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마이너스이자 대출"

in #kr7 years ago (edited)


"단편_ 마이너스이자 대출"


“***대상자 이십니다”

맨션알림이 왔다. 일반 문자같으면 아침부터 또 하루를 이 따위문자말고는 올게 없나싶어 툴툴거릴터였다. 하지만 텔레그램에서 온 문자다. 스팀을 시작한 지 약 2달여. 아직은 30분에 한 번은 새로고침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안봐도 역시 99% 반가운 내용일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아, @chakhanloan이 단 댓글의 울림이었다. 약 한 달 전 아직은 스팀의 메뉴조차 햇갈릴 때 아무 생각없이 신청했던… 것 같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론이었다. 한 달 전으로 기억을 되감아봤다. 10,000 SBD를 이자없이 빌려준다는, 아니 조기상환시에 9900 SBD만을 갚으라는 것이었다. “이게 말이 돼?” 마우스 휠을 신경질 적으로 휙휙 돌리면서 나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스팀을 시작한 지 한달동안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이상한 포스팅을 줄줄이 올리다가 다운보팅을 당한 예는 많이 봐 왔지만, ‘말이 안되는 말’을 한 스티머의 예는 한 번도 보질 못했다.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는 스팀에 대한 내 신뢰도의 높이 혹은 깊이였다.

“이 사람은 뭐지?” 갑자기 관심히 생겼다.

@chakhanloan.
명성도 101
팔로우 25,540
파워 5,857,800

“뭐야 이거… 이정도면 스팀랭킹이…” 나는 또 혼자서 중얼거리며 스팀웨일즈에 접속했다. @chakhanloan를 쳐넣었다. 랭킹 20위…
헐. 내가 한 달 동안 이런 고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이 의아한 론 서비스는 벌써 1년 넘게 진행되고 있었고, 회차수만 298회째였다. 판단이 끝났다. 무조건 신청해야 한다. 조건은 ‘상환계획’과 ‘용도’를 밝히라는 것이었다. 내게 그런게 있을리 없었다. 그냥 뭔가에 끌리듯 키보드를 두드렸다.

상환기간_ “기한내 반납할게요.”
용도_ “잘 쓰겠습니다.”

성의없이 댓글을 던지듯 아무렇게나 쓰고 어떤 기대도 없이 엄청난 댓글들의 버퍼링이 새로고침 되기 전 서둘러 빠져나왔다. 어차피 저 많은 신청자들 사이에서 될리도 없고…

한 6개월 전. 통장에 있는 돈 300을 탁탁 털어 비트빨리와 폴로어서에서 코인에 투자했다.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단타에 매달렸다. 너무 무리한 탓에 살이 5킬로나 불었고, 잠은 불규칙했다. 비슷한 시간을 보낸적이 있었다. 주식에 재미를 붙여서 한 몇 달 하다가 큰 이득 없이 흥미가 떨어져서 내버려 둔 계좌가 10여년 째 아직도 잠들어 있다.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개념의 전화기가 나온다고 반신반의하던 바로 그 무렵이었고 그 낯선 신문물에 온통 신경이 쏠리는 와중에 소홀해졌으니 딱 10년째인 것 같다. 다행이 큰 도박을 걸만한 큰 간이 없는 탓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득도 못보지만, 큰 손실은 대체로 피해가는 스타일이었다. 비트빨리와 폴로어서에는 주식경험 덕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100만원 정도를 잃고 나니 너무 허탈해져버려서 한동안 투자에 관해서는 빈 시간이 무료하던 참이었다. 그 때 선배가 알려준 스팀을 알게되었고 나는 다시 또 빠르게 빠져들었다.

파워를 올리기로 했다. 비트빨리와 폴로어서에 있는 코인들을 모두 파워업에 썼다. 하지만 이미 손실이 많고 중간에 빼 써버린 탓에 다 해봐야 약 20만원 남짓. 점점 익숙해져가는 스팀의 구조는 파워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지만, 일을 그만둔 지 두어달 만에 통장엔 돈이 거의 떨어진 상태였다.

선배한테 전화를 했다. 같은 선배였지만 내게 스팀잇을 알려준 선배와는 달리 내가 스팀잇에 빠져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잔소리를 하는 선배였다.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저… 통장에 100만원 넣어두면 한달에 1만원 정도 나와?”
“그정도는 될걸”

연 이자 1%대의 금리시대 당연히 말도 안되는 질문이었지만, 선배는 생각없이 응수했다. 내 예상은 어이없이 빗나갔다. 하지만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 말 꺼내기가 힘들어진다. 친하긴 했지만 돈을 빌린다는 것은 이래저래 좋은 느낌은 아니니까. 이런 호기에 강수를 두어야했다.

“그럼 내가 이자로 매월 11,000원 줄게. 1년간 투자할래?”
“그래…? 뭐… 네가 정히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자…”

예상한바대로 당연했지만 선배는 별로 내키는 눈치는 아니었고, 나와의 관계 때문에 승낙한 것 같았지만 아무튼 100만원 정도는 선배에게 당장 없어도 되는 걸 나도 알기에 일단 받기로 했다. 생각보단 일이 쉽게 풀렸다. 이자는 좀 실감나게 하기 위해 일주일에 2,750원씩 주기로 했다. 계산해 보니 빠듯했다. 수익의 파워를 빼고 저자보상은 약 3,000원. 내 파워는 1,000남짓, 팁유에 넣어둔 200 SBD. 그러니까 패턴을 보면 이자를 주고 틀림없이 몇 백원이 남을 것이다. 그게 내 계산이었다.

