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8

in #kr6 years ago (edited)

폭행합의1.jpg

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열심히 글연습 중입니다.
앞으로 훌륭한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8

한참을 얻어맞던 청년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얼굴은 온통 멍 자국에 피투성이가 되었고 양 눈두덩이가 심하게 부어올라 앞도 재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따금씩 피 기침을 콜록이다 조그마한 알갱이도 하나씩 뱉어댔다.
맞아서 뽑혀버린 이였다.
하지만 때리는 두 청년은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더 쥐어박을 심상이다.
도대체 무엇을 잘 못 했기에 이토록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 보는 사람들은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일어나! 이 새끼야! 어디서 엄살이야?"

쓰러져 정신이 없는 청년을 굳이 일으켜 새운 두 청년이 다시금 주먹을 들어 배를 치고, 아구창을 날렸다.
윽 소리와 함께 또 한 번 청년이 바닥에 꽂히듯 쓰러졌다.
한 청년은 재수가 없다는 듯 목구멍에서 캬악 하고 끌어올린 가래침을 퇘 뱉았다.

"자꾸 쓰러져? 쓰러지면 봐 주냐? 누워 있으면 안 맞을 것 같냐고?"

이번엔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허벅지와 종아리를 수차례 야무지게 걷어차이는 청년의 모습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일어서라 일어서! 아직 갈길 멀었다."

쓰러진 청년의 멱살을 우악스레 움켜진 가해자들은 비틀대는 피해자를 또 일으켜 세운다.
엉겁결에 몸을 일으킨 청년은 고통과 공포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 요것 봐라~ 지금 동정심 유발 하려고 이러는 거지? 이렇게 떨고 있으면 덜 맞을 것 같아? 응? "

가해자가 잔인하게 웃는다.
아픈 청년을 보며 이를 훤하게 들어 낸 청년은 사람탈만 뒤집어썼지 악마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오래 가지는 못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아랫배로 재빠른 식칼 하나가 깊숙이 찔러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 어?.."

순식간에 배에 칼이 꽂힌 청년은 헤 벌어져 바닥으로 피를 철철 뿜어대는 자신의 배를 보았다.
그러나 얻어맞고 있던 청년은 그대로 칼을 뽑아 재빠르게 한 번 더 쑤셔 버린다.
맞고 있던 청년은 소란 전 부터 식칼을 몰래 지니고 있던 것이다.
칼을 맞은 청년은 그대로 무릎을 털썩 꿇어 고꾸라져 버렸다.
싸움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지호도 급작스레 벌어진 살인에 놀라, 돋아나는 소름을 참으며 몸을 움츠렸다.
웬지 모를 두려움이 온몸을 스쳤다.

분위기가 반전 되었다.
얻어맞아 피투성이였던 청년은 타인의 피로 흥건한 칼을 든 채 악마 같이 웃었다.
그는 한참 자신을 때리던 청년을 노려 보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가해자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쳐 댄다.
함께 때리던 동료가 순식간에 죽자 기가 꺽인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아!!"

칼을 든 청년이 갑자스레 사나운 괴성을 지르며 남은 청년에게 달려들었다.
가까스로 몸을 피한 청년은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을 쳤다
두 사람이 그렇게 현장을 빠져나가 버리자 아직도 온기가 식지 않은 시체만 바닥에 누웠다.
새벽부터 한바탕 요란이더니 금세 주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해져 버렸다.

"그.. 그래서 어떻게 됐어?"

"뭘 어떻게 해. 그냥 그게 끝이지.."

"경.. 경찰한테 신고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경찰이 어딨냐? 이 판국에.. 그래서 내가 부랴부랴 총을 찾으러 온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이제는 알아서 목숨을 책임 져야 하는 세상이 된 거라구.."

"..그게.. 그게 무슨 뜻이야? "

병만은 놀란 눈으로 지호를 보았다.
하지만 지호는 연거푸 한숨만 내 쉴 뿐 어두운 얼굴은 말이 없었다.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 할 것이다.
외계인들 때문에 무법천지가 되어 버린 지금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서야.. 그제야 병만은 지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지호는 병만을 지켜줘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인간성이 가장 먼저 변한다는 말.. 지호는 죽어가던 형이 남긴 마지막 한마디를 다시 떠올렸다.

"지호야..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지호의 가방에서 꺼내든 초코바를 나눠 먹으며 두 사람은 사격장 귀퉁이에 앉았다.
조촐하지만 여느 때 보다 호화로운 아침 식사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걱정에 울상이 된 병만은 초코바가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알 지 못했다.
이제는 갈 곳도 없었고, 마음은 아프지만 그렇다고 아버지의 시신 옆에서 평생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호는 명확하게 말한다.

"성환이랑 장윤이 한테 가자! 녀석들이 어쩌고 있는지 찾아보자!"

