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7

in #kr6 years ago (edited)

PS15042600473.jpg

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열심히 글연습 중입니다.
앞으로 훌륭한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7

"너..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헉!.. 아.. 병만이냐... 뭐긴 뭐해.. 총 찾지.. 근데.. 너 팔이 왜 그래?"

"아.. 이거.. 아빠가 쏜 총에 맞았어.."

"뭐? 아빠가 너한테 총을 왜 쏴? 그나저나 총은 어딨어?"

병만의 아침잠을 깨운 녀석은 짙은 녹색의 거대한 등산 가방을 맨 지호였다.
녀석은 아침부터 무너진 사격장 잔해를 뒤적대며 열심히 총을 찾았다.
갑작스레 총을 찾아 대는 녀석이 의아 하지만 그래도 친구를 다시 보게 되자 병만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거렸다.
지호 또한 자초지종을 알 순 없지만 녀석도 마음고생을 꽤나 했을 것을 느끼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자신도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이 밝자마자 병만이네 아버지 가게로 뛰어 온 것이다.

"그나저나.. 팔은 왜 이래? 아빠가 쏜 총에 맞았다는 건 무슨 말이야?"

"그게.."

병만은 자신이 어제 부터 격은 일을 지호에게 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이제는 썩은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아버지의 시체도 보여 주었다.

지호는 아저씨의 주검을 보자 또 눈물이 났다.
병만의 아버지는 철이 없었지만 병만의 친구들에게 무척이나 잘 해 주시려고 노력했던 분이기 때문이다.

"병만아.. 우리 가족들도.. 우리 가족들도 다 매몰 되 버렸어.. 집에 있다가.."

"뭐라고?!"

지호는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그러고 보니 지호가 매고 있는 짙은 녹색 가방은 지호의 친형이 평소에 매고 다니던 피난물자였다.

밀리터리 덕후였던 지호의 형은 우리나라는 언제라도 전쟁이 터질 수 있는 초 위험 국가라며 피난물자 가방과 검은 우산을 항상 들고 다녔다.
뚱뚱한 외모에 언제 어느 때라도 빠지지 않고 갖고 다니는 이 잡동사니들 때문에 지호의 형은 동네에서 소문난 괴짜취급을 받았다
그런 형이 부끄러워 지호는 견딜 수가 없었다.

"전쟁이 나면 라면 챙기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건 정말 바보짓이야. 라면 같은 건 부피도 크고, 전쟁통에 어느 세월에 불 올리고 물 끓이고 하겠니? 그런 것 보단 간편한 초코바나 건식품이 들고 다니기가 좋아. 가볍고.. 그리고 일회용 비닐 우의 같은 것도 유용하지.. 요즘 사람들은 집에서 사니까 밤공기 차가운 줄 모르거든.. 비닐 우의는 가볍고 보온성도 높아서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해!"

매번 지호의 친구들을 만나면, 그는 피난용품 판매원이라도 된 마냥 자신이 들고 다니는 가방을 열어 끝도 없이 물품 소개를 주절거렸다.
그러면 지호는 형에게 온갖 짜증을 퍼부으며 난감해 하는 친구들을 구해주기 일수였다.

"그딴 쓸 때 없는 것 외우는 열정으로 공부를 해! 가뜩이나 엄마 혼자 벌어서 우리 키우는 것도 힘든데.. 아버지 돌아가셨으면 형이 우리집안 가장이란 걸 알아야지.. 언제까지 그딴 가방 매고 병신같이 다닐 거야?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인간아!"

외계인의 공습이 있던 날..
친구들과 헤어진 지호도 급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제대로 폭삭 주저앉은 자신의 집을 보며 절망했다.
최근에 몸이 아팠던 엄마는 일손을 놓고 몸져누웠던 터라 아마도 그대로 더미에 깔리고 말았을 것이다.
형 따위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던 지호는 울며불며 잔해조각을 헤집어, 깔려있을 엄마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 지호야.."

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미운털이 가득 박힌 자신의 형이었다.
평소라면 그렇게도 꼴 보기가 싫었던 형이었지만 그래도 피는 진하다고, 형의 음성은 가슴 철렁한 지호에게 한 줄기 빛이었다.

"어디야? 형! 어딨어?"

그러나 형이 온전한 처지로 지호를 부른 것은 아니었다.
형의 음성은 잔해 아래에서 맥없이 올라오는 증기처럼 희미했다.

지호는 맨손으로 잔해를 긁고 파헤쳤다.
얼마 못가 손톱이 일어나 피가 흘렀지만, 행여나 늦장을 부리면 목숨이 경각에 달린 형이 죽게 될 것만 같아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윽고 먼지 더미를 가득 뒤집어쓴 형의 얼굴이 지호의 눈에 들어왔다.
몰골이 상한 채 가냘픈 숨을 헐떡대는 형을 보자 지호는 더더욱 마음이 다급해졌다.

