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4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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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열심히 글연습 중입니다.
앞으로 훌륭한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4

원반 모양의 거대 추진체가 일본 군함들을 향해 날아들자, 포격에 여념 없던 군함들이 안전해역으로 대피하느라 진땀을 뺐다.
추진체의 직경이 km급에 달하다 보니 피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까스로 피했다 하더라도 추진체가 바다에 빠지면서 만들어낸 해일이 또 한 번 군함들을 덮쳐 들었다.
몇 척은 원반에 깔리고, 몇 척은 순식간에 일어선 수백 미터의 물 장벽에 쓸려, 바다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추진체 5기 발진! 타원형! 목표는 오키나와! 연이어 6기도 발진! 목표 4함대!"

본부에서는 추진체의 타격 위치가 재빠르게 하달되었다.
해상자위대는 원반체를 피하랴! 포를 쏘랴! 정신이 없었고, 항공자위대 또한 미사일을 있는 대로 퍼붓고 돌아오는 수 십대의 F-15J을 재무장 출격 시키느라 바빴다.
지상에서도 풀 가동 된 이지스 시스템이 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화력을 쏟아 부었다.
일본 전역에서 요격에 도움이 될 만한 무기들은 여지없이 창공을 가르며 하늘에 비행운을 그렸다.

"추진체 7기, 8기! 각 도시들을 향합니다! 1함대 피해상황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타고 급 구축함 2대 침몰, 시라네급 1대 전투능력 상실..구조요청 들어오고 있습니다!"

"구조할 병력이 어딨나?! 주변 군함에서 구조 활동 병행하라고 그래! 이런 망할 자식들.. 도대체 얼마나 더 저딴 걸 쏘아댈 참이야! 폭탄도 아니고.. 무슨 목적으로 쏘는 거야?!"

방위청장은 침통한 마음으로 애꿎은 본부 요원들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바다에 수장된 새파란 젊은 아군들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았다.
하지만 더더욱 청장을 괴롭게 하는 것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외계세력에게 제대로 된 반격 조차 가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다.
청장은 지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군사강국의 수장이지만 현실은 본토방어도 겨우 하는 수준인 것이다.

"청장님! 도쿄로 파견 된 수거팀에서 중간보고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다리던 보고였다.
청장은 행여나 저것이 거대 폭탄이라도 될까 싶어, 내심 염려가 되었다.

"결론만 말해!"

"저.. 근데.. 그게.. 저.. 저.."

"...이 새끼가 장난치나.. 우물쭈물 댈 시간 있어? 뭔데 그래? 니 생각 섞지 말고 들어온 대로 말해!"

"그게.. [아무것도 아니다] 입니다!"

"..아니, 뭐라고?..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무슨 보고가 그 따위야!"

청장이 도끼눈을 뜨며 식은땀을 삐질대는 정보장교를 노려보았다.
정보장교는 자신도 이런 식으로 보고 하는 것이 민망하지만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보고였다.

수거팀에서는 도쿄에 떨어진 외계 추진체의 1차 성분 분석 결과를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보내왔다.
자세한 것은 더 오래 분석해 보아야 하지만, 청장의 중간보고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결론을 도출하지 않은 시점에서 보고를 올린 것이다.

다행히 청장의 우려대로 그것은 폭탄도, 외계인의 장비 같은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단단한 암석 덩어리일 뿐이었다.

"아니! 그럼 저 외계인 놈들이 쏘아대는 게.. 그냥 돌덩이라는 거냐? 우주선 타고 다니는 녀석들이 행성침공 무기로 돌맹이나 던진다고? 이게 무슨 개소리야..? 아무튼 수거팀은 계속 중간보고 하라고 그래!"

"청장님.. 급한 소식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장교 하나가 보고를 위해 청장에게로 튀어 나왔다.

"이 판국에 안 급한 보고가 있겠나? 뭐야!?"

"해상 자위대의 군함들에 탑재 된 미사일들이 거진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뭐? 뭐라고?! 미사일이 다 떨어진 함선들은 계속 보충을 해 가면서 싸웠어야지! 이런 기초적인 것까지 실수 하면 어쩌자는 거야! 싸우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화가 난 청장은 자신의 탁자 위에 놓여있던 물건을 짚어 보고를 위해 들어온 장교에게 홱~ 하고 던졌다.
장교는 날아든 캔음료에 머리를 맞았지만 그래도 보고는 끝까지 이어나갔다.

"현재 해상자위대는 여분의 군함까지 추진체 격추를 위해 모두 투입한 상태 입니다. 국가 간의 함대전이라면 이만큼 빠르게 탄약을 소진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되는 대로 모든 것을 퍼붓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술팀에서도 재장전 계획을 수행할 겨를이 없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이해? 이해라고? 까닥하면 일본 전체가 날아갈 판인데 이해는 무슨 놈의 이해야! 너네 이해해 주고 국민들은 다 디질까? 상황 봐가면서 빨리빨리 어떻게든 대책을 세웠어야지, 뭐가 어쩌고 어째? 일일이 내가 입으로 시켜야 하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탄약 보충해! 지금은 국가의 존패가 달린 전쟁 중 이란 거 명심하고! 알아서 움직이란 말이다! 알아서! 알겠냐? 이 멍청한 놈아!"

