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6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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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열심히 글연습 중입니다.
앞으로 훌륭한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6

육상자위대는 일본으로 상륙한 외계인들과 밤이슬을 맞아가며 치열하게 싸웠다.
다행히 녀석들도 무적은 아니었던 터라 일본군이 쏘는 총알과 전차들이 뿜어대는 포탄에 꽤나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피해는 자위대도 만만치 않았다.
본토에 상륙한 풍뎅이 전함에서 물처럼 쏟아져 나온 곤충 형태의 외계병력은 화력이 약한 반면 쪽수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풍뎅이 전함은 지상에 상륙하자마자 길이가 2km에 달하는 지네형태의 괴물 5마리를 풀어 놓았다.
몸체를 튼튼한 장갑으로 무장한 지네괴물은 각자 맡은 위치라도 있는 것처럼 주변으로 흩어져, 다 방면으로 거점을 확보한 뒤, 각각의 마디를 해치마냥 열어 몸속에 있던 졸개들을 쏟아냈다.
마디마다 2m에 달하는 사마귀 형태의 괴물들이 2~3마리씩 날개를 푸득이며 튀어 나왔다.
km에 달하는 지네괴물에게서 배출된 수백의 사마귀 놈들은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군세를 이루며 밀집대열을 갖추었다.

"놈들이 진형을 완전히 갖추기 전에 타격한다! 전군 공격 하라!"

-펑! 펑! 쾅쾅쾅!-

육상자위대는 싸움을 준비 중인 외계인들이 전투태세로 전환하기 전에 기습 선공을 감행했다.
하늘위로 쏘아 올려 진 수십 발의 조명탄을 필두로 대기 중이던 기갑부대가 대열을 이룬 사마귀들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한바탕 포탄세례를 얻어맞은 사마귀들은 바퀴벌레 마냥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녀석들은 곧장 진을 친 보병들에게 달려들며 반격을 개시했다.

  • 탕탕탕탕! 쿵쿵! -

"죽어라! 이 외계인 놈들아!"

보병들은 기갑차량을 중심으로 둘러서 튀어나오는 사마귀들을 향해 총알을 퍼부었다.
보병 위를 날아다니는 전투헬기들은 아군을 보호하며, 단발로켓을 발사해 몰려있던 사마귀들을 일거에 날려버린다.
전차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녀석들의 본거지로 직접 포탄을 날렸다.
전차들의 포격에 지네 몸 여기저기에서 검은 연기가 활활 피어올랐다.

"총알 맛좀 봐라! 벌레 새끼들아! 감히 일본을 넘보다니!"

-탕탕탕탕탕-

자위군의 짜여 진 팀워크 앞에 기세 좋게 상륙했던 외계병력은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투의 시작이 자위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군인들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녀석들의 새로운 무기가 속속들이 전장에 자리를 잡자, 손쉽게 자위대로 넘어 올 것 같았던 승기는 행방이 묘연해져 버린다.
녀석들의 포격무기도 자위대를 향해 불을 뿜기 시작한 것이다.

  • 츠츠츠.. 쉬이익~ 피융... 쾅쾅쾅! -

"으악~!! 이건 뭐야?! 도대체 뭐가 터지는 거야?"

외계인들의 진영으로 무시무시한 전갈 모양의 거대괴물이 모습을 들어냈다.
이들은 곧게 세워진 꼬리를 포신 삼아 체내에서 혼합된 폭발성 화학물을 전차를 중심으로 뭉친 보병들에게 날렸다.
밤하늘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드는 전갈들의 초록빛 화학물은 자위대의 전차를 한방에 날릴 정도로 위력적이고 폭발 반경도 넓었다 .
이런 화학물이 비처럼 자위대의 머리위로 쏟아지자 당황한 자위대의 전선이 순식간에 요동쳤다.

-펑! 펑! 쾅쾅쾅!-

전갈괴물의 등장으로 더 이상 뭉쳐서 응전할 수 없게 된 보병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단단했던 자위대의 방어진이 깨지자 기를 못 펴던 사마귀괴물이 이때다 싶어 달려든다.
높게 점프를 펄쩍이며 보병들의 틈틈으로 파고들어 낫과 같은 거대한 앞발로 병사들을 썰어 버린다.
코앞까지 접근한 사마귀들이 동료들을 순식간에 여러 조각내는 것을 보자 두려움과 광기에 휩 쌓인 병사들은 미친 듯이 총알을 갈겼다.

