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7. 공부가 먼저다(1)

in #kr6 years ago (edited)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7.
공부가 먼저다(1)

수학 일기를 꺼내서 다시 읽어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싶을
내용이 많다.

2009/04/19
오빠야 ㅋㅋㅋㅋㅋ 갑자기 불러보고 싶어서 ㅋㅋ
아까 잠깐 잠들었는데 꿈에서 샘을 봤다는!
샘도.. 웃는게 너무 괜찮네요^^
그러니까 많이 웃어요> <
다른 여자 애들...한테는 그렇게 웃으면 안되지마안!ㅋㅋ
이런다-_-이래

2009/04/27
공부안해=ㅁ=
또 진도 빼시궁T^T
점신시간에 샘 봤어요> <
앙~ 기분 좋아라~ 샘은 저 못보셨죠-.
살빠지신거같아~ㅋㅋㅋ
맨날 봤으면 좋겠던... 가서 잡으려다가.
피해갈까봐- 폐끼칠까봐-.
참고... 참고... 그래도 흔들렸던
점심시간에 수학 일기장 보고 있었어요-.
아흑. 다시 풀어보려니까 기억..잘 안나더라구요.
이거 핑계로 잡을 수도 있었는데ㅋㅋㅋㅋ
오빠T^T 문제도 잘 안풀리구...
잠와 죽겠어~~
큰일났어T^T 지수도 풀기 힘든데...
어떡해T^T

2009/05/08
반짝 반짝 ㅋㅋㅋㅋ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깜짝 놀랬잖아요!ㅋㅋ
무지 기분 좋았음^^
수학T^T.. 포기하고 싶은 맘.. 굴뚝같은. 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T^T
선생님보고 오빠라하고 있고 ㅋㅋㅋㅋ
그냥 생각나서 한 번 해본건데-.
좀; 안될 짓을 한 듯하기도 한...ㅋㅋ

수학 일기를 읽고 있으면
고등학생이었을 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
다시 2009년, 고등학교 2학년 때로.
당장 저 문을 열고 나가면 교실이고
난 교복을 입고 있고
중학교로 달려가면 재돌샘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내 옆에 쌍둥이가 있는 걸 보는 순간
현실을 깨닫는다.
'무슨 고등학생이 선생님한테
반말하고, '오빠'라고 하고...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랬지?
참 대단하다...
오빠는 뭐라고 생각했을라나...'

"오빠 내가 수학 일기에 '오빠'라고
적은 적 있잖아.
그거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
얘가 미쳤구나 싶었지?"

"그냥...뭐. 애다 싶었지. 귀엽다?
그러다 말겠지 생각했어.
니가 원체 그랬으니까 뭐."

"내가 뭐? 내가 뭐?"

.

.

.

"니 대학 안갈거가?
공부 안 하나?
제대로 한번 들어볼래?
충격받을텐데?
그럴래?
이 성적 가지고는
국립대도 못 가!"

담임 선생님이 열을 내셨다.

"내일 점심시간에
교무실로 와!"

'망했다.'

모의고사 친다고 고생했다며
짜장면을 돌리시더니
이러시려고
짜장면을 먹이셨나 싶었다.

다음 날 점심 시간.
밥은 먹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이 어떤 말씀을 터트려놓으실지
긴장되고 겁이났다.
무서웠다.

무거운 마음으로
교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은
아무도 없는 진학실로 날 데려가셨다.

"킴쑤야.
대학을 갈건지, 말건지 정해.
여기서 대학이란 건 4년제, 직업을 구할 수 있고
미래가 보장 될 대학을 말하는거야.
대학 안 가려면 애쓰고 공부할 필요도 없어.
내가 지켜보니까
집중도 안 하는 것 같고.
치열한 구석도 하나도 없어.
저번에도 내가 경고했지만
이제 마지막이야.
내가 널 더 이상 안 부른다는 건
'포기'하는거나 마찬가지야.
내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왜 말을 못 알아듣니?"

선생님을 쳐다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쏘아 붙이셔서
눈물만 터져나왔다.
그리고 정신이 번뜩
뜨이는 소릴 하셨다.

"아니면 내가 김재돌샘 찾아갈거야."
"안돼요.ㅜㅜ"
"학교를 그만 두라고 하든지! 딴데 가라고 하든지!"
"전 아무 짓도 안했어요ㅜㅜ"
"뭐 아무짓도 안해!-_-"
"이제 자주 안가요."

난 울고 있었지만
담임선생님은
내가 눈물이 터진 걸보고
놀리듯이 말씀하셨다.

"겉멋만 든 공부도 좀 그만해.
내려 놓아야 할 것도 너무 많아.
성적이 어디까지 내려갈거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려고 하는 정신 상태도 문제고...
선생님들이 다 신경써주고
지원을 안 해주니
왜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게 해.
공부를 왜 안 하는지 모르겠어.
왜 자기 학업에 치중하지 않는거야.
내가 너를 보면
아주
천불이나. 천불이."

눈물을 멈추느라 훌쩍거렸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꼭 엄마같이 말씀하셨다.
엄마가 하는 말은
더 듣기가 싫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더 상처가 되고
아프게 꽂히는 것 같다.
게다가 엄마까지
나한테 이렇게
압박을 주나 싶어서
엄마가 밉기까지 한다.

아니 근데
내가 담임선생님
딸이었으면 이렇게 말씀하시지는 않겠지?

