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단상] "익명성 토론 참여-스팀잇은 상대방의 지갑을 열어볼 수 있다"

in #kr-agora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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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토론 참여 -스팀잇은 상대방의 지갑을 열어볼 수 있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쯤 정리해보는 것도 괜찮은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상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문제기도 하고 앞으로도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니까요 이런 좋은 주제를 내어주시고 좋은 자리를 깔아주신 @oldstone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익명과 실명에 있어서는 어느쪽이든 강제력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의 처음 만나는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아마 얼굴정도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프에서 만난다고 해서 우리가 모든 걸 밝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

익명이 왜 문제가 되는가에 대해서 먼저 짚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 누군가가 특정한 문제가 될만한 행위를 다른 특정인이나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경우 적절한 처벌/제제를 가할 수 있는가.

얼른 떠오르는 것은 그것밖에 없네요. 그러니까 전시(?)가 아닌 평시(?)에 누군가 해라마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니까요. 법이나 인권같은 관점에서 제 생각을 한 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일으키는 문제란 일어났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결과과 예측된다 하더라도, 그런 결과로 100%의 문제가 일어난다는 확신에 다수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것에 대해서 개인적인 권고는 가능해도 제제는 불가능합니다. 개인이 가진 하나의 권리란 누군가에 의해서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기본원칙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일테니까요. 만일 본인이 누군가에게 돌아갈 피해를 확신하면서도 그 행위를 멈추지 않아서 예측한 나쁜결과가 이루어졌더라도, 사실은 그 행위 자체는 두 개의 다른 행위이기 때문에 법률에서도 ‘의도한 범죄’로 보지 않고 우리는 그를 ‘미필적 고의’라고 부르는 것 처럼 말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일으킬 문제점에 대해서 그 대비책으로 사전에 실명을 요구한다면, 그 또한 자신을 드러내고싶지 않은 누군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사실은 역으로 그 행위자체가 그대로 하나의 범죄행위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테러방지법’ 같은 국가가 행사하는 매우 ‘좋아보이는’ 법에도 맞서서 반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심각한 범죄가 아니면 이미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도 다 가려줍니다. 잘못을 했다면, 해당하는 잘못에 대한 해당하는 법, ‘죄형법정주의’와 같은 기준에 따라서 적용되는 벌을 받을 책임만 있지, 피해자가 아닌 만인으로부터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책임은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그는 아직 만인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나쁜균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균실에서 끓인 음식만 먹고 손을 계속 소독한다고 해서 건강해지는 것이 아닌 것”이라는데 저는 동의합니다. 그래서 법과 질서란 필요에 따라 만들고 지켜야 하지만 가능하면 최소한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법과 질서라는 것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할려고 만드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없는 것보다 못할 겁니다.

실례까 있다면 공인인증서/액티브엑스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안보의식’을 철저하게 자극하고 만들어 둔 2중3중의 안전장치지만, 많은 이들이 그것 때문에 소중한 시간들을 허비하고, 화가 나고 컴퓨터를 느리게 만들지만, 그래도 “그게 있어서 크래킹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느냐?”라고 주장하면 딱히 뭐라고 반박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는 수없이 뚫린 긴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

결국 익명이란건 평시에 안전상의 명분으로 문제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발 나아가서 이야기하면, 그것은 만인이 만인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 사회가 가장 가서는 안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어떤 안전을 위해서’라는 것이 누군가가 특정소수가 저지를 미래의 범죄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자기를 제외한, 심지어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보겠다는 결론밖엔 주어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동물들 사이에서 인간이 특별한 존재일 수 있다면 - ‘있다면’ - 그것이 가족이나, 형제, 원래 아는 사람이 아닌 처음 만나는 모든 ‘낯선’이들에 대하여 ‘가능성 높은 적’이 아닌 ‘잠재적 친구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매우높은 가능성의 힘의 편중같은 문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극히 소수겠지만, 누군가는 큰 힘 기득권 - 어디서 기득했던 간에 - 을 갖고 다수에게 피해가 갈 만한 영향력있는 잘못을 할 수 있죠. 저는 그것도 시스템으로 어느정도 제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코인마켓들이 그렇습니다. 두 세 단계의 가입등급을 줘서 거래금액같은 권한을 제한 하는거죠. 더 크고 많은 권한을 행사하려면, 그 때 실명을 요구해도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최근 20년간 우리나라에서 운전이 아닌 보행자로 시내에서 경찰에게 불심검문 받아보신 적 있으십니까? 없으실겁니다. 불법이거든요. 만약 내게 신분증을 길거리에서 경찰이 요구하면, 우리는 당연히 검문의 사유를 반문할 수 있고, 그 전에 먼저 그 검문자의 신분 - 소속이나 이름, 신분증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으면 우리는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더 큰 권한, 그리고 경찰의 역할, 지도자의 역할을 할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실명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를테면, 힘이 큰 고래에게 우리 사회가 약속한 제도에 따라 실명을 요구해도 되지 않을까요?

