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단상] "단편_ 응용인문학강의실 M201 #7"
방학을 막 마치고 충전이 끝난 학생들의 눈빛에서 총기가 부담스러울 만큼 빛난다. 10년 후 이들은 과거 나를 포함한 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10년 전의 모습을 이미 보여주듯, 10년 뒤면 평균의 우리보다 10년을 앞설 것이다. 그럼 지금의 입장에서 과거의 10년, 그리고 지금부터 미래의 10년을 이 속도로 발전한다면, 20-30년 정도 앞선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미래에 대해 시덥잖은 꼰대들의 걱정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을 상상속의 염려가 되겠지.
선생과 학생으로 만났지만, 동생같은 아이들의 초록빛이 얼마나 눈부신지 그들과 함께 정보를 나누는 이런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는 사실이 축복처럼 여겨진다.
오늘은 생존과 창조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좀 종교적으로 느껴지나요? ㅎㅎ
생존에 있어서 각자도생과 공생 중 어느쪽이 더 좋아보이나요? 사실은 이 두 가지는 동시에 이루어지는게 가장 이상적이에요.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뭔가 특별할 것 같지만, 그 처음은 역시 삶의 유지죠. 여기에 생존이란 이름을 붙이기엔 좀 그런게, 인간이란 문명사회에서 의사소통과 사회활동이 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생존, 그야말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인류의 역사란 긴 바닥에 놓고 보면 이론적으로도 얼마나 불합리하고 기능면에서도 얼마나 비경제적인가요.
그래서 저는 물리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의 균형자론을 주장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사람은 무한한 생산의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존하는 문제에 부딪히면 사람은 그런 능력을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물리적 노동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기반에 놓여있어요.
사회가 커질 수록 시골에서 배추의 생산만큼 중요한 것은 배추를 이동하는 물류입니다. 물류를 이동시키는 사람은 배추씨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지만, 배추로 돈을 법니다. 빠른 시간안에 장소를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상당한 기술입니다. 그래서 유통은 2차 산업이 아니라 3차 산업입니다. 택배아저씨가 제일 반갑잖아요. (그걸 이용하는 범죄는 뭐죠?) 즉, 소통자체가 하나의 산업이죠. 지식과 정보가 그렇습니다. 소통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생산이죠.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정보는 무한합니다. 하지만 일생에서 가질 수 있는 정보는 시간상 유한하죠. 정보는 생산과 소비애 있어 양방향이에요. 오직 소통일 뿐인거죠. 즉 소통자체가 재화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지식정보역시 유통자가 필요한데 이미 수많은 지식정보의 유통 플랫폼이 나와있잖아요. 지식과 정보를 직접 생산, 소비하지 않는 사람도, 플랫폼만 운영하면, 그게 역시 지식산업이 되는겁니다. 지식산업의 특징은 변화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도 사실 우리는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아, 배추값 말인데요. 지식산업에 사람이 몰려서 배추 생산자가 적어지면 어떡하냐구요? 배추값을 더 내야죠. 지식산업에 공급이 많아지고 배추농사에 적어지면, 배추농사 짓는 사람도 그에 상응하는 노동의 댓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죠. 수요와 공급의 원칙은 그런 곳에서 철저하게 지켜져야 합니다. 부의 기준과 상관없이 한국입맛을 가진 사람이라면 김치를 소비하잖아요. 많은 이들이 지식산업을 통해 시간을 좀 더 의미있게 활용해서 가치를 창출한다면, 그 가치의 일부는 배추값에 써야합니다. 내가 돈이 넉넉하다면, 물가는 별로 의미가 없을겁니다. 하지만 돈이 없다면, 돈을 더 아끼게 되겠죠. 1,2차 산업의 생산자와 3차의 유통자, 그리고 소비자가 공생하지 못하는 구조는 좋은 구조가 아닙니다.
내가 가진 만원을 어디에 쓸지 생존의 문제에 구애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사회. 그게 좋은 경제구조의 사회죠. 그래서 배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니까, 사회나 행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배추값이 오르던 내리던 큰 문제없이, 그 돈으로 책을 사볼지, 영화티켓을 살지, 제2외국어학원에 등록할지, 커피를 사마실지, 이런 결정을 해야 하는겁니다. 그걸 국가의 복지정책이라고 해요.
"저... 그럼 인문지식인들은 4차산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4차 산업이요? 4차산업은 양방향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여야 합니다. 4차산업이 비록 가깝지만 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3D프린터 등 4차산업의 6개 항목 중 이미 3가지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즉, 4차산업은 기존의 지식과 단절이 아니라 연결인데, 이 작업을 할 능력이 없다면 그 분야의 지식들은 상당히 고루해 질겁니다. 직접 연결을 개개인이 시켜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단, 그 새로운 패러다임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못한다면, 그 정보가 사라지지지는 않겠지만, 잊혀지겠죠. 대학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는 사서 이외에는 30년 동안 단 한사람의 손도 닿지 않았던 백과사전처럼요. ‘가치’란 ‘소통’이니까요.
앞으로 광고는 더욱 더 커질 겁니다. 광고의 소비만으로도 어느정도 돈을 벌 것이며, 광고는 더욱더 공격적이고 동시에 피로사회에 한몫을 단단히 할 겁니다. 물론 그건 기대치고, 그렇게 가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닙니다. 즉 소비를 촉진시키려는 노력이니까요. 소비란 감정이나 열정과 같은 것이어서 제3자가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정보사회에서 불필요하면서 과도한 광고가 공격적으로 늘어난다는 건, 이미 일부의 생산이 과다하다는 의미입니다. 늘어나는 쓰레기가 그걸 방증하죠.