한바탕 보고자를 윽박지르고서도 청장은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책상을 힘차게 걷어찼다.
탄약 보급을 위해 함대당 함선들을 몇 척씩 회군 시킨다면 가까스로 막아내던 외계인들의 추진체를 더 이상 막기가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모든 군함들이 깡통이 될 때까지 바다에 놔 둘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미 해상자위대의 화력이 눈에띄게 소진 된 터라 추진체들을 막아내기 위해 날아오르는 미사일의 수는 급격히 줄어 있었다.
본부의 전방 벽면 전체에 설치된 실시간 전황 분석화면이 이를 잘 대변했다.
화면 끝단에 표시 된 해상자위대의 낮아진 화력 수치가 청장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날아 온 게.. 아무것도 아니다... 도대체 녀석들은 아무것도 아닌 걸 왜 쏘는 거야? 무슨 목적이지..? 설마.. 우리들의 탄약를 축내기 위한 유도체인가?'

이때, 또 다시 보고가 들어왔다.

"ufo에서 괴 추진체 2기 발진! 이번에는 상당한 크기 입니다! 직경6km.. 후쿠오카와 히로시마로 향하고 있습니다. 속도는 약 600km/h.."

"아니! 뭐라고?"

이번에는 지금까지 날아왔던 추진체 보다 3배나 큰 추진체였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아연 실색한 본부 사람들은 추진체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할 말을 잃은 채, 그저 화면에 움직이는 거대한 표식을 멍하게 보았다.
더군다나 이 추진체는 여태까지 쏘아져 왔던 추진체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다른 추진체들은 ufo에서 포탄처럼 발사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것은 자력으로 하늘을 날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장님.. 이것 좀 보십시오! 함정에서 거대 추진체를 촬영한 영상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곧이어 화면 중앙에 또 다른 창이 뜨며, 노이즈 가득한 흐린 영상이 재생되었다.
어느덧 동해 해역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 추진체가 큰 날개를 푸덕이며 날아오는 모습이 영판없는 풍뎅이였다.
새카만 몸체는 단단해 보이는 장갑으로 둘러쳐져 있었고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에서는 전깃불 같은 빛이 번쩍번쩍 거렸다.
그러다 녀석은 머리에서 한줄기 섬광을 뿜어 바다에 떠있던 군함 두 어척을 순식간에 파괴해 버렸다.

"피해상황 보고! 4함대 곤고급 미사일 호위함, 이지스함 각 1대씩 대파! 침몰합니다."

"뭐야.. 저건!?.. 도대체.."

영상 속 거대병기에 비한다면 일본의 항공기들은 파리떼 같고 군함들은 욕조에나 띄워두는 장난감이었다
자위대의 항공 편대들과 군함들이 열심히 미사일을 퍼부어 대지만 역시나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 모습 지켜보는 본부 요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전의가 꺾이고 사기가 떨어졌다.
그 꼴이 탐탁지 않은 방위청장은 책상을 탕탕 내려치며 한바탕 불호령을 뿜었다.

"아니! 이 새끼들아! 이것들이 다 쳐 돌았나.. 지금 무슨 생각들 하고 있는 거야?! 정신 안 차려? 망망대해에서 죽어나가는 아군은 안 보이고 저딴 벌레새끼만 보여?! 지휘부 놈들이 제일 먼저 겁을 집어 먹으면 애들이 뭘 믿고 싸우나? 빨리 자기 자리로 안 튀어가?! 지금 부터 넋 빼고 있는 놈들은 이 자리에서 요절을 낼 테니까.. 각오해!"

청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서야 얼어있던 사람들이 다시 소란을 떨며 움직인다.
어느덧 거대병기는 촬영 중인 군함을 넘어 화면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후 레이더 장교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본부의 모든 사람들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그 소식이 장교의 떨리는 목소리를 타고 긴급히 전해졌다.

"적 추진체 2기 후쿠오카, 히로시마에 상륙.. 착지 한 것으로 보입니다."

청장은 짤막하게 한숨을 내 쉬었다.

"가까이에 있는 육상 자위대를 급파 하고.. 민간인은 최대한 대피 시키고..
상황상황 마다 보고 철저히 하라고 전달해."

호기롭던 청장도 올것이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다.
이제는 녀석들과의 격전지가 일본 땅으로 옮겨졌으니, 피해상황은 민간과 군을 아우르며 걷잡을 수 없이 불어 날 것이다.
더군다나 녀석들을 1차적으로 맞서야 할 육상자위대는 다른 자위대보다도 전력이 턱없이 약하다.
4면이 바다인 일본의 특성상 해군과 공군을 주력 육성한 이유 때문이었다.

막강한 하늘과 바다 전력을 보유한 일본이었기에 누군가로 부터 본토를 침략 당한다는 것은 훈련 시나리오에 조차 없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와의 전쟁이라면 일본의 예상대로 본토 상륙 따위는 처음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외계인과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누가 상상조차 했으랴?

"그래.. 와라.. 이놈들아.. 우리는 물러서지도, 물러 설 수도 없다. 굴러온 돌이 이기나 박힌 돌이 이기나 어디 한번 해 보자!"

방위청장은 전황화면에 후쿠오카와 히로시마에서 번쩍대는 녀석들의 표식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상륙한 녀석들을 막아내기 위해 줄줄이 이어져 움직이는 육상자위대의 표식도 깜박깜박 거리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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