만약 스팀잇 내에서 다수에게 분명한 피해를 주는 사람이 생겨난다면 저는 제 생각을 접고 그 문제자들의 실명을 찾아내는데 동의할 것입니다. - 물론 그런 경우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권한은 그 특정인을 스팀잇내에서 활동못하게 하는 정도까지겠지만요.

끝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 포스팅에서 느끼셨겠지만, 저도 부끄럼도 많이 타는 편이고, 굳이 온라인상에서 쌍방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제 이름을 밝히는 것보단 필명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또 그 익명을 통해 우리는 아마 또 하나의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중인격'이 아니라 말하자면 '부캐'라고 하죠. 현실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내세우기 어려운 나의 능력이나 생각들을 이 곳에서 또 개진할 수도 있고말이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닫혀있는 익명성 때문에 누군가는 열린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 생각엔 아마 헛점과 비문들이 조금 섞여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늘 이런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이런 것 말입니다. 무슨 ‘예의범절’ ‘기본’ ‘질서정연’이런 기계스러운(?) 말들 말고요. "낯선 이들이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될 가능성" 말입니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하지 않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한 사람한 한 사람의 캐릭터를 가집니다. 이야기의 주제, 말투, 사람들과 댓글로 대화하기, 또는 스팀잇내 경제활동들. 성실도. 그것만으로 우리는 그에 관한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다운보팅을 통해 싫다고 표현할 수도, 뮤트를 통해 아예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아시죠. 스팀잇은 아이디만 알면 상대의 댓글, 그 글의 대댓글 리스트를 한 눈에 볼 수 있고,게다가 지갑까지 완전히 공개되어있습니다. 언제 무슨 내역으로 얼마가 입출금되었는지, 무슨 글을 통해서 얼마의 보상을 받았는지 하는 내역까지도 말입니다. 내지갑처럼 말이죠. 심지어 내가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지갑을 열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이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열려있는데, 굳이 그 사람의 현실적인 정보를 알고자 하는건 오히려 좀 과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오프라인에서 우리가 그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 친구를 알지만 그의 신분증까지 확인하지는 않는 것 처럼 말이죠. 또한 밋업같은 것을 통해 얼굴 보고 만났는데, 나는 이름은 못밝히겠다고 할 사람은 없을테고 말이죠.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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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관점이 비슷하시네요 ㅎㅎ 지갑을 열어볼 수 있다는 것이 참 무서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심하게 파격적인 것 같습니다. @vimva님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다니 왠지 반갑습니당^^

지갑까지 공개되어 있다는 글을 보니 참 스티밋이 투명한 곳이구나 싶습니다. 심지어 글을 쓰고 고쳐도 수정하기 전의 글도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죠.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익명으로 남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굳이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요.

그런데 간혹 오프라인에서 만났어도 나이 때문에 티격태격 할 때는 "민증 까!"하기도 하지 않나요? ㅎㅎ (농담입니다. ^^;;)

그러게 말입니다. 한편으론 유리벽같이 안쪽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 같습니다.그러고 보면 요새 "민쯩 까" 하나용? 저는 아주 오래전에 보곤 최근에 못본 것 같은데 말이죠…^^

스팀잇은 사실 너무 투명해서 무서운 곳이죠.
모든 정보가 기록에 남고, 로그인 하지 않아도 내 지갑을 들여다 볼 수 있으니..
롤모델이 만들어져서 워너비가 될 수도 있지만, 한 순간에 위협을 당할 수도 있는지라..
저는 계속 익명 할래요. ㅋㅋㅋ

저도 동감입니다. ㅋㅋㅋ 얼마나 더 까라는거에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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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남의 지갑을 열어볼수있다는 사실에 좀 의아하긴했었어요.
그리고 어쩌면 이 지갑에 있는 돈으로 인해 사람의 계급이 정해지겠구나 라는 생각을 한후 신경쓰이긴하더라구요..

거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okja님 말씀이 맞네요… 계급이라… 아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문제점을 지적해주셨군요...

@soosoo 님의 좋은 의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skt1 님 와주셔서 고맙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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