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11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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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외계인과인 전쟁 - sf 생존물 입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11

고개를 떨군 채 덜덜 떨고 있는 경찰의 총을 지호가 재빨리 맨손으로 뺐았다.
사람이 죽었든 어쨌든, 사람을 쏜다는 것은 그 행동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연신 으름장을 놓아대던 경찰이었지만 결국 죄인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환경이 상황을 강요 했지만, 사실 그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행히 공포탄이 터져서 지호는 살 수 있었다.
앞에 장전된 3발의 공포탄.. 경찰은 지호와 병만을 돌발적으로 만난 터라 미처 실탄을 갈아 낄 세가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총을 발사하는 순간 까지 가리라고도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귀중한 무기를 송두리 채 잃었다.
지호와의 무시무시한 베짱 대결에서 패배한 대가로 말이다.

지호 또한 등이 땀으로 젖어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며 병만에게로 돌아왔다.
영화 등에서 종종 흘러 나왔던 [몇 발은 공포탄]이란 이야기를 믿고 한 행동이었지만, 막상 공포탄이 터지는 순간 죽는 줄로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 돌아오는 지호를 병만은 반갑게는 커녕 화난 얼굴로 맞았다.
순식간에 병만의 손바닥이 지호의 뺨따귀를 매섭게 날렸다.

"너.. 너 이 새끼야!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다시는.. 다시는 이러지마! 알겠어?"

병만은 아직도 서늘한 간담이 진정 되지 않아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호는 호된 병만의 따귀에 발랑 넘어져, 화끈대는 볼을 어루만졌다.

"쐈어야지.. 너는 경찰을 쐈어야지.. 임마.."

지호가 나직이 읊조렸다.
병만은 그런 지호가 기가 차 또 다시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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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철컥! 홱~ -

"엄마! 누나!! 집에 없어?!! 어? 아무도 없어?!"

집으로 뛰어든 장윤은 온 집안을 뒤지며 가족들을 찾았다.
가족들이 벌레만큼 작은 것도 아닌데 서랍 속 까지 열어 제치며 들여다보았다.
누군가 이 꼴을 본다면 장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 애타는 그의 눈빛과 조급한 모습을 본다면, 결단코 그것을 가볍게 웃어 넘기지 못 할 것이다.

장윤의 얼굴은 땀범벅이다.
외계인의 폭격 후 친구들과 헤어져 곧장 집을 향해 내달렸기 때문이다.
물론 난장판이 된 거리를 헤쳐 나오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체력하나 만큼은 타고난 장윤은 이성을 잃은 채 초인적인 속도로 집까지 질주했다.
달리는 내내 성한 건물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장윤의 집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꼿꼿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게 아닌가?

셔터가 내려진 아래층 구멍 가게위에 올려 진 낡은 장윤의 2층집.. 사각 네모 건물에 좁쌀구멍 같은 창문 2개가 뚫린 장윤의 2층집..
난리통에도 살아남아 우뚝하고 덤덤하게 서있다.
투박하고 서벅한 꼴이 마치 장윤과도 같았다.

역시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 낮에 외출 할 때 모습 그대로 집은 횅하니 비어 있었다.
트럭운송을 하시는 아버지는 원래 며칠씩 집을 비웠고, 놀면 뭐하냐는 엄마는 코딱지만한 회사의 경리를 봤다.
철도 없고 재수도 없는 누나는 날라리 대학생이다.
애들이 다 커 버려 텅 빈 날이 잦은 집은 헐레벌떡 들어온 장윤에게 익숙한 적막을 풍기지만, 장롱과 서랍까지 뒤져대며 절실히 가족을 찾는 장윤은 제발 어디 구석탱이에서라도 누가 튀어 나와 주기가 간절했다.
혹시나 냉장고 문 까지 열어보며 가족을 찾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다.
가족은 냉장고 안에도 없긴 마찬가지다.

"아이씨!! 밖이 난리가 났는데 다들 뭐하느라 안 들어와!!"

장윤은 짜증을 있는 대로 부리며 주저앉았다.
한숨과 함께 머리를 괴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혹시나 가족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뿐일까.. 제발.. 누구라도 집으로 들어와 줬으면..
눈물을 훔치며 굳게 닫힌 현관문을 하염없이 응시했다.
금방이라도 누나년이 낄낄대며 들어올 것 같지만 그와 동시에 영원히 여는 사람이 없을 것만 같아 초조하고 불안했다.


