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3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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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열심히 글연습 중입니다.
앞으로 훌륭한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3

병만은 단숨에 아파트 계단을 통해 9층 까지 뛰어 올랐다.
여러 군대 파손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올라가는 데 지장이 없었다.
급하게 뛰어 오르느라 숨이 목구멍 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도 혹시라도 집에 있을 엄마가 걱정 되어 병만은 행동을 서둘렀다.

문 앞에 들어서자마자 열쇠를 꺼내 키홀에 넣고 돌렸다.
키가 돌아가며 자물쇠가 탁 풀어졌다
하지만 정작 문이 열리지 않는다.
집안에서 누군가가 문고리를 강하게 잡고라도 있는 것처럼 꿈쩍을 하지 않았다.

깜짝 놀란 병만은 있는 힘껏 문고리를 여러 번 잡아 당겼다.
하지만 마치 용접이라도 해 놓은 것 마냥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 이거 왜 이러지?"

폭격으로 건물 전체가 틀어지면서, 덩달아 문짝과 문틀도 휘어져, 서로 간에 간섭이 생긴 것이다.
병만은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

  • 쾅쾅쾅! 쾅쾅! -

"엄마! 엄마! 집에 있어? 있으면 대답 좀 해봐! 엄마!"

"컹컹! 컹! 끼잉.. 끼잉.."

하지만 기다리는 엄마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해피]만이 불안하게 짖어 댔다.
엄마가 피신했다면 집에서 자식 같이 키우던 해피를 나 몰라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가 집안에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든 병만은 어떻게든 끼어버린 문짝을 열고자 젖 먹던 힘을 다 했다.
발로 차기도 하며 난리를 부려 보지만 생각처럼 덜컥 열리지가 않았다.

"아오! 이거... 왜 이렇게.. 안.. 열려.. 열려라! 제발!!"

"컹! 컹컹!!"

해피도 병만이 문을 열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는 것을 안다는 듯 안절부절 거린다.
현관까지 나와 앞발로 문을 벅벅 긁어댔다.
병만의 귀에는 그 소리가 제발 살려달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매일매일 문제없이 드나들던 문짝이 지금 같은 상황에 말썽을 피우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좀처럼 상황이 여의치 않자 병만은 자꾸만 나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래.. 형아가 꺼내 줄께! 조금만 참아! 조그....음.. 마~안~~"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역시나 문은 꿈쩍을 하지 않았다.

"열리라고! 열리라고!! 썅!! 제발 열리라고!!"

-쾅! 쾅!-

몸으로 부딪혀 보기도 하고, 주변에 널부러진 아파트 잔해를 주워와 손잡이를 내려치기도 했다.
그러나 열을 내는 병만만 힘들 뿐 야속하게도 여전히 문은 그대로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병만으로써는 도저히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그대로 문 앞에 주저앉아 현관문 반대편에서 연신 낑낑 대는 해피의 소리를 들으며 안타까운 눈물만 흘렸다.

"벼.. 병만아... 병만이니?"

한참 눈물을 훔치던 병만의 귀로 엄마의 목소리가 날아 들었다.
현관문 반대편에서 힘없이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였다.

"엄마! 엄마! 괜찮아? 안에 있었으면서 왜 이제 대답해?!"

난데없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참았던 눈물이 더 크게 터진다.
목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 안심이 되었다.
목소리에 힘입어 병만은 한 번 더 열리지 않는 문고리를 잡고 안간 힘을 썼다.
어서 빨리 엄마를 구해야 한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 곧 꺼내 줄 테니까!"

".. 병만아... 어서 여길 빠져 나가.. 엄마는.. 못 나갈 것 같아.."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문 금방 열수 있으니까 잠시만 기다려!"

"아니다.. 병만아.. 너라도 얼른 나가.. 여긴 너무 위험해.."

"같이 나가야지!"

"아니야.. 엄마는... 엄마는.. 아무래도 못 나갈 것 같아.."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병만은 엄마의 의미심장한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 엄마.. 엄마 혹시.. 다쳤어?"

"..."

"다친거야? 다쳤어? 심한 건 아니지? 그래도 밖에 나가서 치료 받으면 되니까 너무 걱정 하지.."