바로 그 무렵에 날아온, 론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문자였다. 그새 한달간 20여만원을 주고 한달동안 파워와 선배에데 빌린돈에 론을 합치자 드래곤볼의 소년 손오공이 하루만에 노란머리 초사이어인 4로 업그레이드된 기분이었다. 기분은 정말 그랬다. 정말 그야말로 처음 맞는 호기였다. 나는 1만 가까이 채워진 파워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다녔다. 1%만 찍어도 20원. 불과 어제 100% - 조절 자체가 안되기도 했지만 - 로 찍어서 10원이었던 나였다. “대체 내게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눈에 보이는대로 보팅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돌아올 보상들에 대한 기대로 정신이 없었다. 아니 사실 일주일마다 나가야 할 이자도 사실은 조금 걱정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일주일 정도를 그러고 다녔나보다. 보상이 돌아오는 양은 거의 그대로였지만, 횟수는 확실히 늘어났다. 들어갈 때마다 파란불이 켜졌다.

이번 달 이제는 같이 일하지 않는 팀장님의 배려로 갑자기 한 번에 찾아온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너무 세게 틀어둔 에어콘과 갑자디 많이 마신 맥주, 그리고 잦은 출장으로 쌓인 피로 덕분에 기관지와 호흡기에 연신 통증과 두통과 오한이 찾아왔다. 밀려서 써야하는 글과 프리젠테이션들에 더 머리가 아파오는 듯 했다. 한참 진행중인 행사장을 잠시 빠져나와 1시간 정도 숙소에 돌아와 잠에 빠졌다.

몸이 좋지 않으면 항상 이상한 꿈을 꾼다. 아마도 머릿속 신호들이 나빠진 컨디션 때문에 오작동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꿈인지 아닌지조차 햇갈리지만 몸이 다시 좋아지고 나면 그게 아픈 몸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었음을 비로소 인지한다. 하지만 그 꿈속에서도 의무감 같은, 갸날프면서도 강력한 의식하나가 작동한다. 몸을 추스리고 나서 무려 3일만에 정신을 차리고 스팀잇에 접속해본다. 항상 약간은 설레는 마음이다.

계산을 해 본다. 접속하지 못했던 3일간 쌓였을 엄청난 보상에 대한 기대에 3일 내내 풀려있던 동공이 제자리를 잡으며 확 작아진다. 예상대로 파란불이 켜져있다. 하지만 큐레이션 보상 0.004 SP. 형편없는 정도가 아니라 말이 안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래로 내려본다. 그런데 내역에는 내가 수령한 기억이 없는 상당량의 0.001sp들이 3일동안 수령되어 있다. 노트북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서 나는 풀린동공과 힘없는 손가락으로 모든 빈 화살표에 무의식적으로 보팅을 하고 수시로 보상을 수령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차린 오늘 저녁에야 내 무의식적 행동들이 가물가물 기억나려 한다.

이제 한 달동안 빌려서 마치 처음부터 내것이었던 것처럼 휘둘러대던 내 파워를 돌려줄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 나는 처음과 빌린 후, 그리고 빌린 것을 돌려주고 나서의 미래 혹은 현재에 대해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다. 보상만을 생각하며 ‘이 바닥’ 혹은 내게 ‘현실보다 더 큰 사회’가 될 수도 있을 이 스팀잇이란 가상세계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하지만 이름만 보고 큰 론을 줄 수 있는, 그것도 무료보다 더 생소한 마이너스 이자로. 이런 세상이라면, 아직까지는 분명 현실세계보단 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믿음정도가 보상이란 뚜렷한 목표외에 의미라면 의미일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스텔스기능을 갖춘 천적 와이프가 다가와서 등짝을 후려친다.

“아 아프다고 음식물쓰레기도 안버리고 자빠져 있더니 또 스팀붙잡고 있냐 이 화상아!”
(손가락 까딱하는거랑 지하까지 내려갔다 오는거랑 어떻게 같냐 이 여자야… )

"입밖으로 말은 못해도 스팀에서 와이프의 만행을 알릴 수 있는 것도 스팀잇의 좋은 점 중에 하나군... "


@leesunmoo 님의 [kr-steemloan]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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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수수단상 넘 잼나게 봤어요!
현실과 허구를 하도 절묘하게 섞어 놓으셔서 읽을때마다 어디까지를 소설로 봐야하는지 햇갈리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ㅎㅎ 이번에는 아내분도 찬조 출현 하셨네요 ㅎㅎ 잘 봤습니다 수수님 :)

세계님 항상 묵묵한 제 팬이 되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당^^ 세계님 칭찬을 먹고 제가 큽니당^^

잊지못할 @soosoo님 안녕하세요! 저는 스팸 없는 세상을 꿈꾸는 kr 가이드독이에요. 훈훈한 @bree1042님 소개로 왔어요. 칭찬이 자자~ 하시더라구요. ^^ 섹시한글 올려주신것 너무 감사해요. 작은 선물로 0.5 SBD를 보내드립니다 ^^

@krguidedog 님 이쁜짓만 골라하시는군요~ 새로운 칭찬프로젝트를 시작하셧네용. @bree1042 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해주세요~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항상 수고가 많으시네용~

이런 글은 @칭찬해

어렵게 모으신 포인트를 이렇게 퍼주시다니 고맙습니다. ㅜㅜ
tip! 0.1

현실인 줄 알고 @@@chakhanloan 계정 눌러봤다는... ㅋㅋ

ㅋㅋㅋ 그걸 노린 겁니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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