경제개발을 사회의 최우선과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경제란 발전하며, 고비용 저효율을 비판합니다. 그 비용의 상당수는 인력이죠?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건 결국 자본가 혹은 투자가가 더 많은 이익을 갖기 위해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생산효과를 가져오려는 것입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자신들은 어떤 물건을 최대한 싸게 사고, 자신들이 만든 물건은 비싸게 팔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만든 물건값을 동일하게 매긴다면, 그들이 재료를 더 싸게 살수록, 소비자에게 비싸게 파는 셈이죠.
경제구조와 경제논리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아도, 결국 원시적인 생산과 소비의 방식이고, 싼 곳에서 물건을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곳에 파는 옛날의 방식과 전혀 다를게 없습니다. 다만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공급의 원칙이란 측면에서는 일부 긍정적이기도 하죠.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일일이 다 만들 수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사회가 커질수록 수요에 따른 공급보다 불필요한 생산이 훨씬 더 많아집니다. 즉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은 단지 생산주체만의 문제이고, 소비자의 문제는 아닙니다. 생산자가 구매가와 판매가의 갭을 줄이지 못하면 소비자는 비싼 물건값을 내야 할 것이고, 그 갭을 줄인다 하더라도 사실상 같은 값을 내야하기 때문이죠. 대부분 생산가의 절감을 소비혜택으로 돌려주지 않으니까요.
문명에 기반한 지식사회란, 각자의 방식으로 살면서도 그 다른 양상들의 공존입니다. 그건 소통이란 공동신호를 받아들여야 가능하죠. 칼포퍼란 철학자는 이런 세상을 열린사회 open society라고 불렀습니다. 이익을 쫓는게 아니라 소통이 원활해 질 때 사회는 더 열리겠죠.
수없이 많은 이들이 여전히 굶어죽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전체의 식량은 이미 차고 넘칩니다. 한쪽에선 부족함으로 굶어죽고, 다른 한쪽에선 먹다남긴 음식쓰레기의 부패로 몸살을 앓습니다. 식량이 모자란다는 뻔한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놀라울 뿐입니다. 생존의 문제에 끌려다니는 자세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정보유통의 능력을 배추값 걱정없이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죠. 그러기 위해선 국가나 행정부가 제대로 된 배추값을 지불하고 구매대행(?)해줘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동력을 경쟁에서 찾습니다. 경쟁만큼 빠른 자동차도 없죠. 문제는 경쟁이란 곧 한계에 부딪힌다는 겁니다. 이젠 경쟁이 아니라 시너지에서 동력을 찾아야 할겁니다. 시너지는 태양에너지 하고 비슷해요. 거의 한계가 없죠.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하고 그런 구도는 끊임없이 강조하는 세상에서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서로에게 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인이 만인의 적이 되는 날이 오면, 우리는 문명을 발전시키고 첨단도구를 쓰는 도시에서 야생의 짐승과 똑같은 수준의 감성을 지니고 삶을 사는 사회가 되겠지. 서로가 선빵을 날려야, 공격받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치고, 결국은 서로 적으로 만들어서 상대의 숨통을 죄는 날이 올, 그런 뻔한 결과를 부추기고 거기에 최선을 다하라고 내 자식을 교육시키는 사회라니. 선과 악이란 이상한 잣대를 서로에게 서로 먼저 들이대려는 이런 아귀다툼이 마치 지극히 정상인양 여겨지는게 불편할 뿐이다. 저 총기가득한 눈빛들이 그들의 엄청난 능력을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데가 아닌, 살리는데 쓰여지길 나는 생각할 뿐이다.
@보팅주사위2
경쟁에서 이기라는 충고는 이미 지난세대의 교훈이라 생각해요^^
경쟁하지마! 괞찬아 하고싶은거 하고 살아도 안 굶어.
그런 제 이상한 충고를 들으며 자란 두 아들이 이제 대학 졸업반입니다.
그럭저럭 잘 자랐고 지금 취엄을 할지 좀 더 놀지 ....미정이라고 합니다. ㅎㅎ
맞습니다. 폐기되어 할 지난세대의 교훈이죠. 멋진 스타일로 아이들을 키우시는 부모님이 계셨군요. 아마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의 소유자들로 자랐을거라고 생각합니다. @raah님 고맙습니다^^
미래는 현재인 오늘의 과거의
연속성에 있죵~ ^^
오늘의 조그마한 변화가 미래를 아주 크게 바꾸어 나아간다고 보아요~ ^^
행복한 주말 보내셔용~!
'스파'시바(스빠씨-바)~!
작은변화가 중요하다는 말씀 동감합니다. @bluengel 항상 감사합니다. 즐거운날 되세용~
잘 읽고 갑니다.
뭔가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두어번 더 읽었는데도 생각이 정리 되기 보단 더 많아 지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막 떠들다보니 제가 다시봐도 뭔말인지 좀 정신이 없네요 ㅋㅋㅋ 먼저 올려놓고 계속 고쳐가는 스타일이라… 틈틈히 고쳐놓긴 하겠습니다만, 또 읽어달란 말씀은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아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글이 정신 없다는 소리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이것 저것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고 해서... 끝없이 퍼져나가는 느낌이라는 말이었는데.....^^ 오해십니다!!!
@wisecat님 하핫 감사합니다.
죽임이 아닌
살림의인문학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kimkwanghwa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옳습니다 지식은 살림에 있죵. 많은 지식과 정보를 소유한 사람들끼리 단순한 이유로 서로 혐오감을 주고 받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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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구성원의 생존은 사회가 보장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생산력은 확보한지 오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뀌기는 어렵지만요 ㅠ
넵 바뀌긴 어렵지만요 ㅠㅠ 고맙습니다. @eversloth님^^
I'd catch a grenade fo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