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10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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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열심히 글연습 중입니다.
앞으로 훌륭한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10

긴장한 지호와 병만은 다가오는 무리들을 경계하며 등을 맞댔다.
역시나 장건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꼬마는 고소하다는 듯 얄궂게 미소를 지었다.
괘씸한 녀석을 당장이라도 쥐어박아 주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다.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럽죠?"

이때 지호와 병만을 둘러싼 무리들 틈으로 한 사람이 끼어들었다.
경찰 복장을 제대로 갖춘 30대 정도의 남자였다.
유니폼의 힘이 대단했다.
지호와 병만을 곧 죽일 듯 다가오던 사람들이 경찰 복장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뒷걸음을 치는 것이 아닌가?

그제야 지호와 병만도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경찰이란 존재가 그렇게 믿음직 스러워 보이기도 처음이었다.

"아저씨! 저 형아들이 먹을 걸 안 줘요! 다른 사람들도 배가 고픈데 혼자만 먹으려고 해요. 진짜 나쁜 사람이에요."

꼬마가 울먹이며 경찰 아저씨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경찰은 아이의 눈망울을 말없이 보다가 의심의 눈초리로 두 청년을 보았다.

"이게 무슨 뜻이죠? 거기에 든 건 뭐죠? 먹을 것? 혹시.. 훔친 건가요?"

경찰이 지호의 가방을 가리키며 묻자 기가 찬 지호는 버럭 화를 냈다.

"무슨 소리예요? 이건 원래부터 제 것 입니다. 훔치거나 뺏은 게 아니라구요! 그리고 저 아이는 저희랑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오늘 처음 본 아이 입니다. 하여튼 우리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경찰이 다시 한 번 아이를 쳐다보았다.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나눠 줘야 착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우리 유치원 선생님이 그래야 된다고 했다구요! 저 형아들은 욕심쟁이처럼 혼자만 음식을 먹으려고 해요! 그러니까 나빠요! 아저씨가 혼내 주세요."

아이가 악다구니를 쓰며 조르듯 경찰의 바지춤을 흔들었다.
굵은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며 끊임없이 동정심을 자아냈다.
하지만 경찰관의 표정은 단호했다.
경찰관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타이르듯 물어 보았다.

"꼬마야.. 저 가방에 든 것이 먹을 것이 확실하니?"

"네! 저 안에서 초코바를 빼는 걸 봤어요!"

"그래? 그럼 저 가방은 누구 거니? 혹시.. 네 가방이니? 저 형들이 네 음식을 훔쳤어?"

"....... 아니.. 요.."

아이는 자신이 답하고도 겸연쩍은 듯 고개를 숙였다.
경찰 아저씨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한 번 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울상이 되었다.
그런 아이에게 경찰이 조용히 말했다.

"꼬마야.. 이런 상황일 때는... [제거예요]라고 말해야 하는 거야."

"!"

느닷없이 경찰이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들어 청년들을 겨눴다.
당황한 지호와 병만은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경찰은 아이에게 보였던 인자한 표정을 싸그리 지운 채 두 사람을 범죄자 보듯 보았다.
총구를 자신의 쪽으로 빠르게 까딱이며 한껏 격양된 목소리를 질렀다.

"학생들! 얌전히 그 가방 이리 넘겨! 압수야!"

"...."

"귀 먹었어? 가방 이리 던지란 말이야! 이 총은 진짜야! 그리고 내가 여기서 발포 한다고 해도 나 잡으러 올 다른 경찰은 없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병만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아무리 세상이 이렇게 변했어도.. 아저씨 같은 사람이 질서를 잡아 주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미친놈! 이 난리에 무슨 헛소리야? 잔소리 말고 가방 넘겨! 어제 부터 굶어서 신경 예민하니까 인내력 시험 하지 마!"

그러자 경찰 곁에 서있던 꼬마가 다시 신 이난 얼굴로 깔깔 웃었다.

"꼬~시다! 혼자 다 먹으려더니 꼬~~~~시다! 얼레리 꼴레리~ 형아들 꼬 숩다!!~~ 키키키"

하지만 귀찮다는 듯 경찰은 있는 힘껏 꼬마의 뒤통수를 후려 갈겨 버렸다.

"꺼져! 임마! 쥐방울 만한게 더럽게 걸거치게 구네!"

아이는 갑작스런 손찌검에 맞아 나자빠졌다.
아프기도, 놀라기도 한 아이가 바닥에 엎어져 서럽게 울었다.
두 청년은 못내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씁쓸하다.
이것이 지금 이 현실의 단면 아닌가..

긴장된 순간에 울려 퍼지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모든 이들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아이의 울음으로 인해 청년과 경찰의 소란을 지켜보는 관중의 수가 자꾸만 늘어간다.

  • 철컥 -

"아니... 그건 총?"

경찰은 청년들에게서 손쉽게 가방을 넘겨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것이 그에게 돌아왔다.
자신에게도 똑같이 겨눠지는 지호의 총구였다.

지호가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인물이 아니다.
재 빨리 사격장에서 얻은 총을 가방에서 빼어 경찰의 가슴팍에 겨누었다.
그러면서 병만에게 눈치를 준다.
그러자 엉겹결에 병만도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총을 꺼내어 경찰을 겨눴다.