다행이 형은 잔해에 완전히 깔린 것이 아니라 무너진 집 틈으로 생겨난 공간에 기적적으로 끼인 상태였다.
이런 난리를 당하면서도 분신마냥 끼고 있던 가방을 신주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는 꼴은 가관 이었다.

"야이..씨.. 그딴 가방은 버려! 이 난리에 그게 뭐라고 그렇게 끌어안고 있어?"

형의 꼴에 화가 치민 지호가 버럭 성질을 냈다.
하지만 형은 실성한 사람처럼 지호를 보며 실실 웃는다.

"이 가방이 지금처럼 소중한 순간은 없을 걸.. 이제야 내가 여태껏 했던 고생이 빛을 발하는 순간 이라고.. 가방 안에 식량이랑, 우의, 랜턴.. "

"시끄러워! 지금 꺼내 줄 테니까 입 다물고 있어.."

"들어봐 지호야.. 안쪽에는 식량이랑 우의, 렌턴, 물이 있고, 앞주머니 쪽엔 맥가이버 칼이랑 과도 하나, 초코바랑 물티슈.."

"시끄럽다니까.. 쓸 때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체력 아껴! 형을 꺼낼 만큼 잔해를 파내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테니까.."

하지만 순간 형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짤막한 적막과 함께 기운이 빠진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가 형의 입술사이로 새어나왔다.

"... 그럴 필요 없어..."

"뭐?"

"그럴 필요 없다고.."

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 지호는 담담한 형의 대답에 몸이 굳고 말았다.
곧장 눈시울이 뜨거워 졌지만 자신의 공상이 지나친 것이랴 마음을 다독였다.

".. 무슨 개소리야.. 가만히 있어 봐.. 곧 꺼내 줄 테니까.."

하지만 잔해 속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형의 눈빛이 처량했다.
애써 담담한 척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며 다시금 자신의 가방을 지호가 잘 볼 수 있도록 내밀어 이것저것 설명을 이었다.

"뒤쪽 주머니에는 혹시나 해서.. 건전지도 몇개 챙겨 뒀어..AA, AAA 4개씩.. 그리고 물 여과종이도 있으니까.. 혹시 마실 물이 떨어지면 이용해.. 하지만 완전히 물이 맑아지는 것은 아니니까 조심하고... 그리고.. "

"도대체 왜 그래? 쓸데없이 분위기 잡지마! 그럴 기분도 아니니까.. 나한테 설명 하지 말고 니가 쓰려고 챙겨 둔 물건들은 니가 나와서 쓰라고!"

형이 한 번 더 우물쭈물 거렸다.

"아니야.. 이건 이제 네 거야.. 난 여기서 못나가.. 허리가 부러진 것 같아.."

"뭐라고?!"

"그동안 형이 형노릇 못해서 미안해.. 내가 듬직했어야 했는데..나는 멍청해서 너처럼 공부도 못하고.. 사실은 이래저래 가장노릇을 너 한테 미뤘어.."

"듣기 싫어! 빨리 꺼내 줄 테니까 제발 좀 닥치고 있어. 허리 조금 삔 것 가지고 엄살은.. 말대답만 잘하면서.."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데.. 그래도 내 동생이 나 보다 훨씬 머리가 좋아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 했는지 몰라.. 미안해.. 너 한테 의지 할 수밖엔 없었어.. 정말 미안해.."

"닥치라고 했다!"

"지호야.. 어서 이 가방부터 꺼내.. 그래야 너라도 살 수 있어.. 엄마는.. 엄마는 나 보다 더 깊게 묻혔을 거야.. 그러니까 무의미한 짓은 이제 그만둬.. 지금 같은 상황에선 체력이 중요하니까... 이런데 체력을 낭비해선 안 돼.. 어서 이 가방부터 꺼내가.."

지호는 형의 말을 무시한 채 씩씩대며 잔해들을 계속 들어 날랐다.
어쩌면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무서워 새어나오려고 하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았다.

흙더미를 파내고, 돌조각을 다른 곳으로 던지고, 깨어진 콘크리트 조각들을 힘겹게 들어 올리고, 사납게 튀어 나고오 휘어진 철근 조각들을 최대한 당겨 치웠다.
구덩이 틈이 넓어지자 내려쬐는 오후의 햇살이 안쪽에 끼여 있던 형의 육체를 제법 비추었다.
지호는 형이 어떻게 쭈그려 앉아 있는지 눈으로 훤하게 보았다.

"!..."

햇빛이 드리운 형의 모습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잔해를 치우기 전에는 형의 상채가 올 곧게 있는 것을 보며 양반다리라도 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형의 하반신은 허리가 역으로 심하게 꺾여 다리가 등 뒤쪽으로 뻗어 있었다.
그 마저도 잔해 더미가 깔고 있고, 형은 세워진 자신의 가방을 끌어안아 의지한 채 힘겹게 상채를 버텨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자세로 형이 여태껏 있었단 사실에 지호는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껏 버텨 앉아 있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이었다.
형의 하체를 맨손으로 파내는 것도 무리겠지만 파낸다고 한들, 세상이 이 지경이 되 버린 지금, 치료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괜찮아.. 지호야.. 괜찮아.."

