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단상] 상과 벌? 수상하지 말고 시상하자

in #kr7 years ago (edited)

지나간 권선과 징악의 시대

이젠 너무 오래된 - 현실에 맞지 않는 - 개념이라서, 아직 이 말을 무비판적으로 옳다고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면, 글쎄요. 이젠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당연하지만 이게 ‘너무 오래된’ 개념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모호하고, 주관적이고 경우에 띠라 다르게 작용하는지 우리가 대부분 알게 되었고, 누군가에게 내가 생각하는 일방적인 - 어쩌면 - 선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죠. 즉 이젠 폐기되어야 할 관념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정말 돌을 던져도 되는가

그런데도 그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강력한 비판자가 되고, 돌을 던지는데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고, 실질적으로 그의 명성이나, 인격에 피해가 가게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중대범죄인데도 말이죠. 잘못한 사람한테는 그렇게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고 생각하죠. 아니 정확히 말해서 그의 범죄에 대해서 침묵하거나 감싸는 것 자체가 마치 내가 그의 행동에 동조하는 것과 같이 느껴지고, 실제로 사람들도 대게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잘못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은 일종의 참여니까, 오케이. 거기까진 또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여지껏 해오던 우리 방식대로 이해하는 걸로 하고요.


선에 대해 왜 보상하지 않는가

왜 우리는 잘못은 가혹하게 벌하는데, 선행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선을 권장하다”란 말 자체에 저는 매우 큰 논리적인 결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행을 향한 켐페인. 좋죠. 하지만 제 생각에 사람이 행동하는 것은 자신이 그 행위가 재미있거나, 뭔가 이익이 되기 때문이지, 그런 이유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타고나길 선하고 악하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얼마나 인정/관심 받느냐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선행보다 쉽게 관심받을 수 있는 악행을 선택하기도 하죠.


악플보다 무플이 나빠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에게 치명상을 주는 악플이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건 무플이라죠. 무관심만큼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 사람의 이익은 타인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으로부터 상당부분이 이루어집니다. 그 인정은, 사실 물질적인 보상보다 더 즐거움을 주는 것이죠. 나를 좋아하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많다면, 어쩌면 그 사람은 더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악을 선택하는 이유

선과 악은 분명 모호하지만, 현실적으로 선이 강해지면 악은 따로 단속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상황과 결과가 주어지고 악행과 선행을 택하라면 아마 대부분은 선을 택할 겁니다. 그건 선성설 때문이 아니라, 그게 더 유리하다는 걸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이미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회는 사람들에게 악행을 하지말라고 구속하는 것보다 선행을 한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편이 훨씬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권선이라뇨.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재미없는 선을 나는 못해도 너는 하세요라뇨.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지만 그건 사람의 현실적인 행동패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헛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존재하기 위해, 더 좋은 방식으로 존재하기 위해 선행도 하고, 악행도 합니다. 다시 말해 선행이건 악행이건 거기엔 존재를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마련이죠. 그러면, 선을 권장하려면, 악행을 징벌하듯, 선행에 보상을 줘야하는 것 아닌가요?


선행이란 어떤 것?

저는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 선행에 대한 보상을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먼저 구체적으로 선을 한번 정리해 볼까요?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 뭔가를 연구해서 무엇인가를 새로 만드는 사람들, 사람들과 어울려서 행복을 산출하는 사람들, 쓰레기를 열심히 분리하는 사람들, 오래된 문화적 유산을 보전하려는 사람들, 화학제품을 최소한으로 쓰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들, 자신의 이익을 보다 넓게 분배하는 사람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 아침을 일찍 시작하고 저녁을 늦게 마치며 거리와 건물을 청소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사람들, 능력은 있지만, 모든 자본을 독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동물을 사랑하고 챙기는 사람들, 싸움을 중재하는 사람들, 경제나 권리에 있어서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약한 사람들과 함께 살려는 사람들, 새로운 삶의 컨텐츠를 개발하는 사람들, 많은 공감대를 얻는 사람들, 누군가를 범죄나, 자연재해, 사건 사고들로부터 누군가를 지키고, 구하는 사람들, 자신은 못하지만 남들의 선행에 박수치고 알리고 동감하는 사람들, 자신의 혈육이나 가족이 아니라도 타인들을 그렇게 대하는 사람들, 사람에게 그의 신념, 종교, 철학, 지위, 재산등을 고려하지 않고 인격체로 대하는 사람들. 좋은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들. 단 한사람이라도 누군가의 술친구가 되어서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주고 분노해 줄 수 있는 사람들, 단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생각에 공감과 관심을 표현해주는 사람들, 삶의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서 사람들과 함께 향유하는 사람들…


그냥 한 단순한 행동이 선일 수도

조금은 단순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선행을 행하고 있고, 그게 비록 선행으로 규정지어지지 않더라도, 우리의 개인적인 행동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선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비록 그게 스스로가 그냥 좋고 즐거워서 하는 행동이라도 말이죠. 선행은 능력, 생각, 행위 등 다양한 차원에서 일어납니다. 내가 가진 능력이나 행동이나 생각이 다수에게 여러 방면에서 좋은일일 수 있죠. 문제는 대개 그런 작은 힘들에 관심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보상, 종이 한장으로도 가능