지호는 병만과 2m 이상 거리를 벌려 섰다.
혹시나 경찰이 먼저 발포 할 경우 연사에 의해 두 사람이 순식간에 죽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거리가 벌어져 있으면 경찰이 두 사람을 빠르게 쏠 수가 없다.
한 사람을 쏘고 다른 쪽을 겨누는 동안 자신도 무조건 공격을 받게 될 테니, 경찰이 턱없이 불리해진 것이다.

"하.. 나 이 새끼들이 장난 하나..? 어디서 그딴 장난감으로 어른을 놀려? 속을 것 같아? 당장 가방 안 넘겨? 목숨이라도 부지 하고 싶으면 쇼 그만하고 가방 던져! 이런 장난 받아줄 성격 아니니까!"

  • 탕! -

"!!!"

두 청년이 겨눈 총이 진짜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 이것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할 생각이다.
그래서 지호는 허공에 방아쇠를 당겼다.
무기가 결코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무리 말로 떠들어 봤자 경찰은 절대로 총의 진위를 믿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결코 청년들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경찰 또한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했는지를 깨달았다.
등 뒤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수세에 몰린 경찰은 조급히 살 궁리를 했다.

"하..하하.. 좋.. 좋아.. 알았어.. 우리 그만 하도록 하자.. 내가졌다.. 졌어.."

그가 겸연쩍게 웃었다.
마치 모든 것이 장난 이었다는 듯 상황을 어물쩍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청년들의 눈빛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사나워 졌다.
경찰은 어떻게서든 턱없이 불리한 이 실랑이를 끝내고만 싶었다.

"서로 그만하자.. 나도 총 내릴 테니.. 사실 진짜 사람 죽일 마음은 서로 없었잖아.. 안 그래? 그냥 조용히 서로 갈 길 가자.. 어때? 나쁜 조건 아니잖아.."

한 번 더 청년들의 눈치를 살폈다..
청년들 또한 진짜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병만도 지호의 눈치를 살폈다.
이쯤에서 서로 그만 하는 것도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호는 눈빛이 다르다.
그는 예상외의 말을 던진다.
병만은 죽었다 꺠어도 생각해 내지 못했을 말...

".. 그 총 넘겨!"

"??!"

"그 총 넘기라고!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한 경찰이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지호는 진심이다.

"우리는 총 두 자루다! 어떻게 할래? 총만 넘긴다면 아무 일 없이 가게 해줄게. 더 살고 싶으면 그 총 넘겨!"

무릎이 탁 쳐 지는 지호의 말이다.
이 짧은 순간에 어떻게 지호가 이런 딜을 떠올린 건지.. 병만은 그저 경탄스러웠다.

경찰은 동공에 지진이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눈뜨고 권총을 빼앗길 판이다?

"씨발! 그게 무슨 개 소리야! 그래! 좋아! 다 죽자 새끼들아! 니네가 무슨 생각 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한 놈은 확실히 길동무 한다."

흥분한 경찰이 악에 받쳐 총구를 지호에게 겨눴다.
그러나 차분한 지호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을 향해 서서히 발걸음까지 옮겨간다.
병만은 깜짝 놀라 지호에게 소리쳤다.

"지.. 지호야! 너 뭐하는 거야?"

".. 녀석이 헛튼 짓 하면 무조건 쏴 버려! 알겠지?! 무조건 쏴!!"

"뭐??!"

지호는 경찰을 꼿꼿이 겨눈 채 계속 접근했다.
병만과 경찰관은 지호의 돌발행동이 당황스러워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오... 오지마! 씨발!! 저리가! 안가?"

흥분에 차 손을 덜덜 떠는 경찰이 다가오는 지호에게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겨버릴 것만 같았다.
긴장한 병만도 방아쇠를 쥔 손에 땀이 차 물이 뚝뚝 떨어질 판이다.
오직 지호 혼자만 차분하고 냉정했다.
먹이를 향해 접근하는 뱀처럼 조용하고도 무섭게 발걸음을 척척 옮겨갔다.

"이.. 이 새끼야! 오지마! 오지 말라고! 쏜다!! 진짜 쏜다!"

"쏴! 쏘는 순간 너도 머리에 총알 구멍 뚫리게 될 테니.."

"이런..이런.. 미친놈이!!"

중간에 끼어 이 꼴을 지켜 보는 병만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긴장 때문에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 같다.
대관절 저 총 한 자루가 뭐라고 지호는 이렇게 무모한 짓거리를 벌인단 말인가?
이러다가 목숨을 잃으면? 총이 목숨 보다 귀하단 말인가?
오늘이 지호의 마지막 날인 것만 같아 병만은 안달이 난다.

"아.. 이 미친 새끼가.. 그래.. 너 죽고 나 죽자.."

빡친 경찰은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고개를 푹 숙이는 동시에 있는 힘껏 손가락을 오므린다.
여지없이 방아쇠가 뒤로 탁 밀렸다.
커다란 화약소리가 순식간에 허공을 강하게 때렸다.

  • 탕 -

좁혀질 대로 좁혀진 두 사람의 거리..
지호를 향한 총알은 절대 빚나갈 수가 없다.
상황이 아찔한 병만도 재빨리 경찰에게 총을 쏘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 여린 병만은 차마 사람을 향해 손가락이 구부려 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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