어쩜 저렇게 마음이 굳셀 수 있을까..
병만은 자신과는 다르게 슬픔을 훌훌 털고 다음을 생각하는 지호가 믿음직스럽고 대단해 보였다.
세상이 뒤엎어 졌어도 여전히 찬란하게 떠오른 아침 해살은 지호만을 비춰주고 있는 것 같았다.
병만은 옷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내며 나갈 채비를 마친 지호를 쫓아 길을 나섰다.
오인방 중에 가장 덩치가 작은 지호였지만, 녀석을 뒤 따르는 병만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지호의 등짝을 크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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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청장님.. 이제 민간인 신분이 되셨으니 자리에서 비켜 주시지요."

"무라카네 소장.. 네 놈이 기어코!.."

하지만 무라카네 소장은 청장의 노기에도 기죽지 않고 그대로 청장의 책상에 턱하니 앉았다.
보란 듯이 청장의 책상을 흔들며 삐걱삐걱 소리를 낸다.

"아이고~ 책상 꼬라지 봐라.. 얼마나 때리고 차고 했으면.. 상태가 말이 아니네.. 에이그...쯔쯔..."

그 꼴을 보자 청장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다.
욕지거리가 입 밖까지 튀어 나오려고 했지만 가까스로 심호흡을 하며 분을 삭혔다.

무라카네 소장은 오로지 세 치 혀와 술잔으로 지휘부 까지 올라온 인물이었다.
이러한 인물들이 으레 그렇듯, 그 또한 업무에는 무능하고, 아랫사람에게는 권위적이었으며, 유능한 자에게는 자격지심을 품었고, 모든 일은 오로지 연줄로 해결하려 들었다.
그래도 연줄 잡는 능력은 탁월했기에 오늘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총리가 그를 새 청장으로 지명했다.
나라가 풍전등화인 이때에 청장자리를 인맥으로 앉히는 행태가 청장은 기가 막혔다.

본부에는 청장의 다음을 이을 유능한 장관들이 몇 이나 더 있었다. 무라카네는 소장 계급임에도 불구하고 수명의 선임들을 제쳐 차기 청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그렇게 총리 똥꼬를 빨아 대더니.. 기어코 청장자리에 오르는구나 무라카네.."

"당신은 총리 똥구녕도 빨 능력도 없으니까 지금 그런 꼴을 당하는 거라네 욕쟁이 양반! 잔소리는 이만하고 어서 밖으로 나가 주시지. 내가 좀 껄끄럽기도 하고.. 이곳은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이기도 하니까.."

무라카네는 게이트를 지키던 헌병을 까딱대는 손가락으로 불렀다.

"전 청장님 나가신 단다! 지금 시안이 급해서 배웅은 못해 드리겠으니, 알아서 잘 모셔다 드려랴!"

"네!!"

말이 떨어지자 눈치를 살피던 헌병이 쭈뼛대며 뛰어와 청장의 팔꿈치를 잡았다.
그만 나가 달라는 의미였다.
청장은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평소 같았으면 시원하게 욕사발을 올렸겠지만 너무나도 기가 막히니 욕이 나오지 않았다.

"무라카네 네 이놈! 너 같은.. 너 같은 놈에게 일본의 앞날을 맡기고 가야 하다니!"

청장은 끌려 나가면서도 분한 마음에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복도에 쩌렁이는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지휘부에 날아들었다.
지휘부 사람들 또한 급작스러운 인사를 보며 혼란에 빠졌다.
하필이면 무라카네 소장 이라니..
앞이 캄캄하고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신임 청장 무라카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했다.
곧장 지휘부의 메가폰을 거머쥐며 호기를 부린다.

"뭐들하고 서있어? 다들 일 안할 거야? 멍하게 서있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여. 어서!"

그제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며 후다닥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어쨌든 지금은 급박한 전투 중이니 말이다.

"핵 폭발 직후, 전장의 모습입니다. 영상을 주목해 주십시오."

전광판에는 핵공격을 당한 두 지역의 영상이 송출되었다.
폭발에 의해 사방이 크게 패였고 수풀과 주변구조물들은 형체를 잃어 흉물스러웠다.
당연히 그 곳에서 난전을 벌이던 아군과 적군은 너나 할 것 없이 깨끗하게 사라졌고, 시커멓게 통구이가 된 시체들만 화면 곳곳을 채웠다.

하지만 본부의 그 누구도 그런 것에 관심을 두는 이가 없었다.
문제는 적군의 본진이다.

풍뎅이를 닮은 녀석들의 전진기지가 폭발에 요절이 났는지가 중요했다.
거대한 몸체의 풍뎅이 괴물이 자산의 날개를 활짝 펼친 채로 날개 아래에 있는 것들을 보호하려는 듯 움츠리고 선 것이 화면에 들어왔다.
녀석도 핵폭발이 결코 견디기 쉬웠던 것은 아니었던지 빤딱대던 외피는 시커멓게 타 버렸고 여기저기 깨지고 박살나 몰골이 처참했다.
시간이 흘러도 녀석은 아무런 미동을 하지 않았다.

