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9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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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열심히 글연습 중입니다.
앞으로 훌륭한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9

아침 햇살을 맞으며 지호와 병만은 거리를 나섰다.
어제 까지만 해도 행복하고 아름답던 도시는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거리를 가득 매웠던 상점들의 호객소리, 여고생들의 깔깔거림, 차량들의 경적소리,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일상의 백색소음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무섭도록 조용한 적막이 소음이 사라진 공백을 매웠다.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도처에 매몰된 시체는 스멀스멀 악취를 풍긴다.
어제는 밤늦도록 울음소리가 가득했던 거리였건만..
배고픈 하루를 지나고 밤새 차가운 새벽을 경험한 생존자들은 벌써 슬퍼할 기력도 잃었다.
살아갈 소망도, 앞으로의 희망도 그려 볼 수가 없었기에 그들은 살았지만 죽은 사람이 되어 퀭한 눈으로 아침해를 보았다.
그리고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 두 청년에게 이질감을 느낀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어디론가 가고 있는 두 청년..
앞이 막막한 생존자들에게는 목적있는 그들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낯설다.

하지만 목적이 있다 한들 두 청년의 마음이 다른 사람들보다 강직한 것은 아니다.
사이코 패스가 아닌 이상, 비통과 슬픔이 가득한 거리를 맨 정신으로 걷는 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쓰레기와 잔해 더미를 뒤적이는 사람들..
거리에 시체가 널브러졌지만 누구도 수습할 수 없는 현실..

문명인으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비참함이다.
지호의 가방이 초코바를 다 뱉어 내는 순간 두 청년들도 저들의 비참함에 동조 될 수 밖에 없겠지..
기가 막힌 생존자들의 모습에 병만은 툭 치면 한바탕 눈물이라도 쏟을 기세다.
힘차게 사격장을 박차고 나섰던 지호 역시도, 처참한 현실 앞에 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멘탈을 부여잡기란 쉬운것이 아니었다.

".. 역시.. 성환이네 집도.. 이 모양이네.."

어렵게 도착한 성환이네 집도 주변의 건물들처럼 박살나 있긴 마찬가지였다.
성환의 집이 장윤이네 집 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둘은 성환이네 집부터 찾아온 것이다.
모든 건물이 아작 났는데 친구네 집만 성하길 바라는 것은 턱없는 욕심이다.
두 청년은 혹시나 근처에 성환이가 있을까 고래고래 이름을 불러 보지만 녀석은 대답이 없다.
금방이라도 잔해를 툭 까 헤치며 어디선가 개구진 녀석이 반갑게 튀어 나올 것 같은데 말이다.

"성환아! 어딨냐?? 대답좀 해봐라!!"

"이!성!환!~ 이~성환~~~~~!"

역시나 아무런 답이 없다.
생존한 가족들이라도 만나 친척이라도 찾아 나선 것일까.. 알 길이 없는 두 청년은 허탈한 마음에 허물어진 집터에 엉덩이를 퍼질러 깔고 앉았다.

"흑... 흑흑.."

보고자 했던 친구를 못 보게 되자 병만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지호가 병만의 어깨를 토닥였다.
지호도 마음이 지치긴 마찬가지였다.

친구들과 헤어져 겨우 하루가 지났다.
언제든, 아무때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애써 찾아온 성환이가 보이지 않자 불안하고 괴롭다.
이대로 전부 헤어지는 건 아닐까..

마치 목적을 향해 열심히 달렸지만 소득을 얻을 수 없게 된 느낌이었다.
허탈함과 억울함..
앞으로의 일들도 결국 이런 꼴이 되지나 않지... 거리를 걷는 내내 느껴야 했던 현실의 절망감이 마음 한 가득 피어올랐다.

그래도 하늘은 눈치 없이 맑다.
지호는 깊은 한숨을 토하며 애꿎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병만아.. 그만 울어.. 성환이는 죽은 게 아니니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야.. 기운 차리고 이제 장윤이한테 가보자. 녀석은 단순한 놈이라 집이 무너졌어도 집 근처를 떠나지 않았을 거야."

지호는 축 처진 병만에게 초코바 하나를 내밀었다.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었지만 점심시간 정도는 된 느낌 이었다.

