 수두룩이 튀어 나온다.
우려와는 달리, 아직도 총을 쥐겠다는 청년들이 여기저기서 결의를 밝히자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군들도 덩달아 피가 끓었다.
그래서 작전 준비는 생각했던 것 보다 빠르게 진행 되었다.
강렬한 애국심에 불타는 군인들은 청장이 작전을 빨리 개시해 주길 고대하는 지경이 되었다.

"청장님. 각 군에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보고가 들어 왔습니다."

"그래.. 이대로 무너질 일본이 아니지.."

청장은 전황판에 올라오는 각 군의 준비 상황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비록 우애곡절이 있었지만 아직은 자신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눈으로 직접 보는 중이다.
이미 대장들과의 통신망 구축도 완료 되었다.
청장이 입을 떼기만 하면 전 군은 신속히 작전에 돌입 할 것이다.
청장은 마치 기원이라도 하듯 크게 숨을 내 쉬며 천천히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스스로도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힘차게 명령을 내려, 지쳐있는 아군들에게 용기를 북돋을 것이다.
결의에 찬 눈빛을 반짝이며 가슴가득 기합을 넣었다.

"전 군!!! 작전 개.."

"청장님! 청장님..!"

"?!"

작전개시를 명하려는 찰나에 통신요원 한 명이 급히 뛰어 들어와 청장을 말렸다.
이 절재절명의 시기에 눈치 없이 끼어든 요원을 보자 청장은 김이 팍 샌다.
부릅뜬 눈으로 요원을 노려보았다.
다시금 청장직에 복귀 했어도 개 같은 성깔은 어디 가지 않았다.

"뭐야! 아..놔.. 이 새끼가..!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땐지 알아? 너 진짜 별소리 아니기만 해라..!"

"총리님의 긴급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당장 청장님을 바꾸라고 하십니다."

"뭐야??... 하... "

총장은 이마를 탁 짚었다.
일본을 우애곡절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지금도 산통을 깨고 있다.
분명 무라카네를 쫓아내고 자신이 다시 청장자리에 앉은 것을 난리 칠 테지..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나는 청장은 속으로 으르렁 거린다.

"끊어버려! 안 받아!"

"아.. 하지만.. 저.. 그.."

"그냥 끊어 이 새끼야! 어차피 나 쿠데타야! 이 마당에 내가 총리 말 들어야겠어?"

"총리님께서 너무 노발대발 하셔서.. 저희로써는.."

"아..나.. 거..참.. 씨발 하네!"

총리와 청장사이에 끼어 우물쭈물 대는 요원을 보자 청장도 괜시리 안쓰러워 졌다.
통신요원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자신은 반역자라지만 녀석들에게는 지금도 총리가 총리 맞다.

"... 가서 연결해.."

"네!"

요원이 후다닥 뛰어 나가자 곧 총리의 통신이 들어온다.

"야마토!! 이게 무슨 짓인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게야? 내가 임명한 무라카네는 어디 갔지? 미친 겐가? 미친 게야!"

역시나 불호령을 뿜는다.

"에이! 씨발!"

목소리를 듣자마자 짜증이 난 청장은 연결을 틱 끊어 버렸다.
끊겨버린 통신에 총리는 또 한 번 폭발하다 수신을 넣었다.

"끊어?! 끊어?!!! 야마토! 아주 막 가는 구나!"

"총리! 지금이 어떤 땐 줄이나 아시오? 전 군이 벌레놈들과 맞붙기 일보 직전이란 말이요! 그런데 이렇게 초를 쳐야 속이 시원하겠소?"

"누가 그런 명령을 했나? 내가 세운 청장이 그런 명령을 내린 건가?! 반역자인 네놈 명령으로 전 군이 싸움을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나?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 다시 무라카네를 앉히라 이거야!"

"이번 전쟁이 끝나면 내 발로 내려가겠소! 그땐 삶아 먹든지 구워 먹든지 니 마음대로 하시오! 지금 각 군이 모두 작전 대기 중에 있소. 더 이상은 아군의 힘을 빼지 말았으면 하오. 알겠소? 이만 끊겠소!"

"뭐라? 네 이놈! 야마.."