"장윤아! 영화 보자! 이 영화 개 공포~! 대박 쩐다더라!"

"아이씨! 누나 혼자 봐! 맨 날 밤만 되면 공포영화를 쳐 가져 오노!!"

"혼자 못 본다고! 같이 보자 임마야~!!"

"안 해! 안 봐!!!"

"아.. 씨.. 등치는 산 만한게.. 쫄보 새끼네.."

"뭐라고?"

"튼다~ 지금 돌린다~~"

"니 방가서 봐라고! 미친년아! 공포영화 싫어하는 거 알면서! 왜 맨 날 내 방 와서 지랄이고!"

"혼자 못 본다니까!! 니는 그냥 자면 된다! 내 알아서 보고 나갈게!"

"앗! 지롤! 니가 밤새 소리 지를 건데 무슨 수로 잠을 잘까?"

"아~닥~ 아~닥! 이거 못 보게 하면 여기서 밤새 깽판 칠거니까 맘대로 해!"

"에이씨.. 진짜!"

남매는 자주자주 심야 공포영화를 함께 보곤 했다.
언제나 한바탕 정겨운 푸닥거리를 시작으로 한 이불을 덮어쓰고 누워 괴성과 끔찍을 즐겼다.
때때마다 엄마를 찾으며 눈을 질끈 감는 장윤과는 다르게 누나는 있는 대로 소리를 꽥꽥이면서도 부릅뜬 눈은 절대 감지 않았다.
비록 장윤보다 몸은 가냘프지만 심장은 사자인 것이다.
갑작스런 사태에 어딘가로 떨어져나간 사채들의 팔다리를 구경 하느라 귀가가 늦는지도 모르지..
장윤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엄마도 지금 어딘가로 대피한 상태이리라고.. 아버지는 운전 솜씨가 일품이시니 어쩌면 낙진 사이로 요리조리 차를 몰았으리라고..

"아.. 이런 병신아.. 말이 되는 생각을 해라.."

장윤은 스스로 머리를 쥐어 박는다.
1초가 1시간 같은 기다림에 혹시나 싶은 끝도 없는 희망회로가 돌아댄다.
아버지가 무슨 수로 비처럼 쏟아지는 낙진을 피해 운전했으랴?
천지가 무너진 건물인데 엄마회사와 누나의 학교는 쇠 벙커라도 된단 말인가..
또 다시 질질 짜다가 바닥으로 엎어져 누웠다.
벌써 사람의 양기가 다 빠져 버린 듯, 집안에 감도는 무서운 적막에 장윤은 숨이 막혔다.

이대로 혼자 살아야 되는 것일까...
오늘 아침에 헐레벌떡 흩어진 가족들의 얼굴이 정녕 마지막이었을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현관문은 뚫어져라 쳐다본다.
너무도 간절하다 보니 그냥 누워 있는 것이 오히려 힘들다.

  • 쾅쾅쾅! 쾅쾅!... 스르륵.. 찔꺽찔꺽.. 탁! 철커덕 -

"!"

기대치 않던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장윤은 잠에서 깼다.
열심히 달려오느라 지쳤던 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꿈나라로 갔던 것이다.
어느덧 해가져, 창가로 들어오던 햇볕이 사라지고 방안은 완전한 어둠에 덮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것! 이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하마터면 기뻐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장윤은 총알같이 현관문으로 마중을 나갔다.
막 잠에서 깬 터라 정신이 없긴 하지만 이미 눈에서는 재회의 눈물이 한 뭉텅이 발사 되었다.
장윤이 문을 열어 주기도 전에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반갑게 집안으로 들어왔다.

".....?"

"..........!"

"..너.. 너 누구야? 뭐하는 놈이야?!"

"... 어.. 그게... 저.."

하지만 들어온 그림자는 장윤의 기대와 전혀 다르다.
아버지는 멀리 가 계시니 이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사람은 엄마나 누나여야 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들어온 정체불명의 그림자는 남자다.
빛이 없어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키가 작은 남자의 여린 목소리로 보아, 그는 자신 또래쯤 인 것 같았다.

"너 누구야?! 뭐하는 새끼야?!.. 어떻게 남의 집 문을 따고 들어 왔어? 어??"