"지금가서 대학을 갈거냐, 말거냐에 대한
계획서를 써와.
난 진짜
니가 안타까워서 그래.
마지막이다. 킴쑤야."

"....네에(훌쩍)"

'하아...
재돌샘 보고싶다.'

방금
담임선생님께
자주 안 간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은
역시
재돌샘이었다.

계획서를 쓰기 전에
수학 일기를 꺼내서
재돌샘한테 하소연했다.
선생님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다음 날 수학 일기를 건네 줄 핑계로
재돌샘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선생님
목소리가 이상했다.
"목소리가 왜 그래요?"
"감기걸렸어."
"왜..감기가 걸려요?"
"여름에는 감기 안 걸리니?"
"열 나요?"

오뉴월에는 개도 걸리지 않는
감기때문에
골골대는 선생님이
안쓰러웠다.

"땀이 나지.
수업하고 나면 더워서 에어컨 앞에 서 있고
그러고 있으면 감기 걸리고. 아이고 힘들어."

"나도 힘들어.."

"..."

"왜 무슨 일 있어?"

"담임샘이 대학 안 갈거냐고 하셔서..."

"대학 안 갈거야? 당당하게 간다고 해야지!"

뒷통수 맞은 느낌이어서
말도 못하고 있었을 뿐더러
다른 친구들이 선생님을 찾아오는 바람에
얼굴을 붉히고 있다가
인사도 못하고
그냥 와버렸다.

10일 뒤에는 1학기 기말고사였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기 전까지
선생님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
담임선생님
눈치보느라 못 간 것도 있지만
선생님에게
약간...
토라진 것도 있었다.
그리고 재돌샘에게까지
실망을 드릴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을 모두 끝낸 그 날.
야자가 일찍 마친 덕분에
저녁수업이 마치는 선생님 시간에
맞춰 주차장에 나갈 수 있었다.
봐야겠다는 일념으로
뛰어갔다.
미친듯이 뛰었다.
혹시 담임선생님께 들킬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다행히도
열심히 뛰어간 덕분에
선생님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주차장에 선생님 차가 있었고
역시나 수학 일기를
받으러 가는 핑계도 있었다.

긴장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선생님을 만났다.
최대한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행동했지만
인사만 하고 보내드릴 순 없어서

"노트.."
하고 손을 내밀었다.
대답이 없으셨다.

"읽고 있어요?"
"엉."
그리고 바로 선생님은

"맘 잡고 공부 좀 해라.
맘 잡고 공부해.
이제 2년 밖에... 시간이 없어...
공부 맘 잡고하고
뭘 생각해보든지 하고."

'이런 얘기 들으려고
미친듯이 뛰어 나온건 아닌데...'

선생님 말도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일단은 서운했고
선생님이 공부 못하는 나에게
실망한 것 같았다.
그래서 틱틱거렸다.

"샘 내년에 갈거 잖아요."
"어. 그러니까 열심히 하라고."

선생님이 그 날 따라
두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자꾸 나를 바라봤다.
눈을 돌렸다가도
자꾸 나를 올려다 봤다.

선생님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는 중에
인사 드리고 가기가 뭐해서
전화 받는 거 보면서
선생님을 째려봤다.
전화를 끊고 난 후
선생님이 말했다.

"왜 째리고 난리야!"

웃음이 터져서 한참 웃어버렸다.
그리고 선생님이 뜬금없이 물었다.
"근데 너 여기서 뭐하는거야?"

"쌤보러 온거 아니네요 뭐~"

"야, 너 반어법 잘한다 ㅋㅋㅋㅋ"
하면서 선생님이 먼저
어깨를 밀며 장난을 쳤다.

선생님을 보내고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재돌샘도
결국
담임선생님이랑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나 뭘 기대한거야?'

_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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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1일 1포스팅!

@kimssu님 안녕하세요. 겨울이 입니다. @zaedo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홍보해 넘나 좋아요....헤헤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ㅎㅎ 어제 밤에 간신히 올려놓고 잤네요 ㅎㅎ

오늘도 정독하고 도장찍고 갑니당ㅋㅋ

정독이라니!!...고맙습니다.^^

선생은 모두 같아....같지.....걱정되니깐....
@홍보해

......맞아 나는 걱정거리였던듯!

뭔가 간질간질하네요..ㅎㅎ
다음 편 빨리 올려 주세요~^^

간질간질 하시다는 말씀은 오글거린다는 말씀이실까요~
ㅎㅎ다음 편은 저녁쯤에 올리겠습니다^^

재밋네요 ㅎㅎㅎ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킴쑤님의 글들은 날잡고 정독하면서 봐야 제맛인거같아요 >_< 학창시절로 돌아간거같아서 넘 좋아여

꺄아~~ 날 잡고 읽어주신다니요....대박!ㅋㅋ 감사해요^ ^
저도 스팀잇에 글 올리고 있는 요 몇 주간 고등학생인 기분입니다ㅎㅎ
쌍둥이들이 그 환상을 금방 깨주긴 하지만요^^;;;

1일 1회 포스팅!
1일 1회 짱짱맨 태그 사용!
^^ 즐거운 스티밋의 시작!

1일 1회 포스팅 은근히 쉽지 않네요! 짱짱맨 최고!

샘 경상도 분이셨군요 ^^

엇, 증다압 ㅋㅋ

말투를 보니 저랑 그리 멀지않은 곳인것 같은데요.
"~나" 로 끝나는 경상도 사투리가 좀 특이하거든요.
전 경주 출신인데..샘은?
반경 50km 안일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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