  • 탕탕탕탕! 쾅! 쾅쾅! -

  • 쉬~ 서걱 서걱~!! -

"으악! 내 다리... 의무병! 의무병!...흐흑"

"물러서지 마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전쟁의 양상은 시간이 갈수록 난전이 되었다.
전략과 전술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고, 여기저기서 아군과 적군이 뒤엉켜 살기위해 몸부림 쳤다.
폭발음과 비명이 난무하고 아수라장이 된 전장은 곳곳마다 검은 연기가 자욱히 피어올랐다.
초전에는 항공자위대의 폭격기가 외계인 무리들을 향해 손쉽게 폭격을 감행했만, 혼전이 되자 아군에 대한 오폭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뒤가 없는 육상자위대는 스스로가 살기 위해서라도 혼신을 다해 벌레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어려운 새벽을 맞고 있는 자위대의 상황은 뜬눈으로 전황화면을 지켜보는 방위청 본부에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뒤엉켜 깜빡대는 아군과 적군의 표시를 보며 모든 사람들이 적군의 표시가 사라지고 아군의 표시만 남게 되길 간절히 빌었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지만 그저 전황판을 보며 기도 하는 것이 본부요원들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시바삐 승전보가 날아들길 염원하는 가운데 방위청장에게는 뜻밖의 지시가 총리로 부터 떨어졌다.

다급한 전화에 수화기를 귀에 댄 청장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네?.. 뭐라구요? 그래서 지금 히로시마와 오키나와에 핵을 쏘라는 말씀 입니까? 그곳엔 아직도 빠져 나오지 못한 민간인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지금도 많은 아군들이 목숨을 걸고 격전 중이구요.. 부디 재고해 주십시오. 총리님!"

"청장! 물론 어려운 결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나라의 존패가 걸린 상황이요. 어떻게든 놈들을 막아야지만 우리에게 다음을 준비할 시간이 생긴단 말이오.. 지금 히로시마는 이미 전선이 붕괴 되었다는 보고를 받았.."

"아직 입니다! 아직 그런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방위청장! 나는 이 나라 총리요! 당신에게만 모든 것을 보고 받고 있다고 생각 하지 마시오! 서둘러 핵을 쏘시오! 명령입니다. 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질 것입니다. 그러니 지체하지 마시오.. 전체를 위해 때로는 작은 희생을 감수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요! 이것이 일본의 정신입니다."

"사람 수만 목숨이 작은 희생입니까? 부디.. 한 번 더.. 재고를.. 그래도 버젓이 살아있는 아군들에게 핵을 쏠 수는 없습니다."

"두 번 말 하게 하지 마시오. 나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오! 즉시 이행하길 바라오. 이만 끊겠소."

  • 뚜뚜뚜..-

청장은 한 동안 끊어진 수화기를 내려 놓지 못하고 멍하게 있었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히로시마와 오키나와다.
이 두 지역은 일본에서도 슬픈 과거가 있는 지역이 아닌가?

히로시마는 2차 대전때 핵 피해를
입은 곳이고, 오키나와는 1800년대에 일본으로 강제병합 되어 아직도 반일감정이 짙은 곳이다.

이런 곳에 핵을 쏘아야 하다니..

청장은 한참동안 머리를 책상위에 박은 채 연거푸 한 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가 무언가를 행하기로 결단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해상, 항공 자위대장들에게 당장 연락 넣어.. 육상자위대는 버린다. 지금 즉시 가지고 있는 미사일로 외계인 점거지를 폭격하도록 명령해! 녀석들이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가기 전에.."

"네?"

"귀 먹었어? 두 격전지 전체를 융단 폭격하라고 전파하란 말이야!"

명령을 전달받은 정보장교는 귀를 의심케 하는 청장의 명령에 몸이 굳었다.
하지만 청장의 고뇌 가득한 얼굴에서 지금의 명은 결코 오명이 아님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명령이 하달되자 핫라인을 통해 각 대장들의 전화가 부리나케 걸려왔다.
올것이 왔다는 표정이 되어, 청장은 수화기를 신경질적으로 들어 올렸다.