"... 그래도 아들 목소리 들어서 좋네.. 얼굴 못 보는 게 너무 섭섭했는데.. 목소리라도 들어서 다행이다.."

"아.. 엄마! 왜 자꾸 그런 소리해? 크게 다쳤어? 많이 아파?"

병만은 자꾸만 작아져가는 엄마의 목소리에 심장이 요동쳤다.
문이 열리길 간절히 빌며 몸이 부서져라 문짝에 부딪혔다.

충격 때문에 자신의 몸도 아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다.

  • 쾅! 쾅 -

"병만아.. 어서 내려가.. 어서.."

"엄마 두고 못가! 같이 나가야돼!"

".. 엄마는.. 못가.."

"그런 소리 하지마! 꼭 같이 갈 거야! 엄마랑! 해피랑! 전부 데리고 나갈 거라고!"

병만은 악을 지르며 세차게 현관문에 몸을 쳐박았다.
사실은 이렇게 한다고 해서 쇠로된 문짝이 벌컥 열리진 않는다는 것을 병만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쓰러진 엄마를 목전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병만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다.
문짝에 부딪히는 내내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제발.. 제발!!”

하지만 쇠벽이 돼 버린 문짝은 아무런 미동이 없다.
매일매일 드나들던 문이 야속해 미칠 지경이다.

그 순간,

-콰과과광! 콰과과과광!-

갑자기 땅이 요동하며 지진과 굉음이 천지를 뒤덮었다.
놀란 병만은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렸다.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한참을 이어지고 아파트 바닥이 심하게 울렁댔다.
계단 통로에 있던 창문이 터지듯 깨지며 사방으로 파편을 뿌려댄다.
필시 아파트가 무너지는 것이라 느낀 병만은 두려워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 콰광!! 콰과과광!! -

하지만 소리의 원인은 병만의 아파트가 아니다.
그것은 병만의 아파트 옆에 위태롭게 서 있던 다른 아파트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병만은 소리가 멎자마자 복도 창문 밖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허물어진 아파트의 잔해 때문에 아랫쪽은 한바탕 난리도 아니었다.

""휴... 다행이다.. 여기가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네.."

병만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금 문 앞으로 걸어갔다.
지진과도 같았던 울림에 자동으로 몸서리가 쳐졌다.

자신의 집 또한 언제 무너져 내릴지 알 수 없었으니, 어서 빨리 문을 열어야만 했다.
아파트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렸던 아저씨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랐다.

"응?.. 어..? 아니.. 근데.. 바닥이 왜 이래?"

하지만 문 앞으로 걸어간 병만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좀 전 까지만 해도 평평했던 바닥이 경사가 져 있었던 것이다.

옆집 아파트가 허물어지며 발생한 충격이 병만이네 아파트에도 영향을 준 것이었다.
병만은 실내에 있어 잘 알지 못했지만, 외부에서 보는 사람들은 병만네 아파트가 기울어졌다는 것을 금세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 시간이 없어.. 빨리.. 빨리 문을 열어야해.. 어떻게든.. 아.. 근데.. 진짜 어떻게 해야 되지?"

병만은 초조해 졌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아파트 또한 얼마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해피는 방금 전 진동으로 꽤나 놀랐는지 더욱 발광을 하며 짖어댔다.
그래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병만은 해피 때문에 정신도 사나워졌다.

"병만아... 어서 내려가! 어서! 집이 기울어 졌어.. 그러니까.. 지금 내려가야 돼.. 엄마 말 들어!"

엄마도 현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느끼며 문 밖에 있는 병만을 다급하게 불렀다.

"싫어! 여기가 집인데 어디로 가란 말이야!"

병만이 악을 질렀다.

"아빠한테가.. 아빠는 살아 계실거야.. 아빠 가게로 가.."

"아빠한테 가서 엄마 놔두고 왔다 그럴까?! 어떻게든 구할 테니까 기다려! "

하지만 속이 타는 병만에게 여전히 문 열 방도는 없다.
이대로 있어봤자 아까운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그래... 혼자선 무리야.. 사람들을 불러 와야겠어.. 힘을 합치면 어떻게든 엄마를 구할 수 있을거야..'

병만은 집안으로 소리쳤다.