깨진 기대와 낯선 방문객에 대한 경계로 바짝 열이 뻗친 장윤이 우레 같은 불호령을 질렀다.
당황한 남자도 말이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인다.

"아.. 아.. 그게.. 저.. 우리 집인 줄 알았는데 잘 못 열었네.. 헤헤"

"뭐.. 뭐라고? 아니 이 미친놈이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니네 집도 아닌데 잠긴 문을 열었다는 게 말이 돼?"

"죄송합니다.. 여튼.. 정말 죄송합니다."

그림자는 헛소리를 끝으로 쏜살같이 밖을 나가 버렸다.
그는 올라온 계단을 따라 혼비백산 줄행랑을 놓았다.
황당한 장윤은 쾅하고 닫혀버린 문을 한참 보고 서있었다.
어처구니없이 끝난 문 열림..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다.
'도대체 어떻게 문을 열었을까? 열쇠를 어디서 구했지?.. 혹시.. 엄마나 누나의 지인일까? 그래서 얻었을까? 아니면 둘 중 하나를 헤치고 열쇠를 훔친 걸까? 놈의 정체가 뭐지? 지금이라도 쫓아가야 하나? 잡아서 물어봐야 할까?'

하지만 거리의 캄캄함에 한참이나 동화된 녀석을 이제서야 잡으러 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실망감에 넋이 나간 장윤은 다시 문을 잠그자마자 무너지듯 현관바닥에 주저앉았다.
얼굴을 가리니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웬지 모르게 서럽고 가족들이 보고싶어 미칠 지경이다.

"..아.. 제기랄.. 엄마..아빠.. 누나.. 살아있긴 한 거야? 다 죽었어?? 어?"

기껏 잠든 몇 시간으로 피곤이 다 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뜻밖의 불청객에 잠이 깨버린 장윤은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혹시나 다시 문이 열릴지 모르니까.. 이번에는 진짜가 올지 모르니까..

그렇게 뜬눈으로 아침을 맞은 장윤은 온 종일 현관문 바라기가 되었다.
어느덧 고개 내민 아침 해가 정오를 지나고, 다시금 서쪽으로 몸을 떨어뜨릴 때까지 한 틈도 쉬지 않고 문만 보고 있었다.

집안이고 밖이고, 웬 종일 거짓말 같이 고요하다.
괴로움이 극심하면 오히려 담담해 진다던가.. 장윤은 현실 같지 않은 상황에 사고가 마비되고 정신이 나간다.

그때였다.

  • 쾅쾅쾅! 쾅쾅쾅! -

또 한 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란 장윤이 벌떡 일어나 기계처럼 문을 열었다.
사실은 문이 또 울릴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어제의 일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헤프닝이지 않았던가..

“엄마야? 혹시 누나야?“

하지만 여지없이 장윤의 바램이 빚나간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지호와 병만이다.

"장윤아.. 괜찮아?"

"....."

장윤은 덤덤한 표정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녀석들도 거짓말 같다.. 도무지 꿈같다...
들어오란 소리도 못하고 장윤은 친구들을 보며 비석이 되어버렸다.
얼굴가득 때 구정물이 줄줄한 주제에.. 두 친구는 도리어 벙 찐 장윤의 안색을 살폈다.
장윤이 조용히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두 친구에게 읊조린다.

"엄마랑.. 누나가.. 안 들어와.."

"뭐?!"

"엄마랑..... 누나가.... 집에 안 들어온다고.."

"!!...."

"... 엄마랑! 누나가!!! 집에 안 들어와!!! 집에 안 들어온다고!! 흐어어어.."

장윤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한참 막았던 둑이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장윤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허물어져 내렸다.
덩치 큰 녀석이 한껏 몸을 움츠린 채 숨이 넘어갈 듯 꺼억꺼억 대자 눈시울이 붉어진 친구들도 장윤을 와락 끌어안고 울었다.
떨림과 흐느낌이 오래토록 멈추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

하루 종일 피죽 한 그릇 먹지 못한 아이들이었지만 친구의 서글픔에 또 다시 눈물이 난다.
기껏 한 두 모금 마신 물이 오늘의 전부 였건만..
몸 어디에 그렇게 눈물이 쟁여져 있는 것일까?
정녕 모를 일이었다... 정녕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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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류의 소설 좋아하는 1인이에요. 팔로 보팅하고 찬찬히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더 잘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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