"그래..흑흑.. 어서 가보자..흑.. 녀석도.. 놓쳐 버리기 전에... 흑흑흑.."

병만은 훌쩍이며 초코바를 받아 들었다.
세상 귀한 초코바를 선뜻 쥐어주는 지호가 너무너무 고마웠다.
두 사람은 점심으로 또 하나의 초코바를 씹었다.
이따금씩 물도 한 모금 마셨다.
얼마 되지 않는 초코바로는 당연히 배가 차지 않지만 그래도 당분이 몸에 들어오니 기운이 돌았다.
하지만 메마른 목으로 넘어가는 물 한 모금이 달달한 초코바보다도 더 달게 느껴졌다.

".. 저기.. 형아들... 나도 초코바 하나 주면 안 돼?"

갑작스레 인기척이 날아들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 여겼던 터라 두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무너진 벽체 사이로 까까머리의 꼬마 하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먹고 있는 초코바다.

7살 쯤 되었을까.. 얼마나 울었던지 볼 을 따라 눈물 자국이 수로를 내었다.
졸지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었으랴..
꼬질꼬질한 아이의 옷은 녀석 또한 어제 하루가 얼마나 고생스러웠는지 여실히 보여 주었다.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저도 초코바 하나만 주세요."

꼬마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내다 굶주린 배를 쓰다듬으며 고개를떨구었다.
꼬마지만 녀석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요구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얼마나 큰 부탁인지를..

그 모습에 두 청년은 또 한 번 가슴이 탁 막혔다.
이깟 초코바.. 어제까지만 해도 거들 떠 보지도 않던 음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황금 보다 귀하다.
이제는 쉽사리 인심 쓸 수 없는 목숨이란 말이다.

".. 꼬마야.. 부모님은 어디 계셔?"

"돌아 가셨어요.. 으앙..."

병만의 물음에 꼬마는 들으나 마나한 대답을 했다.
서러운 눈물을 왈콱왈콱 터뜨렸다.
당연히 그렇겠지.. 부모가 살았다면 지금같은 상황에 애가 혼자 길을 헤매고 다니겠나..
병만도 꼬마를 따라 눈물을 훔쳤다.
대뜸 먹던 초코바를 아이에게 비죽 내밀었다.

"형아들도 많이 없어서.. 이거라도.."

그러나 옆에 있던 지호가 병만의 손을 급히 가로 막았다.
눈 꼬리가 사납게 올라있었다.

"없어! 우리도 이게 마지막이야! 그러니까 어서 가!"

그러면서 아이 보란 듯 자신의 초코바 한 덩이를 입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병만은 지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왜 그래! 지호야!.."

"너도 정신 똑바로 차려! 지금이 어떤 땐지 몰라? 네가 주려고 하는 초코바가 어떤 의민지 모르겠냐고?! 이건 네 생명이야! 알량한 동정 베풀 여력이 없단 말이야!"

지호는 넋이 나간 병만의 손에서 초코바를 빼앗아 병만의 입으로 냉큼 밀어 넣어버렸다.
캑캑이긴 했지만 그래도 귀한 초코바를 차마 토해내지는 못했다.
그들의 손에서 초코바가 사라지자 아이는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두 사람도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형아들 나빠! 혼자서 다 먹어 버리고! 난 어제 부터 아무 것도 못 먹었는데.. 형아들 나쁜 사람이야! 엉엉.."

두 사람은 고개를 홱 돌렸다.
이내 지호가 병만의 팔을 잡아 당겨 이곳을 떠나길 재촉했다.
아이의 서러움을 계속 받아 낼 자신이 없는 것이다.
마치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빠져 나가려고 했다.
꼬마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끝도 없이 먹먹해 졌다.

하지만 아이는 영악하다.
졸랑이는 걸음으로 울며불며 두 청년을 따라 왔다.
그리고는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댄다.

"이 형아들 음식 갖고 있어요! 이 형아들 가방에 먹을 거 많아요! 엄청 많이 있어요!"

당황한 두 사람이 아이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아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두 사람의 가방을 동네방네 떠들었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여기저기서 고개 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작전은 금세 빛을 발했다.
어디 있다가 다들 튀어나온 것일까.. 느닷없이 나타난 십 여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지호와 병만곁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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