형 또한 그런 지호의 마음을 안다는 듯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자신이 안고 있던 가방을 서서히 앞쪽으로 밀어 지호가 쉽게 뺄 수 있게 내어주었다.
몸을 지탱하던 가방이 밀려나가자 형은 그 자리에서 앞으로 축 늘어져 쓰러졌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이제야 편안해 졌다는 듯 미소가 피어오른다.

"지호야.. 식량 아껴 먹어라.. 어느 누구도 나눠 주지 말고 혼자만 먹어.. 그래도 모자랄 테니까..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은 인간성이야.. 함부로 사람을 믿어선 안 돼.. 알겠지? 넌 똑똑하니까 반드시 생존할 수 있을 거야."

"... 형... 흑흑.."

"연고랑 붕대 같은 것도 안에 있어.. 혹시 다치면 쓰고.. 하지만 큰 부상에는 소용없을 테니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몸 상하지 않도록 하는 게 철칙이야... 아.. 무슨 얘기를 더 해줘야 하나.."

형은 조금이라도 지호에게 들려줘야 할 충고를 생각하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매번 생존이 어쩌내 저쩌내 떠들었지만, 막상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되자 무엇을 어떻게 말 해 줘야 할지 몰랐다.
막연히 떠오르는 조언은 산더미 같은데.. 가방을 지호에게 전달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엎드려 눕게 되어서 그런 것인지.. 몸이 점점 나른해 지고 긴장도 풀리는 것 같았다.
처음 닿았을 때는 얼음장 같았던 바닥도 이내 침대마냥 편안해 지고 눈가로는 잠이 솔솔 내렸다.

"아.. 할 얘기가 많은데.. 해 줘야 하는 얘기가 많은데.."

지호는 점점 목소리가 줄어드는 형을 보며 뜨거운 눈시울을 훔치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형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 전부라 허탈하고 망연자실했다.

20180423_233843.jpg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래서.. 형은... 어떻게 했어?"

"뭘 어떻게 해.. 이 상황에.. 그냥.. 그대로 두고 왔어.. 햇볕이라도 받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도 구덩이 안이라.. 노상에 있는 것 보단 괜찮은 것 같더라고.."

지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지호는 가방에서 연고와 붕대를 꺼내어 상처 입은 병만의 팔을 치료해 주었다.
병만의 팔은 그 정도로 될 부상이 아니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깊게 패인 살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아 주는 것이 전부다.
피딱지가 앉고 때가 끼여 엉망인 병만의 팔뚝이었다.
식수가 모자랐지만 어쩔 수 없이 생수 한 병을 꺼내어 대충이나마 병만의 팔을 세척했다.

"이제 어떡하지..?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거야?"

병만은 고개를 푹 숙이며 절망 표했다.
하지만 지호는 아직 삶을 포기 하지 않았다는 듯 붕대감기가 끝나는 대로 다시금 사격장 수색에 나섰다.
죽은 아저씨에게서 권총과 실탄을 구했고, 잔해 속에 끼여 있던 권총 한 정도 추가로 찾았다.
결의에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난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야..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우리를 이 꼴로 만든 놈들한테 호되게 되갚아 줄 거야! 그때 까진 절대 못 죽어! 절대!!"

"그래서 그렇게 총을 찾는 거야? 녀석들이랑 싸우려고?"

"뭐.. 그럴 수 있겠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야.. 단지..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은 인간성이다]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서.."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러자 지호는 사격장을 뒤적이다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무엇인가 회상에 잠긴 듯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오늘 새벽에 보았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두 청년이 한 청년을 폭행한 일이었다.
오갈 때 없었던 지호는 무너진 집 주변에서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했다.
그러다가 느닷없는 세 청년의 소란에 새벽잠을 깨고야 말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20세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두 청년이 한 청년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중이었다.
행여나 폭력의 불똥이 자신에게로도 튈까.. 잠이 덜 깬 와중에도 지호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겼다.

사방에도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이 꽤 있었다
하지만 누구하나 나서서 말리거나 하진 않았다.
다들 지호와 같은 생각인지 몸을 움츠리거나 지인들 끼리 삼삼오오 모여 위험을 피하려고만 했다.
사회가 무너진 지금, 자신의 생존이 최우선인 모두의 무관심 속에 무자비하한 구타를 당하고 있는 청년은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2017090800889_0.jpg

6화
5화
4화
3화
2화
1화
프롤로그

Sort:  

AA, AAA 웃겨요 재미있어요 화이팅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27
TRX 0.11
JST 0.031
BTC 67320.55
ETH 3709.85
USDT 1.00
SBD 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