"뭐야..? 끝 난건가? 이렇게 간단히..?"

화면을 주시하던 무라카네 청장이 읊조렸다.
새 청장의 말 대로 녀석은 그대로 죽어 버린 것일까..
영상만으로는 녀석의 확실한 상태를 가타부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정보장교가 튀어나와 입을 열었다.

"청장님! 정찰을 해서 상황을 확실히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녀석들이 완전히 소멸한 것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무라카네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그래야지.. 놈들이 제대로 소거되지 않았다면 큰 일 이니까 말이야.. 즉시 정찰인원을 꾸려서 현장에 파견하도록 해!"

"네? 정찰.. 인원요?"

"...왜? 뭐가 잘 못 됐나? 사람 보내서 알아 봐야 할 것 아냐? 안 그래?"

"하지만... 저 곳은 방금 핵이 터진 곳 입니다. 사람이 직접 가는 것은 위험 합니다. 정찰 드론들은 보내는 것이.."

"드론?.... 아.. 드론이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사람을 보내는 게 더 좋을 것 같네.. 중요한 정찰 아닌가? 나라의 운명을 기계 쪼가리에게 맡기는건 아닌것 같아.. 그러니까 내 말은! 평범한 정찰팀이 아니라 최고의 특수요원들을 뽑아서 보내자는 거지! 무슨 뜻인지 알겠나? 어? 어?"

하지만 당황한 정보장교는 우물쭈물하면서도 요지부동이다.
핵 폭발로 인해 급상승 된 방사선 수치 때문에 사람이 직접 정찰을 간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이 꼴을 보고 있던 다른 요원들도 우려를 표명하며 여기저기서 정보장교의 말을 거들었다.

"청장님, 현재 육상 자위대가 괴멸된 상태 입니다. 이런 때에 특수요원들 마저 잃게 된다면 앞으로 더욱 어려운 사태를 맞게 될 것입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방사선 수치가 높습니다. 노출 될 경우 몇 분을 채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드론은 수분내로 현장에 급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수부대의 경우 준비하는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더군다나 방사능 때문에 요원들이 방어복을 착용할 경우 특수부대만의 기동력과 화력은 상당히 하락하게 됩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지휘부 요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자 무라카네 청장은 당황한 눈초리로 요원들을 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의 입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분위기를 봐선 인원 대신 드론을 보내는 것이 맞는 것이다.
하지만 무라카네는 인상이 확 구겨졌다.

".. 공수부대 투입해.. 두말 하지 않겠네.. 설마 방금 부임한 청장이라고 단체로 텃새 부리는 건 아니지?"

그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를 지른다.
뜬금없는 버럭이었다.

"우리 위대한 대 일본 제국의 특수부대가 이만한 위기조차 뚫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그런 약졸들을 기르는데 국가의 수십억 엔을 소비한 대장놈들의 목을 쳐야겠다! 지휘부 이 한 심한 놈들아! 네 놈들 심장이 약하다고 물불 가리지 않는 우리 특수요원들 마저 잔챙이로 보지마라! 일본의 특수요원들은 세계 최강이다! 알겠나?! 알겠어?"

"....."

결국 신임 청장의 뜻대로 방어복을 두껍게 입은 일본의 최 정예 요원들이 낙하산을 맨채 위험지역으로 뛰어 들었다.
방어복으로 인해 감각이 무뎌진 요원 둘은 낙하산을 펴지도 못한 채 그대로 떨어져 죽었고, 카메라를 매고 들어간 나머지 요원들 중 몇몇은 어느 순간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찍어 보낸 영상은 죽은 것만 같은 풍뎅이의 날개 아래로 꾸물꾸물 무엇인가 기어 나오는 영상이었다.
렌즈위로 피가 튀었는지.. 갑자기 화면이 붉어졌고, 느닷없는 비명소리를 끝으로 대원들은 연락이 두절되었다.

"에효.."

"하.."

본부 여기저기서 조용한 한 숨들이 나돌았다.
당연히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찹찹한 심정으로 화면을 보는 것은 무라카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알 수없는 미소를 짓더니 뜻밖의 명령을 내렸다.

"저런 약졸들을 정예랍시고 길러낸 해군자위대장은 지금 이 시간부로 파면이다! 그리고 특공대를 두 부대로 늘려서 다시 한 번 전장에 급파하도록!"

"!!"

본부 요원들은 깜짝 놀라 귀를 의심했다.
특공대원들이 눈앞에서 개죽음 당하는 것을 보았으면서도 어떻게 또 이런 지시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이 판국에 해군대장 해임이라니..
평소 해군 자위대장과 무라카네가 앙숙 관계였지만 지금은 이럴 시기가 아니지 않는가?

본부요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일본에 외계인 보다 더 큰 위기가 발생했음을 느꼈다.
지금의 청장은 국가존망을 담보로 외계인과의 전쟁이 아닌 자기 자신만을 위한 전쟁을 치룰 작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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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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