  • 뚜뚜뚜뚜, 통신 종료 -

또 다시 청장이 수화기를 끊었다.
끊자마자 마이크를 잡는다.
하지만 총리와의 대화로 청장은 벌써 기가 빨렸다.
힘차게 구령을 넣어야 하지만 맥없이 명령이 하달되고 만다.

"전군.. 작전 개시.."

어째든 작전은 시작이다.
두 지역에서 A조가 갑작스레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자 거대풍뎅이 아래로 부터 벌레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온다.
그에 맞춰 전투기들이 폭격을 감행했다.
몇 발의 공대지 미사일들이 벌레무리 사이에 불바다를 놓았지만 봇물 터지듯 나오는 벌레들의 군세에 비하면 새 발의 피 밖에 되지 않았다.
이 모습은 그대로 방위청의 전황판 스크린에도 표시 되었다.
미친 듯이 늘어나는 벌레들의 심벌마크에 방위청 사람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

"마.. 맙소사! 언제 놈들이 저 만큼이나 불어 난 거야?"

스크린에 표시된 벌레들의 수는 녀석들이 핵폭발을 당하기전과도 맞먹는 수치였다.
무려 일주일 만에 군세가 원상복구 된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충분히 시간을 벌어줘야 할 A조의 수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버티기는커녕 순식간에 전멸 당할 것이 뻔해 보였다.

"너무.. 너무 늦은 건가.."

청장이 아쉬움에 탁자를 내려쳤다.
하지만 전황판 위에서 곧 사그라질 듯한 위태로운 A조의 표시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그들은 전투력이 남달랐던 것이다.

  • 쾅! 쿠콰앙! 투두두두두두!-

"죽어라! 벌레놈들아!"

"꺼져라! 당장 꺼져!"

"죽은 동료들의 복수다! 총알이나 먹어라!"

날아드는 사마귀괴물들을 향해 총알 세례를 퍼붓는 육상군은 서로가 서로에게 등을 맡긴 채 열심히 응전했다.
더러는 날카로운 사마귀의 앞발에 붙들려 사정없이 토막이 났지만 누구도 뒤 돌아보지 않았다.
물러서지 않고 싸우자 오히려 겁 없이 덤벼들던 사마귀 놈들이 아작나 으스러졌다.
든든한 진을 이뤄 펼치는 육상군의 촘촘한 화망 앞에 사마귀들은 도망도 못가고 벌집이 됐다.

  • 휘이이잉.. 쾅쾅! -

"으악!"

하지만 녀석들에게는 전갈 괴물이 있다.
밀집된 아군의 대형으로는 어김없이 전갈들이 뿜어 올리는 화학폭발물이 떨어졌다.
거기에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사슴벌레 같은 괴물들도 육상군을 괴롭혔다.
헬리콥터 마냥 전후방을 넘나들며 거대하고 긴 턱을 무식하게 휘둘렀다.

그래도 육상군들은 누구하나 겁 없이 죽기 살기로 싸웠다.
사방에서 전사자들이 속출 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분노에 사로잡혀 방아쇠를 당겼다.
어떤 군인은 죽기 직전에 수류탄을 품고 적진으로 뛰어 들었다.
어떤 군인은 손발이 잘려 나갔지만 아랑곳없이 싸움에만 집중했다.

"전군! 물러서지 마라! 통신부대는 항공자위대에게 전갈괴물을 우선적으로 폭격할 것을 요청하라! B,C 조 침투 개시! 시간이 없다. 빨리 움직이도록!"

"예! 나루토 중좌님!"

히로시마지역 육군 전진 지휘소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나루토 중좌.
그의 명령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B,C 조가 드디어 움직였다.
A조의 반대 측면에서 서로 다른 출발지점을 가진 두 조는 벌레들의 꿍꿍이를 파헤치기 위해 신속히 적진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A조라는 미끼를 덥석 물어 준 벌레들덕에 B, C조의 길은 생각보다 순탄했다.
그래도 한두 마리씩 날아드는 벌레들이 있었지만 보유한 화력으로 충분히 제압하고 남았다.

육군의 요청으로 표적이 뚜렷해진 항공자위대는 기갑차량 격인 전갈 괴물 제거에 최우선을 두고 폭격했다.
멀리서 본 항공자위대의 활주로는 쉴 세 없이 날아대는 전투기들로 인해 흡사 벌집으로 착각 될 정도다.
임무에 나선 조종사들은 죽어나는 육상군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았다.
피 흘리는 그들을 보자 너나 할 것 없이 심장이 뜨거워 미칠 지경이다.
폭격을 마치고 돌아오는 조종사들 마다 캐노피가 열리자마자 한결 같은 소리를 뱉었다.

