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1

in #kr6 years ago (edited)

스카이.jpg

소설작가 지망생 입니다.
열심히 글연습 중입니다.
앞으로 훌륭한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1

"여기다! 여기! 굼벵이들아!"

병만과 지호를 맞은 장윤과 승호, 정태는 귀퉁이 테이블에 앉아, 가게로 들어서는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이 만난 곳은 시내 지하상가 내에 위치한 유명한 떡볶이 집이었다.
원래부터 맛집이엇지만 최근 들어 SNS를 통해 전국에 소문이 나 버린 터였다.
그래서 그들은 오랜 단골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귀퉁이 테이블을 겨우 잡을 수 있었다.

거무잡잡한 얼굴에 덩치가 큰 장윤은 두 친구를 보자마자 버럭 소리부터 질렀다.

"뭐 하다 이제 오냐? 빨랑빨랑 안다니냐? 시간이 금이다 몰라?"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오인방의 약속이었다.
딱히 정해진 시간이라 모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들은 삼삼, 때로는 오오로 자주자주 뭉쳐 다녔다.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학교배정으로 인해 사방으로 흩어지긴 했다.
예전만큼 오인방 전체가 뭉치긴 힘들었지만 어쨌든 여타의 사람들 보다 만남의 빈도가 높은 것은 여전했다.

자신들을 향해 큰소리를 내는 장윤이 병만과 지호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평소 지각대장 장윤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너무도 염치없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쳇! 맨날 늦던 놈이 누구였더라? 그나저나.. 음식 식는다고 난리를 치더니.. 음식은 어딨냐?"

덩치 크기는 장윤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장윤과 다르게 신중한 성격의 병만이 되물었다.
그러자 호리호리한 능청쟁이 성환이가 끼어들었다.

"아직 안 시켰어.. 사실은 장윤이가 늦을 거라 예상하고 안 시킨 건데.. 너희가 늦을 줄이야.. 뭐.. 그래도 이건 이것대로 나름 아구가 맞긴 했네! 크크"

성환의 익살에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정태도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남을 먼저 배려하는 정태는 늦게 온 두 사람을 위해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내주고, 좁고 긴 테이블의 세로 부분에 남은 의자를 가져다 앉았다.
처음엔 이러한 과잉 친절이 불편했다.
하지만 오랜 친구인 그들은 이제 이런 모습도 익숙하다.

"야.. 근데.. 여긴 뉴스 안 틀어 놨냐? 지금 밖엔 난리가 났는데, 이 가겐 뭐냐 진짜.."

의자에 앉자마자 지호는 티비부터 찾았다.
그는 방금 전 뉴스의 내용이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떡볶이 가게 티비 속에는 한참 떠오르는 인기 걸 그룹이 좀 더 인기를 얻고자 알라방귀를 연신 껴 댔다.
주인아주머니는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티비 채널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티비 자막으로는 UFO에 대한 속보가 미친 듯이 깜빡댔다.
지호는 자꾸만 눈에 밟히는 자막 때문에 채널을 돌리고 싶어 안달이났다.

"지호야.. 내 폰으로 보자. 홀로그램 키면 티비보다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어."

병만은 그런 지호를 위해 재빨리 자신의 폰을 꺼내 뉴스를 틀었다.
세계적인 전자기업 [가브리엘 사]의 핸드폰이었다.
[가브리엘 사]의 핸드폰은 여타의 핸드폰 보다 2배나 비싼 제품이었다.
하지만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앞서나가는 기술력으로 인해 [가브리엘 사]의 핸드폰은 전 세계의 사람들의 잇템이 되었다.
병만이네 집은 다른 아이들 보다 사정이 좋은 편이라, 그는 친구들이 한껏 부러워하는 가브리엘 폰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핸드폰에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는 뉴스가 홀로그램으로 튀어 나왔다.
성환과 정태가 음식을 주문하는 동안 나머지 아이들은 보고 있어도 신기한 홀로그램 뉴스에 푹 빠져 들었다.
역시나 아나운서는 수심 가득한 얼굴로 현 사태를 설명 중이다.

"중국과 독일 상공에 나타난 UFO 역시 지구에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군에서는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UFO를 향한 로켓형 미사일을 쏘아 올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성층권 계면에 위치한 UFO는 로켓형 미사일 외에는 요격할 무기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실정 입니다."

"구라야~ 구라~ 이딴 얘기를 믿고 있냐? 너네도 정말 한심하다. 21세기에 무슨 씨 나락 까먹는 소리야!? 좀만 시간 지나봐~ 00월에 개봉! 하면서 영화 광고 뜬다~ 손 모가지 건다!"

장윤은 시답지 않은 뉴스에 정신을 팔고 앉은 아이들이 우스워 입방정을 떨었다.
그러자 한껏 심각한 지호의 손바닥이 장윤의 주댕이를 덥석 막아 버렸다.
뉴스는 계속해서 각국의 참상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처참한 광경에 성환과 정태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악! 더욱 안타까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현재 중국에 있는 UFO가 미국 전역을 초토화 시켰던 UFO처럼 초록색의 화학연기를 뿜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전개 범위가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지만, 만약 미국에서 방출했던 양 만큼의 연기를 뿜어낸다면 한반도 전 지역이.. 한반도 전 지역에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 됩니다. 여러분! 지금 당장 피하셔야 합니다. 가까운 방공호나 지하시설.. 지하.. 지하...
주영아! 주철아! 여보! 어서 피해 시간이 없어! 아빠 얼굴 보고 있지? 어서 대피해! 어서! "

카메라를 응시하며 소식을 전하던 아나운서가 갑작스레 자신의 가족들을 향해 절규했다.
한 쪽 눈으로 고여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리는 것이 화면에 잡혔다.
그러더니 후다닥 데스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급기야 방송이 중단 되었다.
화면은 아무도 없는 데스크만을 덩그러니 비추었다.

