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7. 공부가 먼저다(2)

in #kr6 years ago (edited)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재돌샘도
결국
담임선생님이랑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나 뭘 기대한거야?'


7.
공부가 먼저다(2)

'선생님이
10일만에 날 만나서
좋다고 뽀뽀라도 해줄거라
생각했던거야?
나 무슨 생각을 했던거야?'

선생님이 했던 얘기를 곱씹어 보았다.
"맘 잡고 공부 좀 해라.
맘 잡고 공부해.
이제 2년 밖에... 시간이 없어...
공부 맘 잡고하고
뭘 생각해보든지 하고."

선생님에게
이 말을 듣고
내가 틱틱거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선생님 말이 서운했던 것도 맞고
공부 못한다고 실망스러워하는
선생님이 미워서 그런것도 맞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뭘 생각해?
나중에 선생님이랑 잘 되는거?
공부 맘 잡고 잘하면
선생님이랑 나의,
너와 나의
미래를 생각해도 된다고?'

내가
공부에 더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선생님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나에게
맘 잡고 공부하고나서 뭘 생각해보란 말은
내가 현재 공부 말고 열중하고 있는 것을
나중에 하란 말로 들렸다.
그게 선생님을 나중에 좋아하라는
말처럼 들렸다.

'내가 맘 잡고 공부하면
나중에
뭐든지 다 생각해봐도 되는거야?
맘 잡아서 공부하고 나면
나중에 선생님이랑 잘 될 수 있는거고?
사귈 수 있는거냐고.
졸업하면 어짜피 선생님 못 만날거고
내년에도 학교에 남아 있을지, 없을지
모르면서
나중에 뭐 어떻게 될지
뭘 생각하라고!'
를 줄여서 내가
"샘 내년에 갈거 잖아요."
라고 틱틱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전화하는 동안
저런 생각으로 선생님을
째려봤다.

방에 들어와서
기운이 빠져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룸메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왔네, 어디 갔다왔어?
"응. 매점에."
"아 어쩐지. 자습하고 있나 싶어서
교실에 가니까 교실에도 없더라고."
"왜? 나 찾았어?"
"내일 독서랑 윤리 수행평가 뭐 나오는지 물어보려고."
"아~ 그래. 조금만 있다가."
"응. 그럼 나 교실에 가서 교과서 좀 가져올게. 기다리고 있어."

시험이 끝난 게 아니었다.
다음 날에 수행평가를 모두 끝내야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것이었다.

'나는 아까
선생님한테 뭘 기대하고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선생님은 그런 의미로 말한 거 아닐텐데.
역시나... 선생님한테 틱틱거리고
째려 본 건
내가 너무 건방져 보였겠다...
...그나저나 어떻게 마음을 잡는담...'

재돌샘의 응원과 조언,
담임선생님의 협박 아닌 협박과
충고로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안타깝게도
눈에 띄일 정도로
성적이 오르지는 않았다.

여름 방학이 시작된 후
재돌샘을 만나지 못했다.
나는 방학 때 집에 돌아가지 않고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중학교는 고등학교보다
먼저 방학을 했고
방학 중에도 출근하는 듯 했지만
보충수업 끝나고 나오면
늘 선생님 차는 보이지 않았다.

기왕 자주 가지 않은 김에
개학하고 나서도
찾아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선생님을 만나지 않아도
잘 버틴다고 생각했지만
일주일만에 나만의 약속은 깨졌다.
그 날은 오후 시간에 봉사활동을 마치고
저녁에 야자를 하지 않았다.
씻고 머리를 말리고 나서
시계를 봤는데
평소 일과대로라면
선생님 저녁수업이 마칠 시간이었다.
'선생님 못 만나면 매점이나 들렀다 오지.'
생각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정말로
선생님이
수업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 깜깜한 저녁에
학교 운동장에는
주황 빛 가로등이 띄엄띄엄 켜져있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딱봐도 실루엣이 재돌샘이었다.

"쌤!"
"안녕! 오랜만이다!"
"우리 한 달만에 보는데!"
선생님은 어쩐지 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차에 타지 않으셨다.

"안 가세요?"
"한 잔하러 가려구."
"술이요? 먹지마세요~ 몸 상해요."

재돌샘은 동료 선생님들께
전화를 거시는 듯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으셔서 빨리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오래 선생님이랑
서있었다.

"너 살빠졌네?"
"헐...공부를 너무 열심히해서?ㅋㅋ"
"저번 달에 모의고사 친 거 점수 나왔어?"

살 빠졌다고 해서 기분이 진짜 좋았는데
점수 물어보자마자 어깨가 축 처졌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해서는 안될 말을 한건가?ㅋㅋ"

선생님은 그 날따라 자꾸 해맑게 웃었다.
얘기하는 중에도 계속
웃으면서 날 쳐다봤다.
"제가 웃겨요?"
"어 ㅋㅋ 초록색에, 검은색 옷에 체육복 바지. ㅋㅋㅋㅋ"
급하게 나오느라
그냥 기숙사에서 입고 있던 옷에
겉옷만 걸치고 나왔는데
그게 진짜 웃긴가 싶어
인상을 쓰며 입을 삐죽내밀었다.
"치..."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안 웃겨~ 별 걸 다 삐진척 한다."
라고 말했다.