"한 번 더 가겠습니다! 이대로 재 무장 해 주십시오!"

그럴 때 마다 편대장도 같은 소리로 맞받아친다.

"안 돼! 조종사들은 작전 후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규정을 잊었나?"

"저는 괜찮습니다! 편대장님! 한 번 더 보내 주십시오!"

"어서 내려 임마!! 너 말고도 가고 싶어 안달난 놈들 꽉 찼다! 한 번 더 가고 싶으면 다시 줄을 서란 말이다!"

아직 벌레들에게는 인간의 항공무기에 대응할 만한 전력이 없었다.
불행 중 크나 큰 다행이었다.
제공권이라도 인간이 쥐고 있으니 폭격이라도 원 없이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싸움에서는 이런 양상도 틀어진다.
새롭게 등장한 사슴벌레처럼 녀석들에게도 공중을 다투기 위한 벌레들이 생겨났던 것이다.

  • 쉬이익... 콰과광! -

"치이익.. 메이데이! 메이데이! 알파 편대 2, 3호기 격추! 요격체 불명! 벌레들이 미사일 같은 것을 쏜 것으로 판단된다."

"항공 레이더에는 감식이 되지 않았다! 젠장.. 스텔스 시스템인가?"

폭격을 나간 알파와 브라보 편대가 관제탑으로 급한 통신을 넣었다.
4대씩 한 편대를 이룬 8대의 F-15J중 2기가 순식간에 추락하고 말았다.
높은 고도에서 부터 화살촉과 같은 기다란 벌레가 쏟아져 내렸다.
촉 벌레들은 샘 미사일 마냥 벌레들의 본진으로 부터 하늘로 높게 치솟았다 낙하하며 전투기들을 요격했던 것이다.

당연히 추진 열이 없었기에 항공기에 탑재 된 레이더에는 촉 벌레가 잡히지가 않았다.
이 상황을 보고 받은 항공자위대는 심각한 고뇌에 빠졌다.
현재의 자위대로서는 뾰족한 타개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임무 중인 편대장의 무전이 날아들었다.

"그냥 전속력으로 침투 후 폭격하고 돌아오겠다! 오버."

"무리하게 움직이지 마라. 베이스에서는 아무것도 도와줄 방법이 없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육상자위대가 전멸하는 꼴을 보고만 있으란 건가?"

"..."

"우리도 죽음을 각오했다. 위험이 발생했다 한들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다."

심금을 울렸다.
목숨을 잃을 수 있었지만 베이스에서 쉬고 있는 조종사들은 한 결 같이 전장에 뛰어들길 소원했다.

하지만 투지만 높다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항공 편대의 지원이 힘겨워지자 곧바로 육군들의 피해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장을 맡고 있는 나루토 중좌도 줄어만 가는 아군의 숫자에 고심이 깊었다.
한숨을 연거푸 쉬며, 그는 무거운 얼굴로 통신반 요원들을 보았다.
요원들도 지휘관의 결단이 무엇인지 안다는 듯 굳은 표정을 보인다.

"어쩔 수 없군.. 플랜B 명령을 내리도록! 동시에 함포폭격 지원 요청 한다! 지휘부는 가장 먼저 작전지로 이동하고, 위치를 보병들에게 전송하라!"

"예!"

"그리고 나는 이제 나가서 군사들과 함께 싸워야겠다. 구경만 하는 건 좀이 쑤셔서 말이야.. 플랜B를 맡겨두고 가도 되겠지? 사스케 소좌!"

"... 염려 마십시오. 중좌님.. "

“그래! 믿고 간다. 사스케! 저녁식사는 천국에서 하도록 하자구..”

씽긋 미소를 보이며 나루토 중좌는 소총을 한 자루를 달랑 쥔 채 지휘소를 뛰쳐나갔다.
그와 동시에 지휘소 요원들은 약속된 장소로 이동할 준비를 서둘렀다.
사스케 소좌는 멀어져가는 나루토 중좌의 뒷모습을 아련히 보았다.
그리고는 척 하니 경례를 올렸다.

"영광이었습니다. 중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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