거의 모든 기초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상은 노벨상이죠. 하지만 노벨이란 사람이 자신의 삶의 흔적만으로 이토록 유명해진 것은 아닙니다. 그럼 그가 남긴 재산으로 주는 부상 10억여원이란 돈을 주기 때문일까요. 물론 그 큰 금액도 한 몫을 했겠지만, 긴 시간동안 그의 이름으로 베풀어 지면서 권위가 쌓였기 때문입니다. 노벨상이란게 처음부터 권위가 있었던게 아니라 그 상을 받는 사람들이 뛰어났기 때문이고,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 뛰어난 사람들에게 주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면, 상은 그렇게 뛰어난 사람들에게만 주어져야 하는걸까요. 아니요, 평생을 김밥팔아서 그 돈을 좋은 곳에 써달라고 기부한 할머니에게도 주어져야 하고, 세상이 관심 안가진 억울함을 당하는 사람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한 사람에게도 주어져야 하고, 좋은 웹 컨텐츠를 제값주고 구매한 양심적인 사람에게도 주어져야 하며, 잘못된 정부에 꾸준히 항거해온 사람들에게도, 무사고로 오래 운전해온 사람에게도, 플라스틱 통에 남은 물과 얼음을 분리해 내고 쓰레기 통에 컵을 던진 사람에게도 주어져야 합니다. 그들의 행위가 공익이 되었기 때문이죠.

노벨상이 10억이란 부상을 주기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 아니듯, 단돈 만원짜리 한장을 부상을 주더라도, 아니 돈없이 종이쪽지 하나라도 상으로 만들어서 남들이 번거롭고 귀찮아서 하지 않는 선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야 합니다. 어떤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 능력이 있는 사람들, 어떤 행위를 한 사람들에 대해서 사회는 그에게 적절한 써티피케이션을 수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대학졸업장이 아니라도 수많은 자격들을 인정하고, 부여할 수 있단 말이죠.


수상말고 시상하는 사람이 되자

하지만 그렇게 큰 일을 하려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에게 상을 줄 수 있냐고요?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작은 단체라도 어쩌면 개인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단 한가지 그런 행위를 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심사하는 수고를 감수할 수 만 있다면 말이죠. 약간은 좋은 종이에 약간은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만 있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상과 자격을 좋은 사람들에게 주고, 그것은 마치 스팀잇의 큐레이션 보상처럼 그걸 부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도 이익이 돌아올겁니다. 유명한 단체가 주는 상이 좋은 상이 아니라, 좋은 상을 베풀다 보면 주는 쪽이 유명한 단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 없이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이익이 점점 커지면 그 단체나 개인은 더 공신력이 생기고, 그 상을 받은 사람들은 점점 훌륭해지며, 또다른 선행을 찾을 겁니다. “보상을 얻기 위해 선행”을 하면 안됩니까?


오랫동안 생각하던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늘어놓아봤습니다. 이런 개인 적 프로젝트를 어디가서 이야기해야 사람들이 “왜 저런 비체계적이고 유치한 생각을 여기서 하지?”라고 무시당하지 않을까 고민했었는데, 문득 스팀잇이라면 한 번 시도해 볼 만 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수상자가 아니라 시상자가 될 기회에 대한 이론 말이죠. 혹시 제 생각에 동참하실 분 안계신가요?

쓸데 없이 길고 정신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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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관심 감사드려요~ @tutorcho님~~

스팀잇 내에서 상을 만드는 것도 좋겠군요 하나 만들어볼까요.

좋지요~ kr에서 예쁘게 만들어서 번호붙이고 몇 분이 싸인하고, pdf파일로 링크만 올리면 시상식도 필요없고, 다운받아서 인쇄만 하면 되고 말이죠… 저희 도서관에서는 그런 걸 계속 연구하고 있답니다. 기부증, 감사증, 강의 수료증… 등등 말이죠. 이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사람을 참 기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서로 부담도 없고 말이죠… 어떻게 함 해볼까용…

수수님이 '이런 깊은 생각끝에 시작하신거였구나'라는 생각에 머릴 주억거리다

수수님의 포스팅을 보고나서
문득 고개들어 반대편 창에 비췬 제 표정이
너무 예뻐보입니다.

수수님의 마음을 읽어서 이겠죠? ^^

자신의 얼굴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예상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멋진 분 같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다른 수식어를 쓸 필요가 없네요. 제가 술마실 때 마다 기분이 좋으면 하는 말이 있는데 @sochul 님께 딱 맞는 말씀 같아서 드리려 합니다. "캬~ 역시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약간은 부족한 상을 갑자기 내밀어서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꼭 @sochul 님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평소 써주시는 마음에 제가 늘 감동하고 있는줄만 아십시오!

뭘요. 수수님의 마음 쓰심에 감동의 쓰나미가 ^^

수상글에 댓글은..
묵히고 있는중입니다.
쫌만 기둘려주세요 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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