"엄마! 내가 사람들을 불러 올 테니까 기다려! 혼자서는 안 되겠어.. 아파도 조금만 참아! 알겠지?!"

말이 끝나자마자 곧장 층계 아래로 내달렸다.
자신을 걱정해주며 말렸던 이웃 사람들이 계속 떠오른다.
물론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길 꺼려했지만, 안에 생존자가 있다면 필시 구출을 도와 줄 것이다.
다시 올라 오겠지만, 한편으로는 다친 엄마와 해피를 놔두고 아파트를 내려가 것조차도 병만은 마음이 괴로웠다.

꾸역꾸역 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쏜살 같이 아파트를 내려갔다.
입구를 나서자마자 냅다 소리를 질렀다.

"여기요! 안에 생존자가 있어요! 근데 문이 안 열려요! 제발 도와주세요! 엄마가 집안에 갇혔어요!"

역시나 공터에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방금 전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만들어낸 먼지구름 때문에 사람들은 몸 여기저기가 얼룩덜룩 변해 있었다.
하지만 병만은 개의치 않고 사람들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주문이라도 외우듯 정신없이 부탁을 늘어놓으며 다시금 아파트로 뛰어 들어 가려고 했다.
마음이 조급해 재정신이 아니다.

"안에 사람이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엄마가 갇혔어요! 문이 안 열려요!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얼음장처럼 싸늘했다.

"안 돼 학생.. 도와 줄 수 없어!"

"네? 왜요? 안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구요! 조금만 도와주면 살릴 수 있어요!"

".. 학생... 저길 봐.."

"...!?"

병만은 사람들이 가리키는 손을 따라 자신의 아파트를 보았다.
아파트가 조금씩 흔들대며 계속해서 기울어져 가는 중이었다.
재정신이 아니고서야 이런 위태로운 아파트에 들어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병만 또한 지금도 기울어져 가는 아파트를 보며 가슴 한 구석이 턱 막혔다.

'안 돼.. 나라도 들어 가야해.. 시간이 없어.. 시간이..'

병만은 얼른 주변을 살펴 문 열기에 도움 될 만한 물건을 찾았다.
다행히 아파트가 무너지며 튀어나온 철근 조각이 보였다.
얼근 주워들어 다시 뛰어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병만을 잡았다.

"안 돼! 학생! 이번엔 진짜 들어가면 안돼!"

"엄마가 안에 있다구요! 엄마 데리고 나와야 되요. 엄마! 우리 엄마.."

"학생.. 학생도 보다시피.. 아파트가 너무 기울고 있어! 언제 무너질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러니까 빨리 갔다가 나와야 해요! 시간 없으니까 얼른 비켜요!"

"절대 보낼 수 없어!"

"왜요? 그러면 엄마를 저기 두란 소리예요?! 도와 달라고 안 할 테니까.. 혼자서라도 할 테니까 비키라구요!"

"나도 방금 아내와 자식을 잃었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 가지야! 버젓이 사지로 뛰어드는 사람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아니... 그럼 어쩌란 소리예요? 나더러 엄마가 죽는 꼴을 보고만 있으란 말이에요?"

"너라도 살아야지 이놈아! 너까지 죽으면 엄마가 기쁘시냐?"

"뭐라구요??"

병만을 말리는 사람들과 병만 모두 눈시울이 붉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속이 끓는 병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병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기어코 불나방 같은 병만을 말릴 요량이었다.
병만은 자신을 막아서는 사람들을 들고 있던 철근으로 내려치고서라도, 아파트로 뛰어 들까 싶지만, 사람들이 보이는 눈물 앞에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나와요.. 제발 나와요! 나오라고... 나오라고! 씨발!!"

병만은 울분을 터뜨렸다.
사람들도 안타까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 끼이..끼이이이! -

마지막 비명 마냥 거대한 파열음을 내는 아파트는 아래층이 깨어지며 도미노 블럭처럼 와장창 뒤로 넘어가 버렸다.
터지듯 콘크리트 파편을 앞쪽으로 내뿜었고, 거대한 먼지 구름이 하늘위로 높게 피어올랐다.

"어!?"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병만의 눈에는 슬로우비디오라도 보는 것처럼 모든 것이 뇌리에 생생하게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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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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