"청장님. 항공자위대장 입니다. 아직도 육상자위대가 격전을 벌이며 사선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그런 아군까지 폭격할 순 없습니다. 이길 수 있으니.. 시간을 더 주십시오!"

"청장님. 해상자위대장 입니다. 명령을 재고해 주십시오! 우리의 무기는 우리의 국민과 아군을 지키기위해서 사용되어야 합니다. 육상자위대를 버린다니요.. 이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청장이 인상이 팍 구겼다.

"이 놈들이 돌았나.. 어서 명령을 수행하지 못해? 지금 총리님은 핵을 쏘라는 지시까지 내린 상태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나? 이 멍청한 놈들아!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진짜 핵을 발사해야 될지도 모른단 말이다! 그러길래 너희 두 놈이 어떻게든 외계인들의 상륙을 막았어야 했을 것 아냐! 더 이상 잔소리 말고 융단폭격을 실행해.. 이것이 내 선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이니까.. 민간 피해라도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격전 지역만 골라서 폭격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어!"

"하지만.. 하지만.."

두 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청장도 이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자신 또한 총리의 전화 앞에서 똑같은 마음 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다가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핵미사일을 쏘는 참극이 벌어질 것이다.
청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까지 사태가 번지는 것은 막고 싶었다.

"... 난들 이런 명령이 좋아서 내린 줄 아나? 니네 한테 미사일 쏘라고 시키고 나는 본부에서 희희낙낙 거릴 줄 아냐고? 피 같은 내 새끼들 죽을 거 뻔히 알아도 지금은 어쩔 수 없어..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단 말이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당장 감행해!"

청장은 말 끝나기 무섭게 수화기를 쾅 소리가 나도록 끊어버렸다.
곧 아군의 폭격으로 사라지게 될 전황판 위의 육군자위대 표시가 애처롭게 깜빡대는 것이 보였다.

괴로웠다.
한숨을 쉬며 기운이 쇠한 듯 걸터앉은 의자위로 몸을 뉘였다.

하지만 꽤나 시간이 흘러도 격전지에 대한 융단 폭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대장이 차마 명령을 따르지 못하고 머뭇대고 있는 것이다.

".. 아.. 이 새끼들이.. 정보장교! 핫라인 다시 연결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청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긴장한 정보장교는 다시금 통신반에 싸인을 보내 핫라인을 연결하려고 했다.
이때 오퍼레이터가 급히 소리를 질렀다.

"청장님! 아군 핵 잠수정에서 핵미사일이 발사 되었습니다! 미사일 두 기가 정확하게 격전 중인 각 도시를 향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어떤 미친놈이 내 허락도 없이 핵을 쏴?! ..해상자위대장인가? 이 미친놈이!.."

그러자 이번에는 통신반으로 부터 급보가 울렸다.

"청장님! 총리님 입니다. 총리님께서.. 총장님께서.."

"뭐야! 이 새끼야! 빨리 말해!"

" 이 시간부로 방위청장의 모든 권한을 몰수하고 청장직위를 박탈한다고 합니다."

"뭐?"

방위청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통신반 요원 또한 자세한건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역시나 머리만 긁적 거렸다.

핵미사일은 총리가 직접 잠수정에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평소에나 다혈질이지, 절체절명의 시기에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방위청장에 대해 총리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청장을 단번에 해임 시켜버린 것이다.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는 꼭두각시 따위는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국운이 경각을 다투는 이때에 총리의 갑작스런 인사조치와 전술개입은 본부에 큰 혼란이 되었다.
추진체 격추 실패 부터 청장 퇴임 사태까지.. 외계인과의 사투는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허탈한 청장은 결국 자국 내로 쏘여진 핵미사일 표시 두 개가 깜빡이는 점이 되어 전황판을 가로지르는 꼴을 보게 되었다.
이 두 발의 미사일이 본토에 상륙한 적들을 싸그리 몰아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로 인해 발생될 심각한 후폭풍과 무너질 아군간의 신뢰를 총리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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