"기숙사 들어가야 하지 않아?"
"들여보내려고 애를 쓰시네요."
"야, 걱정이 되서 그러지."
재돌샘과 술 약속 잡은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나는 그냥 웃으면서
선생님이랑 눈을 맞췄다.
선생님도 나를 보면서
전화를 하셨다.
전화 중이던 선생님께서
재돌샘에게
"데이트 하고 있는거 아닙니까?"
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재돌샘은 더 활짝 웃으면서
내 눈을 피했다.
"아니, 그런거 없는데~?ㅋㅋ"

'샘...여자친구가 있나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약간 섭섭한 마음에
금새 정색하면서 선생님을 째려봤다.

삐진 척.

선생님은
그런 나를 쳐다보다가
장난으로 내 다리를 퍽- 찼다.
그래서 눈이 찢어져라 째려봤더니
한 손으로
내 턱을 잡고 흔들다가 휙- 놔버렸다.

전화를 끊고
가려고 하길래
내가 운전석 문을 막고
한 발짝 다가섰다.
선생님은 주먹으로 살짝 내 얼굴을
밀어버렸다.
나는 저어기로 밀려났고
선생님은
"죄송?!ㅋㅋㅋ"
하면서 얼른 운전석에 탔다.
그리고
차 창문을 내리면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담에 볼 때는, 모의고사 20점 올리기!"

"20점?"

"20점 올리면 내가 이 차 너 줄게.
아니, 뭐 니 달라는거 다 줄게."

"진짜죠? 진짜?"

'내가 20점 올리고 만다.
20점 올려서
선생님 나한테 달라고 해야지!'

약속의 의민지 뭔지
선생님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한참을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 날 따라
선생님이
나한테 거는 장난이
마치 남학생을 대하는 것과
무척이나 똑같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나는
선생님이
날 바라보는
그 눈빛이 너무 좋았다.

.

.

.

"오빠
나 고등학교 다닐 때
모의고사 수리 20점 오르면
진짜 오빠 차 주려고 했어?"

"어! 당연하지. 근데 20점 올렸다는 소식이 없더라고~"

"...근데 왜 차를 준다고 한거야?"

"뭐.. 그거야 내가 가지고 있는 거 중에
제일 값진 게 차 였어."

"차 말고도 20점 올리면 달라는 거 다 준다고 한거는? 그건 기억나?"

"내가 그랬었나? 그건 기억 안 나는데?"

"뭐야, 오빠 기억하고 싶은거만 기억하지?"

"아니야 ㅋㅋㅋㅋㅋ"

"오빠가 달라는 거는 다 준다고 해서
20점 올리고 가서 당당하게 선생님 달라고 할랬는데.^^"

"날? 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왜 20점 안 올렸어?"

"그게...나도 진짜 올리고 싶었는데
잘 안되더라고.....미안."

"으이구~ 쫌 잘하지!"

"그러게...근데 20점 올리나, 안 올리나
난 목표 달성한거야? 그지?"

"그래서 너 수능에서 수리 몇 등급 받았냐고."

"그게 또 왜 궁금한데. 그냥! 넘어가면 안될까?"

"ㅋㅋㅋㅋㅋ내가 보고 만다."

"아 진짜 안돼ㅠ_ㅠ 참아줘."

_내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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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프롤로그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 있을 수 없는 일(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 있을 수 없는 일(2)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 있을 수 없는 일(3)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2. 너 정말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니까.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3. 선생님과 학생 사이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4. 내가 수포자는 아닌데(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4. 내가 수포자는 아닌데(2)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5. 선생님에게로 가는 길(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5. 선생님에게로 가는 길(2)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6.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요.(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6.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요.(2)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7. 공부가 먼저다(1)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번외편] 킴쑤의 다이어리 one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번외편] 킴쑤의 다이어리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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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넘넘 감사해용~~

@kimssu님 안녕하세요. 하니 입니다. @zaedo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항상와주셔서감사합니다!

어찌그리 핸폰을 봤을때..
나 좀 속상하답니다..^^

굿 나잇 임댱..!!

크흑...무슨 말씀이신지 해석 부탁합니다!ㅋㅋㅋ

쑤님..
오래만에 주창장에서 마주치게된
옆지기 재돌샘께서 쑤님을 보고 더 반
겨야 되는데 핸폰만 만지작 거려
쑤님 맘 몰라주는 샘께 서운했을거라..!!
해서 그리 남겼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요.^^

히히 대충은 알아들었는데~ㅋㅋ 해석 해주셔서 감사해요~
제 마음을 헤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쫌....서운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ㅎㅎㅎ
봄날 밤 벚꽃 그늘 아래 서 있는 기분이에욤.. 우히히

히히 두근두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 처음부터 읽어봐야겠는데요? ㅎㅎ 보팅 팔로우 하고 갑니다! 맞팔해요~

어머나! 감사합니다~~격하게 환영합니다!^^

아~~~ 이거 뭡니까?
이렇게 포스팅하여 사람 애간장을 녹입니까? 일단은 댓글쓰고 일편으로 가서 모두 읽겠습니다. 이거 뭐야~~~~ 나한테 왜그래? 너무 달달하자나~~~~ 아이좋아라~~

아이좋아라~~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주셔서 넘나 고맙습니다~~

제가 다 설레네요. 좋은 글 잘보고 있습니다!

잘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능 몇 등급이야? 몇 점이냐고?! 왜 지나간 것 안가르쳐주는 건데! 궁금하단 말이야. @홍보해

추웅격받을까봐그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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