뉴스를 주시하던 친구들은 이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시간이 없다고 절규했던 뉴스 앵커가 얼마나 진실 되게 말 했는지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아이들은 지금 자신들이 떡볶이나 먹고 앉아 있을 때인가 고민스러워 졌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아직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온한 일상이 계속 되고 있다.
오직 뉴스에 선동되지 않은 장윤만이 큰소리를 낸다.

"하.. 나.. 저런 미친 놈! 뉴스하다 말고 어디가? PPL 진짜 실감 나게 하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서리 뉴스 중에 영화 PPL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

그때다.

지하도 전체에 어마어마한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수 십 발의 벼락이 인근에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연이어 때려대는 무서운 굉음이 지하도 전체를 세차게 흔들었다.
지하도를 걷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귀를 막으며 놀라 주저앉았다.
전기가 나갔다 들어왔다 불안하게 깜빡대는 가운데, 갑작스레 알 수 없는 먼지와 타는 냄새가 사방으로 피어올랐다.

  • 콰광쾅!! 와장창창!! -

곧이어 지하도 천정이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큰 진동과 함께, 느닷없이 허물어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지하도에 있던 사람들을 해일같이 매몰해 버렸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울임섞인 비명소리가 울렸다.
지하도는 찰나에 지옥으로 변해 버렸다.

허물어진 천정 틈을 따라 원래라면 보이지 않았어야 할 바깥 풍경이 보였다.
찢겨진 지하도의 천정으로, 방금 전 까지만 해도 평범한 도시였던 진주 시내는 폐허가 되어 아이들의 눈에 비쳤다.
초록비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도시를 더 깨 부시겠다는 듯 무섭게 내렸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화화물의 폭발 소리느가 공포에 질려 테이블 위로 바싹 몸을 움츠린 오인방의 간담을 녹여 내리고 있었다.

"야.. 끝났다. 끝났어.. 정신 차려봐!"

지축을 뒤흔들던 폭발 소리가 잦아들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성환이가 엎드려진 친구들을 흔들어 일으켰다.
가게 안도 역시 무너져 내렸지만 코너 테이블에 앉았던 그들은 코너 벽이 지지대가 된 덕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어안이 벙벙한 아이들은 몸을 일으켜서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삽시간에 전쟁터처럼 변해 버린 바깥 참상에 또 한 번 멘탈이 가루가 되었던 것이다.

"흐흐흑.. 흑흑.."

"누가 좀 도와주세요! 여기 사람이 깔렸어요!"

"엉엉엉~ 정신 차려! 죽으면 안 돼! 눈 좀 떠봐.. 제발! 제발..."

온 사방이 살아남은 사람들의 울음소리다.
시내를 거닐던 사람들 대다수가 화학물질의 폭발에 휘말리거나 잔해에 깔려 죽고 말았다.
생존자들은 눈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거닐던 시내였다.
이러한 재난 가운데 아이들이 용케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어...? 그런데.. 정태는? 정태 어디 갔어?

병만이가 정태를 찾았다.
테이블 구석에 앉았던 정태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테이블 끝에 앉은 정태 때문에 병만은 시야가 불편해야 했다.
하지만 한바탕 난리 후, 정신을 차린 병만의 시야는 아무런 방해가 없이 탁 틔여 있었다.

그제야 아이들도 정태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인식했다.
한 사람이 사라진 것을 그제야 눈치 챌 만큼 정신없는 난리통이었다.

아이들은 황급히 정태가 앉았던 자리를 살폈다.
있어야할 정태는 보이지 않았고, 천정에서 떨어져 내린 거대하고 널따란 콘크리트 조각 하나가 정태의 자리를 덮쳐들어 있었다.
그리고 주변으로 주인 잃은 사람 팔 하나가 비죽하게 나와 있을 뿐이다.

"헉.. 정태야.."

아이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떨어진 콘크리트 주변으로 배어 나오는 피를 보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모두가 살아남은 가운데, 정태만이 핏기가 빠져 퍼래진 팔 하나를 남긴 채 압사한 것이다.
영원히 함께 있을 줄 알았던 친구의 기습적인 죽음에 아이들은 가슴이 막혔다.
얼음처럼 굳은 아이들은 친구가 매몰된 자리를 한참이나 멍하게 보았다.

"저.. 정태야.. 아이고.. 정태야! 매번 우리한테 자리를 양보 하더니.. 흐흐흐흑"

넋 나간 아이들의 침묵을 깨고 성환이가 먼저 울음을 터뜨렸다.
성환이는 혹시나 만지면 떨어져 나갈까.. 정태의 팔을 줍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 했다.
성환의 말처럼 정태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면 이들 중 다른 하나가 죽었을 것이다.
결국 정태가 친구들을 대신해 죽은 것이다.

이내 아이들은 남겨진 정태의 팔 앞으로 모여 주변의 생존자들처럼 목 놓아 울었다.
그동안 함께 했었던 추억들이 스치며 떠올라 아일들은 주검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2017111302737_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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